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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던 <런닝맨> 좀비특집

 

SBS <런닝맨>좀비특집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무한도전>의 레전드로 남은 망작 좀비특집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런닝맨> 측은 아예 이 <무한도전>이 실패했던 좀비특집<런닝맨>이 다시 한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비교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런닝맨> 좀비특집은 <무한도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이 좀비특집을 했던 시기와 지금은 그 예능의 환경이 너무나 많이 달라졌고, <런닝맨><런닝맨> 나름의 특성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좀비특집을 했던 당시만 해도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물론 좀비가 출몰한다는 그 자체는 상황극일 수 있지만 그 안에 투입된 출연자들의 행동은 전혀 사전에 준비된 게 아니라 리얼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 예능이 지켜야할 룰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참을 달려와 이제 한편에서는 리얼리티쇼가 등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콩트적인 상황극이 재미로 만들어지는 지금, 이런 리얼과 가상의 경계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졌다. 그것이 상황극이든 아니면 리얼 그 자체이든 목표만 분명하면 된다. 즉 웃음이든 긴박감이든 어떤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100% 리얼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런닝맨> 좀비특집이 흥미로웠던 지점은 바로 이 상황극과 리얼 사이에서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끌어안을 수 있는 그 여유였다. 건물 안에 감염된 좀비들과 그들 속에 숨어있는 시민들을 구출하는 런닝맨들의 활약은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그려진다. 게임은 가상이지만 그 게임을 하는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의해 결론이 달라지는 건 리얼이다.

 

처음에는 좀비들이 득시글대는 그 곳이 마치 귀신의 집체험을 하듯 그 무시무시함과 그로인해 벌어지는 호들갑으로 웃음을 주지만, 차츰 좀비들과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긴박감이 생겨난다. 그러다 역시 게임스타터인 지석진이 좀비가 되면서 좀비들 사이에 왕코를 연호하게 만드는 장면이나 그 지석진의 좀비 분장과 연기를 웃으며 스마트폰에 담는 광수의 모습은 하나의 상황극 코미디에 가깝다.

 

즉 적당한 선에서 <런닝맨>은 상황극의 가상으로 빠져나와 웃음을 주다가, 또 게임에 집중하면서 리얼한 리액션의 재미를 선사한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방식은 쉬워보여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즉 상황극을 하려고 했는데 리얼 반응을 하게 되면 웃음은 사라지게 된다. 과거 <무한도전> 좀비특집이 그 거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단 몇 분만에 망하게 된 까닭은 박명수가 어떤 상황극이 아니라 극도로 리얼한 반응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런닝맨>이나 <무한도전>처럼 꽤 오래도록 서로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좀비특집같은 상황극과 리얼을 넘나드는 형식은 소화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쉬지 않고 5년 넘게 달려오면서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가상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출연자들의 리액션들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좀비특집 같은 특유한 게임이 가능해진다. 그간 배신의 아이콘이었던 광수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좀비가 되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능력자 김종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좀비들조차 그를 피하려 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만들어진다.

 

물론 <런닝맨> 좀비특집은 거창한 시작에 비해 조금은 평이한 결말로 감으로써 아쉬움을 남겼지만 또한 그 시도가 어떤 가능성을 찾아낸 것만은 분명하다. 즉 그간 게스트를 초대해 비슷비슷한 게임만 반복하는 방식은 <런닝맨>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좀비특집처럼 가상과 리얼을 넘나드는 게임은 <런닝맨>이 아니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런닝맨>이 어떤 정체된 모습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유의 독자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런닝맨> 좀비특집은 따라서 더 정교해져야 하는 숙제를 남겼지만 그래도 이 프로그램만의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언프리티 랩스타>가 서바이벌을 추구한 까닭

 

다시 시작한 <언프리티 랩스타>. 그 포문은 스튜디오에 덜렁 놓여진 의자들에 출연하는 여성 래퍼들이 한 명씩 들어와 앉는 첫 대면에서부터 시작됐다. 아무 것도 없이 의자들만 놓여진 공간에 들어오게 된 관계가 서먹서먹한 여성 래퍼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경계한다. 모르는 사람도 같은 공간에 들어와 있으면 하기 마련인 그 흔한 인사조차 없이 침묵하는 그 몇 분 간은 그래서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다.

