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680)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5463)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675,381
Today237
Yesterday453
728x90

'빈센조'·'루카'·'괴물', 무엇이 괴물들을 소환해냈을까

 

"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십니까? 제약회사 마약성 진통제 출시 계획, 보이지 않는 정관계 로비스트, 엄청난 리베이트, 재판에 조작, 이 자체가 코리안 카르텔입니다... 이 사람들은 장사꾼들이 아니라 괴물입니다. 사람 목숨 따윈 관심도 없죠."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에서 빈센조(송중기)는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유찬(유재명) 변호사에게 그가 마주하고 있는 적들이 '괴물'이라 말한다. 코리안 카르텔이라는 괴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도 저지르고, 법도 마음대로 주물러 범죄도 덮어버리며, 마약을 갖가지 로비를 통해 상비약처럼 유통시켜버리는 이들. 물론 과장된 설정이지만 이들과 맞서고 있는 인물이 홍유찬 같은 변호사라는 점과, 그가 법으로 맞서고 있지만 그것이 무력하다는 사실에는 우리네 사법 현실에 대한 맹렬한 풍자가 담겨있다.

 

우상 같은 로펌은 이들의 범법조차 합법으로 둔갑시켜 버린다. 그러니 이들을 어떻게 홍유찬 같은 뜻만 가진 변호사가 막을 수 있을까. 그는 결국 저들에 의해 사고로 위장된 채 살해당한다. 죽기 전 빈센조에게 이런 말을 남기며.

 

"악마가 악마를 몰아낸다. 제가 유일하게 외우는 이탈리아 속담입니다. 예전에 말했죠? 괴물이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고. 근데 난 괴물이 못돼요. 누군가 진짜 괴물이 나타나서 법이고 지랄이고 이 나쁜 새끼들 그냥 다 쓸어버렸으면 좋겠어. 허허. 하지만 뭐 현실은 불가능한 거지. 빈센조 변호사님. 변호사님 그 괴물이 될 순 없겠죠?" 도무지 이겨낼 수 없는 괴물들과 마주하기 위한 더 강력한 괴물의 등장. 코리안 카르텔에 맞서는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라는 반영웅의 탄생은 결코 상식적인 방식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괴물의 현실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법이 아니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폭력을 끌고 와 저들을 싹 쓸어버리는 빈센조라는 괴물이 탄생한다. 그렇게 저들의 제약회사 공장을 불질러버리자 그 곳에 로펌과 회사라는 껍데기 뒤에 숨어 있는 진짜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상 로펌에서 홍차영(전여빈)의 어시 변호사로 위장한 채 있던 장준우(옥택연)가 바로 그 괴물이다.

 

이른바 괴물들의 전성시대가 아닐까. tvN 월화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에는 실험에 의해 탄생된 지오(김래원)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털이 곤두서고 극도의 분노 상태가 되면 몸에서 엄청난 고압의 전류가 흘러나와 모든 걸 파괴시키고 태워버리는 그는 스스로를 괴물로 여긴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하고 숨어 살다시피 하지만, 그가 가진 능력(유전자)을 배양해 '인간개조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이를 통해 돈과 권력을 쥐려는 휴먼테크 같은 조직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엇나간 과학과 종교의 부적절한 만남이 만들어낸 욕망은 <루카>가 그려내려는 진짜 괴물의 실체다. 괴물 같은 능력을 저주라 생각하는 지오만이 그들을 모두 쓸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제목 자체가 괴물이다. 어느 변두리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실종사건과 살인사건. 그로 인해 실종된 이들을 20년 동안이나 애타게 찾으며 사건을 추적해온 형사 이동식(신하균). 이 조그만 마을의 파출소로 내려와 그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한주원(여진구) 경위와 어딘지 하나 같이 의심스럽고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마을 사람들. <괴물>은 한 변두리 마을을 덮친 살인, 실종사건을 저지른 괴물을 추적하는 형사들이 점점 괴물처럼 의심되는 상황들을 그리면서 동시에 진짜 괴물은 저편에 있다는 걸 암시한다.

 

그건 그 동네의 정치와도 연결된 '개발'과 관련이 있다. 20년 전 개발 이야기가 솔솔 피어나고 있을 때 손가락 열 마디를 잘라 전시해놓는 엽기적인 신체상해, 실종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식어버린 개발 붐이 이제 20년이 지나 다시 생겨나려는 시점에 같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상황을 에둘러 말해준다. 도대체 한 마을의 개발을 둘러싼 어떤 일들이 이런 비극을 만든 걸까. 그것이 무엇이든 저 편에 이를 기획한 괴물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잡기 위해스스로 괴물이 된 이동식 같은 형사가 탄생한다.

 

괴물이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는 <빈센조>의 대사 속에 담겨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네 드라마 속에 넘쳐나는 괴물들은 저마다 더 강력한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해 탄생한 판타지 반영웅들이다. 빈센조나 루카 그리고 이동식 같은 괴물이 말해주는 건 그래서 사법이나 국가 권력 같은 괴물들과 맞서야할 존재들이 이제는 카르텔을 형성해 더 강력한 괴물이 된 현실이다. 물론 극화된 이야기들이지만, 적어도 대중들은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이 반영웅들이 저 거대한 괴물들을 사그리 쓸어 벌이는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하고 있으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괴물' 역대급 궁금증 유발 드라마, 도대체 범인은?

