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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밀양 같은 존재 “비밀의 햇볕. 허허 좋네예.” - 이창동 ‘밀양’“아저씨, 밀양이란 이름의 뜻이 뭔지 알아요?” 남편을 잃고 밀양에 정착하려 아들과 함께 내려온 신애(전도연)는 고장난 차를 고쳐준 종찬(송강호)에게 밀양의 뜻을 묻는다. 하지만 종찬에게 밀양은 ‘경기가 엉망이고, 한나라당 도시고, 부산이 가깝고, 인구는 많이 준’ 그런 동네다. 그에게 이름의 뜻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냥 사는 동네일 뿐. 신애가 그 뜻을 종찬에게 알려준다. “한자로 비밀 밀, 볕 양. 비밀의 햇볕. 좋죠?” 그러자 종찬은 그제야 자신이 살던 동네의 이름이 그런 뜻이였다는 걸 알았다는 듯 허허 웃으며 말한다. “비밀의 햇볕. 좋네예.”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 앞부분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앞으로 벌어질 신애의 비극과 그 .. 더보기
차은우도 김남주도 끝내 분노하게 만든 가해자의 ‘원더풀 월드’ ‘원더풀 월드’가 연쇄적인 복수극을 통해 담아낸 피해자들이 분노 “행복해지려고 하니까? 방송에서 그러더라구 잘 살아보겠다고.” MBC 금토드라마 ‘원더풀 월드’에서 권선율(차은우)은 왜 이렇게까지 했냐는 강수호(김강우)에게 그렇게 말한다. 권선율은 아버지를 차로 치어 죽인 은수현(김남주)에게 복수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준비했다. 교도소에 일부러 봉사를 다니며 은수현의 동태를 살폈고, 그의 남편 강수호가 한유리(임세미)와 불륜을 저지르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친 자매처럼 자라온 한유리와 남편 강수호의 불륜은 은수현에게는 지독한 상처가 아닐 수 없었다. 권선율이 자신이 죽인 권지웅(오만석)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던 은수현이지만, 결국 밝혀진 한유리와 강수.. 더보기
안타까운 조기종영 '반의반' 정해인, 짧지만 애틋하게 ‘반의반’, 보편적인 소통엔 실패했지만 색다른 시도 “반보기라는 말 알아요?” tvN 월화드라마 에서 하원(정해인)은 한서우(채수빈)에게 전화해 그렇게 묻는다. 그러자 서우는 “반만 본다는 건가..”하고 자신 없는 추측을 한다. 하원은 “결혼하는 여자가 친정엄마 보고 싶을 때 딱 반 되는 지점에서 잠깐 보는” 것을 반보기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잠깐 반보기를 하자는 하원의 제안에 중간 지점에서 만난 두 사람. 하원은 대뜸 손을 내민다. 서우가 그 손 위에 손을 포개자 하원이 말한다. “짧고 애틋하게.” 그렇게 잠깐 보더라도 그 마음의 애틋함은 그래서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장면은 안타깝지만 12회로 조기종영을 결정한 이라는 드라마가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짧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드라마... 더보기
'아무도 모른다', 새삼 확인한 명품배우 김서형의 진가 ‘아무도 모른다’, 진실에 접근할수록 먹먹해지는 건 진실에 접근해갈수록 감정은 복잡해진다. 그 감정은 나쁜 어른들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에 대한 분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디착한 아이들의 마음과 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진실에 다가가는 좋은 어른들에 대한 먹먹함이 더해진 것이다. SBS 월화드라마 는 어떻게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된 것일까. 10회는 그간 제목처럼 ‘아무도 몰랐던’ 은호에게 벌어진 사건의 전모가 한꺼번에 밝혀진 회차였다. 은호가 왜 밀레니엄 호텔 옥상에서 뛰어내렸는지, 또 은호를 철거될 건물로 데려가 폭력을 가했던 민성(윤재용)의 운전기사가 어째서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됐는지, 그리고 은호가 구해준 장기호(권해효)와 그의 행방을 좇는 백상호와 그 일.. 더보기
'호텔 델루나' 여진구가 시청자에게 선사한 기묘한 힐링 포인트 우울한 현실 위로하는 '호텔 델루나'의 독특한 판타지 과연 구찬성(여진구)은 장만월(이지은)을 구원할 것인가. tvN 토일드라마 에서 장만월은 삶과 죽음을 벗어나 있는 존재다. 그는 고목이 되어버린 나무에 묶여버린 채, 천년 넘게 죽지 못하고 살아왔다. 물론 살아있다고 해도 그것을 삶이라 부르기 어렵다. 오래 전 그가 사랑했던 고청명(이도현)이 오기를 그는 기다린다. 한 자리에 붙박여 고목이 되어 잎 하나 내놓지 못하는 나무는 그래서 장만월 자신이다. 그 나무가 있는 곳에 세워진 호텔 델루나 역시 장만월의 모습 그대로다. 그 곳은 억울하게 죽은 원귀들이 찾는 곳이다. 장만월은 그들을 ‘힐링’시키고 그렇게 이승의 원을 지워준 후 저 세상으로 보낸다. 그 곳은 실제 구청에 등록되어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의 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