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612)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5395)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643,110
Today229
Yesterday744
728x90

'개천용'의 질문, 어떤 판사·검사·형사·변호사·기자여야 할까

 

조기수 대법원장(조성하)에 의해 '재판 거래'가 공공연하게 지시되고, 그 상명에 복종하지 않으면 출세는 포기해야 하는 현실. 그래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지낸 김두식(지태양) 재심 재판을 맡게 된 최동석(류연석) 판사는 갈등한다. 만일 박태용(권상우)의 말대로 "법대로만 심판"한다면 김두식의 무죄를 선고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의 판사로서의 미래는 끝장나는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그 재심의 변호를 맡은 박태용이 가진 무기는 단 하나 '진정성'이다. 그는 진범인 이재성(윤정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그가 과거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 후로 사회에 봉사하며 살았던 삶을 끄집어냈다. 그를 믿어주는 이웃들의 시선 앞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려는 거였고, 그래서 이재성은 실제로 눈물을 흘리지만 결국 진범은 자신이 아닌 김두식이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박태용의 진정성에 마음을 움직인 건 최동석 판사였다. 그는 결국 김두식의 무죄를 선고하는 소신을 지켰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 사실을 알고 찾아와 법원 안에서 싸우는 것도 좋지 않았겠냐고 묻는 박태용에게 최동석 판사는 '출포판'이란 말을 아느냐고 되묻는다. 출세를 포기한 판사. 그는 현 법원의 문제를 이렇게 꼬집는다. "법원에 있는 고위직들이 출포판들을 제일 무서워해요. 얘네는 말을 안 듣거든. 대부분의 판사들은 말을 엄청 잘 들어. 왜냐하면 출세를 해야 되니까. 그래서 내부에서는 절대로 못 바꿔요."

 

그러고 보면 <날아라 개천용>의 박태용이라는 변호사도 출세는 물론이고 성공을 포기한 변호사가 아닐 수 없다. 재심 변호사라는 것이 승소가 어렵기도 한데다 그 과정도 꽤 오래 걸려 돈이나 성공을 바라고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김병대(박지일) 같은 검사장 출신으로 최대 로펌 대석의 고문을 맡고 있는 변호사로 사는 일이지만, 박태용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박삼수(배성우) 기자나 이유경(김주현) 기자는 또 어떤가. 오로지 진실 보도를 위해 현장을 뛰어다니지만 문주형(차순배) 같은 언론사 사장에 의해 기사는 편집되기 일쑤다. 그래서 이들은 선택한다. 기성 언론에 편입되어 성공의 길을 가는 기레기가 되기보다는 그 바깥으로 나와 진정한 기자의 길을 가기로. 

 

형사도 다르지 않다. 재심 사건에서 안영권(이철민) 오성시 경찰서장 같은 인물은 과거 김두식을 무고한 살인범을 몰아넣는 일로 승승장구해 서장이 되었지만, 그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려 했던 한상만(이원종)은 지구대로 좌천된다. 검사는 또 어떤가. 장윤석(정웅인)처럼 정치 검사로 승승장구하는 인물이 있는 반면, 소신을 지키다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가 된 황민경(안시하) 같은 인물도 있다. 

 

결국 <날아라 개천용>을 보면 양극단으로 나뉘는 판사, 검사, 형사, 변호사, 기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직종에 있는 인물들이지만, 드라마가 보여주는 것처럼 모두가 하나로 얽혀있다. 암담하게 느껴지는 건 출세해 이른바 잘 나간다는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양심과 소신을 지키기보다는 이익을 위해 그것을 저버린 이들이다. 반면 양심과 소신을 지킨 이들은 힘겹게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조직 바깥에서 저들과 싸운다. '출포판'만 있는 게 아니라 '출포검', '출포형', '출포변', '출포기' 등 어떤 직종에서도 '출포O'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저 드라마로만 보기 어려운 현실이 아닌가. 과연 어떤 판사, 검사, 형사, 변호사, 기자여야 바람직할까. <날아라 개천용>은 그 극명한 대결구도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개천용'이 출연 배우 교체에도 이어가는 진정성의 실체

 

 '이 드라마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으나 일부 상황, 인물, 이름, 사업체, 사건, 지역에는 극적효과를 위해 허구를 가미했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은 그런 고지로 시작한다. 보통 '실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고지하는 내용과는 정반대다. 이런 고지를 하게 된 건 이 작품이 재심 전문변호사 박준영 변호사와 이를 기사화해 유명해진 박상규 기자의 실제 사건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들이 쓴 '지연된 정의'에 등장하는 삼례 나라슈퍼 강도 치사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이미 영화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뤄졌던 실제 사건들이고, 이 사건들의 재심과정은 <날아라 개천용>의 주된 스토리다. 

