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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지우자 거래가 모금이 된 '커피 프렌즈'

“좋은 취지 같아. 따로 기부할 수 없잖아. 기회가 별로 없잖아. 예솔아 오늘 아빠가 쏜대.” 예솔이 엄마가 하는 그 말에 아빠는 음식값에 비해 훨씬 많아 보이는 지폐를 모금함에 넣는다. 예솔이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반색하고 예솔이에게 아빠의 기부를 자랑한다. 그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예솔이의 얼굴이 화면 가득 채워진다. 

tvN <커피프렌즈>에서 예솔이네 가족이 보여준 모습들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을 그려낸다. 이곳은 기부를 콘셉트로 하는 카페다. 그래서 장사와는 다른 풍경이 그려진다. 아마도 아주 훗날 성장한 예솔이는 이 프로그램에서 엄마 아빠가 했던 이 말들과 행동들을 다시 보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서 미소 지을 지도 모른다. 이 광경을 보았던 시청자들처럼.

제주도의 감귤밭 창고를 개조해 만든 이 카페의 메뉴판에는 가격이 없다. 그래서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근데 보통 이 정도면 얼마를 내야 되나?”하고 궁금해 하는 것. 만일 이런 기부 콘셉트가 아니었다면 이런 행복한 고민은 없었을 게다. 하지만 기부한다는 그 말에 손님들은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저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값을 치른 후 나서는 발길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더해지는 것.

사실 이런 카페는 있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영업을 하는 카페와는 완전히 다르다. 가격이 있고 없고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카페의 성격을 특징하는 중요한 차이가 된다. 가격은 거래가 생긴다는 의미이고 그래서 그 공간을 상업적인 곳으로 만들어낸다. 장사를 하는 곳은 결국 얼마를 벌고 이윤을 얼마를 냈는가가 중요한 목표가 된다. 

물론 <커피프렌즈> 역시 얼마를 모으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하지만 이건 거래가 아니라 모금이다. 기부금 정산에서 이 곳을 운영하는 유연석, 손호준, 최지우, 양세종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모금함을 여는 건 돈을 벌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설렘 때문이다. 별로 오랜 시간 영업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첫 날 정산금이 무려 57만8천3백 원. 그건 아마도 거래가 아닌 모금이라 가능했던 수치일 게다. 

가격을 지워내자 이 카페는 풍경 자체가 달리 보인다. 제주도에서 산다는 서로 존댓말을 쓰는 연인의 달달한 모습에 유연석이 ‘무리수(?)’ 멘트를 던지는 게 훈훈한 웃음을 주는 건 그래서다. 달달한 토스트가 매콤한 스튜보다 낫다는 손님에게 “두 분이 지금 한창 달달할 때라서”라는 말을 하고는 자신도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유연석과 그 이야기를 들은 손님들 그리고 거기서 함께 일하는 양세종과 조재윤 그리고 최지우의 어쩔 줄 몰라 하며 짓는 미소가 행복하게 느껴진다.

가격이 없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장사가 아닌 봉사를 하는 이들이 되고, 그 카페를 찾아 음식을 맛있게 먹고 돈을 내는 손님들은 거래가 아닌 기부를 하는 이들이 된다. 물론 이 풍경을 담아내는 프로그램도 단지 시청률만을 올리려는 방송이 아니라 일종의 재능기부 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가격 하나가 사라진 것이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들이다.

최근 들어 창업, 그것도 음식점을 여는 일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인지 관련 소재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나영석 사단이 시도했던 <윤식당>이나 <현지에서 먹힐까> 같은 프로그램은 그래도 실제 장사라기보다는 창업에 대한 판타지가 담긴 프로그램이었다면,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장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물론 돈을 번다는 장사의 현실을 치열하게 담아내는 프로그램들이 그만한 현실 공감을 일으키고, 실제 상권까지 바꿔나가는 파괴력을 가진 게 사실이다. 잘만 운영되면 좋은 취지와 영향력을 가진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엇나가기도 하고 오해되기도 하는 건 아무래도 실제 장사라는 돈이 오고가는 민감한 부분이 얽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프렌즈>는 이러한 실제 장사에 직결된 치열한 방송과는 사뭇 다른 편안함으로 시청자들을 인도한다. 가격을 지우자 생기는 즐거운 상상. <커피 프렌즈>의 풍경이 다소 단조롭고 심심하게 보여도 자꾸만 들여다보고픈 마음이 생기는 이유가 아닐까. 잠시간 거래 바깥의 세상을 둘러본다는 것.(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유연석·손호준의 ‘커피프렌즈’, 내내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

