‘쌈마이웨이’ 김지원, 신데렐라 걷어차고 내 길 간다

“무빈 씨 생각엔 백마 태워 호강시켜 주길 바라는 여자들이 세상에 널렸을 거 같은가 본데 그 신데렐라는 이제 드라마에서도 안 먹혀요. 진짜 현실에선요, 자기 인생 피 터지게 사는 자수성가 또라이형 여자들이 수두룩 짱짱하다고. 그니까 유리구두! 개나 주라고!”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최애라(김지원)은 박무빈(최우식)이 선물한 구두를 벗어던졌다. 사실은 결혼할 사람이 있는데도 자신을 사귀어온 박무빈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신데렐라가 되게 해주겠다며 그가 사준 구두를 벗어던지고 맨발로 갔던 길을 돌아온다. 그녀를 걱정해 찾아온 고동만(박서준)은 떨고 있는 그녀를 안아주며 분노하고, 그런 그에게 그녀는 가슴이 떨린다.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보통의 멜로와 어떻게 결이 다른가를 정확히 보여준다. 최애라가 대사로 얘기했듯이 이제 더 이상 ‘신데렐라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도 먹히지 않는 시대다. 그렇게 된 건 ‘인생 피 터지게 사는 자수성가 또라이형 여자들’이 현실에는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에 신데렐라가 가당키나 한 판타지인가.

<쌈마이웨이>가 청춘멜로의 전형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 안에 ‘갑질하는 현실’의 그림자를 제대로 드리워놓고 있어서다. 최애라도 고동만도 갑질을 당하는 건 ‘일’에 있어서만이 아니다. 그들은 일터에서 이른바 비정규직으로 아무렇게나 쓰다 버려지지만, 그런 갑질은 사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진다. 

박무빈이 최애라에게 이끌리게 된 계기를 보라. “걔가 좀 나대잖아요? 쥐뿔도 없는 놈이 항상 신나 있고. 그게 거슬린다.”고 말하는 박무빈에게서 느껴지는 건 가진 자의 오만과 독선이다. 그는 단지 고동만처럼 ‘없는 놈’이 항상 즐겁게 살아가는 꼴이 거슬려 그의 것을 빼앗으려 했을 뿐이라는 것. 

일터에서 청춘들이 일상처럼 만나는 갑질은 이제 남녀 간의 사랑에도 끼어들었다. 과거 많은 멜로드라마들이 부자들에 의해 신데렐라가 되는 여주인공을 통해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면, <쌈마이웨이>는 보기 좋게 그 유리구두의 판타지를 부숴버린다. 그렇게 드러난 실체는 달달하기는커녕 너무나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이것은 고동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몇 차례 헤어져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가 이혼하기를 반복하며 그 지독한 현실의 신데렐라가 된 박혜란(이엘리야)은 뻔뻔하게도 다시 고동만 앞에 나타나 그를 자기남자로 만들려 한다. 그녀는 이제 고동만을 위해 뭐든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에서 느껴지는 건 그녀가 이제 돈이면 사랑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선택이 그랬으므로.

하지만 고동만도 최애라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고동만은 박혜란에게 자꾸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최애라는 박무빈이 만들어주겠다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벗어던진다. 그래서 그들은 오롯이 맨발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돈과는 상관없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지켜낸다. 이 맨발의 청춘이 현실에 치여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줄 모르는 그 모습이 못내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건 그래서다. 

일도 사랑도 갑질 투성이인 세상, <쌈마이웨이>는 쌈마이 취급을 받아도 마이웨이를 걷는 청춘이 더 당당하다고 말한다. 그 당당한 <쌈마이웨이>에 대한 지지의 마음이 깔려 있어 이 청춘멜로는 각별하게 다가온다. 이들이 갑질 세상에 날릴 통렬한 돌려차기를 기대하게 된다.

'쌈' 박서준·김지원, 갑질 향한 시원한 돌려차기 위해

도둑을 잡았는데 오히려 도둑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게 한다?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네 현실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1천만 원 호가의 시계를 훔쳐 나오다 최애라(김지원)에게 발각되자 이 진상 VIP는 자신의 구매능력을 내세워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 도둑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매출을 올려주는 VIP 고객이기에 상사는 도둑 잡은 최애라에게 사죄를 하라고 한다. 돈이면 다 되는 씁쓸한 세상의 한 자락이 그 풍경에 잡힌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는 그 청춘들이 몸담고 있는 공간이 의미심장하다. 최애라가 일하고 있는 백화점은 특히 갑질 고객의 행패가 종종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며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물건이 있고 가격이 매겨져 있고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고객에 따라 VIP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백화점이란 공간은 자본으로 재구성된 현대판 신분제를 재현하는 곳이다. 

최애라의 더럽혀진 무릎을 보며 분노하는 고동만(박서준)은 “왜 도둑 잡은 애한테 상은 못줄망정 사과를 하라고 하냐”며 소리친다. 아마도 그 분노는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분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범죄행위까지 눈감아주는 자본의 갑질 횡포라니.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위해 나서준 고동만에게 최애라는 오히려 화를 낸다. 당장 월세가 걱정인 그녀지만 얼떨결에 회사를 나오게 된 그녀는 그깟 무릎 꿇는 일이 대수냐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 속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심경이 담겨있다. 

