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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독특한 경계인 설정이 끄집어낸 명품 연기들

 

괴물인가 영웅인가. 드라마가 끝까지 도정우라는 인물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그 인물을 연기한 남궁민은 역시 믿고 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던 연기 괴물이었다.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의 종영에 이르러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낮과 밤>이 진입장벽이 꽤 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보여진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벌어진 참사와 어린 생존자들의 '괴물' 같은 모습이 미스터리를 던져 놓은 데다, 세월이 흘러 현재 그 생존자 중 한 명으로 서울지방경찰청 특수팀 팀장인 도정우(남궁민)가 수사하는 연쇄 자살 사건 또한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벌어진 것인가가 오리무중이었던 작품이다. 

 

여기에 미국 FBI 출신 범죄심리전문가 제이미(이청아)가 특수팀에 합류해 연쇄 자살 사건을 함께 수사하고, 포털 MODU 소속 해커로 어두운 범죄자와 사육당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는 문재웅(윤선우)이 그 사건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도무지 가늠하기 힘든 사건의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 

 

그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사건들 속에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드라마를 보게 만든 힘은 도정우 역할을 맡은 남궁민 덕분이었다. 시청자들은 그 미궁 속에서 남궁민을 믿고 따라나섰고 그 결과는 놀랍고도 색다른 스릴러와의 만남이었다. 참사와 연쇄 살인사건으로 수사물의 색깔이 강했던 드라마는 중반을 지나면서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체실험이 있었고, 그것이 '영원한 생명'에 대한 권력자들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드러낸다. 

 

여기서 이야기는 단순한 수사물이 아닌 초능력이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물'의 색깔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낮과 밤>에서 도정우가 가진 초능력은 과거 자신이 실험을 당하면서 갖게 된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마블식의 슈퍼히어로물과는 결이 다르다. 오히려 <언브레이커블>, <23아이덴티티> 그리고 <글래스>로 이어진 나이트 샤말란 식의 슈퍼히어로물에 가깝다. 

 

'낮과 밤'으로 은유되는 인물의 경계는 그래서 <23아이덴티티>가 다뤘던 경계성 인격 장애로 인해 영웅과 괴물 사이를 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당시 실험 대상이었다가 하얀밤 마을에서 탈출한 세 사람, 즉 도정우, 제이미 그리고 문재웅은 모두 경계성 인격 장애라는 후유증을 가진 채 영웅으로도 괴물로도 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마지막 회에 이르러 밝혀진 것이지만 도정우는 자신 안에 있는 괴물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던 것.

 

<낮과 밤>이 어찌 보면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초능력 같은 소재를 가져오면서도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수 있었던 건, 아주 조금씩 이야기를 확장해감으로써 나중에는 초능력까지도 믿게 만든 촘촘한 대본 구성과 이러한 변화를 믿고 보게 만든 명품 연기들이 더해져서다. 남궁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중심을 잡아줬고, 독특한 분위기를 내며 매력을 끄집어낸 이청아, 인물의 이중성을 섬뜩하게 표현해낸 윤선우가 든든히 그를 지지해줬다. 여기에 액션과 감정 연기를 잘 소화해낸 김설현, 괴물 같은 연구자의 얼굴을 그려낸 김창완과 안시하, 각하의 추악한 실체를 보여준 김태우 등등. 경계에 서 있는 인물들을 다루는 독특한 대본은 양자를 오가는 연기자들의 명품 연기를 끌어냈다. 

 

그래서 <낮과 밤>이 하려는 이야기는 '선택'의 문제였다. 선과 악, 정의와 부정 같은 마치 두 부류가 분명히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치부되는 현실의 대결구도들은 사실상 한 사람 안에 다 있다는 것. 그래서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영웅이 될 수도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이야기되진 않았지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검경, 연구자들을 아우르는 인물군들은, <낮과 밤>이 말하려는 그 선택의 문제가 지금 현재 우리네 현실 곳곳에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진영논리로 쉽게 구분하는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의 대결이 겉으로 보이는 현실의 모습이지만, 실상은 진영으로만 얘기될 수 없는 개개인의 선택이 그 양자를 가를 수 있는 훨씬 더 복잡한 권력과 욕망의 시대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 <낮과 밤>이 수사물에 슈퍼히어로물의 성격까지 더해 전해준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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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선과 악·꿈과 현실·낮과 밤을 선택하는 건 바로 자신

 

"28년 전 어린아이였던 우리들이 그 하얀밤 마을에서 도망치려면 어른들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어.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현실에서는 권력의 힘에 눌려 감히 상상도 못하겠지만 그 현실을 꿈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준다면 선의를 발동한 누군가가 우리를 도와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더라고. 그들의 마음 속 깊숙이 있었던 건 선의가 아니라 분노 증오 같은 악의였어."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에서 도정우(남궁민)는 드디어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있었던 참사의 전말을 제이미(이청아)에게 말했다. 드라마 첫 장면에서 등장했던 하얀밤 마을의 괴이한 참사. 모두가 서로를 죽고 죽이는 그 참혹한 지옥도 속에서 어린 도정우는 그것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그 실험으로 남다른 능력을 갖게 된 도정우가 '괴물'이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정우가 전한 진실은 괴물이 다른 곳에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는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 곳에서도 선의를 가진 누군가가 자신들을 도와줄 걸 기대하며 음식에 꿈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약을 탔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현실을 꿈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 바랐던 희망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었고, 선의가 아닌 악의를 드러냈으며 결국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해왔던 그 감정을 꿈이라는 착각 속에서 웃고 웃으며 죽고 죽이는 행동으로 표출했던 것이었다. 