“즐기면서 기부할 수 있는, 기부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일), 뭐가 있을까 그러다가 커피를 제공하고 우리는 대신 모금을 받고...” 유연석은 나영석 PD에게 ‘커피프렌즈’라는 기부 프로젝트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다. 유연석과 손호준의 이른바 ‘퍼네이션 프로젝트’로 알려진 커피프렌즈의 ‘푸드트럭’에는 ‘기부 한 잔의 여유 함께 하실래요?’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기부자들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따뜻한 마음까지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 tvN <커피프렌즈>는 이들이 해온 프로젝트를 프로그램으로 끌어안았다. 

나영석 PD는 유연석과 손호준에게 이 행사를 자신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사실상 그들이 해온 프로젝트에 은근히 숟가락을 얹는 일이지만, 훈훈하기 이를 데 없는 제안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로 우리에게 익숙한 박희연 PD나 기획적인 도움을 주는 나영석 PD나 모두 이 기부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은 <커피프렌즈>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그냥 제주도에 브런치 카페를 여는 게 아니고, 그 카페를 통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귤밭에 있는 창고를 카페로 개조하는 일에 이들의 친구가 나서고, 통창으로 귤밭의 정경이 보이는 카페에서 도움을 줄만한 이들을 유연석과 손호준이 직접 전화를 해 참여시키는 과정 또한 훈훈한 풍경이 된다. 프로그램으로만 보면 출연자 섭외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로 보면 기부에 동참하는 이들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형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참여한 양세종이나, 손호준의 요청에 기꺼이 참여의사를 밝히는 최지우가 이 귤밭에 만들어진 카페 커피프렌즈를 찾아오는 장면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마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정경이 그러했듯이, <커피프렌즈>는 유연석과 손호준에 최지우와 양세종까지 더해지니 일단 눈부터 흡족해진다. 여기에 제주도의 귤밭이 주는 풍광에 잘 꾸며진 카페와 거기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지는 커피와 음식들이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선남선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그 풍경이 일단 즐겁고, 이들이 이렇게 모인 마음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거기에 마치 카페 가득 채워질 것 같은 커피 향이 주는 훈훈함까지.

나영석 사단이 해온 꽤 많은 창업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커피프렌즈>는 창업 이전에 기부라는 따뜻함을 더함으로써 분명히 다른 색깔을 만든다. 이렇게 되니 이 외진 곳까지 굳이 찾아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는 손님들까지 달리 보인다. 그들 역시 어찌 보면 유연석이 말하는 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는 분들이 아닌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왔다가 카페에 오게 된 한 손님은 이 곳에서 갑자기 만나게 된 이 시간이 한 해 동안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브런치 카페라는 특징은 식사를 위한 음식점과는 또 다른 <커피프렌즈>만의 풍경을 만든다. 카페라는 공간이 그러하듯이 음식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거기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인근 학교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 곳을 찾은 선생님들은 2019년의 계획들을 이야기한다. 한 선생님은 휴직의 꿈을 갖고 있다며, 독일로의 유학을 꿈꾼다고 하고, 다른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쌤이 빠지면 큰일인데 그래도 선생님 꿈이니까 잘되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또 “잠시 회사 생활을 잊고 여행 온 기분이 든다”며 이것이 “15분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수다지만 거기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주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이미 유연석과 손호준이 해오던 기부 행사에 나영석과 박희연 PD가 판을 벌였고, 거기에 최지우와 양세종이 동참했다. 그리고 하나 둘 찾아오는 손님들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는 그 과정들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 또한 마음으로의 참여를 하게 만든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무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거기 카페에 모여드는 마음들이 있어 그건 작은 기적처럼 보인다. 이것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음식이지만 보면서 내내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한 편의 영화 같은 ‘어서와’, 특히 감동적이었던 건

이건 한 편의 영화 같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전한 데이비드의 아들 롭의 이야기는 이번 영국편을 가장 먹먹하고 의미 있는 여행으로 만들었다. 모험가로서 전도유망했지만 사고로 사망한 롭 건틀렛은 이번 영국편의 호스트인 제임스 후퍼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이번 편에서 65세의 나이로 출연한 데이비드의 아들이었다. 