 

실제 현실에서 재심으로 승소하는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날아라 개천용>의 특별한 이야기는 판타지와 현실이 공존하는 이 지점에서 폭발력이 생겨난다. "저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하고 속 시원하게 펼쳐지는 드라마 내용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도 그것이 현실과는 다르다고 질문을 던질 때, 이 드라마는 말한다. 그것이 실제 벌어졌던 일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던 <날아라 개천용>에 박상규 기자의 드라마 속 인물인 박삼수 역할을 연기한 배성우의 음주운전 적발사실이 알려지면서 암운이 드리워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진정성이 가장 강력한 힘이었던 <날아라 개천용>은 더 이상 배성우를 박삼수 역할로 세울 수 없게 됐다. 박삼수는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정의를 위해 진실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닌가. 그러니 시청자들로서는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진 배성우가 연기하는 박삼수에 몰입하기가 어렵게 됐다. 

 

결국 배성우는 하차하고 대신 다른 배우가 그 역할을 이어받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뒤늦게 그 역할을 맡아봐야 그 배우가 얻을 건 별로 없는 그런 상황. 배성우의 입장을 챙길 수 있는 건 소속사뿐이 없었다. 애초 같은 소속사 배우였던 이정재가 거론되었지만 대신 소속사 대표인 정우성이 대신 그 역할을 떠안았다. 그리고 몇 주 간의 휴방을 거쳐 드디어 1월 1일 방영을 재개했다. 

 

정우성은 17회부터 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약 2주간은 배성우가 나오는 <날아라 개천용>을 계속 봐야 한다. 최대한 배성우가 맡은 박삼수 기자의 분량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이 드라마에서 박태용 변호사(권상우)와 함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역할을 줄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박태용 변호사가 맡은 재심사건이 가까스로 증거를 찾아내 승소의 실마리를 잡게 되고 그걸 기사화했던 박삼수 기자의 '기사 펀딩'에 5억이 넘는 기부금이 모이면서, 그 돈의 쓰임새를 파고든 장윤석(정웅인) 검사와, 박태용 변호사를 아예 당으로 끌어들이려는 강철우(김응수) 시장으로 새로운 갈등국면이 생겨났다. 

 

결국 펀딩 받은 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박태용 변호사의 선언은 그래도 현실적인 생계를 챙기려던 박삼수 기자와 갈등을 일으키고, 여기에 정치권에서 박태용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은 이들이 애초 꿈꾸던 초심을 흔들어 놓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 박삼수 기자의 역할을 줄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배성우가 연기하는 박삼수 기자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이제 17회부터 이를 이어받을 정우성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지점은 배성우에서 정우성으로 배우가 바뀌게 되는 사태를 겪고 있는 <날아라 개천용>의 힘이 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1월 1일 방송된 13회 시청률은 5.7% 휴지기 전인 12월 12일 방송된 12회 시청률 5%보다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음주 사건 이후 떨어진 시청률이 배성우가 계속 출연하고 있음에도 오름세로 전환된 것. 어째서 이런 특이한 흐름이 생기고 있는 걸까. 

 

그건 그나마 이 작품이 허구가 아니라 실화에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부적절한 사유로 인해 배성우가 하차하고 정우성이 그 역할을 이어받게 됐지만, 그래도 그 배우들이 연기하는 박삼수라는 인물은 가상이 아닌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그 진정성을 그나마 붙잡아주고 있다. 즉 실화의 실제 인물을 저들이 재연하고 있다는 이 작품의 특이한 관전 포인트는, 배우 교체라는 사태 속에서도 그나마 작품을 계속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부여하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허쉬'가 기자 앞세운 드라마의 징크스를 깨기 위해서는

 

기자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안 된다? 드라마업계에 자리하고 있는 징크스는 여지없이 이번에도 재연되고 있는 걸까. 기자를 소재로 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과 새로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허쉬>가 바로 그 드라마들이다. 