 

어느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과 실종사건. 20년 전 그 사건들 속에서 사라져버린 여동생을 지금껏 추적하고 있는 형사. 그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어떤 장소에서 20년 전 사라졌을 당시 여동생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여자만 봐도 동생이 보일 정도니, 이 이동식(신하균)이라는 형사가 제정신일 리가 없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이렇게 대놓고 이동식이 범인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몽글몽글 피워댄다. 물론 대놓고 그가 범인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단정 짓기도 애매하다. 스릴러의 장면들이란, 누군가의 상상이 들어가기도 하고 때론 환영이 보여지기도 한다. 이동식 정도의 제정신일 리 없는 형사의 시선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2회에 다시 터진 만양슈퍼 주인인 강진묵(이규회)의 딸 강민정(강민아) 실종 상해 사건은 곧바로 20년 전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린다. 그런데 이 강민정이 실종되고, 손가락 열 개가 잘려진 채 나란히 전시(?)된 사건의 용의자로 드라마는 자꾸만 이동식을 지목한다. 그리고 실제로 맨 마지막 장면에는 그 손가락을 평상 위에 올려놓은 손과 그 인물이 이동식이라는 걸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이동식이 범인이라는 것인데, 어딘지 그래도 미진한 의문점들이 넘쳐난다. 그 장면들은 다양한 추정들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실제 강민정의 상해범이 이동식일 수 있지만 그것이 단지 상해인지 아니면 살인인지 단정할 수 없고, 그가 강민정 실종사건의 범인이라 하더라도 과거 20년 전 사건 역시 그가 저질렀다 단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이제 20년이나 지나 사람들 머릿속에서 점점 잊혀 가는 그 사건을 다시금 사회에 꺼내놓기 위해 이 일을 벌였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일 자체가 없었고 단지 미칠 듯 사건에 집착하다 보니 그런 착각이나 환영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하여간 명확하지가 않다. 그리고 이것은 <괴물>이라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미끼를 물게 하는 방식이다. 어쩌다 첫 회를 본 시청자들은 이미 그 미끼 하나를 문 셈이고, 매회 또 하나씩의 미끼가 물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빠져나가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경찰대 수석 졸업자에 차기 경찰청장감으로 얘기되는 아버지 한기환(최진호)의 아들로 이 파출소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한주원(여진구) 경위는 바로 이 이동식을 자꾸만 용의자로 보게 만드는 인물이지만, 그 역시 어딘가 의심스러운 과거를 갖고 있다.

 

동네 갈대밭에서 발견된 백골시신이 한때 한주원이 함정수사를 벌이려다 사라져버린 인물이라는 게 드러나고, 근처에서 발견된 핸드폰에서는 한주원과의 통화기록이 나온다. 한주원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발뺌하지만, 그는 어딘지 숨기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그의 아버지 한기환이 과거 그 이 곳에 부임해 있었고 20년 전 벌어진 이동식 여동생 실종사건을 빠르게 종결시킨 것 역시 어딘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그래서 한주원이 계속 이동식을 범인을 몰아가는 게 오히려 그를 더 의심스럽게 만든다. 그는 현재 추적하고 있는 연쇄살인범으로 이동식을 용의자로 생각하고 이곳까지 들어온 것이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숨겨진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보통 '미끼를 던지는' 스릴러들이 가진 동력은 마치 늪처럼 무언가 단서라 생각한 것이 또 다른 미끼가 되어 계속 시청자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 <괴물>은 바로 이런 의심의 순간들을 이동식과 한주원이라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을 통해 계속 끄집어낸다. 드라마가 매회 부여하고 있는 부제목들은 그 미끼가 무엇인가를 잘 드러내준다. 첫 회 '나타나다', 2회 '사라지다', 3회 '웃다' 같은 무표정한 느낌의 제목들은 그 행위를 한 인물들을 계속 의심하게 만든다.

 

20년 만에 마을에 다시 나타난 이동식과 한주원이 그렇고, 사라진 이유연과 함정수사에 투입됐다 사라진 여인 그리고 다시 사라진 슈퍼 딸 강민정 역시 이동식과 한주원을 의심하게 만든다. 또 이들이 보여주는 다소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웃음은 기괴한 느낌마저 자아내며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한다. 이러니 의심은 더욱 깊어질밖에. 의심이 깊어지는 만큼 우리가 문 미끼들은 더욱 공고하게 우리를 잡아끄는 동력과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괴물>은 이런 드라마다. 도대체 누가 괴물일까는 결국 드러나겠지만, 그 과정에서 모두가 의심되는 상황들을 겪으며 어쩌면 어디에나 있는 괴물을 드러내는 그런 드라마. 이미 우린 미끼를 물었다. 신하균과 여진구가 슬쩍 짓는 웃음 하나에도.(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괴물', 신하균과 여진구가 변두리에 만나게 될 괴물의 정체는

 

문주시 만양이라는 변두리 동네의 파출소.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다소 거창하게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소박한 공간의 소박한 인물들을 배경으로 한다. 보통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형사물의 단골은 강력계 형사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동식(신하균)은 만양 파출소의 경사다.

