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대본·연기·연출.. 올해의 드라마로 꼽아도 손색없는 이유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물론 '하균신(神)'이라 불리는 신하균이 출연한다는 사실이 상당한 신뢰감과 기대감은 줬지만, 이렇게 16부작 드라마가 숨 쉴 틈 없이 긴장감으로 꽉 채워지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이제 단 2회만을 남기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의 시청자들이라면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게다. 이만큼 쫀쫀한 대본과 빈틈없는 연기 그리고 범죄스릴러에 아련한 슬픈 정조까지 더해 넣는 연출이 삼박자를 이룬 드라마를 본 지가 얼마나 됐던가. '올해의 드라마'라고 꼽아도 손색이 없을만한 드라마가 탄생했다.

 

범죄스릴러에서 16부라는 분량을 하나의 사건으로 꿰어 넣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형사와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범죄스릴러는 그래서 몇 개의 병렬적 사건들을 구성해 넣고 그걸 해결해가는 형사 캐릭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거 <비밀의 숲>에서 우리는 놀랍게도 한 사건만으로도 16부작을 그려낼 수 있고, 그것도 느슨함이 결코 없는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괴물>이 20년 전 벌어진 살인 실종사건과 현재 벌어진 유사한 사건을 엮어 그 전말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이야기는 그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밀의 숲>이 줬던 놀라운 감흥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게다가 <괴물>은 범죄스릴러라고 하면 거리가 멀 것처럼 느껴지는 '슬픔의 정조' 같은 걸 이 살벌한 범죄 속에서도 찾아낸다. 놀랍게도 시청자들 중에는 이 범죄스릴러를 보며 눈물이 터지는 경험을 했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게 가능해진 건 범죄스릴러가 자극적인 사건들에 집중하다보니 놓치곤 했던,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그런 사건이 벌어진 마을 사람들이 갖게 되는 아픈 상처를 놓지 않고 있어서다. 이동식(신하균)은 여동생을 처참하게 잃은 피해자 유족으로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그 상처를 보여주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그를 보는 친구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그처럼 엄마가 실종된 채 사체로 돌아오게 된 정육점 주인 유재이(최성은)의 아픔도 이동식과 다르지 않다. 이들의 정서적 유대감과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미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슬픈 괴물'처럼 그려진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여러 부류로 보여지는 괴물들의 정체를 드러낸다. 자신의 딸까지 처참하게 죽여 버리는 연쇄살인범 강진묵(이규회)이라는 눈에 잘 드러나는 괴물을 먼저 드라마는 일찍이 꺼내 보여주면서, 그 괴물 때문에 미친 듯이 실종 가족을 찾다 슬픈 괴물이 되어가는 이동식과 유재이 같은 인물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건은 강진묵이 체포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괴물들을 찾아나간다.

 

정치적 야망과 돈에 대한 욕망 그리고 권력욕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도 개발에만 혈안인 시의원 도해원(길해연), JL건설대표 이창진(허성태) 그리고 차기 경찰청장이 유력한 한기환(최진호) 차장이 그들이다. 놀라운 건 피해자 유족인 이동식의 멈추지 않는 수사를 통해 이들의 실체를 찾아가는 존재들이 다름 아닌 그 괴물들의 가족이거나 가족이었거나 했던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도해원의 아들 박정제(최대훈)는 엄마의 실체에 다가서고, 한기환의 아들 한주원(여진구)은 자신의 죄를 드러내면서까지 아버지의 욕망을 꺾어버리고 그 진면목을 세상에 까발리려 한다. 한때 이창진의 아내이기도 했던 이혼한 전처이자 문주경찰서 강력1팀 팀장인 오지화(김신록)는 이창진의 비리를 찾아 나선다. 이런 설정은 다분히 작가의 의도가 깔려 있다 보인다. 그건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서로 결탁하고 비리를 무마하는 현실의 부조리들을 깨나가는 것이면서, 많은 현재의 문제들이 사실은 과거 부정을 저질렀던 기성세대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결코 텐션을 잃지 않고 끝까지 긴장감을 끌고 가는 대본과 한마디로 '씹어 먹었다'고 말해도 될 법한 구멍이 전혀 보이지 않는 연기자들의 호연, 그리고 최백호의 'The Night'이라는 곡이 갖고 있는 처절함과 애달픈 정조를 그대로 영상 연출로도 채워 넣은 연출의 균형. 무엇보다 범죄스릴러가 자극의 차원을 넘어 우리네 사회의 개발붐과 그 이면에 무수히 무너져 내린 사람들의 비극으로까지 메시지를 채워 넣은 건 이 드라마가 거둔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드라마는 "미쳤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괴물' 같은 드라마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괴물', 범인 추적만큼 이 스릴러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담았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의 종잡을 수 없던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21년 전 이동식(신하균)의 여동생 이유연(문주연)의 죽음에는 박정제(최대훈)와 그의 엄마인 시의원 도해원(길해연) 그리고 이창진(허성태) JL건설 대표가 연루되어 있었다. 아마도 강진묵(이규회)의 범행으로 손가락이 잘린 채 도주하던 이유연이 박정제가 낸 교통사고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장면이었다(물론 진짜 뺑소니범은 따로 있었지만). 도해원과 이창진은 그 사건을 덮었을 테고.

