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유정현이 방송인 유정현의 발목을 잡다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유정현이 정치를 접고 방송복귀를 선언했다. tvN <택시>에 강용석과 출연한 유정현은 여배우와의 모텔 출입 루머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유정현이 복귀한 첫 방송으로 김구라가 진행하는 <택시>에 강용석과 함께 동승한 데는 그만한 포석이 있다고 여겨진다. 유정현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강용석 못지않게 비호감을 산 인물이다. 강용석이 김구라를 통해 부활할 수 있었듯이 유정현도 그런 일종의 김구라 효과를 기대했을 수 있다.

 

'택시(사진출처:tvN)'

하지만 강용석과는 달리 유정현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다지 곱지 않다. 아무래도 그가 정치인으로 보였던 일련의 모습들이 대중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정치인으로 입문하는 과정에서도 꽤 많은 말들을 남겼다. 그다지 정치적인 소신을 보인 적이 없고, 그렇다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지도 않았던 그가 갑자기 정계 입문을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 행보에 공감하지 못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에 몇 차례 나왔을 뿐 특별히 정치와 관계가 없어 보이던 그가 정치참여의 변으로 밝힌 “한류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그다지 실감나지 않았다.

 

어떤 정치적인 행보나 뜻이 삶에 묻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대중들로 하여금 방송인으로 얻은 인지도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인물로 각인되었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 했던 일련의 정치적인 행보들은 대중들에게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다. 이런 그가 결국 한나라당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하자 다시 방송인으로 돌아온 것이 대중들에게 좋게 보이기는 어렵다. 너무 쉽게 정치계에 들어갔다가 또 너무 쉽게 방송계로 돌아오는 모습이, 소신 있는 정치인들이나 방송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송인들과 너무나 비교되기 때문이다.

 

사실 유정현은 정치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유머감각이 뛰어난 아나테이너로서 주목을 받았다. 아나운서로서 시작했지만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드라마, 영화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특유의 느물느물한 언변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깔끔한 외모에 서글서글한 풍모가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 하지만 몇 년 간의 외도(?)는 그 이미지에 상당한 흠집을 만들었다. 유정현은 그래서 스스로도 방송계에 들어와 정치적인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오로지 방송인으로서의 유정현을 다시 세워보겠다는 것.

 

하지만 이른바 소셜테이너가 일상화되어가는 요즘 연예인이 사회적인 이슈나 정치적인 안건에 대해 무관한 존재라는 인식은 사라져가고 있다. 모든 일상적인 것들이 정치에서 유리될 수 없는 대중정치 시대에, 개념 발언을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들에 대한 주목도는 이제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 어떤 식으로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말해준다. 하물며 유정현처럼 정치인으로서의 강한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아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대중정치 시대에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들의 지지를 얻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정치인과 연예인은 점점 닮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 둘 사이를 오가는 것도 과거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른바 소셜테이너라고 불리는 분들이 그 어떤 정치인들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실제로 하는 모습을 목도한 대중들로서는 심지어 정치인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으면서도 당리당략에만 휘둘리며 정작 국민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 모습에 염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연예인이 대중적 이미지를 통해 정치인이 되고, 또 정치인이 어떤 계기로 인해 정치를 나와 방송인의 길을 택하는 최근의 이 일련의 흐름은, 정치와 연예 그 두 분야에 모두 똑같은 대중과 매체가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이렇게 연예인이 정치인이 되고 정치인이 방송인이 되는 행보를 잘못됐다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떤 진정성 없는 선택의 반복은 자칫 방송인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그 진심을 대중들에게 전하기가 어렵다. 유정현의 방송복귀 앞에 놓여진 벽은 바로 이것이다.

세상을 은유하는 <더 지니어스>의 게임

 

게임 버라이어티쇼는 이젠 식상하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주목했던 것은 그 결과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게임의 성패가 파생하는 극과 극의 반응이었다. 승자는 한 겨울 뜨끈뜨끈한 방안에서 잠을 자고, 패자는 눈 내리는 야외 텐트에서 벌벌 떠는 그 극과 극의 체험. 또 패자가 되면 한 겨울에 얼음을 깨고 계곡물에 입수해야 하는 그 살벌함. 또는 공복 끝에 제공된 30첩 반상 앞에서 지게 되면 그저 침만 꼴깍 삼켜야 하는 그 절박감. 이것이 이른바 복불복 게임의 묘미였다.

 

'더 지니어스'(사진출처:tvN)

하지만 tvN에서 새롭게 시작한 신 개념 게임 버라이어티 <더 지니어스>는 이런 단순한 복불복 게임을 비웃는다. 1,2,3 카드를 갖고 벌이는 게임에서 승패는 복불복처럼 그저 운명의 주사위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카드를 나눠주고 바로 게임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을 주는 것에 이미 복선이 깔려 있다. 왜 시간이 필요할까. 그것은 그 시간 동안 승패를 서로가 함께 조작하고 합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더 지니어스>에서 게임이란 복불복이 아니라 일종의 사회적인 합의가 된다.