 


'언프리티 랩스타(사진출처:Mnet)'

물론 이미 유명한 길미나 원더걸스 유빈 혹은 시스타의 효린 같은 출연자도 있다. 그들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서 서로 간의 인사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런 방송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는 헤이즈, 애쉬비, 키디비, 트루디 같은 출연자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을 보인다. 물론 그들은 앞에서 내색하려 하진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속내를 읽어낸다. 여기에 따로 촬영되어 붙여진 인터뷰에서 과감하게 드러나는 속내가 덧붙여지면 이 침묵의 스튜디오의 긴장감은 더 높아진다. 누군가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기만 해도 마치 싸움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살벌한 공기가 조성된다. 시청자들로서는 이 분위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차피 랩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면 랩만 제대로 들려주면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언프리티 랩스타>는 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터져 나오는 속내를 랩이라는 장르에 얹여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어떤 면으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가깝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모래알 같은 무수한 지원자들 속에서 진주같은 원석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언프리티 랩스타>는 이미 무대 위에 올려진 여성 랩퍼들 중에서 미션을 통해 한 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을 표방하고 있다.

 

그 꼴찌와 일등을 가르는 투표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서바이벌적인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은 랩을 들고 무대 위에 서 있지만 실상은 늘 생존과 탈락의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는 무인도에 올려져 있는 셈이다. 잘 하면 마지막 생존자가 되어 모든 걸 가질 수 있지만 잘못 하면 갖고 있던 것조차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서바이벌은 논란의 불씨를 항상 갖고 있다. 이를테면 효린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에 대해서 도대체 랩퍼도 아닌 이가 왜 나왔는가 하는 의구심과 불쾌감을 드러내는 다른 랩퍼들의 반응은 효린이든 아니면 해당 래퍼에게는 꽤나 논쟁적인 면을 만들 수 있다. 효린의 말처럼 랩을 좋아하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말에 동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살벌한 현장에서 좋아해서 도전한다는 얘기가 배부른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또 결국 1회 첫 미션에서 꼴찌가 된 효린이 원테이크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반복되는 NG 때문에 립싱크를 했던 대목도 마찬가지다. 다른 랩퍼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랩을 해야 되는 순간에 립싱크는 랩퍼로서는 자격미달이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미안해 그렇게라도 자기 분량을 희생한 효린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실 최근 들어 힙합이 하나의 젊은 트렌드로 자리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힙합은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여성 랩퍼들은 더더욱 그렇다. 주로 랩이 들어갔던 가요들이 여성들의 멜로디에 남성 랩퍼들의 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 미 더 머니>로부터 기화해 <언프리티 랩스타>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상당 부분 여성 랩퍼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형식이 서바이벌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주목받는 여성 랩퍼들의 면면 또한 센 언니의 이미지로만 너무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랩이 가진 특성상 이런 센 이미지는 어쩔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랩이라는 것이 타인에 대한 디스와 자신의 처지에 대한 토로로만 한정되는 건 너무 편향적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언프리티 랩스타>가 편견으로 자리했던 여성들의 수동적인 이미지를 깨준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프리티만을 요구하는 세상에 언프리티해도 멋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여성들의 능동적 이미지를 다양화하고 다원화하는 차원에서도 이제는 언프리티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과감한 독설을 날릴 수 있는 이미지나, 또 여성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이미지 같은 다양한 여성 랩퍼의 결을 살려내는 건 어려운 일일까. 그래서 애초에는 프리티를 강요받는 세상에서 언프리티를 보여줬던 것이 이제는 반드시 여성 랩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마치 언프리티를 강요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뛰어넘는 일. 그게 <언프리티 랩스타>가 진화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냄보소>, 사람이 어떻게 책 한 권에 담길 수 있나

 

달달했다가 섬뜩했다가. SBS <냄새를 보는 소녀>는 도무지 하나로 묶여지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들을 오가는 작품이었다. ‘냄새를 보는 소녀오초림(신세경)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최무각(박유천)과 권재희(남궁민)의 팽팽한 대결은 섬뜩한 긴장감을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오초림과 최무각의 멜로는 이와는 상반된 달달한 이완을 선사했다.