 

물론 한 때는 그도 서울에서 잘 나갔던 강력계 형사였다. 그래서 어쩌다 좌천되어 만양 파출소로 오게 됐지만, 어딘지 이 조그만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조차 예사롭지 않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그의 앞에 이런 파출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주원(여진구) 경위가 나타난다. 경찰대를 수석 졸업해 만양 파출소로 온 그는 사실 자신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의 용의자로 이동식을 의심하고 있었다.

 

20년 전 이 동네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살인사건. 라이브 카페에서 일하던 방주선(김히어라)이 살해됐고, 같은 날 이동식의 여동생 이유연(문주연)이 잘려진 열 손가락 마디만 남긴 채 실종됐던 그 살인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수사하던 한주원은 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던 이동식을 의심하고 있었던 것. 이동식은 지금까지도 실종된 여동생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갈대밭에서 손가락이 잘린 백골 시신이 발견되고 그 현장에 함께한 이동식과 한주원은 둘 다 충격에 빠진다. 백골로 나타난 그 시신이 누구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손가락이 잘린 건 이동식에게는 실종된 이유연을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한주원은 그 잘려진 손가락에 채워진 반지를 보며 다른 누군가를 떠올린다.

 

남다른 직감을 가진 이동식은 그 낌새를 바로 알아차린다. 그래서 한주원의 멱살을 잡고 이 여자가 누구냐고 묻는다. 하지만 한주원은 거꾸로 이동식을 의심한다. 어떻게 백골 시신만으로 이 사체가 여자라는 걸 알았냐고 되묻는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 과연 한주원과 이동식은 어떤 비밀을 갖고 있는 걸까.

 

<괴물>은 '누가 괴물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어느 변두리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두 인물을 다루고 있다. 이동식과 한주원은 서로를 의심하지만, 그러면서 함께 연쇄살인범을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한주원의 아버지 한기환(최진호)이 20년 전 이유연 실종사건 수사를 중단시킨 인물이라는 점과, 이동식이 실종된 여동생을 혼자 20년이나 찾아온 인물이라는 점은, 이들 앞에 놓인 연쇄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흥미진진한 '심리극'이 전개될 거라는 걸 예고한다.

 

"이유연씨 진짜 경사님이 안 죽였어요?"라는 한주원의 질문에 섬뜩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이동식. 사건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과 불신을 숨기고 있는 한주원이 하필이면 이 사건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고,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이가 바로 여동생이라는 점 때문에 언제 감정이 폭발할지 알 수 없는 이동식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괴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건 이동식과 한주원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신하균과 여진구의 연기에 대한 신뢰감이다. 이들은 첫 회부터 팽팽한 대결구도를 그리며 서로를 의심하고 부딪치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괴물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좀 더 지나야 그 윤곽을 드러내겠지만, 적어도 신하균과 여진구가 연기괴물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걸 첫 회는 보여줬다. 단순한 연쇄살인사건을 다루는 형사물에 심리극의 묘미를 더하고 있으니.(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낮과 밤'의 독특한 경계인 설정이 끄집어낸 명품 연기들

 

괴물인가 영웅인가. 드라마가 끝까지 도정우라는 인물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그 인물을 연기한 남궁민은 역시 믿고 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던 연기 괴물이었다.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의 종영에 이르러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낮과 밤>이 진입장벽이 꽤 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보여진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벌어진 참사와 어린 생존자들의 '괴물' 같은 모습이 미스터리를 던져 놓은 데다, 세월이 흘러 현재 그 생존자 중 한 명으로 서울지방경찰청 특수팀 팀장인 도정우(남궁민)가 수사하는 연쇄 자살 사건 또한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벌어진 것인가가 오리무중이었던 작품이다. 

 

여기에 미국 FBI 출신 범죄심리전문가 제이미(이청아)가 특수팀에 합류해 연쇄 자살 사건을 함께 수사하고, 포털 MODU 소속 해커로 어두운 범죄자와 사육당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는 문재웅(윤선우)이 그 사건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도무지 가늠하기 힘든 사건의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 

 

그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사건들 속에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드라마를 보게 만든 힘은 도정우 역할을 맡은 남궁민 덕분이었다. 시청자들은 그 미궁 속에서 남궁민을 믿고 따라나섰고 그 결과는 놀랍고도 색다른 스릴러와의 만남이었다. 참사와 연쇄 살인사건으로 수사물의 색깔이 강했던 드라마는 중반을 지나면서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체실험이 있었고, 그것이 '영원한 생명'에 대한 권력자들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드러낸다. 

 

여기서 이야기는 단순한 수사물이 아닌 초능력이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물'의 색깔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낮과 밤>에서 도정우가 가진 초능력은 과거 자신이 실험을 당하면서 갖게 된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마블식의 슈퍼히어로물과는 결이 다르다. 오히려 <언브레이커블>, <23아이덴티티> 그리고 <글래스>로 이어진 나이트 샤말란 식의 슈퍼히어로물에 가깝다. 