 

하얀밤 마을의 참사가 왜 벌어졌는가에 대한 도정우의 이 이야기는 <낮과 밤>이라는 드라마가 전하려는 이야기가 결국은 '선택'의 문제라는 걸 드러낸다. 다시 돌이켜보면 문재웅(윤선우)이 당시 하얀밤 마을에서 있었던 참사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벌인 연쇄 자살 사건 역시 그 자각몽에 빠진 이들의 선택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그들은 꿈이 아닌데도 꿈이라 착각했고, 그래서 더더욱 강렬한 자극 속으로 자신들을 몰아넣었다. 그 꿈들이 선의로 가득 차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들이 그 속에 숨겨진 악의가 끄집어내짐으로써 벌어졌던 것. 

 

<낮과 밤>은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우리가 분명하다 생각했던 어떤 경계들이 사실은 모호하다는 걸 일관되게 보여준 바 있다. 낮과 밤이 그렇고, 선과 악이 그러하다. 도정우가 형사인지 범인인지 애매한 경계에 서있는 점이 그렇고, 공혜원(김설현)의 아버지 공일도(김창완)가 평범한 가장에 연구원으로 보였지만 실체는 끔찍한 인체실험을 해온 괴물이라는 점도 그렇다. 심지어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권력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 이런 끔찍한 실험을 자행해온 재단의 실세라는 점까지도.

 

그런데 그런 경계에서 낮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밤을 선택할 것인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선의를 가진 이들이라면 결코 저지를 수 없는 일들이 끔찍한 비극을 낳지만, 세상은 안타깝게도 악의를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그래서 그 많은 비극들이 생겨났다는 것. 

 

지금껏 많은 스릴러들이 그려낸 대결구도는 늘 선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선과 악의 대결이었고, 형사와 범인들 사이의 대결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낮과 밤>은 선과 악이 애초부터 나뉘어 누군가는 형사가 되고 누군가는 범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선과 악 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자신의 존재가 증명될 뿐. 이 스릴러가 그 어떤 작품들과 비교해도 독특한 차별지점을 갖는 건 이런 남다른 시각이 투영되어 있어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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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단순 선악, 사이다·고구마를 넘는 이야기의 매력

 

권선징악 따위는 없다. 애초 선악의 구분이라는 게 애매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니까.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에서 28년 전 하얀밤 마을의 참사를 일으킨 인물이 어린 도정우(남궁민)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당시 음식물에 약을 탔고, 그 약으로 인해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킨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런 참사를 일으킨 도정우는(그것도 어린아이였다) 과연 괴물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가 그런 일을 벌인 건, 하얀밤 마을에서 은밀하게 벌어졌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체실험 때문이었다. 인간의 능력을 한계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약물을 실험했던 그들에 의해 무수히 많은 아이들이 희생됐다. 도정우는 그 실험으로 인해 보통 사람과는 다른 능력을 갖게 됐지만, 동시에 뇌질환에 시달리는 시한부 인생이 됐다. 그러니 도정우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건, 저 하얀밤 마을에서 인체실험을 했던 괴물들이었다. 

 

게다가 그 하얀밤 마을의 참사 이후에도 백야재단은 여전히 그 실험을 계속 하고 있었다. 재단 사람들은 그 실험으로 여전히 실존하고 있다는 100살이 넘은 각하라는 존재와, 대통령 비서실장 같은 권력자들이다. 그래서 이들과 싸우는 도정우를 그저 괴물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더 거대한 괴물이 저 앞에 있고, 도정우 같은 괴물이 아니면 이 막강한 힘을 가진 이들을 대적할 수 있는 인물도 없기 때문이다. 

 

<낮과 밤>에서 도정우라는 인물은 그 위치가 선인지 악인지, 괴물인지 혹은 슈퍼히어로인지 애매하다. 그는 특수팀 팀장이면서도 경찰에 쫓기는 범죄자이고, 백야재단과 관련된 인물들을 대적하고 처단하는 인물이면서도, 그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인물이기도 하다. <낮과 밤>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그 무엇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인물과 상황들이 존재한다는 걸 담고 있고, 그것은 도정우라는 인물을 통해 형상화되어 있다. 