 

비교적 잘 나가던 <날아라 개천용>이 주연배우 배성우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데다, <허쉬> 또한 황정민 같은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스타배우를 캐스팅하고도 첫 회 3.3%(닐슨 코리아)에서 2회 2.5%로 시청률이 추락했다. 

 

<날아라 개천용>은 드라마 같은 삶을 산 실제 재심 변호사와 기자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약자들을 위해 나서는 이들의 영웅적인 서사가 리얼 판타지라는 강점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하지만 하필이면 정의로운 기자 역할을 연기하는 배성우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역풍을 맞았다. 리얼 판타지의 몰입감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이정재가 배성우를 대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진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새로 시작한 <허쉬>는 어떨까. <허쉬>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영웅적인 기자 상을 판타지로 그리기보다는, 기레기가 될 수밖에 없는 언론 시스템을 현실적으로 그린 드라마다. 실제로 <허쉬>는 "까라면 깔 수밖에 없는"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기자를 그린다. 유배지가 다름없는 디지털 뉴스팀으로 좌천된 기자들은 취재는 뒤로 한 채 보도자료를 베껴 쓰거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일을 하며 스스로를 '기레기'라 한탄한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고발하는 <허쉬>는 시청자들로서는 마치 기레기를 변명하는 듯한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 "글보다 밥이 무섭다"는 현실은 거꾸로 말해 그 밥을 위해 정론직필하지 못하는 것이 마치 생존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는 기자들이나 그 세계를 아는 언론관계자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겠지만 대중들이 모두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허쉬>에게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것은 디지털 뉴스팀의 한준혁(황정민)이 과거 자신의 이름으로 나간 가짜 뉴스 때문에 겪은 상처가 있다는 점이다. 그 가짜뉴스로 잘 알고 지내던 한 PD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그래서 마치 자신에게 벌을 주듯 기레기를 자처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의 앞에 또 다른 각성의 기회가 생긴다. 

 

그것은 자신이 교육을 맡게 된 인턴에게서 벌어진 비극이다. 지방대 출신으로 여러 회사의 인턴을 전전했지만 정직원이 되지 못한 오수연(경수진)이 매일한국에서도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그냥 자신만 입 다물고(허쉬라는 제목이 가진 뜻 그대로) 지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갈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한준혁은 과연 기레기에서 탈피해 새로운 면모를 보일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은 <허쉬>가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드라마는 현실 그대로가 아니라, 현실에 결핍된 것들을 채워주는 판타지를 요구하니 말이다. 과연 한준혁의 각성은 <허쉬>의 기대감을 높여 놓을 수 있을까. 나아가 기자 소재 드라마는 안 된다는 징크스를 깨줄 수 있을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개천용'의 재심사건들, 범인이 나타나도 돌려보내는 사법이라니

 

"잘 나신 변호사님과 기자님은요, 할 말 다 하고 사는지 모르겠는데요, 저 같은 사람은 입이 있어도 말 못해요. 기자님. 말이란 것은요, 입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하는 거예요. 세상 천지에 우리 같은 사람들 말을 누가 들어주기나 합니까?"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오성시 트럭 기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옥살이를 하고 나온 김두식(지태양)은 재심을 해서 억울한 누명을 벗어야 되지 않겠냐는 박태용(권상우) 변호사와 박삼수(배성우) 기자의 말에 그렇게 일갈했다. 과거 그는 형사에게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그토록 항변했었다. 하지만 이미 그를 범인으로 특정해버린 형사들은 강압적인 수사로 그를 결국 범인으로 만들었다.

 

애초 살인사건의 목격자였던 김두식은 강압에 의해 몽타주를 그리게 하자 어쩔 수 없이 당시 그가 일하던 곳의 사장 얼굴을 그렸다. 잠시 경찰에서 풀려난 김두식이 경찰이 두려워 도주를 하면서 문제는 꼬여버렸다. 경찰은 아예 김두식을 범인으로 특정했고 그렇게 아니라는 항변에도 모두 귀를 닫아버렸던 것.

 

놀라운 건 그렇게 김두식이 옥살이를 하던 중 진범이 나타났지만 이를 경찰도 검찰도 묻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한상만(이원종)은 진범의 진술을 서장도 직접 듣게 했지만 서장은 자리 지키기에 더 전전했다. "야 한 반장 나도 괴롭다. 야 3년 전에 우리가 수사해서 잡아넣은 김두식이 아직 감옥에 있잖아. 우리 다 죽어. 검찰은 어쩔 거여? 법원은? 판사들은 무려 열 명이나 오판을 했어. 너 저 꼬맹이들 땜시 온 나라에서 곡소리 나는 거 듣고 싶어?"

