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차승원 때문에 이서진이 시시할거라고? 글쎄

 

tvN <삼시세끼> 어촌편으로 최고의 주목을 받게 된 건 단연 차승원이다. 못해내는 요리가 없다. 홍합을 넣은 짬뽕에서부터 어묵탕을 만들더니 심지어 빵을 구워내기까지 한다. <삼시세끼>라는 소소한 제목에 걸맞지 않게 실제 내놓아지는 요리는 거의 만찬 수준이다. 만재도라는 격리된 공간에서 이 정도로 삼시 세 끼를 즐길 거라고는 나영석 PD조차 생각 못했다고 한다. 적이 당황한 눈치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뭐든 척척 해내는 차승원의 놀라운 요리 실력은 <삼시세끼>의 요리를 그저 한 끼 챙겨먹는 단계가 아니라 어떤 도전과 미션의 단계로 격상시켰다. 시청자들은 이제 차승원이 무슨 요리에 도전하고 또 해낼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다. 더불어 시청률도 고공행진. 14.2%(닐슨 코리아)tvN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건 지상파 예능 또한 앞질러버린 시청률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삼시세끼>의 본 프로그램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서진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요리 장인인 차승원과의 비교도 부담이 될 것이다. ‘요리학원 수강 고심설까지 나오고 소속사가 요리학원을 다닌다고 이서진이 20년 요리경력의 차승원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입장을 얘기한 건 그런 비교점들 때문이다.

 

하지만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 둘 다 출연하고 있지만 차승원과 이서진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것은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재도 같은 고립된 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로와 채취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차승원의 요리 실력은 어쩌면 이 척박한 환경을 상당부분 살만한 느낌으로 유화시키는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원도 정선은 다르다. 이 농촌은 요리도 요리지만 농사를 통한 변화(환경과 출연자 모두)를 보여줄 수 있다. 이런 환경에는 뭐든 척척 해내는 차승원보다는 이서진처럼 아예 시골 살이가 귀찮기까지 한 어설픈 차도남이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변화와 성장도 극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즉 차승원은 어촌이라는 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조차 인간의 능력(이를테면 요리실력 같은)과 노력이 그 삶 자체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메시지를 가진 인물이다. 이것은 현재의 대중들이 처한 삶과 정확히 상징적으로 조응하는 면이 있다. 척박한 삶이지만 그 곳에서도 삼시 세끼 챙겨먹으며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은 현실에 지친 대중들을 위로해준다. 차승원은 그런 점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뭐든 해낼 수 있도록 준비된 이미 완성된 인물이다.

 

반면 이서진이 보여주는 건 좀 더 현실적이다. 도시인들에게 시골은 로망이기도 하지만 힘겨운 삶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것을 가장 진솔하게 보여줄 수 있는 미완의 농부가 바로 이서진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차츰 완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이서진의 <삼시세끼>가 가진 차승원의 <삼시세끼>와는 다른 점이다.

 

이서진의 <삼시세끼>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괄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것은 바로 이 과정에 집중하는 포인트 때문이다. 차승원의 <삼시세끼>가 일회적인 아이템으로서 매번 결과를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포인트다.

 

사실 정착형 예능으로서 본류를 말한다면 그것은 이서진의 <삼시세끼>가 맞다. 차승원의 <삼시세끼>는 미션형이고 며칠 씩 거주하며 보여주고는 있지만 장기 여행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삼시세끼>가 제목은 그렇지만 요리 프로그램이나 시쳇말로 먹방, 쿡방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이서진을 꾀기 위해 나영석 PD가 포장한 말일 뿐, 그 실체는 유기농 라이프에 맞춰져 있다.

 

농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씨 뿌린 대로 거두는 그 과정은 잘만 포착하면 굉장한 스펙타클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바로 바로 보여지는 자극은 없어도 소소하게 쌓여나가다가 나중에는 거대한 결과물 앞에 경이로움마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너무 잘 해준 차승원이지만 그것 때문에 이서진의 <삼시세끼>가 시시해질 거라는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가진 거대한 기획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얘기다. 과정을 보여주는 이서진은 결과를 보여주는 차승원과는 사뭇 다르고, 또 그것이 본래 <삼시세끼>의 소박해보이지만 사실은 그 속에 숨겨진 대단한 야망(?)이기 때문이다.