 

그래서 <낮과 밤>은 쉽게 어떤 대결구도를 보여주지 않고, 천천히 에둘러 가며 그 대결구도의 실체를 드러낸다. 처음에는 도정우가 선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로서 연쇄 예고 살인을 벌이는 악과 대적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그것에 도정우가 가담되어 있었다는 사실과 그가 과거 하얀밤 마을의 생존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통해 그 선명했던 선의 위치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리고 도정우, 제이미(이청아)와 함께 하얀밤 마을의 세 번째 생존자인 문재웅(윤선우)이 실제 연쇄 예고 살인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걸 밝히면서 과거 28년 전의 비극을 일으킨 인물이 도정우일까 문재웅일까를 추측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도정우가 그 괴물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이렇게 선과 악을 오가는 과정들을 조금씩 풀어내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스릴러 장르가 갖는 궁금증을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 작품이 하려는 '경계의 모호함'이라는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도정우라는 인물을 통해 갖게 되는 공포와 연민의 교차와, 살벌한 괴물과 악을 처단하는 영웅을 오가게 하는 반전의 과정들이 그 주제의식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물을 모호하게 세우는 설정이나 주제의식은 사실 그 복잡성 때문에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최근 들어 시청률이 보장되는 드라마들이란, 간단히 사이다-고구마 드라마라고 표현되는 그런 드라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이분법적으로 사이다다 고구마다 이렇게 단순히 나누는 세태는 드라마가 가진 다양한 재미와 의미들을 간과하고 무시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세상 일이 어찌 사이다·고구마로 나뉠 정도로 단순할까.

 

아마도 SBS <펜트하우스> 같은 드라마가 바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사이다와 고구마로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작품일 게다. 개연성조차 파괴된 세계에서 작가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고구마와 사이다의 자극적인 밀당으로 시청률을 얻어가는 드라마. 그래서 이런 드라마에 중독되기 시작하면 사이다 혹은 고구마의 단순 이분법적 세계로 드라마를 보고 요구하는 퇴행적인 시청패턴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낮과 밤>의 모호함이 가진 가치는 오히려 크다. 도정우 같은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야말로 보다 실체적인 현실에 맞닿아 있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상 일이 어찌 사이다, 고구마로만 양분될 정도로 단순할까. 시청률 4%를 내는 <낮과 밤>이 무려 28% 시청률을 내고 시즌1을 종영한 <펜트하우스>보다 가치 있는 이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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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드라마 패권 경쟁, tvN·JTBC·SBS·넷플릭스였던 까닭

 

지난 2020년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을 들여다보면 전반적으로 지상파의 드라마 위상이 과거보다 급격히 추락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상업방송인 SBS만이 그래도 지상파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말할 수 있지만, MBC와 KBS는 이렇다 할 성공작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드라마가 극히 적었다. 

 

먼저 SBS는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남궁민이 생애 첫 대상을 거머쥐게 한 <스토브리그> 같은 좋은 작품이 있었고, <펜트하우스> 같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파괴력을 보여준 작품도 있었다. <아무도 모른다>나 <하이에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들이 고르게 수상을 했고, 그건 SBS가 2020년 한 해 꽤 선전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반면 <2020 KBS 연기대상>을 보면 대상을 받은 천호진이 출연했던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여자 최우수연기상(이민정), 장편 여자 우수연기상(이정은), 장편 남자 우수연기상(이상엽) 등등 10여 부문이 넘는 상을 쓸어갔고, <오! 삼광빌라> 역시 만만찮은 상들을 가져감으로써 사실상 KBS의 한해 성과가 주말드라마에 거의 집중되어 있었다는 걸 드러냈다. <바람피면 죽는다>, <출사표>, <포레스트> 같은 미니시리즈들이 있었지만, 그 존재감은 낮았다. 

 

<2020 MBC 연기대상>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박해진이 대상을 또 김응수가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꼰대인턴>과, 신성록이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카이로스>, 남지현과 이준혁에게 최우수연기상과 우수연기상이 돌아간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정도가 성과라면 성과였다. 하지만 <꼰대인턴>이 6%대 시청률에 머물렀고, <카이로스> 역시 3%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건 MBC 드라마가 점점 대중적인 힘을 잃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SBS를 빼고는 사실상 소소해진 지상파 드라마들의 상황은, 드라마의 패권이 tvN, JTBC 같은 비지상파와 넷플릭스 같은 OTT로 이동하고 있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tvN은 2020년 한 해의 드라마 이슈를 거의 쓸어가다시피 할 정도로 화제작들이 쏟아졌다. 일본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킨 <사랑의 불시착>을 위시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청춘기록>, <비밀의 숲2>, <사이코지만 괜찮아> 같은 작품들이 큰 성공을 거뒀다. JTBC도 하반기에 주춤했지만 상반기 <이태원 클라쓰>와 <부부의 세계>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를 끌어 모았다. 