백설희(송하윤)는 홈쇼핑 계약직 상담원이다. 회식자리에서 그녀는 고기를 잘라주느라 정작 자신은 잘 챙겨먹지 못한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은 그걸 도와주기는커녕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심지어 고기를 너무 잘 자르니 앞으로 회식자리에는 꼭 함께 하자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녀는 오래도록 김주만(안재홍)과 사귀며 뒷바라지를 해왔지만 새로 입사한 부잣집 딸 인턴이 자꾸 신경 쓰인다. 김주만에게 애정공세를 쏟는 그녀 앞에서 백설희는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이런 감정은 갑자기 나타나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는 의사 박무빈(최우식) 앞에 선 최애라도 마찬가지다. 고급 자동차로 그녀를 에스코트 해주고 영화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사주지만 어쩐지 최애라는 그게 너무 불편하다. 어느새 그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그녀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백설희가 느끼는 것처럼 최애라 역시 가진 자들 앞에서 위화감을 느끼며 주눅이 든다. 

사실 가진 것이 많거나 적다고 누가 누구를 함부로 대한다거나,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비교되는 현실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는 청춘들에게는 절망감을 주는 일이다. 어쩌다 가진 것에 의해 직업도 나아가 그 사람의 존재의 가치까지도 규정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쌈마이웨이>가 담고 있는 청춘들의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거대한 갑질 사회의 장벽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고동만이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격투기를 하겠다 마음먹는 대목은 그래서 한편으로는 응원하게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짠한 면이 있다. 하필이면 격투기장이라는 설정은 아마도 가진 것 없는 고동만 같은 청춘이 몸뚱어리 하나로 현실과 맞설 수 있는 상황을 이 공간이 잘 표징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어디 격투기장 이라고 해도 이 갑질 현실의 그림자가 없을까. 고동만은 결국 김탁수(김건우)의 교활한 함정에 빠져 오른 링에서 피를 흘리고 무너져 내린다. 

이처럼 힘겨운 현실 속에서 그나마 이 청춘들이 의지하는 건 서로에 대한 마음이다. 고동만은 박무빈을 만나고 다니는 최애라를 걱정하고, 최애라는 링에서 쓰러진 고동만을 보며 마치 자신이 당한 듯 아픈 표정을 짓는다. 백설희는 힘겨운 현실 앞에서도 일편단심 김주만을 믿으려 하고 김주만은 불안해하는 백설희를 꼬옥 안아준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풍경은 짠하면서도 예쁘기 그지없다. 

<쌈마이웨이>의 이 청춘들은 과연 갑질 하는 세상에 속 시원한 ‘돌려차기’를 해줄 수 있을까. 아마도 너무나 거대한 자본의 힘 앞에서 이 청춘들의 한 방은 그다지 힘을 발휘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세상에 던지는 외침이 주는 공명은 결코 작지 않다. 또한 그렇게 아프기 때문에 서로의 사랑이 공고해지는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의 마음도.

‘무한도전’이 귀를 열자, 국민들이 입을 열었다

그동안 국민들은 얼마나 답답한 마음으로 살아왔던 걸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이 보여준 건 고구마 현실에 대한 사이다 대안이었다. 국회의원들을 초빙해, 국민들이 발의한 법안 아이디어를 들어보는 시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척박한 현실들이 참여한 국민의원들의 목소리에 묻어나왔다. 그 이야기 하나하나는 실로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귀 기울여 들어야할 목소리였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첫 번째 시간으로 고용, 환경, 노동 법안 분야에 대한 제안을 듣는 시간에, ‘칼퇴근법’을 제안한 시민은 무려 일주일 내내 22시간씩 일하면서 2달 동안 고작 7만 원을 받았다고 해 듣는 이들마저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열정페이’. 그건 퇴근법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기본인권에 해당되는 문제처럼 보였다. 여기에 대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그 문제가 ‘포괄임금제’라는 비정상적인 근로계약에서 비롯된다는 걸 지적했다. 

이어진 ‘멘탈털기 금지법’을 제안한 다른 국민의원의 이야기는 그 비정상적인 근로상황이 어떤 심각한 문제까지 야기하는가를 말해줬다. 프로그래머로서 월급보다 야근수당을 더 많이 받을 정도로 야근을 해왔다는 그녀는 그런 스트레스 많은 환경으로 인해 그걸 풀기 위한 괴롭힘도 많아진다고 했다. 차별적 발언들은 물론이고 성희롱까지 생긴다는 것.