 

이젠 <헬로 이방인>같은 외국인 예능도 농촌으로

 

이젠 외국인들도 농촌으로 간다? 2% 시청률에서 허덕이는 MBC <헬로 이방인>이 꺼낸 카드는 농촌이다. <헬로 이방인>은 강원도 모운동 마을을 방문해 현지 주민들과의 12일을 보내는 장면을 내보냈다. 워낙 침체의 늪이 깊어 그다지 큰 효과가 즉각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나왔던 <헬로 이방인>의 그 어떤 장면들보다 이 시골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의 만남은 각별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몇 안 되는 집들에 홀로 살아가시는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의 만남. 그 장면 자체로도 왠지 모를 뭉클함을 전해주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르신들과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준 강남이나, 첫 출연이지만 정이 느껴지는 터키의 핫산, 어르신들 앞에서 곰 세 마리를 부르며 재롱잔치를 한 후지이 미나, 할머니를 쉬게 해주려고 열심히 콩 타작을 한 제이크... 별 것 아닌 장면처럼 보였지만 시골 어르신들과 이방인들의 교감은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농촌이 어느새 예능의 텃밭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헬로 이방인>은 프로그램의 형식적 한계 때문에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12>이나 <삼시세끼>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김제 신덕마을로 내려가 할머니들과의 하룻밤으로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던 <12>은 왜 농촌이 그 공간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지를 잘 보여주었다. 어딘지 소외된 공간으로서의 농촌은 프로그램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인 공감을 만들어낸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하룻밤도 특별해지는 이유다.

 

나영석 PD<삼시세끼>는 농촌의 라이프 스타일을 하나의 예능으로 끌어안은 프로그램이다. 어찌 보면 고립되고, 또 고된 노동의 현장으로 피하게 되는 그 시골이란 공간을 이 프로그램은 즐기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문명의 이기가 전혀 없는 이 곳에서는 난방조차 직접 장작을 패 때워야 하고, 한 끼 먹기 위해 한 나절을 준비하거나, 텃밭을 키우고 수수를 거둬들이기 위해 힘겨운 노동을 해야 하지만, 그것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들여다보면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변모한다.

 

불 피우고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게 하나의 로망으로 다가오고, 깜깜절벽에 올려다 보면 지천으로 떨어지는 별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설렘을 만드는 이 곳에서는 떨어지는 빗물 소리 하나, 소소한 읍내 나들이 하나마저 하나의 사건처럼 다가온다. 그러다 가끔 찾아오는 누군가의 방문은 그래서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별 특별할 것이 없어 더 특별해지는 <삼시세끼>라는 시골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마법이다.

 

사실 농촌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간 건 지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이 그랬고, <12>은 초창기부터 시골과 오지를 텃밭으로 삼았으며 <패밀리가 떴다><청춘불패> 역시 시골의 라이프 스타일을 배경으로 삼아왔었다. 하지만 최근 예능이 다루는 시골의 풍경은 막연한 고립과 소외의 이미지에서 한 차원 더 나간 느낌이다. <삼시세끼>를 통해 보여지듯이 이제 그 시골은 도시인들이 가끔 꿈꾸는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제주도에 내려간 이효리가 시골의 소소한 삶을 즐기며 콩 수확을 벌이는 모습이나 <삼시세끼>의 이서진과 옥택연이 티격태격하면서 즐기는 시골의 삶은 이제 복잡한 도시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잊고 있던 그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면이 있다. 그것은 삶의 본질이다. 모두가 바쁘게 저마다의 욕망을 안고 뛰고 또 뛰고 있지만, 삶은 오히려 가끔 그렇게 멈춰서는 곳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준다는 것. 요즘 농촌이 텃밭이 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훈훈함의 정체다.