 

무엇보다 2020년은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드라마들이 우리네 드라마의 지평을 넓히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한 해였다. <킹덤>, <인간수업> 그리고 <스위트홈>에 이르는 2020년 넷플릭스의 한국드라마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가 가보지 않았던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갔다. 

 

2021년은 아마도 이런 지상파에서 점점 비지상파와 OTT로 드라마의 패권이 옮겨가는 흐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들도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지되는 상황 속에서 사실상 실제 대결은 제작사들인 스튜디오의 대결이 되어가고 있다. SBS의 스튜디오S, tvN의 스튜디오 드래곤, JTBC의 JTBC스튜디오 같은 제작사들이 그들이다. 이 제작사들은 모회사에 대한 드라마 수급은 물론이고 타 방송사, 타 플랫폼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연말이면 기대되곤 했던 빅이벤트로서의 지상파 연기대상은 이런 변화 속에서 과거만큼의 위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플랫폼의 역할만 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 힘은 제작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면, 좀 더 방송3사는 물론이고 비지상파, OTT까지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연말 시상식이 이제는 필요해지지 않았나 싶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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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남궁민의 연기에 깃든 드라마의 메시지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은 시청자들을 그 미궁 속으로 몰아넣었다.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벌어진 집단 사망 사건이 그 미궁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면, 28년 후 발생하는 연쇄 예고 살인은 그 미궁이 갈수록 깊어진다는 예고였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아무런 단서 없이 툭 던져진 미궁 속에서 어디로 발을 내딛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그 28년의 간극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두 사건들을 연결시켜준 건 특수팀 팀장 도정우(남궁민)다.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지만 냉소적인 말투에 어딘지 허무 가득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던 도 팀장은 죽은 자들에게서 아무런 망설임이나 공포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연쇄 예고 살인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그것이 자각몽을 이용한 것이란 게 밝혀진다. 

 

이 과정에서 범죄심리학박사로 미국 FBI에서 파견된 제이미(이청아)가 도정우와 함께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생존해 탈출한 인물이라는 게 밝혀지고, 그가 우연히 만난 문재웅(윤선우) 또한 그 때 생존자 중 한 명이라는 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들은 당시 생체실험으로 죽어나간 아이들 속에서 살아남아 남다른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 또한 밝혀진다. 

 

애초 도정우라는 인물은 그래서 28년 전 하얀밤 마을과 현재 발생한 연쇄 예고 살인을 연결하는 존재로서 등장해, 과거에 벌어졌던 생체실험이 현재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가는 인물이고, 그것을 막기 위해 백야 재단과 자신의 방식으로 맞서는 인물이 된다. 처음에는 특수팀 팀장이었다가, 연쇄 예고 살인의 용의자가 됐던 도정우는 이제 과거 생체실험으로 갖게 된 능력으로 자신을 그렇게 만들고 또 다른 아이들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는 거대 권력 집단인 백야 재단과 맞서는 다크 히어로로 변신한다. 그 미로 같은 이야기에서도 시청자들이 길을 잃지 않은 건 바로 이 인물 덕분이다. 

 

그런데 도정우는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그려내려 하는 '모호한 경계'라는 메시지를 캐릭터적으로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생체실험을 통해 보통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존재가 되지만, 그 부작용으로서 뇌에 이상을 갖게 된 시한부이기도 하다. 그는 초능력자이지만 그 능력의 대가로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 낮인 듯 보이지만 밤이 겹쳐져 있는 그런 인물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 미스터리한 스릴러가 그 복잡한 미궁 속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여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주제의식이기도 하다. <낮과 밤>에는 우리가 분명하다 믿고 있던 어떤 것들이 사실은 모호한 경계에 서 있어 그것이 낮인지 밤인지를 알 수 없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해줘야 할 보육원은 생체실험을 위해 아이들을 수급하는(?) 일을 하고 있고, 공혜원(김설현)에게는 그저 일만 아는 평범한 아버지인 줄 알았던 공일도(김창완)가 바로 그 실험을 28년 간이나 하며 이를 숨겨왔던 인물이다. 

 

진범을 잡고 진실을 추구해야 할 경찰 조직은 하얀밤 마을의 그 집단 사망 사건의 증거들을 은폐하고, 심지어 이 엄청난 범죄를 자행한 백야 재단에는 오정환(김태우) 같은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개입되어 있다. 게다가 이 실험에서 나온 공식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 백 살이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하얀밤 마을의 집단 사망 사건이나 연쇄 자살 사건을 일으킨 것도 이른바 '자각몽'을 이용한 범죄로서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이용한 사건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하얀밤 마을에서 비공식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 셋 중 하나인 문재웅(윤선우)은 이 낮과 밤을 해리성 인격장애를 통해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는 함께 하얀밤 마을에서 탈출한 장용식(장혁진)에 학대당하며 포털 MODU를 통해 여론 조작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살인자의 또 다른 얼굴이 등장하며 장용식을 오히려 지배하는 존재로 변신한다. 이러한 해리성 인격장애는 제이미 또한 겪던 일이라는 점에서 하얀밤 마을의 생체실험이 야기하는 뇌 이상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런 경계가 모호한 상황, 사건, 인물들을 통해 <낮과 밤>은 우리가 명징하다 여겼던 세계가 사실은 무수히 그 범주를 넘나드는 경계 위에 존재한다는 걸 드러낸다.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세상도 없고, 심지어 사람도 없다. 그래서 도정우라는 인물은 주인공이면서도 시청자들조차 이 인물의 실체를 의심하게 되는 놀라운 캐릭터다. 그는 살인자인가 아니면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하는 자들을 처단하는 영웅인가. 그는 피해자인가 아니면 가해자인가. 그는 초능력자인가 아니면 죽을 날을 앞둔 시한부인가. 