 

그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으면 곡소리가 나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한상만의 일갈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서장은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검사에게 이 일을 알렸고 검사는 청장에게 보고했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묻으라는 이야기였다. "나도 임관하자마자 미안한데 이거 묻어. 검사는 한 몸. 이제 와서 뒤집으면 그거 3년 전에 수사하고 공판하고 했던 선배 검사들 어떻게 되겠어?" 그 청장은 대석 로펌 고문이 되어 있었다.

 

<날아라 개천용>이 다루는 재심사건들은 놀랍게도 진범이 나타났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오점을 가리기 위해 이를 묻어버리려는 사법권의 모습들을 담아낸다. 물론 이것이 사법권 전체의 보편적인 이야기는 아닐 게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네 사법부가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때론 기계적인 법률 해석만 해야 한다고 '공정함'을 빌미로 무정해지고, 때론 사법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거나, 특정 사안을 정치적으로 해석해 권력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지금의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사법부의 모습이 아닌가. 억울해하고 힘겨워 하는 약자들의 목소리가 그 귀에 닿을 리가 만무다.

 

<날아라 개천용>은 허구로 만들어진 드라마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했다. 주인공들이 바로 실제인물들을 모델로 하고 있는데다, 이들이 다루는 재심사건도 실제사건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실제 모델 중 한 명인 박상규 기자가 대본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이런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었던 재심사건들의 승소가 가능했던 건 약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연 변호사, 형사, 기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난 한상만이니까.. 그냥 감방에 갇혀 있는 열일곱 살 김두식이가 내 아들처럼 느껴졌나봐. 그 어린 것이 누명을 쓰고 그 속에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까 그냥 도와주고 싶어서요. 그게 다예요." 왜 김두식 사건에 그토록 집착했냐는 박태용 변호사의 질문에 한상만은 그렇게 답한다. 형사나 검사, 판사라는 직업이 아닌 개인의 양심으로 그나마 정의를 지켜나가려는 몸부림이 있는 사회는 과연 정상적일까. 이런 정의의 문제가 몇몇 영웅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에 의해 그나마 작은 희망을 전해준다는 건 우리네 사법부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개천용', 돈만 있으면 기사도 맘대로? 그 정반대인 이유

 

"야 다 니들 때문에 그러는 거야. 보란 듯이 사옥 올려서 니들 월급 주고 취재에만 전념하라고." 뉴스앤뉴 문주형(차순배) 사장은 강철우(김응수) 서울시장의 뒤를 봐주는 것이 결국 기자들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강철우 시장이 지을 테크노 타운 분양권을 받아 입주하려 한다. 그것이 수백억의 이익을 회사에 가져다 줄 것이고 그 이익은 결국 기자들의 처우를 좋게 해줘 쓰고 싶은 기사를 마음껏 쓸 수 있게 해줄 거라는 게 그의 논리다.

 

하지만 문주형 사장의 그 말에 이유경(김주현) 기자는 너무나 따끔한 비판을 내놓는다. "저 앞 광화문만 나가도 언론사 빌딩 많아요. 그 언론사 보란 듯이 진실을 쫓고 있나요? 누가 보는데도 자기 주머니만 채우고 있나요?" 언론사들이 도시 한복판에 빌딩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진실만을 기사로 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과연 그런가. 이유경 기자에게 "우린 달라. 우린 그렇게 안살거야."라고 문주형 사장이 말하지만 과연 진짜 빌딩을 세우고 나면 저들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은 물론 드라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여타의 다른 드라마들과 조금 다른 건 실제 있었던 재심 사건들을 다루고 있고, 여기 등장하는 박태용(권상우) 변호사나 박삼수(배성우) 기자가 모두 실제 인물들인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기자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박상규 기자가 직접 대본작업을 했다. 그러니 드라마 속 이유경 기자가 따끔하게 던지는 일침이 예사롭지 않은 현실감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보통 드라마 속 내용들이 '실제와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보여지곤 하는 고지와는 사뭇 다른 사전고지를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으나 일부 상황, 인물, 이름, 사업체, 사건, 지역에는 극적효과를 위해 허구를 가미했습니다.' 즉 실제를 바탕으로 했고 다만 허구를 가미했다는 것.