사실 영국편이 특이했던 건 젊은 친구들인 앤드류, 사이먼과 함께 고령의 데이비드가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스스럼없이 자신의 정신연령은 20대라고 밝히고 진짜 아이 같은 천진한 웃음을 보여주며 앤드류, 사이먼과 친구처럼 어우러지는 데이비드의 모습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보여줬다. 

또 제임스 후퍼라는 모험가의 친구들이라는 점은 앤드류와 사이먼 그리고 데이비드가 한국여행에서 선택한 다소 모험적인 여행들을 이해하게 했다. 추운 날씨에 북한산 겨울 산행을 시도하고 제임스의 인도 하에 인제에서 번지점프, 야간스키 게다가 패러 글라이딩까지 하는 모습은 그래서 제임스 후퍼라는 모험가의 아우라 속에서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졌다. 

주목하게 했던 건 나이가 많은 데이비드가 마음은 젊어도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모험을 감행하고, 그 모험을 친구들이 든든히 받쳐주었다는 사실이다. 산을 오르면서 혹여나 넘어질까 바로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붙던 앤드류의 모습이 그랬고, 하산 후 몸 상태가 안좋아 홀로 숙소에 남은 데이비드를 걱정하던 앤드류와 사이먼의 모습이 그랬다. 물론 스키장에서는 거꾸로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가 초심자인 앤드류를 마치 아들처럼 조심스럽게 가르쳐주는 모습이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래서 데이비드와 친구들의 서로 돕고 돕는 이번 영국친구들의 여행은 남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건 마치 세대 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소통과 공감의 여행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세대갈등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지목되는 우리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마지막 회에 이르러 데이비드가 사실은 앤드류와 사이먼 그리고 제임스 후퍼의 친구였던 롭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또 그 롭이 모험가로서의 삶을 살다 일찍이 세상을 등졌다는 게 알려지면서 이 많은 이야기들은 또 다른 감동으로 이어졌다. 데이비드가 고령에도 그토록 ‘모험하는 삶’을 얘기했던 이유가 바로 아들 롭의 뜻을 실천하려는 의미였다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고, 이들이 한국에서 했던 모험여행들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롭을 추모하고 그의 불꽃같은 삶이 전해준 ‘모험하는 삶’의 뜻을 되새기는 것으로 새삼 다가왔기 때문이다.

롭이 떠난 후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One Mile Closer’라는 기부 캠페인을 해왔던 이들의 모습은 그래서 이번 여행 또한 그 캠페인의 하나같은 뉘앙스를 남겼다. 그런 기부 캠페인으로 2015년부터 후원금을 전해왔던 우리네 어린이 병원을 찾은 이들은 롭의 이름이 새겨진 감사패를 발견하고 먹먹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마치 짓궂은 아이들처럼 입만 열면 스스럼없이 농담을 던지는 영국친구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웃음과 함께 세대를 뛰어넘어 우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전해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영국친구들이 전한 진짜 큰 감동은 삶에 대한 ‘도전정신’을 몸소 보여준 것이었다. 65세의 나이라도 하고 싶은 일들에 도전하고, 또 어려운 일들을 위해 기꺼이 기부행사에 참여하는 등의 행동하는 삶을 데이비드와 친구들은 이번 여행을 통해 보여줬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 곁에 없어도 늘 그들과 함께 해왔고 이번 여행도 함께한 롭이 존재했다는 걸.(사진:MBC에브리원)