 

'낮과 밤'으로 은유되는 인물의 경계는 그래서 <23아이덴티티>가 다뤘던 경계성 인격 장애로 인해 영웅과 괴물 사이를 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당시 실험 대상이었다가 하얀밤 마을에서 탈출한 세 사람, 즉 도정우, 제이미 그리고 문재웅은 모두 경계성 인격 장애라는 후유증을 가진 채 영웅으로도 괴물로도 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마지막 회에 이르러 밝혀진 것이지만 도정우는 자신 안에 있는 괴물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던 것.

 

<낮과 밤>이 어찌 보면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초능력 같은 소재를 가져오면서도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수 있었던 건, 아주 조금씩 이야기를 확장해감으로써 나중에는 초능력까지도 믿게 만든 촘촘한 대본 구성과 이러한 변화를 믿고 보게 만든 명품 연기들이 더해져서다. 남궁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중심을 잡아줬고, 독특한 분위기를 내며 매력을 끄집어낸 이청아, 인물의 이중성을 섬뜩하게 표현해낸 윤선우가 든든히 그를 지지해줬다. 여기에 액션과 감정 연기를 잘 소화해낸 김설현, 괴물 같은 연구자의 얼굴을 그려낸 김창완과 안시하, 각하의 추악한 실체를 보여준 김태우 등등. 경계에 서 있는 인물들을 다루는 독특한 대본은 양자를 오가는 연기자들의 명품 연기를 끌어냈다. 

 

그래서 <낮과 밤>이 하려는 이야기는 '선택'의 문제였다. 선과 악, 정의와 부정 같은 마치 두 부류가 분명히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치부되는 현실의 대결구도들은 사실상 한 사람 안에 다 있다는 것. 그래서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영웅이 될 수도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이야기되진 않았지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검경, 연구자들을 아우르는 인물군들은, <낮과 밤>이 말하려는 그 선택의 문제가 지금 현재 우리네 현실 곳곳에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진영논리로 쉽게 구분하는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의 대결이 겉으로 보이는 현실의 모습이지만, 실상은 진영으로만 얘기될 수 없는 개개인의 선택이 그 양자를 가를 수 있는 훨씬 더 복잡한 권력과 욕망의 시대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 <낮과 밤>이 수사물에 슈퍼히어로물의 성격까지 더해 전해준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낮과 밤', 선과 악·꿈과 현실·낮과 밤을 선택하는 건 바로 자신

 

"28년 전 어린아이였던 우리들이 그 하얀밤 마을에서 도망치려면 어른들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어.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현실에서는 권력의 힘에 눌려 감히 상상도 못하겠지만 그 현실을 꿈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준다면 선의를 발동한 누군가가 우리를 도와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더라고. 그들의 마음 속 깊숙이 있었던 건 선의가 아니라 분노 증오 같은 악의였어."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에서 도정우(남궁민)는 드디어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있었던 참사의 전말을 제이미(이청아)에게 말했다. 드라마 첫 장면에서 등장했던 하얀밤 마을의 괴이한 참사. 모두가 서로를 죽고 죽이는 그 참혹한 지옥도 속에서 어린 도정우는 그것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그 실험으로 남다른 능력을 갖게 된 도정우가 '괴물'이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정우가 전한 진실은 괴물이 다른 곳에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 곳에서도 선의를 가진 누군가가 자신들을 도와줄 걸 기대하며 음식에 꿈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약을 탔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현실을 꿈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바랐던 희망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었고, 선의가 아닌 악의를 드러냈으며 결국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해왔던 그 감정을 꿈이라는 착각 속에서 웃고 웃으며 죽고 죽이는 행동으로 표출했던 것이었다. 

 

하얀밤 마을의 참사가 왜 벌어졌는가에 대한 도정우의 이 이야기는 <낮과 밤>이라는 드라마가 전하려는 이야기가 결국은 '선택'의 문제라는 걸 드러낸다. 다시 돌이켜보면 문재웅(윤선우)이 당시 하얀밤 마을에서 있었던 참사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벌인 연쇄 자살 사건 역시 그 자각몽에 빠진 이들의 선택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은 꿈이 아닌데도 꿈이라 착각했고, 그래서 더더욱 강렬한 자극 속으로 자신들을 몰아넣었다. 그 꿈들이 선의로 가득 차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 그 속에 숨겨진 악의가 끄집어내짐으로써 벌어졌던 것. 

 

<낮과 밤>은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우리가 분명하다 생각했던 어떤 경계들이 사실은 모호하다는 걸 일관되게 보여준 바 있다. 낮과 밤이 그렇고, 선과 악이 그러하다. 도정우가 형사인지 범인인지 애매한 경계에 서있는 점이 그렇고, 공혜원(김설현)의 아버지 공일도(김창완)가 평범한 가장에 연구원으로 보였지만 실체는 끔찍한 인체실험을 해온 괴물이라는 점도 그렇다. 심지어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권력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 이런 끔찍한 실험을 자행해온 재단의 실세라는 점까지도.

 

그런데 그런 경계에서 낮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밤을 선택할 것인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선의를 가진 이들이라면 결코 저지를 수 없는 일들이 끔찍한 비극을 낳지만, 세상은 안타깝게도 악의를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그래서 그 많은 비극들이 생겨났다는 것. 