 

그래서 먼저 필요한 것은 제시된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다. 차민수 같은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이 이 게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단박에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이기기 위한 최소한의 방식을 제안한다. 그러자 <더 지니어스>의 게임 방식은 갑자기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누군가와 함께 누가 이기고 누가 질 것인가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게임을 하는 이들에게 그 선택을 하는 심리를 드러내게 만든다. <더 지니어스>는 누가 이기고 지는 그 결과에 몰입하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심리적인 화학작용에 더 천착한다.

 

김구라는 이 프로그램에 특이하게 투입되어 있다. 그는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처럼 전체를 이끌어가는 메인 MC의 역할이 아니라, 13명의 도전자들 중 하나로 투입되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확실한 역할이 주어져 있다. 그것은 성패가 아니라 방송을 얼마나 흥미롭게 구성할 것인가를 제안하는 역할이다. <더 지니어스> 마지막에 결국 미녀 경매사 김민서와 최연소 새누리당 의원 이준석 사이에서 누가 붙고 누가 떨어질 것인가를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결정하도록 만든 건 김구라다. 처음 이준석과 함께 연합을 했고 나중에는 김민서에게 게임머니를 제공받은(실제 돈이나 마찬가지) 홍진호가 방송 입장에서 그것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 가장 극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복불복이 그 엄청난 결과를 모르는 운명의 주사위에 그 재미의 핵심이 놓여 있다면, <더 지니어스>는 이미 결과를 아는 이들이 누구를 붙이고 누구를 떨어뜨릴까 하는 사회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그 재미가 만들어진다. 게임이 인생의 은유라고 할 때, 복불복이 보는 인생이 운명주의에 놓여 있다면, <더 지니어스>의 인생은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인 화학작용 속에서 생겨난다.

 

첫 번째 탈락자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준석 의원이 결정되게 된 것은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가 너무나 뛰어난 두뇌로 게임의 판도를 장악하면서 같은 게임에 들어가 있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홍진호는 이준석 의원을 떨어뜨린 이유로 그토록 뛰어난 두뇌를 가진 이를 다음 게임의 적으로 두기 싫었기 때문이라 진술했다. <더 지니어스>가 보여주는 건 단순한 게임의 자극적인 결과가 주는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사람들의 결정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 속에 놓여진 게임의 법칙이다. <더 지니어스>, 어쩌면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그 게임은 복불복에 머물던 예능의 게임을 촌스럽게 만들었다.

케이블, 종편에서 부활한 강용석, 공영방송에서 추락한 최효종

 

“국회의원 중에서 예능감이 뛰어나신 분 계십니까?” Jtbc <썰전>에서 강용석에게 박지윤이 이렇게 묻는다. 옆에 있던 김구라가 홍준표, 남경필 의원을 꼽고 또 누가 없냐고 묻자, 어딘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진심 없는 리액션을 보이고 있던 강용석은 결국 “강용석이죠 뭐.”하며 자신을 꼽았다. 그러자 김구라는 <썰전> 기사에 달린 강용석에 대한 댓글 이야기를 꺼내며 ‘칭찬 일색’이었다고 증언해주었고, 허지웅은 “‘썰전’이 강변호사한테는 <힐링캠프>”라고 덧붙였다.

 

'썰전'(사진출처:Jtbc)

2년 전 강용석이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으로 한창 주가를 날리던 최효종을 고소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놀라운 변화다. 게다가 강용석은 대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아나운서들에게 명예훼손으로 피소되기도 했던 인물이 아닌가.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하고 한나라당에서도 제명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던 강용석은 어떻게 이처럼 화려한 재기를 할 수 있었을까.

 

강용석의 인기비결은 지난 <썰전>의 방송 한 대목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이 날 주제는 지상파 봄 개편이었는데, 강용석은 “지상파 방송이 차별성을 잃었다”고 자못 진지하게 꼬집는다. 옆에 있던 김구라가 “공중파에서 섭외 들어오냐?”고 슬쩍 치고 들어오자 강용석은 굳이 부인하지 않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다. “오매불망”이라는 것. 김구라는 “만약 들어오면 어떤 프로를 하고 싶냐”고 되묻는다. 강용석은 냉큼 ‘그것이 알고싶다’를 지목한다. 그러자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윤석이 마지막 일침을 던진다. “사회자로서요? 아니면 소재로서요?”

 