 

남궁민은 이 '낮과 밤'의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동시에 가진 도정우라는 인물을 놀랍도록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낸다. 그의 섬세한 연기는 항상 입에 물고 다니는 막대사탕 하나만으로도 그의 이중성을 드러낼 정도다. 달콤해 보이는 사탕이지만, 그것은 먹지 않으면 뇌가 터져버릴 수도 있는 약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처럼 이리저리 입안에서 굴리며 막대사탕을 빨지만, 거기서 도정우라는 인물의 현실적인 고통이 느껴진다. 냉소적이고 위악적인 표정을 잔뜩 짓고 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허무함이 연민을 자아내게 만드는 인물. 남궁민이 아니었다면 이 복잡한 감정을 시청자들이 따라갈 수 있었을까 싶다. 그의 연기는 실로 이 미궁에서의 실타래가 되어주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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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낮과 밤', 시청자들은 몰입할까 포기할까

 

28년 전인 1992년 어느 산골에 위치한 건물들이 불타고 있다. 깜깜한 밤이지만 솟아오르는 불길로 환한 그 곳으로 어린 아이가 겁도 없이 걸어 들어간다. 그곳은 죽은 자들 천지다. 아직 살아남은 자들도 살아있다 보기 어렵다. 그들은 서로를 찌르고 죽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의 얼굴은 웃고 있다. 건물 안 어느 방으로 들어간 아이에게 공포에 질린 한 청년이 다가와 안아주지만, 오히려 청년을 다독이는 건 아이다.

 

청년에게 자신과 함께 나가자고 말하는 아이는 말한다. 이 미친 광경을 만든 건 바로 자신이라고. 그러면서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중얼거린다.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에 혼자 있어. 태양이 하얗게 빛나고 있는데 절대 틀릴 리 없는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어. 나는 궁금해져. 지금은 낮일까 밤일까.." 그 곳을 빠져나오는 까마귀가 잠시 앉았다 날아간 곳에 '하얀밤마을'이라는 그 마을의 표지석이 보인다.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은 이 미스터리한 광경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짧은 장면에는 이 드라마가 앞으로 펼쳐 놓을 애매모호한 사건들을 예고하는 듯, 상식을 깨는 상황들이 보여진다. 밤이지만 낮처럼 환하고, 살아있지만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자들이 서로를 살육한다.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괴로워하기보다는 웃고 있고, 보호받아야 할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오히려 이 모든 일을 벌였다며 나이든 청년의 등을 다독인다. 그 마을 이름도 역설을 담은 '하얀밤' 즉 백야다.

 

<낮과 밤>의 동력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한다. 그 궁금증은 우리가 분명하다 여기는 낮과 밤 같은 경계들이 무너지는 지점에서 생긴다. 그 사건이 있은 지 28년 후 역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진다. '연쇄 예고 살인'이 그것이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 제보된 암호문 같은 살인 예고 이후, 스스로 물에 빠져 죽거나, 건물에서 투신하고 달려오는 기차에 뛰어들어 주는 사건이 예고대로 벌어진다. 그런데 그 죽은 자들에게서 이상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본능적으로 죽음을 피하려는 흔적이 없는데다 웃고 있다는 것. 어딘지 28년 전 그 사건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사건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저마다 각각 벌어진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계속 터지고, 그러면서 어떤 실마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낮과 밤>은 단서를 던져주기보다는 더 깊은 미궁 속으로 시청자들을 빠뜨린다. 그것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도정우(남궁민)와 FBI에서 파견된 수사관 제이미(이청아) 또한 어딘가 28년 전 사건과 연계된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다. 제이미는 갑자기 28년 전 아이가 주문처럼 얘기했던 말들이 환청처럼 들려오고, 도정우는 그를 이미 알고 있는 듯한(심지어 그를 찾고 있었던 듯한)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드라마는 이 연쇄 예고 살인의 용의자로 도정우를 슬쩍 세워놓는다. 형사지만 그는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걸까.