 

<날아라 개천용>이 뉴스앤뉴라는 언론사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건 어떻게 언론과 권력이 유착되어 진실과 정의보다는 돈과 권력을 서로 추구하게 되는가하는 점이다. 고지처럼 다소 허구를 가미했지만 문주형 사장이 권력형 비리들을 취재해 가져오는 이유경 기자에게 "덮으라"고 강요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그저 가상의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차기 대법원장이면 의전서열 대한민국 넘버3야!"라며 그는 조기수 대법관의 비리를 기사화하려는 이유경 기자를 막아 세운다. 그는 말한다. "조기수 곧 대법원장 되고 내년에 총선이야. 후년에는 대선이고. 집권여당 빌빌 거리는 거 안보여? 새로운 집권세력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게 안 보이냐고. 토 달지 말고 무조건 막아!"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수사로 가짜 자술서를 쓰게 만드는 비리 형사들과 진짜 범인을 잡고도 자신들의 실수가 피해로 돌아올까 봐 그들을 놔주고 대신 무고한 이들을 범인으로 옥살이하게 만드는 비리 검사 그리고 이 사실을 다 알면서도 자신의 자리 욕심 때문에 엉터리 판결문을 내는 판사는, 재심으로 그들의 잘못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들은 그래서 여전히 공고한 권력의 힘을 이용해 언론을 움직이고 유착된 언론은 그들에게 유리한 기사들을 써줌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키워간다.

 

허구를 가미한 드라마라지만 이유경 기자의 따끔한 일침이 더욱 큰 울림을 주는 건 우리네 현실이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게다. "우린 다르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권력의 힘에 의해 세워진 언론사는 결국 갈수록 진실보다는 자기 주머니를 더 들여다볼 테니 말이다. 어찌 보면 약자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기대고 싶은 이들이 형사, 검사, 판사 그리고 기자가 아닐까. "주먹보다 아픈 게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올 때라는 거 선배님들 정말 실망입니다." 이유경 기자의 툭 던지는 말 한 마디의 여운이 의외로 길게 남는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날아라 개천용', 배성우의 기사와 권상우의 변론에 담긴 진정성의 힘

 

"엄마 냄새는 기억나요. 엄마랑 잔 마지막 날 엄마가 계속 토했나 봐요. 방에서 그 냄새가 많이 났어요. 농약 제초제 그게 엄마 냄새..."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고 옥살이까지 한 삼정시 3인조 살인사건의 강상현(하경)은 엄마 냄새를 농약 냄새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에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그의 엄마는 마지막 순간에 아들을 안고 영원한 잠이 들었다. 강상현은 그 냄새가 좋아 그 곳에 산다고 했다. 여름에 논에 농약을 많이 뿌린다는 그 곳에.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본격적으로 재심을 준비하기 위해 박태용(권상우) 변호사와 박삼수(배성우) 기자는 몸으로 뛰고 또 뛰었다. 사라져버린 진범들을 찾기 위해 박태용 변호사는 달동네 집들을 수소문하고 다녔고, 박삼수 기자는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강상현이 진범의 얼굴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를 찾아가 그 사연을 듣게 됐다.

 

한글을 쓸 줄 모른다면서 글자를 읽는 모습과, 범인의 얼굴을 기억한다면서 엄마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강상현의 진술을 이상하게 여기던 박삼수는 그러나 그 엄마 냄새 이야기에 공감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목욕관리사로 일했던 엄마에게서 나던 꿉꿉한 목욕탕 냄새가 가장 좋았다고 박삼수는 이야기했다.

 

또 강상현이 엄마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해도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유가 자신을 보고 울어준 사람은 그가 처음이라 그랬다는 이야기나,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는 물음에 마지막 엄마가 죽어가며 자신을 안아줬던 그 순간이라는 말에 박삼수는 깊이 공감했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애써 달려와 일부러 샀다며 캔커피를 건네준다. 박삼수가 그거 빼면 냉장고에 아무 것도 없지 않냐고 묻자 강상현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요. 저 원래 아무 것도 없어요." 그 말에 박삼수 기자는 무너져 내린다.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아마도 이런 깊은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를 쓴 박삼수 기자의 글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박태용 변호사를 울게 했고, 딸이 동거하는 걸 알고 화를 냈던 이진실(김혜화)의 아버지마저 울컥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 글은 진범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진범 김원복(어성욱)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이철규(권동호)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재심에 나와 자신의 죄를 밝혔다.