Posted by 더키앙

우울한 시국, <무한도전> 덕분에 한층 따뜻해진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맞아 MBC <무한도전>은 왜 과거 김영희 PD가 만들었던 <칭찬합시다>를 아이템으로 삼았을까. 칭찬 트럭에서 번호를 선택해 그 안에 들어 있는 선물을 전달하는 장면은 아마도 90년대 예능 프로그램을 봤던 중년들에게는 오랜만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을 게다. 하지만 <무한도전><칭찬합시다>를 소환한 뜻은 그저 추억이나 향수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칭찬합시다의 주인공들이 지금 시국에 남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첫 번째 주인공들은 아마 네티즌들에게는 이미 동영상으로 잘 알려진 부산 곰내터널의 시민영웅들이다. 유치원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나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 사람 한 사람 차에서 내려 모여들고 한 사람이 차분하게 망치로 유리창을 부숴 아이들을 구조해냈던 그 동영상은 인터넷에 올라오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아이를 구해낸 후 그 놀란 가슴을 달래주는 모습까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이 굳이 이 곰내터널의 시민영웅들을 첫 번째 칭찬합시다주인공으로 삼은 뜻은 아마도 이 동영상을 보며 왠지 모를 뭉클함과 감동을 느꼈던 시청자들의 마음과 동일한 것이었을 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떤 위기의 상황에 누가 뭐라 하지도 선선히 나서 아이들을 구하는 그 장면이 현 시국과 맞물려 더 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시민영웅들의 용감한 행동들은 그래서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결국 그 위험한 곳에 뛰어든 이들이 다름 아닌 시민영웅들이었다는 걸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의외로 한 초등학생이었다. 어느 날 아파트에 붙은 경비원 아저씨들을 감축한다는 벽보를 보고는 그 부당함을 대자보로 붙여 결국 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잠재운 초등학생. 이 초등학생 역시 지금의 시국과 맞물려 남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내용을 본 네티즌들이 이 아이의 용기 있는 행동에 기꺼이 박수를 친 건 그 아이만도 못한 현 시국의 어른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주인공은 어렵게 대리운전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더 어렵게 생활하는 대리운전기사분들 자녀를 위해 계속해서 장학금을 기부해온 한 가장이었다. 꽤 많은 돈을 기부해온 것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더 잘 살 수 있지 않았겠냐고 묻자 이 가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살 수 있었다는 것. 기부가 누군가를 위한 일이지만 또한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걸 이 가장은 잘 알고 있었다.

 

<무한도전>이 끄집어낸 시민영웅들은 위기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 솔선수범해 위험 속으로 뛰어들고, 구조조정의 위기에 놓인 경비원 아저씨들의 인원 감축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고사리손으로 대자보를 써 붙이고 본인도 넉넉지 않지만 더 힘든 이들을 위해 기부의 손길을 내미는 분들이었다.

 

결국 <무한도전>칭찬합시다를 통해 보여주려는 건 우리 사회가 어떤 분들에 의해 살아갈만한 사회가 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사익을 위해 권력을 유용하는 이 웃을 일이 없어지게 만드는 분노의 시국에, 이 소소해보여도 위대한 시민 영웅들의 미담들은 너무나 소중한 가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울한 시국. 그래서 크리스마스지만 여전히 광화문 광장으로 발길이 향하는 지금. <무한도전>칭찬합시다는 그래도 조금은 따뜻한 크리스마를 느끼게 해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모두가 기분 좋아지는 <무한도전> 콜라보의 정석

 

이 정도면 <무한도전> 콜라보의 정석이다. 방콕에서 유재석과 엑소가 함께 만들어낸 댄싱킹의 무대는 완벽했다. 이미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직캠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장면들을 통해 예견된 바였다. 그 장면들 속에서 엑소와 유재석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우러져 있었다. 누가 엑소고 누가 유재석인지 모를 정도로.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렇게 엑소와 유재석이 함께 만들어낸 신곡 댄싱킹은 음원이 나오자마자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본래 엑소의 팬덤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보인 노력의 과정들이 얹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무한도전>답게 이 댄싱킹의 음원 수익은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엑소도 유재석도 또 <무한도전>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모두 기분 좋아지는 미션. <무한도전>이 추구하는 콜라보의 정석이다.

 

엑소는 유재석과의 무대가 영광이라고 했고, 유재석은 기꺼이 엑소의 막내를 자처할 정도로 그 무대에 긴장하면서도 설렘이 가득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나오기만 하면 댄스곡을 원하고 노래보다도 춤추기를 갈망했던 춤꾼아니었던가. 그러니 엑소와 함께 한 무대에서 칼군무에 맞춰 춤을 춘다는 건 그에게도 꿈 같은 일이었을 게다.