 

이들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건, 강진묵에게 낚싯줄과 아내의 사망신고서를 건넨 인물이 이창진이었고, 그 진실에 다가가던 남상배(천호진) 소장을 죽인 인물 역시 이창진이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이창진은 강진묵이 체포됨으로 해서 과거 이유연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게 두려워 그를 자살하게 만든 것이었고, 강진묵은 죽으면서까지 '유연이는 아니야'라는 다잉메시지를 남기게 된 것이었다.

 

결국 <괴물>이 끄집어낸 진짜 괴물은, 연쇄살인범에 의해 사람들이 살해되고 실종(사실상 살해)되는 일들이 벌어져도 자신의 이익과 개발에만 몰두하며 사건을 덮어버리는 도해원이나 이창진 같은 인물들이다. 문주시 만양읍이라는 소외된 동네가 겪게 되는 비극은 그래서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 그 이면에 쓸려 나가버리고 묻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괴물>은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사체가 유기되는 끔찍한 범죄스릴러지만,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드라마였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보통 범인 찾기와 잡기에 집중하는 범죄스릴러와 달리, 잔혹한 범인에 의해 살해당한 이들과 그 유족, 이웃들이 겪게 되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아픔과 상처를 담았기 때문이다.

 

만양정육점에서 남상배 소장이 생전에 동료 후배들과 함께 모여 막걸리를 마시며, "돈 많냐?" "건강하냐?"를 차례로 묻고 이에 "아니요!"라고 연거푸 답하면, "인생 뭐 있냐 마셔!"하고 외치는 그 풍경은 따뜻하면서도 아련하고 쓸쓸하다. 그들은 이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의해 가슴 한편에 저마다 처참한 생채기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정육점에 모여 구운 고기 한 점에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의 등을 토닥인다. 그게 살아가는 유일한 힘이라도 되는 듯.

 

이들의 이런 따뜻한 사람냄새를 처음에는 이상하게 바라보던 한주원(여진구) 경위는 남상배 소장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양정육점에 모인 사람들과 건배를 하며 조금씩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된다. 술 마시고 운전하지 말라며 걱정하는 유재이(최성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한주원은 그래서 이제 범인으로 모두를 의심하는 비정한 마음이 아닌, '의심하지 않기 위해서 의심하는' 마음으로 이들과 공조 수사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 속에서 만양 사람들이 함께 정육점에 모여 막걸리에 고기를 굽는 장면과, 도해원, 이창진 그리고 한기환(최진호) 차장이 일식집에서 둘러앉아 사케에 회를 마시는 장면은 의도적으로 대비시킨 면이 있어 보인다. 날생선을 먹는 그 서늘한 장면이 아마도 '괴물 같은' 그들의 진면목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면, 고기 한 점을 나눠 먹는 훈훈한 장면이 '사람냄새'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실로 독특한 범죄스릴러가 아닐 수 없다. 살풍경한 살인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범인을 추적하는 쫄깃한 추리가 이어지지만, 범인이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만큼 피해자들의 아픔이 담겨진 범죄스릴러라니. 그래서 진짜 괴물은 범인만이 아니라, 이 사람냄새 나는 소외된 이들 저편에서 어떤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심지어 사람이 죽는) 개발의 이익만을 따먹으려는 냉혹하고 무정한 사회라는 걸 강렬한 메시지로 던지는 범죄스릴러라니.(사진:JTBC)