 

그 글에 공감한 박태용 변호사는 자신의 어렸을 때의 삶을 떠올렸다. 일찍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고 그래서 가장이 되어 여동생과 작은 엄마(?)의 아이까지 돌봤던 시절들을. 그런 공감대는 박태용 변호사가 이들의 재심 변론을 더 진정성 있게 하게 됐던 이유였을 게다. 박삼수는 그 기사에 후원금이 들어오는 걸 박태용에게 보여주며 농담처럼 "슬픔은 나눌수록 돈이 된다."고 말했지만 그건 사실 돈보다 더 진한 진심에 대한 공감대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말했던 게 아니었을까.

 

촌철살인(寸鐵殺人)은 작고 날카로운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 글 한 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로 쓰인다. 박삼수 기자와 박태용 변호사가 보여준 게 바로 이 '촌철살인'이 아닐까. 기사의 글과 변론의 말에 담긴 공감과 진정성의 힘. 그게 때로는 현실을 바꾸기도 한다는 걸 <날아라 개천용>은 보여주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배성우, 자신이 아닌 배역으로 더 기억되는 배우

 

개천에서 용 났다? 아니 그는 처음부터 용이었다. 배성우는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연기를 해온 배우다. 여러 단역을 거쳐 영화 <오피스>에서 김병국 과장 역할로 섬뜩한 카리스마로 드디어 존재감을 드러냈을 때 어디서 이런 배우가 나왔지 했을 정도였다. 그 후 <더킹>에서 권력 앞에 순종하는 검사 양동철로 주목받았고 <안시성>,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같은 작품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그만큼 배성우는 자신보다는 배역으로 더 기억되는 배우였다.

 

워낙 배역에 충실한 배우인데다 주인공보다는 주변 인물 역할로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해줬던지라,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라이브>에 오양촌 경위로 등장했을 때 그가 준 인상은 강렬했다. 드라마의 특성상 인물이 더 잘 보이고, 그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 역시 그 결이 더 잘 드러나는 법이다. 배성우는 오양촌 경위의 불같은 성격과 그러면서도 동료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질 정도로 뜨거운 형사의 면면을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표현해냈다.

 

그랬던 그가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으로 돌아왔다. 박삼수라는 기자 역할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박삼수 기자의 실제 인물인 박상규 기자가 대본을 쓴 작품이라 훨씬 더 리얼리티에 바탕을 둘 것이라 여겨졌지만 이 작품은 그런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SBS 금토드라마가 갖는 색깔인 다소 경쾌한 분위기에 맞게 <날아라 개천용>은 조금은 과장되고 극화된 작품으로 그려졌다.

 

박삼수 기자라는 인물은 그래서 치열한 현실의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도 거기서 매몰되지 않고 낙천적으로 진실을 향해 나간다. 기자지만 펜을 굴리기보다는 발을 더 재게 놀리는 인물이고, 약자들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인물이다. 가진 건 없지만 기자라는 자존심만큼은 확실해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지만, 동시에 당장의 생활비에 쪼들리며 현실적으로 잘 살기 위해 강철우(김응수) 시장의 수발을 들기도 하는 짠한 직장인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갖고 있다.

 

한 마디로 배성우가 연기로 채워낸 박삼수 기자는 인물이 입체적이다. 자신을 천거해준 회사 대표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가 강철우 시장과 결탁해 돈을 벌려고 진실을 가리는 행위에는 대놓고 반발한다. 박태용 변호사(권상우)를 슬쩍 끌어들여 돈 안 되는 변호를 시키지만, 그 과정을 보며 오히려 자신이 더 박 변호사에게 빠져드는 걸 인정한다. 동거하는 이진실(김혜화) 앞에서 사랑꾼의 모습이면서도 얹혀사는 삶의 찌질함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무엇보다 배성우라는 배우가 주목되는 건 역할에 200% 몰입한 모습을 늘 보여준다는 점이다. 등장부터 땀에 절은 후줄근한 티셔츠 차림으로 박태용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와 털썩 소파에 앉을 때 그는 영락없는 현장 체질 기자의 모습이다. 인터넷 등에서 이 캐릭터의 실제 인물인 박상규 기자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어딘지 극중 인물과 어울리는 면이 있다는 걸 느낄게다.