 

이것은 엑소의 팬들도 유재석의 팬들도 또 <무한도전>의 팬들도 반색하는 도전이었다. 엑소의 팬들에게는 이 레전드 무대가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유재석의 팬들은 그가 또 하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기대했다. <무한도전>의 팬들은 엑소와 유재석이 만들어내는 무대의 과정들을 보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방콕의 무대에서 댄싱킹이 끝나고 엑소의 선창에 관객들이 모두 유재석을 외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한 달 여간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혹시나 폐가 되지 않을까 저어하며 연습에 연습을 해온 유재석은 그런 엑소 멤버들을 하나하나 다독였다. 무대에서 내려와 그에게 춤을 개인지도해준 엑소 안무 선생은 그에게 최고의 무대였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엑소의 콜라보 미션은 늘 그렇듯 장난처럼 시작됐다. 광희의 일종의 벌칙 제안으로 시작됐던 일. 하지만 결국 일은 커져버렸다. 유재석은 이번 무대에 대해 이런 기회를 준 광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광희 역시 유재석을 응원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장난처럼 소소하게 시작하지만 거대한 행사로 커져버리는 미션, 그리고 개인적 소망으로부터 비롯되지만 점점 사회적 의미로까지 확장되는 도전. 이것은 <무한도전>이 지금껏 11년째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이번 유재석과 엑소의 콜라보 무대는 증명해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유느님으로 불리는 유재석이 있다. 메뚜기춤 하나로 웃음을 주던 그가 가요제를 거치며 춤꾼으로 거듭나고 결국 엑소의 무대에 함께 군무를 추는 모습은 <무한도전>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노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놀라운 결과 역시 가능해진다는 것. 유재석은 그걸 또 한 번 증명해 보여줬다

Posted by 더키앙

<위키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위로란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제주소년 오연준과 남다른 뮤지컬 감성을 가진 박예음이 함께 부르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듣던 타이거 JK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가사가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먼저 간 아버지가 떠올랐고,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위키드(사진출처:Mnet)'

Mnet <위키드>가 보여준 한 장면. 어디서도 보기 힘든 타이거 JK의 모습이다. 힙합 전사로서의 이미지는 일찍이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아이들의 목소리에 푹 빠져버린 채 보기만 해도 미소를 짓는 아빠의 얼굴이다. 도대체 무엇이 타이거 JK를 이토록 해맑게 만들어버리는 걸까. <위키드>가 보여주는 그 근원적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이들이 나와 노래만 부르면 눈물을 흘려 울보가 되어버린 유연석은 그 이유로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래가 그리 슬픈 것도 아닌데, 아무런 기교도 섞여있지 않고 그저 음정에 맞춰 갖고 있는 목소리 그대로 부르는 노래는 실제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박보영 역시 첫 무대에 제주소년 오연준의 노래를 듣는 순간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눈물을 쏟아냈다. 첫 무대, 솔로로 부르는 목소리가 이 정도니 팀이 되어 함께 부르는 하모니는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김창완의 안녕을 순수하고 맑은 하모니로 들려준 아이들 앞에서 심사위원으로 앉은 동요 작곡가 김방옥은 뭉클한 마음에 목이 메었다. 그녀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노래를 들려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심사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듀엣 미션에서는 아이들이 노래할 때마다 채워지는 기부점수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아이들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장치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시청자들도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이다. 물론 그런 물질적인 기부가 아니라고 해도 아이들의 순수한 목소리 그 자체가 주는 건, 그 어떤 위로나 위안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일 게다.

 

송유진과 최명빈은 내 꿈이 몇 개야라는 동요를 통해 어른들도 어린이처럼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고, 문혜성과 조이현은 현실적인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분들에게 문혜성의 자작동요 여행 여행으로 마치 여행을 떠나는 듯한 그 설렘을 전해주었다. 곽이안과 홍순창은 마치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의 콜라보를 보는 듯, 애니메시션 <피블의 모험> OST‘Somewhere Out There’을 들려주었고, 이하랑과 우시연은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세요라는 곡을 미소 지을 수밖에 없는 귀여운 모습으로 불러주었다.

 

도대체 모든 어른들을 울보로 만드는 <위키드>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른으로 성장해 살아오면서 조금씩 잃고 잊고 있던 그 순수함을 우리는 이 아이들의 투명한 목소리에서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무한경쟁의 현실 속에서 찌들어갈 수밖에 없던 어른들의 세계가 그 아이들의 목소리만으로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그것이 데드마스크가 되어가던 우리의 눈에 눈물을 맺게 한 것이 아닐까. <위키드>는 음악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순수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울려준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하다 여겨진다

Posted by 더키앙

완벽한 신이 되거나 부족한 사람이 되거나

 