 

<낮과 밤>이 시청자들을 끌고 다니는 방식은 이렇게 오리무중의 사건들 속으로 밀어 넣고 단서를 주기보다는 또 하나의 미궁을 만들어 저마다 추측하고 추리하게 만드는 식이다. 물론 드라마는 아주 조금씩 단서를 줄 것이고 그걸 따라가다 보면 또다시 뒤통수를 치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며 결국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연쇄 예고 살인이 28년 전 벌어졌던 그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그러면서 제목에 암시된 대로 선과 악 같은 분명한 경계가 아닌 위치에 서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과연 분명한 경계란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얼마나 이 오리무중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애초에 남궁민 같은 믿고 보는 배우가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시청자들은 일찌감치 그 미궁에 들어가는 걸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궁민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배우가 있다는 사실은 계속 해서 드라마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과연 그 힘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어느 정도 감내할 만큼의 오리무중이 조금씩 풀려나가지 않는다면 남궁민이 시청자들의 멱살을 쥐고 간다 해도 쉽지는 않을 테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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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남궁민이어서 더 특별했던 이유

 

남궁민의 연기 스펙트럼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성공은 물론 완성도 높은 대본과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연기해낸 연기자들의 합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백승수 단장 역할의 남궁민이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게다. 심지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백승수 리더십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했으니 말이다.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의 면면을 보면, 그가 이 캐릭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백승수는 ‘시스템 개혁자’로서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고 대부분의 상황들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차가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고 실제로는 동생에 대한 죄책감은 물론이고 늘 맡았던 팀이 우승을 했지만 바로 해체되는 경험을 통해 갖게 된 허탈함 같은 것들이 내면 깊숙이 응축되어 있다.

 

백승수를 표현하면서 남궁민이 취한 건 거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이었다. 그는 어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갑자기 터진 상황들 속에서도 거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건 이 작품이 가진 ‘단짠’ 혹은 ‘고구마-사이다’의 이야기 구조와 맞물려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스카우트 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백승수에게 반발하는 스타우트 팀장의 갖가지 만행들이 벌어지지만, 백승수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표정이나 동요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전혀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꾹꾹 눌러내는 고구마 전개는 한 에피소드의 절정에 이르러 드디어 백승수의 복안이 드러나면서 터져 나오는 사이다 폭발력을 갖게 만든다.

 

또한 숨긴 감정들은 어느 순간 진짜 드러날 때 백승수라는 인물이 겪는 감정의 파고를 더 격동적으로 만들어내는 효과도 준다. 즉 노골적으로 도발해오는 권경민(오정세)에게 지속적으로 존칭으로 대하다 어느 순간 반말로 슥 넘어갈 때가 그렇고, 팀의 에이스로 어렵게 데려온 강두기(하도권) 선수를 트레이드한다는 결정에는 대놓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그렇다. 늘 감정을 드러내던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백승수처럼 무감해 보였던 이가 드러내는 감정이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

 

아마도 남궁민은 <스토브리그>의 이야기 전개 구조에 백승수라는 인물이 어떤 톤을 유지하고 어떤 상황에서 그걸 깨고 하는 것이 만들어낼 효과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연기를 했다고 보인다. 그는 과거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기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빠져서 연기하는 메소드 연기”만이 연기가 아니고 “자신이 하는 연기를 인지하고 그것이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컨트롤하는 연기”도 연기라고 말할 바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남궁민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연기 컨트롤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스토브리그>를 통해서도 확인한 것처럼 남궁민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은 캐릭터 분석과 거기에 맞는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데서 나온다. 지난해 KBS에서 방영됐던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라. 남궁민은 그 인물을 그 드라마가 가진 팽팽한 대결구도와 반전의 반전이라는 이야기 구조에 걸맞게 연기해낸 바 있다. 감정을 끊임없이 끄집어내 보여주던 그 연기를 떠올려보면 <스토브리그>의 그 무표정 연기가 놀라울 정도다.

 

멜로, 스릴러, 악역, 코믹 캐릭터, 리더 등등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지금껏 표현해온 연기의 스펙트럼은 그래서 되돌아보면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 하나하나를 표현하기 위해 이 놀라운 배우는 그 상황에 걸맞는 옷을 찾아내 입어 왔으니 말이다. 앞으로 그가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을지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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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가 야구를 빌어 전한 약자로서 잘 싸우는 법

 

“그 날 드림즈는 7연패 중이었는데 하필 타이탄즈 투수가 지금 강두기 선수 같은 국가대표 1선발 최소원 선수를 내보낸 거예요. 모든 팀들이 드림즈한테는 3승을 따내려고 오히려 좋은 선발 투수들을 다 내보냈거든요.” 텅빈 야구경기장에서 이세영(박은빈) 운영팀장은 이제 드림즈를 떠나게 된 백승수(남궁민) 단장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아빠와 드림즈 경기를 보러오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야구 이야기면서 동시에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약자에게 더 강한 상대들이 몰리게 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 백승수는 “약체팀을 확실하게 이기는 건 비겁하긴 해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그 현실을 수긍했다. 하지만 이세영이 백승수에게 하려는 이야기는 그 현실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뒤에서 아저씨들은 감독 자르라고 막 소리도 지르고 정말 난리였죠. 근데 그때 엄상구 선수가 3점짜리 홈런을 쳤어요. 감독 자르라고 욕하던 아저씨들도 우리 아빠도 홈런 하나에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울었어요. 다 큰 어른들이.” 그 이야기에 백승수는 한 마디를 더했다. “좋은 경기였네요.”