 

시골에 등을 내준 <12>, 뭉클했던 까닭

 

아녀 아녀 아녀할머니는 아녀를 입에 달고 다니셨다. “못해”, “싫어”, “나는 안해라는 말들은 습관처럼 나왔다. 김준호가 업히세유하고 등을 내밀자 여지없이 돌아오는 건 아녀”. 하지만 기듯이 등을 들이미는 김준호 때문에 할 수 없는 듯 업히신 할머니는 내 생전 처음이여라며 한없이 행복해 하셨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 짧은 장면 속에는 김제 신덕마을에서 <12>이 보여준 감동의 실체가 들어 있다. ‘아녀 할머니(?)’는 마치 이 힘겨운 농사일에도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농촌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 호의를 보여주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시는 모습은 그간 그런 경험이 거의 없으셨다는 걸 말해준다.

 

아무도 그리 큰 관심을 주지 않아 작은 호의조차 어색해하시는 모습. 그러면서도 자신들을 찾아준 <12>을 출연자나 스텝 할 것 없이 자식들처럼 대하시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찡하게 만들었다. 찌개 하나 끓여내면 된다고 하고선 떡하니 한상을 내와 어여 먹으라는 할머니에게서 우리가 떠올리는 건 고향의 어머니다.

 

이 할머니들을 고스란히 닮아버린 동네는 그래서 <12>이 와서 벌인 작은 마을잔치에 한껏 흐뭇한 정경을 보여주었다. 저녁을 놓고 구촌마을과 신기촌마을이 한판 벌인 복불복 게임에 기꺼이 참여한 마을 사람들 역시 할머니들처럼 수줍지만 정이 넘쳤다. 실물 끝말잇기에 등장하신 터프가이아저씨는 애매하다는 유호진PD의 말에 이거 웃통이라도 벗어야 되는겨라며 짐짓 터프한 모습을 보여 PD를 기죽게 만들었고, ‘자를 잇기 위해 늠름한면장님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 시골살이에서 걸레를 맨손으로 짜는 일이 무에 자랑거리가 될까. 하지만 <12> 복불복 게임으로 치러진 부녀자 팔씨름 대회에서 승자가 된 한 아주머니는 그 힘이 걸레를 짜는 데서 생겼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고 밭을 일구고 누군가를 위해 밥을 차리는, 그간 농촌에서 살아온 그 신산한 생활의 면면들이 하나의 자랑거리로 바뀌는 순간이 바로 <12>이 마을잔치처럼 치러진 복불복 게임의 실체다.

 

따라서 게임은 진지했지만 결과는 하나도 중요할 것이 없었다. 진 팀은 굶어야 한다는 PD의 말에 누가 됐든 굶어선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은 넉넉하진 않아도 나눠 먹는 시골 인심을 보게 만든다. “다 공평하게 나누면 지금껏 한 게 의미가 없다PD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적게 먹겠다고 말해 결국 PD마저 두 손 들게 만들었다. 또 잠자리 복불복에서도 게임에서 져 야외에서 자게 된 <12> 아들들에게 할머니들은 미안하다며 이불을 갖다 주고 챙기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셨다.

 

전북 김제에서 벌어진 <12> 전원일기 특집은 이 프로그램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국을 여행하며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내는 것이 <12>이 해온 일이지만,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 따뜻한 정과 훈훈한 인심을 나누며 여전히 그 작은 시골마을들을 지키고 살아가는 분들이었다는 점이다. 그 분들의 소박한 삶이 있어 우리 같은 도시인들이 살 수 있고 또 가끔씩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아녀하며 업히는 걸 극구 거부하던 할머니를 업어주는 김준호의 모습은 그래서 마치 이 소박하고 작은 시골마을을 찾아 잠시 업어주듯 흥겨운 하루를 보내준 <12>이 지금껏 걸어온 길을 반추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꺼이 시골에 등을 내주는 <12>의 모습은 아마도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걸어가야 할 길이 될 것이다. 바로 거기에 <12>만의 저력이 있으니 말이다.