 

지금껏 많은 스릴러들이 그려낸 대결구도는 늘 선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선과 악의 대결이었고, 형사와 범인들 사이의 대결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낮과 밤>은 선과 악이 애초부터 나뉘어 누군가는 형사가 되고 누군가는 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선과 악 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자신의 존재가 증명될 뿐. 이 스릴러가 그 어떤 작품들과 비교해도 독특한 차별지점을 갖는 건 이런 남다른 시각이 투영되어 있어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경이로운 소문', 정의 구현이 사적 복수가 되지 않으려면

 

"하늘의 힘을 가진 자가 살인충동을 느끼는 건 악귀나 다름없어." 소문(조병규)의 카운터 자격을 박탈하면서 그의 저승파트너인 위겐(문숙)은 그렇게 말한다. 악귀가 들어간 이들을 제압해 저승으로 보내는 역할을 위임받는 카운터들. 그들은 보통 인간들이 가질 수 없는 힘을 갖지만 거기에도 지켜야할 룰이 존재한다는 걸 위겐은 알려준다.

 

부모를 죽이고 그 영혼을 제 몸 속에 7년간이나 가둔 채 계속해서 살인을 이어가는 지청신(이홍내) 앞에서 그는 이성을 잃었고, 자신은 물론이고 절친들인 임주연(이지원)과 김웅민(김은수)을 괴롭히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까지 가하는 신명휘(최광일) 시장의 아들이자 일진 신혁우(정원창)와 그 일당들 앞에서 그는 살의까지 품었다. 그것이 소문이 카운터 자격을 박탈당하게 되는 이유였다.

 

OC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이른바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등장하는 판타지지만, 그 판타지의 가면을 벗겨내고 나면 그 안에 부정한 짓들은 물론이고 살인까지 저지르고도 버젓이 살아가는 '사회악'과 정의의 민낯을 숨기고 있다. 그 악귀들이 빙의되었거나 그런 존재들을 이용하는 이들은 거짓 위선으로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신명휘 시장과 그를 도우며 치부해온 태신그룹 조태신(이도엽) 회장 그리고 이들의 손발이 된 조폭들이다. 그 악은 이제 장르물의 클리셰가 될 정도로 익숙한 시스템이다. 정치인과 재개발로 치부한 건설회사 대표 그리고 이들 대신 손에 피를 묻히는 조폭들이라는 시스템.

 

이들의 시스템이 얼마나 공고한가는 카운터들의 그런 노력에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욱 승승장구하는 저들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아저씨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어요. 그렇게까지 했는데 그 놈들은 상처 하나 없고요. 우리 엄마 아빠 죽인 지청신은 자유의 몸이 됐고, 조태신은 50대 기업 회장에, 신명휘 시장은 대통령 된데요. 되게 거짓말 같아요. 이 모든 게." 소문의 이런 항변은 그래서 뼈아프다. 마치 판타지를 빌어 우리 사회가 현재 처한 현실을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다. 공정한 사회와 정의를 기치로 내걸었던 우리네 사회는 과연 최근 몇 년 간 그걸 얼마나 이뤘을까.

 

소문의 분노는 정의의 구현과 더불어 사적 감정에 휘둘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카운터 자격 박탈을 당하게 됐던 것. 그것이 약자를 위한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힘(권력)을 가진 자는 그걸 휘두르는데도 지켜야할 룰(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그것은 소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이 과거 어떻게 코마 상태에 이르게 됐는가에 대한 진실을 알아가는 가모탁(유준상) 역시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그 일에서 분노와 사적 감정을 누르지 못한다. 그래서 소문이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 나빠진 현실을 이야기할 때 가모탁은 말한다. "왜 달라진 게 없어. 네가 달라졌고 내가 달라졌는데."

 

결국 소문도 가모탁도 그 힘의 자격을 박탈당한 후에야 그걸 깨닫고 각성한다. 자신과 친구들을 괴롭히던 신혁우와 그 일당들이 힘을 잃은 채 다리를 절며 나타난 소문을 다시 괴롭히기 시작하지만 그는 과거처럼 그들에게 사적 분노를 쏟아내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말한다. "그렇게 분노하고 나면 속이 후련하냐? 니 감정 그렇게 주체 못하는 거 너도 니 주변 사람들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야." 그는 카운터 자격 박탈을 통해 자신이 분노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것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가를 알게 됐다.

 

어찌된 일인지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기억도 힘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모든 힘을 잃은 것처럼 행동해온 소문은 과거와는 달라져 있었다. "여기서 니들 모두 죽여 버릴 수도 있지만 그러면 니들이랑 똑같은 새끼 되는 거니까. 신혁우. 우린 아직 어리잖아. 넌 기회가 있어. (나도 마찬가지고.)" 그는 이제야 왜 분노하되 그것이 사적 복수가 아닌 사회적 정의가 될 수 있게 힘을 써야 하는지를 깨닫는다.

