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무려 3배나 뛴 시청률의 비결

 

지금껏 이처럼 드라마틱한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있을까. MBC <그녀는 예뻤다>의 첫 회 시청률은 4.8%(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다. 사실상 드라마로서는 회생이 쉽지 않은 시청률 수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2회에 7.2%로 훌쩍 시청률을 올리더니 그 후로 매회 1%씩 시청률을 올렸고 마침내 13.1%라는 경이적인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에 올라섰다. 시작과 비교하면 무려 3배나 뛴 것이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무엇이 이런 드라마틱한 시청률의 원인이었을까. 그 첫 번째는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초 기대감이 워낙 낮았다는 점이다. 사실상 지상파 드라마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이제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상황과 캐릭터들 그리고 뻔한 스토리 전개가 그간 지상파 로맨틱 코미디물이 시청자들에게 준 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첫 시청률 4.8%에는 더 이상 로맨틱 코미디에 기대감 없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황정음이 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더더욱 스테레오 타입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황정음은 <내 마음이 들리니>, <비밀>이나 <킬미힐미>를 통해 절절한 입장을 드러내는 드라마에서 확실한 연기력을 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녀의 로맨틱 코미디는 어딘지 과거 초창기 그녀의 존재감을 알린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리얼하게 술 취한 연기를 선보이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그녀는 예뻤다> 역시 그 정도의 가벼운 작품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첫 회를 본 후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로맨틱 코미디에 항상 등장하는 예쁜 여 주인공의 틀을 과감히 깨버리고 역변한 인물 김혜진(황정음)이라는 캐릭터가 먼저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녀가 처한 일과 사랑이 기막히게 엮어진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마음을 열었다. 낮은 스펙과 역변한 외모 때문에 어딘지 자신의 가치를 한없이 평가절하 하는 김혜진이라는 인물은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의 미생이기도 했다.

 

황정음은 김혜진 캐릭터를 입고 말 그대로 훨훨 날았다. 작정한 듯 망가지는 모습은 그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진짜 김혜진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술 취한 연기로 주목을 끌었다면 그녀는 이 작품에서는 술 취해 핸드폰을 부르는 모습이나 감기약을 먹고 쏟아지는 졸음을 참는 모습 같은 디테일로 보는 이들을 깨알같이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차츰 극중 김혜진의 진가를 차츰 알아가는 김신혁(최시원)의 입장이 되어갔다. ‘그녀는 예뻤다(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녀는 여전히 예쁘다는 생각의 변화를 황정음이 김혜진이란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 것.

 

경쟁작이었던 <용팔이>가 버티고 있었지만 매 회 시청률을 올렸고 <용팔이>가 떠나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급반등한 <그녀는 예뻤다>는 따라서 우리가 갖고 있던 로맨틱 코미디와 황정음이라는 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로맨틱 코미디도 사회적인 맥락을 담아 이야기를 건넬 수 있다는 것이고, 황정음은 이제 더 이상 그 옛날의 시트콤으로 웃음을 주기만 하던 배우가 아니라 이제 정극은 물론이고 희극까지 모두 소화해내는 연기자라는 것이다. 드라마의 캐릭터와 내용이 이토록 그 드라마의 행보와 맞아떨어질 수 있다니. 놀라운 결과가 아닌가



<그녀는 예뻤다>가 재조명한 빼꼼녀 황정음의 진가

 