왜 우리는 유재석을 유느님이라고 부를까. 물론 이건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만들어진 캐릭터일 것이다. 너무나 완벽한 자기 관리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 최근 우토로 마을과 관련한 유재석의 미담은 왜 그가 유느님으로 불리는가를 알게 해주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최근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우토로 마을을 하하와 함께 찾은 유재석이 강제징용되어 끌려간 1세대 동포 중 유일하게 생존해계신 강경남 할머니 앞에서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그가 이 마을에 대해 이제 겨우 알게 된 사실에 죄송한 마음을 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는 이미 10년 전에도 이 마을에 후원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우토로 마을의 우리 동포들이 강제 퇴거 위기에 몰렸을 때 국내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모금을 진행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에도 뜻있는 연예인들이 십시일반 기부에 참여했고, 거기에는 유재석 또한 기부자로 들어 있었다는 것. 그러니 우토로 마을이 그에게 낯선 것도 아니었고 그가 이 사안에 대해 외면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강경남 할머니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너무 늦게 왔다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 한 마디는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울렸다. 우리들이 갖고 있던 죄송함을 그가 대신한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방송에서도 50만 엔을 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밝혀진 이야기는 없다. 소속사에서도 그건 사적인 기부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고, 유재석 또한 이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건 우토로 마을을 후원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지구촌 동포연대를 통해서다. 미담이 그저 묻히지 않고 전해지길 바랐을 것이다.

 

유재석의 이런 이야기는 자기관리라는 표현으로 상찬하는 것조차 어딘지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이것은 관리된 것이 아니라 그냥 그가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미담은 보다 많이 알리고 그렇지 않은 일들은 되도록 숨기는 것이 연예계의 생리라고 볼 때, 유재석은 무언가를 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걸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란 점이다.

 

유재석은 어찌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지금은 관찰카메라로 불리는 리얼리티쇼의 시대다. 그러니 예능에 있어서 조금은 트렌드가 지나간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건 바로 이런 그의 앞뒤가 다르지 않은 면면 때문이다. 그는 방송에서도 반듯하지만 방송을 떠나서도 반듯하다. 얻은 것만큼 베풀 줄 알고, 가진 힘만큼 책무도 잊지 않는다. 그러니 그가 리얼리티쇼의 시대에 여전히 캐릭터쇼를 보여줘도 대중들 입장에서는 그 캐릭터 뒤에 숨겨진 진심까지를 모두 읽어낼 수 있다.

 

유재석을 조금은 과한 표현으로 유느님이라 부르는 건 이러한 자기관리의 차원을 넘어서 진짜 반듯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거꾸로 말해준다. 요즘처럼 리얼을 요구하는 시대에 진정성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연예인의 자질이 되고 있다. 이제 자기 관리를 통해 적당히 좋은 면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면들을 숨기는 건 언제든 드러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니 많은 연예인들은 과거 신비주의 시절에 갖고 있었던 신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있다. 인간적인 면모들을 오히려 드러내는 것이 밝혀진 진면목으로 대중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었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연예인은 인간적이거나 혹은 아예 신적인 모습을 요구받는다. 대중들은 점점 연예인의 사적인 영역까지 올바르기를 요구하고 방송에 비춰진 모습이 실제이기를 바란다. 물론 유재석은 인간적이고 친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뒤에 숨겨진 아우라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것은 그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헌신하는 삶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진짜이기 때문이다.

 

유느님처럼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아마도 유재석 스스로도 쉽지만은 않을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며 살 수는 있지 않을까. 선거철을 전후해 이야기가 뒤집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온 우리네 일부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들의 앞뒤가 다른 모습을 접할 때마다 대중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어찌 보면 기본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유재석에게 대중들이 심지어 유느님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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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지나치게 엄격할 이유 있나

 

요즘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온다. 이른바 아이스 버킷 챌린지라는 사회운동의 하나로 희귀병인 루게릭병을 세상에 알리고 또 그 환우들에게 기부도 권장하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벤트다. 지목받은 인물들이 24시간 내에 머리에 얼음을 물을 뒤집어쓰거나 혹은 미국의 ALS 협회에 기부를 하는 일종의 게임처럼 벌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문화라고도 볼 수 있다.

 

'사진출처:이켠의 아이스버킷 SNS'

가끔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도 있지만 연예인들이 단연 많다. 아이돌 걸 그룹 베스티의 지목을 받아 유재석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이 인터넷에 올라온 후 점점 더 많은 연예인들의 행사 참여 동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연예인들의 참여가 점점 많아지면서 행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들도 조금씩 생겨났다.