 

웃긴데 왜 슬플까, <12>의 할머니들

 

일찍이 혼자된 할머니는 유난히 흥이 많아 보이셨다. 고추 수확 일을 하다 살짝 데프콘에게 한 눈을 팔던 김준호가 마치 도망친 것처럼 숨자 할머니는 갑자기 마음 약해서- 잡지 못했네- 떠나버린 그 사람-”을 불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장면은 이상하게 마음이 짠했다. 그 할머니의 흥 속에 숨겨진 한 같은 것이 동시에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제로 떠난 <12>은 내내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너무너무 웃긴데 한없이 슬픈.

 

'1박2일(사진출처:KBS)'

김제 신덕마을에서 펼쳐진 전원일기특집의 주인공은 오롯이 할머니들이었다. <12> MC들은 그저 거들뿐, 사실상 이 방송의 웃음도 슬픔도 따뜻한 정도 할머니들이 만들어주셨다. 잔뜩 주름진 얼굴에 깃든 세월의 흔적은 할머니들의 삶에 드리워진 결코 쉽지 않았을 노동의 강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그럼에도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서는 그렇게 해야 버텨낼 수 있었을 신산한 삶이 느껴진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고도 차린 게 없어 어떡하냐고 내주시는 밥상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뭉클하게 묻어나고, 촬영이고 뭐고 카메라 들고 있는 스텝이 눈에 밟혀 밥 먹고 하라시는 말씀에는 그 분들이 살아오셨을 그 정 가득한 삶이 그대로 느껴진다. 집안에 꺼져버린 형광등, 고장 난 노래방 기기 하나도 예사롭지 않았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 꺼진 형광등을 다시 켜주는 멤버들의 모습을 통해 할머니들의 마음 한 구석이 환히 밝아지길 기원했을 것이다. 김준호가 고장 난 노래방 기기를 고쳐 할머니와 함께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은 그래서 마치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나 <모던 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처럼 우스우면서도 슬펐다.

 

그들과 함께 울어주기보다는 오히려 한껏 웃게 함으로써 눈물을 웃음으로 전화시키는 모습들은 그것이 바로 코미디의 본령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그 와중에 가장 드러난 것은 김준호와 데프콘이다. 김준호는 그가 타고난 코미디언이라는 것을 이번 특집에서 발견하게 했다. 그는 <12>의 얍쓰 캐릭터 그대로 일은 안하고 할머니와 놀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바로 거기에서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너무 일만 하시고 사신 할머니들이 얼마나 눈에 밟혔을까.

 

데프콘은 일손이 없어 벌써 제거했어야 할 잡초가 무성한 논을 보며 젊은이들이 없는 농촌의 현실을 슬쩍 끄집어냈다. 그리고 힙합 비둘기다운 모습으로 할머니와 듀오(?)를 이뤄 힘겨운 노동을 힙합으로 풀어냈다. 할머니를 업어주고, 방에 잠시 뉘이게 한 후 자신은 다시 논으로 와 혼자 잡초를 뽑는 모습에서는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많은 프로그램들이 최근 들어 농촌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 많은 프로그램들 속에서 <12>의 전원일기 특집은 최고의 훈훈함을 전해주었다. 과거 2009년도에 경북 영양 기산리에서 했던 집으로특집 이후 가장 훈훈하고 정이 넘치는 <12>을 보여주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은 눈물을 쏟아내던 출연진들과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했던 그 기억을 이번 전원일기특집은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이번 전원일기 특집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농촌에서 벌어진 12일 간의 풍경은 왁자한 웃음으로 먼저 다가오지만 그 안으로 점점 들어갈수록 먹먹한 슬픔을 보여준다. 마치 채플린처럼 김준호와 데프콘은 그 안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나눈 웃기면서도 슬픈 정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었다. 2009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장면들은 또한 오랜 여운으로 두고두고 얘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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