'괴물', 신하균에서 이규회·천호진까지 모두 괴물로 만든 건

 

모두가 괴물 같다. 아마도 범죄 스릴러에서 누가 범인일까 하는 건 가장 중요한 드라마의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괴물처럼 보이는 드라마다. 그건 그만큼 이 범죄 스릴러의 동력이 멈추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처음에는 이동식(신하균)이 괴물처럼 보였다. 20년 전 실종된 여동생을 찾기 위해 거의 미쳐버린 형사. 마침 외사과에서 만양파출소로 내려온 이 자그마한 동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주원 경위(여진구)는 이동식을 범인이라 끝없이 의심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의심이 맞는 것처럼 이동식이 실종된 만양슈퍼 강진묵(이규회)의 딸 강민정의 잘려진 손가락 열 개를 슈퍼 앞 평상에 가지런히 내려놓는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이러니 이동식이 괴물이라 확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드라마는 이내 강민정을 죽인 범인이 그의 아빠인 강진묵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시청자들은 오리무중에 빠져버리지만, 그것이 강진묵을 통해 그가 숨겨 놓은 사체를 찾으려는 이동식의 큰 그림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결국 연쇄살인을 벌이고 사체들을 곳곳에 묻어버린 괴물이 바로 강진묵이었다는 게 확실해진다.

 

하지만 16부작 드라마에 고작 8회 만에 괴물이 밝혀졌다는 건 어딘지 찜찜함을 남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국 범인은 강진묵만이 아닌 또 다른 인물이 있다는 게 그가 자살하며 남긴 '유연이는 아니야'라는 글귀를 통해 명확해진다. 그리고 강진묵이 20년 전 집을 나간 아내 윤미혜를 찾아다녔고, 그가 찾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같은 윤미혜의 친구인 방주선은 물론이고 업소에서 일하던 많은 여자들을 죽였다는 걸 알아낸다. 그가 강민정을 죽인 것도 20년 동안이나 찾아 헤맨 윤미혜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던 그를 민정이 자극했고 결국 살해하게 된 것.

 

이렇게 보면 강진묵이라는 인물의 연쇄살인은 아내 윤미혜와 관련되어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이동식의 여동생인 유연이는 아니라며, "유연이는 내가 너한테 돌려줬거든.."이라는 말은 또 다른 범인이 있고, 그 범인이 누구인지를 강진묵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동식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집 벽 속에서 유연이의 사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갑자기 자살하게 된 강진묵을 방조한 혐의로 남상배 파출소장(천호진)이 긴급체포된다. 강진묵이 암시한 또 다른 범인이 그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만들어지고, 실제로 강진묵이 자살하던 날 누군가 유치장을 찾아와 그에게 낚시줄과 윤미혜의 시체 검안서를 건네줬고, 그 날 남상배가 그 곳에 들어가는 걸 유재이(최성은)는 목격한다.

 

한 걸음 뒤편에 있었지만 남상배는 어딘가 이상했던 인물이다. 마을 사람들을 챙기는 것처럼 보이고, 심지어 이동식이 슈퍼 평상 앞에 잘려진 손가락을 놓는 장면이 찍힌 CCTV를 지웠던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의 숨겨진 과거는 유재이의 모친이자 실종된 한정임의 첫 사랑이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그가 숨겨진 또 다른 범인일까.

 

<괴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 같이 괴물처럼 보이고 무언가 자신들만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이 범죄스릴러를 끝까지 쫄깃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런데 이렇게 괴물로 보이는 이들은 모두 저마다 실종된 이들을 애타게 찾는 인물들이다. 유연이를 20년간 찾아온 이동식은 물론이고, 연쇄살인범이었던 강진묵도 집 나간 윤미혜를 20년간 찾아 헤맨 인물이다. 그리고 아마도 남상배 역시 사라진 첫사랑 한정임을 찾아 헤매지 않았을까.

 

실종된 인물을 수십 년 간 찾아 헤맨 자들이라는 상황은 이들의 이상한 행동들조차 납득하게 만든다. 저 정도의 절박함이라면 저런 '미친 짓'도 하게 될 것이라는 공감이 생기는 것. 그래서 <괴물>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괴물 같은 느낌을 주고, 그것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괴물>은 이런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무얼 말하려는 것일까.