 

이켠은 유행처럼 아이스버킷 동영상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그 마음은 인정되지만 루게릭병에 관해서 알고들 하는 건가?”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의미에 대해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묘사한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그게 엄밀한 이 행사의 의미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따라서 그가 너무 재미 삼아 즐기는 것 같다. 그럴 거면 하지 마라고 일침을 가한 내용은 뜻은 알겠지만 너무 기부 같은 사회운동에 대해 엄격하게만 바라보는 시각이 들어가 있다.

 

물론 이켠은 후에 자신의 이 발언에 대해 사과한 후 스스로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행사에 동참하는 뜻을 전했는데, 이 해프닝 속에는 우리가 사회기부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를 갖고 있다는 걸 살짝 보여주었다.

 

또 한편에서는 이 행사가 세간의 화제를 모으자 연예인들이 취지와는 상관없이 자기 홍보를 위해 행사에 참여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클라라와 전효성은 그래서 아이스버킷 릴레이에 참여하고도 좋지 못한 소리를 들었다. 사실 여기에는 언론도 한 몫을 한 부분이 있다. 행사에 참여한 사진을 올리면서 그 뜻을 전하기보다는 오히려 볼륨감이나 속살같은 자극적인 단어들로 이들의 참여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사 자기 홍보를 위해 행사에 참여한다고 해도 또 루게릭병을 알리는 행사지만 거기에 즐겁게 얼음물 세례를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이 비판받을 일인가는 의문이다. 이 행사에는 분명히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의 자기 과시욕 같은 것들도 들어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왜 조용히 기부를 하지 SNS상에 굳이 동영상을 올린단 말인가. 흔히들 기부를 한다면 엄청난 의미부여와 진지함을 떠올리지만 바로 그런 점은 기부문화가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스버킷 릴레이가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기부문화가 즐거울 수 있다(fun)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즐겁게 웃으면서 행사에 참여하고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리고 또 기부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약간의 자기 홍보를 담고 있다고 해도 권장될 일이다. 또한 루게릭병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돕는 기부행사까지 고통을 강요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루게릭병을 앓는 환우들도 원치 않는 일일 것이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기부문화가 너무 엄격하거나 진지함에 빠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항간에는 얼음물만 뒤집어쓰고 기부는 안한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부란 반드시 금전적인 것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행사에 같이 참여하는 것도 어쩌면 또 다른 이름의 기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기부가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건 그 어떤 의미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연예인 홍보? 좀 하면 어떠랴. 그걸 통해 행사가 더 즐거워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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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에서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

 

<아빠 어디가>를 우리는 힐링 예능이라 부른다. 거기 출연한 천사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순수해지는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가 가진 딜레마 역시 바로 아이들에 있다. 이들이 대중들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은 값진 것이지만, 결국 아이들이기 때문에 방송 출연은 그 자체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실제로 아이들에게마저 날아드는 악플은 당사자나 가족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또 아이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보통 아이로서의 생활을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걱정거리는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본래 갖고 있는 가치(즉 아빠와 아이의 관계 회복 같은)가 희석되고 자칫 시청률 같은 양적 가치로만 평가되거나 광고 수익 같은 상업적 가치로 바라보게 될 때 생겨날 결과다.

 

만일 이렇게 가치의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에게 힐링을 선사했던 아이들은 자칫 상업주의에 의해 소비되는 존재가 될 위험성이 있다. 이것은 아직까지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방송에 출연할 경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아빠 어디가>의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하며 <일밤>을 구원해냈다는 팡파르가 울려 퍼질 때(이 때가 가치가 전도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다)가 그래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여겨진다.

 

이런 시점에 김성주가 광고 출연료 전액을 사회공동복지모금회와 소년소녀가장돕기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실로 <아빠 어디가>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아빠 어디가>에서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짜빠구리로 광고까지 출연하게 되었지만, 그것을 다시 사회에 기부함으로써 가치를 돈이 아닌 나눔으로 되돌렸다는 것이 이 김성주의 선택이 가진 큰 의미다.