 

가진 건 아무 것도 없지만 박태용 변호사와 술 한 잔에 의기투합하고 "다 죽었어!"라고 외치는 자신만만한 박삼수 기자의 모습은 서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준다. 그런데 이런 가진 건 없어도 직업정신으로 자신만만한 모습은 배성우라는 배우와도 잘 어우러진다. 그에게서도 자신을 지워내고 배역을 대신 끄집어내는 배우라는 직업의 자신감 같은 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개천용? 그는 본래 용이었다. 다만 개천에 가려져 있었을 뿐. 보이지 않지만 자기 위치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많은 직업인들이 그러하듯이.(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개천용',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정의가 실현되려면

 

세상에 이런 변호사와 기자가 있을까. 돈이 되지 않고 이길 확률도 낮은데다 길게는 5년이나 갈 수도 있는 재심을 기꺼이 맡는 변호사 박태용(권상우). 그는 심지어 재심 의뢰인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자 직접 찾아가 변론을 해주고 피해자에게 합의 먼저 받아내라고 박삼수(배성우) 기자에게 부탁한다. 그런데 언론사 뉴스앤뉴에서 잘려 백수가 된 박삼수 기자는 투덜대면서도 없는 돈을 탈탈 털어 합의금을 대신 내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의뢰인의 집을 찾은 박태용 변호사는 난방조차 잘 되지 않은 곳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며 살고 있는 의뢰인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해 사비를 들여 집을 구해주는데 보증금을 대준다.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박태용 변호사와 박삼수 기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변호사와 기자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돈과 권력이 먼저 떠오르는 그 직업에서 '사람 냄새'가 먼저 풀풀 풍겨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재심에 뛰어든 삼정시 3인조 사건에서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되어 감옥살이를 하게 됐던 세 사람 중 한 명인 그 의뢰인이 슈퍼마켓에서 폭행을 하게 된 건 자신의 억울한 감옥살이 이후 어머니가 갖게 된 조현병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이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게 된 데는 경찰이 실적을 얻기 위해 강압과 폭력으로 쓰게 한 조서 때문이었다. 장애가 있는 그들을 싸잡아 범인으로 몰아세운 것.

 

훗날 부산지검의 검사가 진범을 잡았지만 사건을 조작했던 장윤석(정웅인) 검사는 그 사건이 뒤집어지면 거기에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날아갈 수 있다며 수사를 덮고 범인들을 풀어줬다. 당시 검사가 녹음한 파일을 테이프로 피해자측에 주었지만, 피해자가 박삼수 기자에게 준 그 테이프는 뉴스앤뉴의 사장 문주형(차순배)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삼정시 3인조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강철우 시장(김응수)은 배후에서 박태용과 박삼수의 재심을 방해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다. 마이너스 통장에 1억 가까이 빚이 있는데다 여동생 가족의 생계까지 챙겨야 하는 박태용 변호사를 찾아온 김병대(박지일) 대석 로펌 고문은 그의 회사로 들어오는 조건으로 재심을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그런데 그 배후에는 강철우 시장이 있다.

 

또 박삼수 역시 뉴스앤뉴의 문주형 사장이 재심사건 취재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그 배후 역시 강철우 시장이다. 강철우 시장이 쥐고 있는 재개발 택지 사업을 통해 이 회사의 몇 백억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실을 위해 또 약자들을 위해 사비를 들여서까지 애쓰는 박태용 변호사와 박삼수 기자를 가로막기 위해 저들이 쓰는 방식은 치졸하게도 '돈'이다.

 

그렇다면 돈에 의해 정의도 마구 정해지는 현실 속에서 박태용 변호사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뭘까. "변론은 가방끈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의뢰인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일종의 진정성이랄까. 그런 게 있어야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실의 언어가 이렇게 올라오는 겁니다." 친부 폭생치사 사건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정명희의 변론을 맡아 그 심정을 고스란히 전함으로써 가슴을 울리는 변론을 한 박태용 변호사가 가진 무기는 바로 '진정성'이다.

 

'날아라 개천용'이 다루는 재심 사건들은 대부분 '돈이 정의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런데 그 재심을 하기 위해서 소신을 향해 나가는 변호사나 기자는 모두 돈의 현실 앞에서 갈등하고 고통 받는다. 그래서 박태용 변호사는 입만 열면 '독지가'를 이야기한다. 정의가 돈이 되지는 않아도 적어도 정의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돈이 장애가 되지는 않는 그런 사회는 불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이 드라마는 던지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날아라 개천용', 과연 드라마는 실화의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을까

 

"내가 이 새끼들 싹 다 엎어버려." "아유 진짜 이것들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이거 진짜. 니들 나한테 다 죽었어." SBS 새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은 이렇게 각각 외치는 박삼수(배성우) 기자와 박태용(권상우) 변호사의 일갈로 시작한다. 이들은 무엇에 이리도 분노하는 걸까.