이 짧은 대화 속에는 강용석이 어떻게 방송에 소비되고 있는가가 들어있다. 강용석은 정치인이나 변호사로서의 위치에 걸맞는 진지함을 먼저 보이다가도 김구라가 속내를 건드리면 거침없이 그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과거나 비호감적 요소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거기에 대한 공격 또한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김구라가 그의 방송 멘토라고 강용석이 얘기했듯이 그의 방송 존재 기반은 초반 김구라가 대중들을 대신해 그를 공격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 강용석은 반발이 아니라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꾸준히 보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강용석이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정서적인 전략이라면, 그가 정치인으로서 변호사로서 갖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은 그의 말에 대중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정보적인 전략이다. 그의 정보는 호기심을 채워주는 쾌감을 선사한다. 국회의원이 어느 사우나를 가고 술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하는 점은 대중들에게는 흥미로운 호기심을 자극한다. 즉 강용석에게는 김구라라는 천군만마의 지원자가 있는데다, 정서적인 전략과 자신만의 특별한 정보를 자원으로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Jtbc나 tvN 같은 지상파 바깥의 매체가 갖는 비주류적인 방송의 특징은 때론 자극적이고 거침없는 그의 이야기에 멍석을 확실히 깔아주었다.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것은 강용석의 고소로 한 때 주가가 100배 이상 올랐다(최효종 스스로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고 했던 최효종은 어째서 현재 그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까. 최효종은 현재 <개그콘서트>에서 ‘애니뭘’과 ‘위캔척’ 등에 출연하고 있는데 그 반응은 확실히 예전만 하지는 못하다. ‘위캔척’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척 할 수 있는 몇 가지 용어들을 알려주는 코너. 군대에 대해서 ‘꿀 빨았네’나 ‘치약미싱’ 같은 용어로 아는 척을 해보라 권하는 식이다. 최효종이 늘 해왔던 이른바 ‘공감 개그’의 하나지만 과거처럼 세태를 꼬집는 힘은 좀 약한 편이다.

 

강용석이 승승장구하는 반면, 최효종이 점점 주목받지 못하게 된 데는 아무래도 그들이 출연하고 있는 방송사(혹은 프로그램)의 이른바 ‘멍석 차이’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과거 정치인이건 경제인이건 상관없이 던져지는 최효종식의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그콘서트>가 최고의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면서 생겨난 일종의 책임의식은 소재의 제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기검열이 생긴다는 얘기다. 그런 분위기에서 헝그리한 개그가 나오기는 어렵다.

 

반면 바닥을 친 강용석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케이블과 종편에 출연했다. 그의 이 배수진은 논란이나 자극 자체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케이블과 종편으로서는 오히려 자산이 되는 셈이다. 어쨌든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을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한때 정점을 찍었던 연예인은 여러 환경적 조건에 의해 평범해진 반면, 그 연예인을 고소함으로써 국민적 비호감이 되었던 정치인은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효종이 정치적인 이미지로 자꾸 포장되는 것과 달리, 강용석은 연예인의 이미지로 포장된다. 어쩌면 바로 이 점이 두 사람의 길을 갈랐을 지도 모르겠다.

없으면 더 열심히, <라스>의 비결

 

MBC 김재철 사장의 강호동은 돼도 김구라는 안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라디오스타>의 멘트 하나 자막 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상해 공연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못 타서 당일 첫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이라 자리를 비운 규현을 두고 다른 MC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윤종신은 “더 이상 집나가는 형제 있으면 안 되는데.. 예전에는 살짝 비기만 해도 이상했는데.”라고 운을 띄우자, 유세윤이 받아서 “이 자리가 어쨌든 규현이만의 자리는 아니잖아요.”라고 농담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 주고받는 농담 속에 ‘열린 자리’라는 깨알 같은 자막이 들어가 웃음을 주었고, 유세윤은 규현의 빈 자리에 대고 마치 그가 있는 것처럼 “상해 클럽 갔다며. 어 진짜로? 3명이랑?”이라고 말하며 장난을 쳤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대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서로의 방송분량 경쟁이 하나의 설정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누군가의 빈 자리를 환영하는 모습으로 장난으로 친다.

 

물론 심각한 사안으로 MC가 하차하게 됐을 때는 조금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 장난이 멈추지는 않는다. 신정환이 하차했을 때도 <라디오스타>의 MC들은 서슴없이 그의 이야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또 김구라가 빠졌을 때는 그를 <라디오스타>의 사실상 멘토로 대하면서 그의 분신(인형)을 꺼내놓고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규현이 주로 그랬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김구라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누군가 자리를 비울 때 그를 깎아내리고 때로는 독설을 하는 건 <라디오스타>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김구라의 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뜬금없이 양배추(조세호)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를 웃음의 재료로 쓰기도 하고 염경환을 호명해서 깎아내리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이들의 이름을 프로그램에서 꺼내놓는 것은 그 내용이 어떻든 그 자체로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악플보다 힘든 게 무플이 아닌가.

 

김구라가 tvN의 <택시>로 복귀하면서 많은 이들이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보기를 바라게 되었다. 물론 과거 잘못된 발언으로 인해 잠정하차하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지만, 많은 이들이 그가 다시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어두웠던 과거가 어떻든, 현재에 그가 많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김재철 사장의 발언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대중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쨌든 <라디오스타>만큼 MC들이 갑자기 빠져나가고 새롭게 채워진 토크쇼도 없을 법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라디오스타>가 굳건히 버텨낼 수 있었던 데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뒤늦게 도착한 규현에게 다른 MC들은 그가 없이도 잘 진행이 됐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그를 놀렸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규현의 부재가 그다지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그 이유는 그의 존재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노력 때문이었다. 규현이 “저 없이도 잘 하셨나요? 걱정이 되가지고.”라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자, 유세윤이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저희는 누구 없다고 못하는 프로그램 아니에요.” 그러자 규현도 수긍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없으면 더 열심히 해.” 아마도 이것이 <라디오스타>가 김구라 같은 프로그램의 뿌리가 사라져도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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