 

'냄새를 보는 소녀(사진출처:SBS)'

<냄새를 보는 소녀>는 이 긴장과 이완을 동시에 품는 복합장르의 재미적 요소들을 가장 극대화한 작품. 하지만 이런 시도는 결코 쉽게 성취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말이 쉽지 스릴러의 긴장감 속에 코미디의 웃음과 멜로의 달달함을 넣는 것이 어떻게 쉽겠는가. 특히 연기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당장 자신의 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알게 된 주인공이 여자친구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거나 웃기려는 모습이 자연스러우려면 그만한 연기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유천의 연기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훨씬 더 성숙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연기하는 최무각은 연쇄살인범 권재희 앞에서는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다가, 오초림 앞에 서면 한없이 녹아내리는 그런 인물이었다. 형사로서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다닐 때는 한없이 진지한 얼굴이지만, 오초림과 개그 무대에 서서는 자신을 망가뜨려 웃음을 줄줄도 아는 그런 인물.

 

박유천과 대립하는 권재희 역할을 연기한 남궁민도 마찬가지다. 친절하고 매너 있는 눈웃음의 남자처럼 보이던 그는 그 눈빛 이면에 숨겨진 광기를 조금씩 드러냈다. 그의 광기가 일단 드러나자 매너 있는 웃음조차 살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남궁민이라는 연기자가 이 드라마에 세워놓은 기둥은 충분히 든든했다고 여겨진다. 여러 장르들과 사건들의 혼재 속에서도 드라마의 힘을 일관되게 흘러가게 해준 건 남궁민의 연기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박유천과 남궁민이 가진 캐릭터의 이중성은 <냄새를 보는 소녀>가 갖고 있는 인간관 또한 담고 있다. 즉 인간은 일면적인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이 보여주는 인간관이다. 최무각은 동생을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절실한 얼굴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인연이 되어 오초림 같은 사랑을 만나게 되고 그 복수심에서 조금씩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

 

권재희는 이런 인간의 다양한 면면들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가 안면인식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건 이처럼 복잡다기한 사람의 내면을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상징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가 살인을 하기 전에 그 희생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글로 남기게 하여 책으로 묶어내려는 건 그의 이런 장애를 극복해보려는 안간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묶어진 책이 보여주는 일면이 어찌 그 사람을 전부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권재희의 착각이다.

 

<냄새를 보는 소녀>는 제목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한 가지의 감각이나 느낌 혹은 일관성으로 뭉뚱그려진 생각 따위가 모든 걸 말해주지는 못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냄새는 맡아지는 것만이 아니라 보여지기도 하는 것이고, 살인사건을 당한 주인공도 달달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결국 웃으며 살아내고 있지 않은가.

 

박유천과 남궁민의 입체적인 연기에는 그래서 이 독특한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녹아 있다. 그것은 여러 면을 가진 인간의 발견이고, 그것이 있어 지속 가능한 삶의 긍정이기도 하다. 사람은 책 한 권에 오롯이 모든 게 담겨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른 존재가 되어 계속 살아갈 수 있다.