 

아마도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종영을 맞아 하고픈 이야기가 바로 이 ‘좋은 경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해체될 위기에 놓였던 드림즈는 백승수와 이세영의 노력으로 IT회사 PF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PF 대표 이제훈은 백승수가 요구한 전원 고용 승계와 연고지 유지 그리고 팀명을 드림즈로 가져간다는데 모두 합의했지만, 보수적인 이사진들 때문에 백승수까지 함께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결국 드림즈는 살아났지만 백승수는 떠나게 됐다.

 

백승수는 이렇게 떠나는 일이 자신에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자신이 “떠나는 곳이 폐허가 되지 않은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힘이 많이 날 거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스토브리그>가 백승수라는 리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였다. 승패보다 ‘좋은 경기’를 했다는 것.

 

<스토브리그>는 섣부른 판타지를 말하기보다는 현실적이며 능동적인 선택을 이야기했다. 즉 자본과 권력의 힘이 팀 하나를 좌지우지하는 게 현실이지만, 그 현실의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말라는 것. 말 잘 듣는다고 바뀌는 건 없다는 것. 결국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들과 맞서야 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야구로 표현하면 단지 승패가 아닌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스토브리그>는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현실에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경기를 하다보면 좋은 결과도 온다는 걸 드림즈의 2020년 코리안시리즈 진출이라는 해피엔딩에 담았다. 또한 백승수 단장이 드림즈를 나가 또 다른 종목에 도전한다는 사실은 비록 어느 한 분야의 도전에서 물러나게 된다 하더라도 좋은 경기를 하는 사람은 계속 또 다른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러한 메시지는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거둔 도전과 그 성과의 스토리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애초 야구 소재에 신인작가의 드라마가 이만한 성과를 서둘 것이라 그 누가 생각했을까. 마치 이 드라마는 드림즈 같았다. 하지만 꼼꼼한 취재를 통한 리얼리티와 백승수 같은 판타지 캐릭터를 통한 시원한 한방의 스토리텔링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이신화 작가가 드라마를 런칭하기 위한 저만의 ‘스토브리그’를 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게다.

 

무엇보다 이신화 작가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건 야구 같은 특정 소재를 가져오면서도 이를 보편적인 오피스드라마나 우리네 삶의 이야기로 은유하고 확장하는 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야구를 흔히 인생에 비유하지만, 이신화 작가는 야구를 통해 약자들이라고 해도 잘 싸울 수 있고 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했다.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드라마 엔딩과 함께 마지막으로 써진 이 한 줄의 자막은 그래서 드림즈에 대한 것이면서, 이 드라마에 대한 것이며 나아가 힘겨워도 일상을 열심히 살아나며 버텨내고 있는 우리들에 대한 위로와 지지가 담겨 있었다. 약하다 해도 좋은 경기를 한다면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도울 거라는.(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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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남궁민이 보여준 약자의 위치에서의 당당함

 

“제가 나가고 나서도 또 다른 부당함이 있을 때 여러분이 약자의 위치에서도 당당히 맞서길 바랍니다. 손에 쥔 걸 내려놓고 싸워야 될 수도 있습니다. 우승까지 시키고 나가는 모습이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저희 쪽 선수가 돈에 팔려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망가진 팀을 만들지 않은 것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최소한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그런 팀 말이죠.”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남궁민) 단장은 자신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밝히며 그렇게 말했다. 이 말은 <스토브리그>가 백승수라는 인물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만년 꼴찌팀이었던 드림즈에 새로이 부임한 백승수가 해온 일들은 늘 우승을 향한 것들이라 이야기됐지만 사실 알고 보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던 팀을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이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여기서 비정상은 팀을 애초부터 키울 의지조차 보이지 않던 재송그룹이 해온 일련의 부당한 조치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드림즈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부패도 있었다. 스카우트를 둘러싸고 금품이 오가는 문제도 있었고, 코치진들 사이에 갈등과 연봉 협상을 두고 벌어진 선수들과의 문제들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재송그룹의 갑질에 가까운 부당행위였다. 팀을 해체시키려는 의도로 전지훈련으로 해외는커녕 제주도도 못 가게 만드는 식의 모기업의 갑질이 그것이다.