MBC <그녀는 예뻤다>에 등장하는 르누아르의 작품 시골의 무도회는 이 드라마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무도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춤을 추고 있는 남녀. 남자에게 이끌려 한껏 행복에 가득 찬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무언가 시선으로 말을 건네는 듯한 그림. 그런데 <그녀는 예뻤다>가 주목하는 건 이 여자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발코니 밑에서 춤을 추고 있는 그들을 슬쩍 훔쳐보고 있는 이른바 빼꼼녀에 주목한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주역이 되지 못하고 그걸 쳐다보고 있는 조연. 그녀는 어쩌다 자기 인생에서 주역이 아닌 조연 역할을 맡게 되었을까. <그녀는 예뻤다>의 혜진(황정음)은 역변한 외모와 보잘 것 없는 스펙과 처지 때문에 어린 시절 첫 사랑이었던 성준(박서준) 앞에 나서지 못한다. 평범한 얼굴이거나 못생긴 얼굴의 여 주인공이 미남에 능력 있는 남자와 어쩌다가 로맨스를 갖게 되는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만일까. 그 이면에는 이른바 스펙사회로 대변되는 번지르르한 이력서 뒤로 제 진면목을 제대로 드러낼 기회조차 갖지 못하며 심지어는 그 자체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의 고충이 깔려 있다.

 

누구나 화보 속의 인물이 되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그 화보 속 인물을 흘낏 흘낏 훔쳐보며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고, 누구나 잡지 속의 멋진 인물을 꿈꾸지만 어쩌다 보니 험하디 험한 그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주인공은 저 편에 있고 우리는 늘 관객의 입장에 서 있다. 저 르누아르의 빼꼼녀처럼.

 

하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 주목하고 바라봐주지 않았을 때 누구나 저 빼꼼녀였다. 훈남이 되어 돌아온 성준도 혜진이 우산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비오는 거리 한 구석에 앉아 과거의 고통 속에 떠는 빼꼼의 존재였을 것이다. 그가 유학 가는 날 시골의 무도회의 퍼즐에서 그 빼꼼녀부분을 떼어내 혜진에게 건네준 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빼꼼의 존재였던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는.

 

시간이 흐른 뒤 돌아온 성준의 시골의 무도회퍼즐에는 그 빼꼼녀의 조각이 빠져있다. 드라마는 성준이 이제 빼꼼녀의 조각처럼 되어버린 혜진을 찾는 이야기다. 달라진 얼굴. 보잘 것 없는 스펙으로 인턴으로 들어와 마치 심부름센터 직원처럼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토달지 않고 열심히 하는 그녀는 더 모스트라는 잡지를 만드는 사무실에서도 빼꼼녀. 그런데 과연 그녀의 진가가 빼꼼녀에 불과한 것일까.

 

사무실에서 그녀의 진가를 먼저 발견한 인물은 신혁(최시원)이다. 호텔 스위트룸 장기투숙객이면서 편의점 컵라면을 즐기는 이른바 스위트룸 노숙자라는 독특한 캐릭터인 그는 사무실 바닥에 떨어진 빼꼼녀퍼즐 조각을 주워 혜진에게 건넨다. 이 사무실에서 마치 빼꼼녀 퍼즐 조각 같은 혜진의 진가를 그가 먼저 발견한 것처럼. 혜진이 예전에는 자신이 예뻤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금도 그래하고 한 마디를 툭 던진다. 과거형으로 살아가는 혜진을 현재형으로 끌어낸 것.

 

<그녀는 예뻤다>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신분으로 태생으로 학벌 같은 스펙으로 또는 외모로 덮어놓고 있는 많은 진가들을 발견하고 상찬하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단지 혜진이라는 인물의 로맨스에만 마음이 심쿵한 것이 아니라, 늘 바닥으로 떨어져도 계속 해서 심기일전하는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저릿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바로 이 드라마가 건드리고 있는 진짜를 느낀 것일 게다.