 

Posted by 더키앙


'나가수' 나오면 꼭 해야 되는 것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긴장요? 어떤 무대에서든 노래하기 2-3초 전에는 항상 긴장해요. 항상 설레고 내 본인 스스로 이건 평가받기 위한 행동이 아니고 나는 가수니까 나는 공연하러 왔고 노래 부른다... 그 나머지(평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해주세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몇 점을 받을까 그런 긴장은 전혀 없고 제가 제 입으로 누굴 존경한다고 했는데 그 분 곡을 망칠까봐 그 부분에서는 좀 긴장을 해요."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첫 등장한 박완규의 모습은 여느 가수들과는 사뭇 달랐다. 지금껏 이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은 모두가 똑같이 "이렇게 긴장될 줄 몰랐는데 정말 긴장 된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런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첫 출연하는 가수들에 따라붙는 카메라와 질문은 거의 비슷한 것들이었다. "떨리지 않냐?"고 묻고 어떻게든 긴장하는 모습을 찍어 넣는 것. 하지만 박완규는 확실히 달랐다. 윤종신이 계속해서 "떨리지 않냐?"고 묻자 심지어 "안 떨리는 걸 떨린다고 해야 하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그는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 대해 하는 짧은 인터뷰에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지금껏 모두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대단하다"는 식의 멘트를 날리는 것에서 벗어나 솔직한 자기 마음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얘기했다. 김경호가 부른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에 대해서 박완규는 "재해석이 발전적으로 됐다. 그리고 좀 더 강렬하게 표현이 됐다"고 말하면서도 "춤만 좀 안 췄으면 좋겠는데 꼭 춤을 추네 형이."하며 농담을 섞어 할 얘기는 했다. 또 거미의 '날 떠나지마'에 대해서는 "최고의 선곡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거미씨 정도 가창력 되면 굳이 액션하지 않아도 되요."하고 말했고, 자우림의 무대에 대해서는 "늘 날 설레게 한다.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순위 발표를 하는 순간에도 박완규는 차분했다. 김경호에 이어 2위가 됐지만 거기에 대한 큰 기쁨이나 아쉬움 같은 것도 거의 표현하지 않았다. 그가 인터뷰에서 계속 말했듯이 '나머지는 청중평가단에게 맡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금껏 '나가수'에 등장한 가수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난데없는 '태도 논란'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것을 과연 '불성실한 태도'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나가수'에 나오면 늘 해야 하는 리액션들이 있다. 즉 "긴장 된다"고 말하고 떨어야 하고, 무대에서 노래가 끝난 후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무대를 내려서야 하며,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는 무조건 "놀랍다", "대단하다"고 상찬해야 한다. 순위 발표 시간에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순위에 엇갈리는 희비를 표정으로 드러내주어야 하며, 순위 끝에는 다음 경연에 대한 각오를 덧붙여줘야 한다. 이미 이건 '나가수'의 상투적인 장면들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장면들이 얘기하는 건 하나다. '나가수'라는 무대는 그만큼 가수들을 긴장시키고 그럼으로써 가수로서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라는 얘기다.

물론 '나가수'는 여느 무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만큼 가수로서의 자기 존재 증명을 하는 무대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긴장감도 높고 그만큼 뽑아내는 능력치도 훨씬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똑같은 형태의 리액션으로만 일관되는 건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에 좋은 일이 아니다. '나가수'는 "나는 가수다"라는 그 제목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가수라는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각자의 무대에 서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간 보이지 못했던 가창력을 보여주고, 누군가는 끼를 보여주며, 또 누군가는 새로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박완규는 모두에서 말했듯이 "선배들의 곡들이 하나둘씩 대중 여러분들께 알려지는 불려지고 또 즐길 수 있는 곡이 되어가는 그런 문화의 흐름을 보면서 걸 그룹이나 아이돌 스타일의 음악에 너무 잠식됐다는 그런 상대적인 피해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데서 "처음에는 (점수 매기는 것에) 기분 나빴던" '나가수'를 출연하려 한 것이다. 박완규의 이런 출사표는 지금껏 다른 가수들이 '나가수' 출연을 통해 보여준 스토리와 다른 스토리를 기대하게 한다. 모두가 했던 그래서 그렇게 학습된 리액션을 늘 새로운 가수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건 '나가수'를 자칫 정체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박완규의 '도발'은 '나가수'의 상투성을 넘어선 것으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박완규의 말대로 가수가 긴장할 것은 순위나 경쟁이 아니라, 자신이 부르는 곡을 망칠까봐 생기는 음악적인 것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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