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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왕이 된 남자’는 여진구에게 제대로 연기의 판을 깔아줬다영화 로 연기력 확장을 입증했던 이병헌을 보는 듯하다. tvN 월화드라마 의 여진구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된 것이 그저 우연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가 가진 이야기가 여진구라는 연기자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특별한 힘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그건 바로 여진구가 연기하는 하선이라는 광대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하선(여진구)은 가면을 쓰고 당대의 시국을 연기로 풍자하곤 하던 광대다. 얼굴이 왕 이헌(여진구)과 같다는 이유로 암살위협을 받는 왕 대신 왕좌에 앉아 왕을 연기한다. 하선을 그 자리에 앉힌 건, 점점 잔혹해지고 정신을 놓고 있는 이헌에게 그래도 충성하던 이규(김상경)다. 이규는 이헌을 모처에 옮겨 놓고 마약에 중독되고 환청에 시달리는 그를..
지난 정권의 비선실세, ‘왕이 된 남자’가 새롭게 보이네“이놈! 제대로 놀지 못하겠느냐?” 폭군 이헌(여진구)이 내리는 불호령에 광대 하선(여진구)은 마치 진짜 왕이 된 듯한 목소리로 “이놈! 제대로 놀지 못하겠느냐?”라고 똑같이 외친다. 그 순간 이헌은 광기와 희열이 교차하는 웃음을 터트린다. 마치 거울을 앞에 두고 있는 것처럼 똑같은 얼굴을 한 두 사람. 하지만 둘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하나는 웃고 있지만 다른 하나는 당혹스런 얼굴이다. 이 한 장면은 tvN 새 월화드라마 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가를 압축해 보여준다. 자객의 습격으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용상을 지키고 있는 이헌은 도승지 이규(김상경)에게 자신이 살 방도를 찾아 달라 요청하고, 이규는 우연히 마주하..
와 , 헛똑똑이 세상에 던지는 바보들의 일침 주말 내내 김종민은 바빴다. ‘바보전쟁’에 빠질 수 없는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의 터줏대감(?)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바보 캐릭터’. 진짜 바보인가 아니면 바보를 가장한 천재인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김종민에게 제기된 바 있다. 은지원이 “그는 사실 천재”라고 했던 말은 이런 의문에 불을 지폈다. 경북 성주군으로 떠난 에서 마침 김종민이 보인 새로운 면면들은 이것이 단지 농담만은 아닐 거라는 심증을 줬다. 씨름 복불복에서 스모를 배웠다는 료헤이와 접전을 벌이다 결국 이기고, 퀴즈 대결에서도 척척 맞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껏 김종민이 갖고 왔던 이른바 ‘신바(신난 바보)’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사실 방송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그 일을..
김준호, 예능에선 얍쓰, 후배들에겐 든든한 버팀목 웃기기 위해 웃통을 벗고 한없이 망가지는 광대의 진짜 얼굴은 어떨까. 심지어 부모의 부고를 들을 때도 웃는 얼굴 분장을 한 채 무대에 올랐다는 과거 코미디언의 삶은 지금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웃음을 주는 이들이다. 그러니 자신의 눈물조차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그 맘은 얼마나 무너질 것인가. 김준호의 마음이 딱 그랬을 것이다. 코코엔터테인먼트는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대표이사 김모씨가 회사자금을 횡령해 도주한 후, 어떻게든 회생해보려 애썼지만 회사의 부실경영이 점점 더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도저히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 개그맨들과 함께 이 일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자비를 털어서까지 일부 연기자들의 출연..
김준호의 의리, 후배들의 신뢰, 웃음 뒤의 눈물 때로는 상을 받은 사람들보다 더 시상식에서 빛나는 인물이 있다. 올해는 KBS 연예대상에서 무관에 그친 김준호가 그렇다. 그는 대상을 받지 못했지만 무수한 동료, 후배 개그맨들로부터 대상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된 것은 최근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코코엔터인먼트의 위기 때문이었다. 공동대표인 김모씨가 회삿돈을 횡령해 도주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흉흉한 루머들이 나돌았던 것. 특히 소속 개그맨들의 이탈로 분열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들은 김준호는 물론이고 소속 개그맨들에게도 뼈아픈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마치 비온 뒤에 땅이 굳듯, 그런 루머와 추측성 기사들을 일축하며 시상 무대에 오른 개그맨들은 일제히 김준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KBS ..
박명수에게서 광대의 기질을 느낄 때 마치 찰리 채플린이 라는 영화를 통해 세상의 독재자들을 희화화했듯이 선거특집의 박명수는 선거에 즈음해 벌어지는 온갖 정치인들의 행태들을 풍자하는 듯 보였다. 선거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유재석 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네거티브 선거 운동에 대한 뾰족한 풍자를 보여주었고, 수박 한 통을 사면서도 가격을 깎는 모습이나 그걸 들고 선배 한무를 찾아 선거운동 청탁을 하는 장면도 예사롭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박명수가 자신을 ‘MBC의 성골’로 캐릭터화 했다는 점이다. MBC의 순수혈통, MBC의 가족, MBC의 상징으로 자신을 내세운 박명수는 후배들을 챙기는 모습을 캠페인 영상으로 내보냈지만, 공개된 메이킹 필름 속에서는 후배들에게 명령하고 호통 치는 모습을 ..
이 보여준 박성호의 맨 얼굴 “괜히 마음이 불안하곤 했죠. 그런데 안 불안한 상황이 있더라구요. 분장할 때.” 개그맨 박성호는 얼굴에 분장을 하지 않으면 울렁증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모습이 아닌 타인의 모습에 이입돼서 하는 게 가장 편하다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이란 프로그램은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분장 속에 감춰졌던 자신의 맨 얼굴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에 출연한 박성호를 보면서 어딘지 낯선 느낌을 받았다면 그가 늘 어떤 캐릭터로서 우리에게 자리했었기 때문일 게다. 의 서수민 PD는 이렇게 말했다. “박성호는 일상적인 연기를 안 해요. 예를 들어 ‘미필적 고의’ 같은 거 절대 못하죠. 원래 센 캐릭터라...” 박성호 스스로도 그런 캐릭터는 “한 세 번 환생해야 가능할 ..
광대는 어떻게 대중들을 대변했나 이병헌 주연의 영화 는 자꾸만 ‘광대’로 읽힌다. 그 영화 속 주인공이 다름 아닌 기방에서 왕 흉내 내며 웃음을 주는 대가로 살아가는 광대다. 그 광대가 광해를 대신한다. 처음엔 연기였는데 하다 보니 점점 왕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기 시작한다. 광대가 광해가 되어 광해보다 더 민초들을 생각하는 정치를 하게 되는 이야기. 1천만 관객 돌파에 스크린 독점과 지나친 마케팅이 일조한 것이 사실이지만 의 흥행에는 바로 이 ‘광대’라는 위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지금으로 치면 연예인에 해당할 것이다. 대중들에게 값싼 대중문화를 통해 심지어 희망까지 주는 존재. 청소년들 세 명 중 한 명이 희망하는 직업. 물론 그만큼 치러야할 대가도 만만치 않지만 대중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