 

물론 드림즈를 대놓고 해체시키지 못한 건 재송그룹이 지역주민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었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재송그룹은 이제 그럴 필요조차 없어졌다. 강성그룹과 빅딜을 통해 쇼핑사업을 접게 되면서 더 이상 지역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것. 권경민(오정세) 사장은 어렵게 데려온 강두기(하도권) 선수를 타이탄즈에 이면계약으로 헐값에 트레이드시키고 드림즈 해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가까스로 이면계약서를 찾아내 언론에 공개하는 내부고발을 함으로써 강두기 선수의 트레이드를 무산시켰지만 이제 백승수는 드림즈를 해체하려는 권경민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서 그는 꼭 드림즈의 모기업이 재송기업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다른 모기업을 찾겠다는 것이다.

 

“권경민 사장은 재송그룹의 의지대로 드림즈를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지역을 기반으로 한 쇼핑사업을 중공업회사로 모두 넘기기로 하면서 더 이상 우리 지역민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거죠. 재송그룹이 우리를 버리기로 한 이상 우리도 결정이 필요합니다. 드림즈 역사에서 투자 의지도 예의도 없던 재송그룹을 이제는 우리도 지워버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제멋대로 농단해버리는 현실 속에서 백승수 단장의 리더십이 빛난 건 그 잘못된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저들의 부당한 행위에 묵과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는 일찍이 권경민에게 “말 잘 듣는다고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부당한 것들을 부당하다 말하며 나설 때만이 그저 당하지 않게 되는 길이고 나아가 그 팀 자체가 망가진 팀이 되지 않는 길이라는 걸 백승수는 보여준 것이다.

 

사실 우리는 더 이상 대단한 성공이나 꿈을 이루려 하진 않는다. 다만 적어도 약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며, 부정한 일들이 자행되는 걸 막고 싶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절대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이제 그 갑을 을의 위치에서 바꾸겠다 선언하는 백승수의 리더십에 깊은 공감대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스토브리그>가 프로야구를 소재로 가져왔지만 백승수라는 인물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려는 이야기였고 우리가 그 행보에 응원의 마음을 가졌던 이유였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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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결방에 쪼개기 편성, 모그룹 지원 없어 외로운 '스토브리그'

 

어째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열기가 한 풀 꺾인 걸까. 5.5%(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지만 4회 만에 10%를 넘겨버리더니 수직상승해 10회에 17%까지 찍었던 <스토브리그>는 어쩐지 그 후부터 조금씩 그 열기가 식어가는 느낌이다. 설 명절 이틀 간 결방된 후 2주만에 돌아온 <스토브리그>는 15.3%로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여줬다.

 

물론 설 명절의 결방만이 하락세의 원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드라마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팽팽했던 초반의 대결구도가 약해진 면도 그 원인 중 하나다. 트레이드 문제와 스카웃 비리, 용병 스카웃 소재, 연봉 협상 등등 초반 <스토브리그>의 이야기는 확실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잡아 끌만한 흡인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전지훈련을 두고 구단주 대행 권경민(오정세)의 노골적인 지원 삭감과 이런 위기를 국내 전지훈련이지만 선수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을 최대한 갖춰 극복해내는 벡승수(남궁민)와 운영팀의 이야기는 다소 소소해진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주간의 결방은 분명 지금껏 이어져 오던 <스토브리그>의 상승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소소해졌다고는 해도 애초의 몰입감이 주는 추동력은 분명히 있었으니 말이다.

 

설 연휴 결방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스토브리그>에서는 전지훈련에서 해외로 가지 못한 드림즈와 바이킹스가 연습게임으로 붙는 이야기가 전개됐다. 맞트레이드 됐던 강두기(하도권)와 임동규(조한선)의 대결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수 있었다. 게다가 바로 전편에서 백승수를 그라운드에서 만난 임동규가 귓속말로 뭐라고 하며 끝나는 장면은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한 주가 결방되고 돌아오자 그런 호기심과 기대감은 상당 부분 지워졌다. 그저 드림즈와 바이킹스가 맞붙는 그 상황으로 새롭게 드라마가 시작한 듯한 느낌마저 줬다. 물론 2차전에 걸쳐 이어진 경기에서 유민호(채종협) 투수를 성장시키기 위해 바이킹스에 패하면서도 미소를 짓는 감독과 코치진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전편의 힘을 이어받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여기에 20분씩 3부작으로 쪼개진 드라마도 몰입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SBS 측은 “모바일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영상을 짧게 시청하는 패턴을 고려”했다고 했지만 이런 쪼개기가 ‘숏폼’ 트렌드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다. 누가 봐도 광고 수익을 위한 선택이 분명하다고 보인다.

 

<스토브리그>는 드림즈라는 프로야구팀을 뒤에서 지원하는 프런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지만 어쩐지 이 드라마 자체는 그다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소한 명절 결방이 꼭 필요했다면 이 드라마를 새롭게 편집해서 보여주는 스페셜이나 출연자들을 활용한 명절 특집 같은 걸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런 든든한 지원들이 모여야 프로야구팀의 스토브리그든 그걸 소재로 다루는 드라마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겠나.(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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