 

캐스팅의 최적 조건은 그 배우의 입장과 캐릭터가 딱 맞아 떨어질 때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혜진을 200% 생생하게 연기해내고 있는 황정음은 이 드라마에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주목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황정음이라는 배우는 말 그대로 빼꼼녀였다. 어딘지 과장된 연기 때문인지 그녀가 이 정도의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 빼꼼녀는 실로 긍정적으로 역변했다. <내 마음이 들리니>를 거쳐 <비밀>에서 연기의 영역을 확장한 그녀는 <킬미 힐미>로 확고한 배우의 위치로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예뻤다>는 황정음의 확실히 깊어진 연기의 다채로운 결을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다. 그녀의 표정에서는 로맨틱 코미디가 가져야할 웃음은 물론이고 그 밑바닥에 깔린 슬픔까지도 느껴진다. <그녀는 예뻤다>. 이건 드라마의 제목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빼꼼녀의 가치를 끄집어낸 연기자로서의 황정음도 그렇다.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드라마에 포만감을 주는 연기자, 정보석

'내 마음이 들리니'(사진출처:MBC)

끼니 때마다 그는 아들 봉마루(남궁민)를 위해 정성스럽게 밥을 그릇에 담는다. 물론 아들이 언제 집으로 돌아올 지 그는 모른다. 그래도 그는 한 끼도 거르지 않고 밥을 퍼 잘 싸놓는다. 무려 16년째. 그 언제 올지 모르는 아들을 기다리며 밥을 싸는 봉영규(정보석)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봉영규는 봉마루가 집을 나간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같은 바보가 아버지라는 게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봉영규는 자신이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게 따뜻한 밥을 해서 준비해놓는 일이다. 하지만 정작 만난 아들은 자신을 부인한다. 그것은 "당신이 바보라서 (아들이라고) 거짓말 한 것"이라고 한다.

순간 봉영규의 얼굴은 흔들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말한다. "마루야. 그런데 딱 한 번만 집에 와라. 집은 안 창피하잖아. 꼭 한 번만 와. 내가 밥 맛있게 해줄게. 나 이제 밥 맛있게 잘한다. 그럼 진짜 다시는 아는 척 안하고 기다릴게." 그 얘기를 듣던 봉마루의 애써 차갑게 굳은 얼굴이 흔들린다. 봉영규는 그 와중에도 젖은 눈을 숨기려는 듯 봉마루를 위해 바보 같은 미소를 애써 짓는다.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정보석이 연기하는 봉영규라는 캐릭터는 그 '밥 한 끼'로 상징되는 뜨거운 진심이다. 모두가 욕망을 향해 달려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상처줄 때, 봉영규는 이 드라마의 한 구석에서 묵묵히 밥을 짓는다. 그 따뜻한 밥 한 공기의 온기가 없었다면 이 얽히고설킨 드라마는 자칫 자극만 난무하는 막장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사위가 장인의 죽음을 방조하며, 그 원수를 갚기 위해 그 원수의 자식을 데려다 키워 그 원수에게 복수하게 하는 이 극한의 상황을 모두 덮어버리는 것이 바로 이 밥 한 공기의 온기다. 이 드라마는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친자식을 버리고, 또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 자식을 다시 찾으려는 똑똑한 친부모들과, 친부모는 아니지만 집나간 아들을 위해 바보처럼 16년 간 밥 한 공기를 준비해 놓는 봉영규를 대결시킴으로서 비로소 주제의식을 지켜낸다.

봉영규가 한쪽에서 묵묵히 밥 한 끼를 준비하는 모습은 정보석이라는 연기자의 묵직한 존재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한 없이 망가지며 이 시트콤에 웃음의 바탕을 만들어내던 그는 '자이언트'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 조필연으로 열연하며 드라마의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내 마음이 들리니'의 지적장애를 가진 봉영규를 통해 그는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정보석이라는 중견연기자의 아우라다. 그는 표면적으로는 드라마의 중심에 서지 않지만 그 묵직한 존재감으로 드라마의 든든한 포만감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그는 드라마의 따뜻한 밥 같은 존재다. 매 끼니 때마다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반찬일 지 모르지만, 우리를 든든하게 해주는 것은 밥인 것처럼. 정보석은 그렇게 우리가 바라보지 않는 구석에서도 열심히 밥 한 끼를 준비해놓는, 그럼으로써 그것이 결국 그 드라마의 결이 되게 만드는 그런 연기자다.