 

아마도 김성주의 선택으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아빠 어디가>의 맏형 민국이가 될 것이다. 아이에게 ‘좋은 아빠’만큼 큰 선물이 있을까. 또한 이 ‘좋은 아빠’라는 선례는 <아빠 어디가>에도 중요한 선물이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출연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이 그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순수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니까.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는 필자에게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 20%를 넘기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빠 어디가>는 시청률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따뜻함과 순수함을 잔잔하게 시청자들과 나누는 프로그램이라는 것. 김유곤 PD의 이 말은 <아빠 어디가>가 추구하는 가치가 양적인 것이 아니라 질적인 것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한다. 실로 아이들의 예능인 <아빠 어디가>에서 어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빠 어디가>가 계속 해서 우리를 힐링시켜주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남으려면 그 가치가 순수하게 남아있어야 한다. 제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것을 위해 과도한 장치를 한다거나 어떤 목적을 드러내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아빠 어디가>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아빠와 아이라는 그 관계의 진정성과 순수성이 유지될 때, 그래서 그 가족의 따스함이 가치로서 전달될 때 <아빠 어디가>는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주의 선택은 박수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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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의 기적', 우리에게도 기적인 이유

김제동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일주일 간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네 식구를 위한 집을 찾아헤매던 그에게 선뜻 자신의 집을 내주겠다는 집주인의 진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제동을 바라보는 PD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비록 마당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풀들이 무성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낡았지만, 그 집이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네 식구에게는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처음 유재석이 기부한 선글라스 하나로 시작해서, 그 선글라스가 수많은 물건으로 교환되고 변신해 결국은 집으로 변하는 이 기적 같은 일은 '7일간의 기적'이 매주 우리 앞에 보여주는 마술이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물건들. 너무 흔해서 때론 있는지조차 몰랐던 그 물건들이 우리를 이토록 감동시킬 수 있을까. '7일간의 기적'은 '물물교환'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떻게 기적 같은 기부와 나눔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왜 하필 '물물교환'일까. 화폐 경제 사회 속에서 가격이라는 수치로만 가치매겨지는 물건은 '물물교환'이라는 조금은 구닥다리의 방식을 통해 가치가 새로 매겨진다. 누군가 사용하던 만년필이 장인의 다기와 교환되고, 누군가의 캠코더가 일년 내내 어떤 이가 자식처럼 키운 마늘과 교환될 때, 물건들의 가치는 수치를 넘어선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그렇듯, 구매할 때는 수치로 가치매겨지던 것도 사용하면서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그 물건에 새로운 가치로 덧입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물건과 물건이 교환되는 순간, '7일간의 기적'은 단지 그 수치적인 가치가 교환되는 것을 바라보지 않고, 그 물건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에 천착한다. 40여만 원에 달하는 야구 글러브가 가치 있는 것은 그 가격 때문이 아니라, 그 글러브를 처음 끼고 마운드에 섰던 주인의 마음과 경험치 때문이다.

이 기부 프로그램이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그래서 어떤 작은 물건이 수혜자들에게 간절히 필요한 거대한 물건으로 변신하는 그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물건들이 다른 물건으로 변화할 때 거기에 담겨지고 중첩되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낼 때, 그래서 우리가 우리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때 그 기적은 일어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 기적이 있다는 말이다.

사실 '느낌표'나 '일밤'에서 사회 공익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7일간의 기적'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담담한 시선 때문이다. 흔히들 수혜자의 힘겨운 삶 앞에 눈물을 흘리고 그 동정적 시선을 기반으로 카메라의 위력을 과시하던 기부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7일간의 기적'은 기부자와 수혜자 사이에 수직적인 시선이 없다. 수평적인 눈높이로 위가 아니라 옆자리에 서서 수혜자를 동등한 눈높이로 바라보는 김제동이라는 MC의 시선은 '7일간의 기적'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다. '물물교환'이라는 방식은 기부가 가진 일방성을 교환이라는 쌍방향성으로 바꿔놓음으로써 이 수평적 시선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리고 나아가 이 '물물교환'을 통해 목도하게 되는 물건이 가진 가치의 재배열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생각을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이 '기적'은 단지 TV 속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건이 더 이상 부의 증명이거나 소유의 욕망으로 존재하는 교환가치가 아니라 본래 있었던 사용가치를 복원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생각하게 된다. 내가 가진 물건이지만 다른 사람이 가진다면 더 큰 가치를 가질 물건은 무엇일까. '7일간의 기적'이 제안하는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어쩌면 이 프로그램이 사회에 전하는 가장 큰 기적일 것이다. 그래서 매주 '7일간의 기적'이 방영되는 1시간 동안 우리들은 우리가 변화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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