 

<경이로운 소문>은 이처럼 판타지 액션의 겉모습을 갖고 있지만, 그 안에 우리네 현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 정의의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그 온당한 사회적 절차를 통한 실현 과정의 중요성 또한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통쾌한 정의 구현의 사이다 속에 힘을 가진 자들이 자칫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는 것에 대한 경각심 또한 심어 놓는다. 그래서 이 판타지 액션은 그저 화려하고 속 시원한 볼거리에 머물지 않게 됐다. 바로 이런 성찰적 태도가 작품 속에 들어 있으니.(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스위트홈', 좀비와는 다른 선택권이 있는 괴물이라는 건

 

세상이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는 아포칼립스 장르는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계가 됐다. 영화 <부산행>에서부터 <킹덤>에 이르기까지, 좀비들이 창궐해 온통 세상을 핏빛으로 뒤바꾸는 광경이 여러 콘텐츠들 속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역시 그 연장선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좀비와는 다른, 색다른 괴물(뭐라 부르기가 애매한)이 등장한다. 

 

아포칼립스 장르들이 그러하듯이 왜 갑자기 그런 괴물들이 나타났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린홈'이라는 사뭇 역설적인 이름의 거의 폐건물에 가까운 아파트에 생존한 사람들 역시 그 원인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것이 '욕망' 때문이라는 다소 막연해 보이는 원인이 등장할 뿐이다. 막연해 보이지만, 등장한 괴물들은 그 막연함을 실체적으로 구현해 보여준다. 

 

즉 괴물로 변하기 전 그 사람이 갖고 있던 욕망이 그 괴물의 형상과 의지(?)에 투영되는 것이다. 근육맨이나 파충류혀, 털북숭이 등의 괴물들은 그들이 어떤 욕망들을 갖고 있었는가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털북숭이가 된 괴물로 변한 편의점 사장은 탈모로 가발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온통 털이 뒤덮인 괴물로 변하게 되는 것. 

 

하지만 흥미로운 건 어떤 원인에 의해 '감염'이 된다 해도 모두가 괴물로 변하지는 않는다는 설정이다. 흔히 좀비 장르에서는 물리기만 하면 무차별적으로 감염되어 좀비가 되어버리지만, <스위트홈>에서 일찌감치 감염되어 코피를 쏟아내고 눈동자가 검게 변하는 경험을 한 차현수(송강)는 괴물로 변하지 않고 대신 빠른 회복 능력을 갖게 된다.

 

이 괴물화의 선택권이 온전히 당사자들의 것이 된다는 점은 <스위트홈>이 색다른 괴물 아포칼립스가 되는 중요한 이유다. 그것은 괴물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인간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욕망의 문제라고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근육맨 괴물 앞에서 사고로 아이를 잃었던 한 엄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고 괴물로 변해 그 근육맨과 싸우지만 계속 그 괴물로 남아있지는 않는다. 그 엄마가 가진 보호본능과 더불어 가진 욕망은 실제 모습으로 그를 되돌리기도 하고 다시 괴물로 변하게도 만든다. 

 

주인공 차현수도 마찬가지다. 애초 온 가족이 사고로 사망한 후 혼자가 된 그는 아무런 삶의 의지를 갖지 않았던 인물이다. 은둔형 외톨이로 가족들과도 동떨어져 방에서만 지내던 그는 가족들이 모두 죽고 나자 그 방을 빠져나와 그린홈 아파트로 오게 된다. 그저 죽어버릴까를 생각하던 그는 세상에 괴물들이 창궐하고 고립된 아파트에서 아래층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 역시 감염되어 눈빛이 변하게 되지만 그가 가진 선의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괴물이 되는 걸 막아준다. 

 

욕망에 따라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고, 하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이 작품이 단순한 좀비 아포칼립스가 그리곤 하던 디스토피아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게 해준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은유이고 일종의 경고로 그려진다. 욕망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 욕망이 선의를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악의를 갖고 있는가가 문제일 뿐.

 

이런 구도는 <스위트홈>의 세계에서 괴물들과의 사투를 외부의 문제가 아닌 내부의 문제로까지 확장시켜놓게 해준다. 그래서 <스위트홈>은 사실 괴물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그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린 홈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삶의 의지가 전혀 없던 차현수가 괴물이 되는 걸 참아가며 아파트 사람들을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나, 아무런 삶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던 편상욱(이진욱)이 그린 홈 사람들이 내미는 손에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 정재헌(김남희) 같은 기독교 신자가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하는 모습들은 우리네 사회의 인간군상들이 가진 저마다의 욕망과 의지들을 표상한다. 

 

그래서 <스위트홈>은 애초 시작부터 던졌던 화두를 향해 달려간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삶의 의지란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그 욕망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이 작품은 던지고 있다. 흥미진진한 괴물들과의 사투 속에서 인물들이 저마다 실제로 싸우고 있는 건 그래서 바로 자신이다. 

 

스토리나 설정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 작품은 이런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낸 미술과 그 욕망을 캐릭터화한 괴물의 형상 같은 디자인적 요소들, 그리고 이를 잘 표현해낸 연출이 특히 주목되는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와 명콤비를 이루며 많은 빅히트작을 만들었던 이응복 PD의 야심이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시즌1이 끝난 것이지만 여러 시즌으로 반복되어도 충분히 흥미로워질 수 있는 세계관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사진:넷플릭스)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보건교사 안은영', 안전한 행복? 이상해도 괜찮아

 

안은영(정유미)에게만 보이는 또 한 겹의 세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의 세계는 이상하고 기이하다. 그 세계에는 욕망의 기운들이 젤리의 형태로 흔적을 남긴다. 그 기운들은 때로는 너무나 커져서 거대한 괴물이 되어 모두를 집어삼키려 하기도 하고, 때로는 옴처럼 여기저기 돋아나 온 학교를 뒤덮기도 한다.