남궁민, 최고 비운의 캐릭터를 만나다

'내 마음이 들리니'(사진출처:MBC)

"마루 오빠... 더 이상 안 찾으려구요." '내 마음이 들리니'의 봉우리(황정음)의 이 대사는 누구에게 한 것일까. 그것은 봉마루일까, 아니면 장준하일까. 봉마루였지만 이름을 버린 장준하(남궁민)에게 봉우리가 던지는 이 대사는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갑자기 "마루 오빠..."라고 부르며 눈물을 흘렸을 때, 그것은 마치 거기 서 있는 봉마루에게 건네는 말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오빠로 서 있던 봉마루는 그녀의 말에 얼음처럼 얼어붙었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이어진 "더 이상 안 찾으려구요."라는 대사는 거기 서있는 봉마루를 다시 장준하로 돌려놓는다.

봉우리의 이 짧은 대사 하나는 봉마루이자 장준하인 이 비운의 인물의 캐릭터를 모두 설명해준다. 한 때 봉우리의 오빠, 봉마루였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그는 봉마루가 아니라 장준하이고 싶어한다. 이 금기된 사랑을 앓는 장준하는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처럼 자기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돌아보기 싫다 해도 어떻게 또 하나의 삶이었던 봉마루를 지워버릴 수 있을까. 하지만 부모에게 버림받고 정신지체인 봉영규(정보석)의 아들로 자랐던 시절부터 갖게 된 모성부재의 애정결핍은, 아들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복수를 위해 그를 이용하려는 태현숙(이혜영)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의 비극적인 상황은 이 봉마루와 장준하 사이에 서 있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봉마루가 사실은 그가 지금 복수하려는 최진철(송승환)과 김신애의 아들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만일 이 복수가 이뤄진다면 그는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갖게 되는 셈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제 손으로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결국 눈을 찔러버리는. 그런데 이것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에 멈추지 않는다. 그가 사랑하는 봉우리에게 자신은 원수의 자식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이다. 그 모든 비극적인 사실을 알게 된 봉우리는 그의 과거를 지워버린 채 장준하로 살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마루 오빠를 찾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장준하가 가진 캐릭터에는 이처럼 고전 비극의 인물들이 겹쳐져 있다. 그는 히스클리프이면서 오이디푸스이며 로미오다. 봉마루로서의 아프지만 선량한 과거를 갖고 있지만 그것을 못내 덮어버리고 장준하로서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는 그의 갈구가 비뚤어진 욕망이 아니라 절절한 진심으로 다가오는 건 그에게 겹쳐진 이 엄청난 비극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과 대적하는 비운의 영웅이다. 그것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 해도 포기하지 않는.

'내 마음이 들리니'의 주인공은 장준하가 아니라 차동주(김재원)다. 그런데 장준하가 오히려 더 주목되는 건 이 운명과 대적하는 캐릭터가 가진 힘이 단지 복수를 꿈꾸는 차동주라는 캐릭터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봉마루이자 장준하라는 캐릭터는 그것을 연기하는 남궁민이란 연기자의 존재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 '어느 멋진 날', '부자의 탄생'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영화 '나쁜 남자'나 '비열한 거리'에서 연기를 했지만 그의 존재감이 이처럼 두드러진 적이 있을까.

하지만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의 남궁민은 다르다. 그는 때론 악마같이 혹은 어린 아이 같이 욕망을 갈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운의 주인공으로서 우수에 찬 장준하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되어 있다. 남궁민이라는 연기자가 가진 열정과 냉정이 순간순간 오가는 그 이미지는 무엇보다 이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내고 있기도 하다. 연기자는 연기력으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좋은 캐릭터를 만났을 때 비로소 자신 속에 꿈틀대는 연기자로서의 결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궁민이란 연기자는 장준하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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