 

사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시청자라도 <날아라 개천용>의 실제 모델이 된 인물들이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기자라는 사실이라는 걸 안다면 저들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쉽게 감을 잡을 게다. 박준영 변호사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을 소재로 다뤘던 영화 <재심>의 실제 인물로서 알려진 유명한 재심 전문 변호사가 아닌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박상규 기자는 바로 그 박준영 변호사의 재심 사건들을 보도함으로써 무고한 피해자들의 무죄와 재심을 이끌어낸 기자다.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무기수 김신혜 사건을 보도했고 최근에는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의 갑질 영상을 최초 보도,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의 비밀 안락사 폭로,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피해자 보도 등을 한 기자다.

 

그러니 이들의 실제 이야기를 드라마로 담은 <날아라 개천용>의 인물들의 분노가 지목하는 건 분명하다. 그건 '진실'과 '정의'가 권력이나 위력에 의해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다. 이들이 쓴 책 <지연된 정의>에는 "주먹으로 치고 몽둥이로 때리는 고문보다 잔혹하고 교묘한 게" 바로 "많이 배워서 똑똑한 놈들이 저지르는 '조서 조작'"이라는 글귀가 들어 있다. 이른바 '배운 놈들'이 더 "교묘하게 피의자가 허위자백하게 만들고 조서 조작"을 해서 나중에 검증하기도 어렵게 만든다는 것.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기자의 이야기를 드라마화하면서 그 제목에 '개천용' 같은 문구가 달린 건 이들이 스펙사회에서 그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해 고졸 출신으로 사법고시 패스해 변호사가 된 드라마 속 인물 박태용이나, 이름도 잘 모르겠는 수천대학교를 나와 현장에서 구르며 발로 뛰어 특종을 잡는 것으로 인터넷매체의 베테랑기자가 된 박삼수나 스펙사회에서는 '배운 놈' 측에 들지 않는 개천용이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재심에 성공해 이제 의뢰인들이 줄을 서고 돈방석에 앉을 줄 알았던 박태용이 오히려 재심 같은 힘들지만 돈은 안 되는 사건들만 밀려오고 그래서 결국 수입이 없어 직원들까지 다 떠나가 심지어 재심사건의 의뢰인이었던 노숙자에게 돈을 빌리는 상황은 '배운 놈들'만이 적당히 해먹고 살아가는 현실을 말해준다. 약자들을 위해 변호하는 변호사들은 그래서 점점 가난해지고, 강자들을 위해 변호하는 이들만 더 떵떵 거리며 사는 현실.

 

이것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며 살아가는 기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검사, 의사, 변호사, 기자 등 배운 놈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스펙사회 속에서 박삼수 같은 기자는 특종을 내도 장윤석(정웅인) 검사에게 모욕을 당하는 처지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쓰면 소소한 기사가 되지만 그가 쓰면 특종이 되는 이유를 그는 발로 뛰며 현장에 직접 가는 데서 찾는 박삼수는 자신이 "타고 났다"며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삶이 어려운 이들의 이야기를 남다르게 듣게 만들었다 말한다.

 

실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박상규 기자가 대본을 쓴 <날아라 개천용>은 그래서 무엇보다 생생한 사건들이 강점인 드라마다. 궁금해지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이들 실제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과연 이 드라마가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진실과 정의에 대한 갈증이 남다른 지금의 대중들에게 다소 돈키호테 같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권력과 도전하는 이들의 행보는 얼마나 큰 속 시원한 사이다를 안겨줄까.

 

사실 최근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기자나 변호사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캐릭터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드라마에 나오는 기자는 대부분 주인공을 괴롭히는 '기레기'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물론 실제 현실이 그런 점도 적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지켜가며 소신대로 살아가는 기자나 변호사들도 존재한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그래서 우리가 진정으로 보고 싶었던 기자와 변호사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지도 모르겠다. 부당한 거짓에 분노할 줄 아는 진짜 기자와 변호사에 대한 갈증을.(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