이정미 의원은 “우리나라 직장인들 중 1주일에 1번 이상씩 6개월간 지속적으로 상사나 직장 내 관계 안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이들이 16% 정도 된다”며 이러한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질환도 “산업재해”라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험을 넓히다 지금은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시민은 ‘알바근로보호법’을 제안했다.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어린 친구들이 어떤 일이 터졌을 때 사업주로부터 보호를 받기는커녕 “니들이 알아서 해결해. 우리는 모르는 일이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억울해도 잘리지 않기 위해 자기 잘못도 아닌 걸 스스로 감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 

이 문제에 대해 이정미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자주 벌어지는 갑질이 사업주가 가진 ‘과잉 친절, 과잉 서비스’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지 인격을 팔지는 않는다”고 갑질하는 손님에게 얘기해줘야할 사업주가 오히려 직원들에게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했느냐며 화를 낸다는 것. 결국 이 과정에서 직원은 손님과 사업주 양자 모두에게 갑질을 당하는 셈이 된다. 

국회 환경미화원이고 밝힌 국민의원은 ‘청소 노동자 쉼터 설치법’을 제안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일하는 환경이 너무나 좋지 않다는 것. 잠시 쉬려고 해도 제대로 된 쉼터조차 없어 계단 밑이나 협소한 공간에서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이정미 의원은 청소노동자분들이 일주일만 일을 안 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며 이 분들을 공공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국민들이 제안한 법안들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었지만 그 안에 담겨진 진심만은 심지어 듣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얼마나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겹게 버티며 살아왔는가가 그분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공감가고 합리적이라 여겨지는 것들도 있었다. 

성차별, 성희롱까지 받으며 지냈다는 한 국민의원을 굳이 스튜디오 가운데로 모셔 정준하가 뺨까지 내주는 상사 역할을 하며 일종의 정신 치료 드라마를 연출하는 장면은 왜 <무한도전>이 국민의원 특집을 했는가에 대한 진정성이 묻어났다. 그렇게라도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은 위로라도 주겠다는 것. 하지만 그 작은 위로는 꽉 막혀 답답했던 속을 풀어주는 커다란 사이다가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무한도전>의 이러한 귀를 여는 모습, 그것이 이 특집이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진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김과장’, 남궁민만큼 주목되는 준호의 악역 연기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을 이처럼 유쾌 상쾌 통쾌하게 만든 장본인은 모두가 인정하듯 연기자 남궁민이다. 심지어 그가 ‘갓궁민’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데는 <김과장>이라는 블랙코미디 장르의 드라마에서 적절히 과장된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마치 짐 캐리가 보여주곤 했던 과장 연기를 통한 확실한 캐릭터 구축을 김과장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성공시키고 있는 듯하다. 폼 잡지 않고 지극히 소시민적인 인물이지만 ‘어쩌다 보니’ 의인이 되어가는 그 상황을 통해 때론 웃기고 때론 속 시원하게 만드는 김과장이라는 인물은 실로 남궁민이라는 연기자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보인다. 

'김과장(사진출처:KBS)'

그런데 <김과장>에는 남궁민만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주목되는 연기를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과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갑질 상사 서율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준호다. 우리에게 2PM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드라마보다는 간간히 출연하곤 했던 예능 프로그램으로 더 이미지가 알려진 그지만 <김과장>에서는 서율이라는 강렬한 안하무인격 악역을 통해 그런 이미지들을 완전히 지워내고 있다. 도대체 <김과장>의 무엇이 준호의 이런 숨겨진 연기를 깨운 걸까. 

물론 <김과장> 이전에 우리는 tvN 드라마 <기억>에서 주인공을 돕는 어소시엣 변호사 정진을 연기하던 준호를 기억한다. 거기서도 준호는 꽤 괜찮은 새내기 변호사의 면면을 보여준 바 있지만 연기 도전이 일천한 신인으로서 인상적인 모습을 그려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준호 하면 본래 떠오르던 바른 청년의 이미지 그것을 연기로 반복해 보여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던 것. 

하지만 <김과장>에서는 처음 그의 등장 자체가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악역을 그려내고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은 배역에 딱 걸맞는 캐스팅의 성공처럼 보인다. 즉 <김과장>에서 그의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이 처음부터 살아난 건 어린 나이에도 ‘반말’하는 상사라는 그 캐릭터와 준호라는 인물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서율이 김과장에게 혹은 회사 내 라이벌인 조민영 상무(서정연)에게 반말을 넘어 욕지거리까지를 하는 장면은 실제로도 한참 나이가 어린 준호가 남궁민이나 서정연 같은 연기 대선배에게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 것 같은 불편함을 만들어냈다. 자연스럽게 준호의 악역 연기는 이 반말 하나만으로도 힘이 실리게 되었다. 

물론 이 모든 게 배역과 캐스팅의 기막힌 조화만으로 가능했다 말하긴 어렵다. 그걸 연기해내는 준호라는 신인이 기꺼이 자신의 이미지를 망가뜨려 재수 없는 악역으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처음에는 그 준호라는 실제 인물과 배역이 만들어내는 안하무인의 행동이 악역으로서의 기묘한 시너지를 만들어냈지만, 그 후로는 준호 역시 그 서율이라는 악역에 제대로 빙의된 듯 폭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악역만큼 연기자로서의 새로운 면을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준호에게 이번 <김과장>의 서율이라는 역할은 그래서 그가 앞으로 걸어갈 연기자의 길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PM의 준호가 아니라, 또 예능프로그램에서 봐왔던 바른 청년 이미지를 가진 준호가 아니라 연기자 준호의 모습을 깨워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