 

그건 아무래도 이 낙후되어 있는 변두리라는 공간과, 심지어 사람이 계속 실종되어도 그 누구도 찾지 않는 그 공간의 쓸쓸함과 소외가 어떤 괴물들을 만들어내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개발, 부동산 같은 투기적 목적으로만 바라보는 땅 속에 사라져버린 사체들이 나온다는 건 그래서 강렬한 비판의식을 담아낸 은유처럼 읽힌다. 거기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니까.(사진:JTBC)

'괴물', 연기 괴물 신하균과 노래 괴물 최백호가 있어

 

정말 괴물 같은 드라마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그 제목이 허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일단 스토리가 독보적이다. 그저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를 검거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조건들이 있었다는 것. 그것이 <괴물>의 이야기를 독보적으로 만들었다.

 

문제적 인물은 그래서 어딘가 장애를 가진 채 순하디 순한 인물처럼 위장하며 살아온 연쇄살인범 강진묵(이규회)이 아니라, 그가 범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를 조용히 숨긴 채 사라진 사체를 찾으려 했던 이동식(신하균) 경사다.

 

드라마 초반, 실종된 강민정(강민아)의 잘려진 손가락 열 개를 슈퍼 앞 평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는 이동식의 모습은 그가 바로 이 마을의 연쇄살인범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강진묵이 숨긴 강민정의 사체를 찾아야 그를 체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일 사체가 없어 무죄로 판명되면, 나중에 번복될 수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강진묵이 잘라놓은 강민정의 손가락을 가져갔다가 새벽에 전시하듯 평상 위에 올려놓았던 것.

 

사실 형사로서 이런 행동이 정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이동식이라는 인물이나 이 마을의 실종자 가족들은 당연히 제정신이 아니다. 어느 날 사라져버린 엄마를 기다리며 애타게 찾는 만양정육점 사장 유재이(최성은)는 그래서 이동식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이해한다. "아저씨는 그냥 미친 거야. 평생 혼자 끌어안은 슬픔이 어느 순간 넘쳐서 그냥 막 미친 짓을 벌이기 시작한 거야." 그건 유재이 자신의 심정이기도 한 이야기니 말이다.

 

이웃들은 물론이고 딸까지 죽여 사체를 유기한 강진묵은 괴물이지만, 그 괴물로 인해 사체조차 찾지 못한 채 실종 처리된 가족을 찾는 이들도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괴물>이라는 범죄 스릴러는 마을 사람이라는 관계와 그 속에 존재하는 범인에 대한 분노 그리고 실종자를 찾는 애끓은 가족의 마음 같은 '복잡한 심리'가 더해졌다.

 

이동식은 물론이고 이 마을 사람들을 외지에서 온 한주원(여진구) 경위가 어딘가 이상하게 여기고 모두를 의심스럽게 바라보게 되는 건 그 말을 덮친 괴물과 그래서 괴물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심리가 얽혀 있어서다. 그래서 이 작품 속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를 표현해내고, 겉으로 드러난 면과 달리 남다른 속내가 이유가 있다는 반전을 보여주는데 있어, 이를 구현해내는 연기는 절대적인 필요조건이 된다.

 

소름끼치는 반전의 얼굴을 보여준 강진묵을 연기한 이규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야기를 쫄깃한 반전으로 이끌어가는 신하균은 말 그대로 '연기 괴물'이라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어째서 주인공이 저렇게 범인처럼 보일까 싶을 정도로, 냉소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그 속에는 실종된 여동생을 찾기 위한 절절한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과, 그래서 유재이가 말하듯 '미친 짓'을 하기 시작하는 것조차 이해되게 만드는 연기라니.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괴물>의 주인공은 어딘지 쓸쓸함이 공기에 묻어나올 것 같은 이 마을의 분위기를 OST 노래 한 자락으로 채워 넣어준 최백호가 아닐 수 없다. 워낙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음색이지만, 그가 부르는 'The Night'는 마치 저 절박한 이동식의 폐허처럼 되어버린 마음과 더불어, 역시 살풍경한 이 마을의 분위기까지 단박에 만들어낸다. 연기 괴물 신하균에 노래 괴물 최백호의 만남. 그것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제목은 그저 폼으로 지어진 허명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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