 

목련고등학교 보건교사인 안은영은 자신에게만 보이는 이 젤리들을 퇴치함으로써 학교를 보호하는 숨은 히어로다. 그의 무기는 남다른 기운이 담긴 장난감 칼과 플라스틱 총. 그래서 학교를 집어삼킬 듯 거대한 아가리를 벌린 채 학생들을 빨아들이는 괴물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쏘는 안은영의 모습은 이상하고 기이해 보인다.

 

또 그렇게 퇴치한 괴물이 산산이 조각나 하트 젤리가 되어 비처럼 떨어지는 장면이나, 남다른 기운을 가진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에게 기 충전을 받기 위해 손을 잡는 모습은 다소 유아적인 상상 같은 느낌마저 준다. 홍인표와 안은영이 힘을 합쳐 젤리 괴물들과 싸우는 그 모습들은 유아적이지만, 괴물이 등장하는 학교와 그 학교의 억압에 의해 괴물을 탄생시키는 학생들의 모습은 공포와 연민을 동시에 자아내게 한다.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교훈을 가진 이 학교에서 홍인표의 할아버지인 이 학교의 설립자 동상은 기괴할 정도로 과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고, 학생들은 아침마다 교장을 따라서 겨드랑이를 두드리며 몸이 건강해진다는 체조 같은 걸 한다. 웃으라는 교장의 말에 따라 학생들은 웃고 있지만 결코 그 웃음을 짓는 학생들이 행복해보이지는 않는다.

 

젤리괴물들은 바로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억압된 욕망에 의해 탄생한다. 학교는 '안전한 행복'을 이야기하고, 평범한 삶을 강요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안은영의 눈에는 더 많은 젤리들이 커져간다. 그 젤리를 터트려 하트 젤리 비를 떨어뜨린다는 그 상상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담는다. 억압된 그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것. 괴물을 만들게 아니라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다소 유아적인 것처럼 보이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상상력은 그 자체로 사회와 학교에 대한 의미심장한 풍자를 담아낸다. 뭐든 다 상상하고 이상하더라도 표현했던 그 어린 시절로부터 멀리 떠나와 어느 순간 억압된 시선으로 재미없게 세상을 바라보게 된 어른이라면 그 젤리가 주는 낯선 풍경이 의외의 통쾌함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그 이상한 안은영이라는 캐릭터를 제 옷 입은 듯 천연덕스럽게 잘 연기해낸 정유미와, 도발적인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인 정세랑 작가 그리고 이 낯선 세계를 기이하지만 아름답게 연출해낸 이경미 감독의 시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별 생각 없이 '병맛' 유머를 즐기듯 보다가 어느 순간 저 세계가 저격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의 억압들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작품. 무엇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을 뒤집어 하나의 세계를 독창적인 스타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사진:넷플릭스)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 지키는 김다미 못하는 게 없다

 

“넌 나한테 항상 지나치게 빛나.”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오수아(권나라)는 박새로이(박서준) 앞에 무너졌다. 그는 어떻게든 박새로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거리를 두려했고 못되게 굴려 했다. 그것이 장가에서 자신이 버틸 수 있는 길이고 나아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오수아 앞에 박새로이는 끄덕도 없었다. “왜 그렇게 힘들어해. 그러지 마. 니가 뭘 하든 난 끄떡없으니까. 넌 네 삶에 최선을 다한 거고 넌 아무 것도 잘못 없어.” 그 말이 자신의 성공과 박새로이에 대한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오수아를 무너지게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절절하고 달달한 멜로로 흘러갈 것 같았던 분위기는 조이서(김다미)의 개입으로 순식간에 유쾌한 해프닝이자 삼각관계의 선전포고로 바뀐다. 박새로이에게 키스하려던 오수미의 입을 조이서가 손으로 막아버린 것. 그건 마치 박새로이와 단밤포차를 지키는 매니저(?)로서 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나아가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행동이기도 했다. 오수아는 결국 단밤이 대결을 벌여야 하는 장가 포차의 매니저가 아닌가.

 

<이태원 클라쓰>에 등장한 조이서라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건, 이 드라마의 대결구도가 그런 괴물(?) 같고 다소 엉뚱한 캐릭터를 요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이 드라마의 동력은 끝없이 추락하는 박새로이와 그를 추락시킨 장가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졌다. 그저 소박한 행복을 꿈꾸었을 뿐이지만, 그것이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한 순간에 속절없이 꺾여버리는 현실은 시청자들이 박새로이라는 인물의 재기와 성공을 꿈꾸게 만든 이유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감방을 다녀오고 외항선원으로 7년 간이나 해외를 떠돌며 모은 돈으로 이태원에 차린 단밤이라는 포차는 소신과 패기만 뚜렷했지 현실적으로는 허점 투성이였다. 조이서가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된 건 이 박새로이와 단밤 포차에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조이서는 단밤의 매니저가 되면서 마치 ‘골목식당’을 찾아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백종원처럼 문제들을 줄줄이 고쳐나갔다. 칙칙하고 특색 없는 인테리어를 뜯어고치고 많기만 한 메뉴를 정리했다. 그리고 인플루언서로서 SNS를 통해 단밤을 홍보함으로써 손님들이 줄을 서는 가게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그의 성공을 위해서는 뭐든 선택하는 그 성향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인물은 다름아닌 박새로이였다. 즉 모든 게 다 준비되었지만 음식 맛이 없다는 이유로 주방을 맡고 있는 마현이(이주영)를 해고시켜야 한다고 조이서는 주장했지만 박새로이는 오히려 봉급의 두 배를 주면서 두 배 노력하라고 했던 것. 결국 음식 맛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마현이는 노력했고 그 음식 맛을 봐준 조이서로부터 결국 “맛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조이서는 물론이고 단밤 사람들을 모두 끌어안는 박새로이가 마치 <삼국지>의 유비 같은 덕장이라면 조이서는 제갈량 같은 지략가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상대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조조 같은 인물로서의 장대희(유재명)가 있어 이들의 대결구도는 팽팽해진다. 여기에 오수아 같은 박새로이와 장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과 각을 세우는 인물 역시 조이서다. 그래서 <이태원 클라쓰>에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조이서라는 인물에 박새로이만큼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드라마는 박새로이의 성공기이자 성장기면서 복수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박새로이는 아직도 저 장대희가 말했던 것처럼 현실성이 결여된 ‘소신과 패기’에 머물러 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아직 ‘고집과 객기’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이 부분을 넘어설 수 있게 보조해주고 동력이 되어주는 이가 바로 조이서다. 다소 괴물 같은 소시오패스라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성공을 위한 묘수나 방정식처럼 신뢰를 주는 이유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봉준호가 블랙유머로 해부해낸 우리네 사회, 세계에도 통했다

 

제 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의 주인공은 봉준호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것. 아직 개봉된 작품이 아니라 그 내용은 잘 알 수 없지만 현지 언론들의 폭발적인 반응들을 염두에 두고 예상해보면 역시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를 해부하는 블랙유머가 들어간 작품일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소개를 보면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이선균)네 집 고액과외면접을 위해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분명 실현될 일이었다는 기시감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지금껏 여러 작품을 해오면서 일관되게 추구해온 것들이 있었고, 그것이 어느 순간에는 그의 영화 세계로 구축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은 그의 첫 단편 작품이었던 <지리멸렬(1994)>에서부터 현재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까지 이어졌다.

 

대학교수와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의 허위의식을 발랄한 유머로 담아낸 <지리멸렬>로 주목받은 봉준호 감독은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한 중산층 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낸 바 있다. <살인의 추억> 역시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우리가 겪었던 한 시대의 암울함을 담아냄으로써 그가 사회성 짙은 진중한 메시지와 더불어 대중성 또한 겸비한 감독이라는 걸 보여줬다. 이 작품은 봉준호를 국내만이 아닌 해외에서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괴물>로 그는 칸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미군부대가 방출한 화학약품이 원인이 되어 한강에서 출몰한 돌연변이 괴물로 인해 사투를 벌이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장르적 색깔을 가져오면서도 봉준호 특유의 사회성 짙은 블랙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괴물의 출몰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그간 벌어졌던 무수한 재난과, 그 재난에 대처하는 무능한 콘트롤 타워의 문제를 통렬한 유머로 담아냄으로써 이 작품은 1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작이 되기도 했다.

 

<마더>는 한 장애를 가진 아들을 돌보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네 사회가 가진 모성애의 살벌한 이면을 들춰낸 문제작이었다. 아들을 위한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아들의 잘못을 지워내기 위해 자행되는 범죄들은, 이른바 ‘치맛바람’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비뚤어진 모성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충격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설국열차>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달리는 설국열차에서 벌어지는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가는 투쟁의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자본주의의 동력시스템을 해부하는 성취를 보여줬다. 자본주의라는 궤도를 달리는 열차를 멈춰 세우고 그 동작의 무한순환을 깨는 길을 마치 하나의 완결성 있는 상황극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넷플릭스에서 투자해 동시 상영된 <옥자>는 그 달라진 영화 유통의 시대를 화두로 끄집어낸 작품으로, 식량과 환경이라는 문제를 슈퍼돼지라는 가상의 존재를 통해 풀어냈다.

 

이처럼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은 사실상 대부분이 우리네 사회에 대한 진지하고 통렬한 탐구를 담아낸 영화들이었다. 그 진지함을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풀어내는 그의 작품 세계는 그래서 형사물이나 괴수물 심지어 가족극 같은 익숙한 장르들을 가져와서도 독특한 그만의 세계관으로 구축시켰고, 치열한 문제의식은 ‘봉테일’이라 불릴 정도로 그 작품에 놀라운 디테일을 부여했다.

 

따라서 이번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그가 일관되게 해온 우리 사회에 대한 탐구가 이제 세계에서도 통했다는 걸 말해준다. <기생충>에 대한 외신들을 보면 그것이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지만, 저마다 자국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어느 한 사회에 대한 디테일한 분석은 결국 어느 사회에나 비슷하고 또 통할 수 있다는 걸 봉준호 감독은 보여주고 있다.(사진:영화'기생충')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