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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동이'만의 차별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시청률 23%. 그 전후에서 '동이'는 멈춰서 있다. 사극으로 보면 높은 시청률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낮은 시청률도 아니다. 그저 틀어놓고 시청하면 꽤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기대를 조금 갖고 보게 되면 조금 시시한 느낌도 든다. 주인공 동이(한효주)가 인현왕후(박하선)와 장희빈(이소연) 사이에서 사지로 내몰리며 그 누구도 풀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을 마치 '별순검'의 한 장면처럼(물론 아주 소프트하게) 풀어내는 과정은 꽤 긴박감이 넘친다. 그런데 하나의 미션이 끝나고 나면 어딘지 허전하다. 미션과 미션 해결 그리고 국면전환은 꽤 매끄럽게 진행되지만 뒤통수를 치는 기발함 같은 것은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23%에 멈춰서 있는 '동이'의 시청률은 이해가 된다...
드라마 속 캐릭터들, 행복을 꿈꾸기 시작하다 '대장금'의 장금이(이영애)는 남다른 욕망을 갖고 있는 캐릭터였다. 수많은 모함과 함정을 벗어나면서 최고의 수라간 상궁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결국 그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그 모습은 당시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많은 이들이 '동이'의 동이(한효주)가 장금이를 닮았다고 한다. 실제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하지만 닮은 구석이 많아도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은 동이가 장금이처럼 최고 상궁이 되기 위한 강력한 욕망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이는 물론 천비 출신인 자신의 처지가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매일 매일을 긍정하며 밝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무엇이 되기 위한 욕망보다는 현재의 행복 또 앞으로의 행..
미션사극의 정점을 보여주는 ‘선덕여왕’ “생(生)을 고르면 살고 사(死)를 고르면 모두 죽는다.” 금지시킨 차 교역을 한 죄로 끌려온 덕만(남지현)은, 자신과 일행들의 목숨을 건 제후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이미 어느 돌이든 모두 사(死)임을 알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수수께끼가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위기의 순간, 덕만이 자신이 선택한 돌을 꿀꺽 삼켜버리고 제후의 나머지 돌을 보여 달라고 하는 것으로 미션을 해결한다. 그러자 긴장이 풀리면서 어떤 문제를 풀었을 때 갖게 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고, 이로써 덕만의 레벨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이것은 기본적인 '선덕여왕'의 '미션제시-해결'의 이야기 구조. 이 미션사극을 움직이는 강력한 주동력이다. 이중으로 겹쳐져 있는 위기의 미션..
사극, 왜 경합에 빠질까 ‘바람의 화원’에는 그림 경합이 매번 등장한다. 신윤복(문근영)이 화원 승급을 두고 ‘단오풍정’을 그릴 때도 경합이 등장하고, 청국에 보낼 그림을 두고 ‘군선도’를 그릴 때도 김홍도(박신양)와 장벽수(김응수)의 경합코드가 등장한다. 또 동제각화의 명을 받고 김홍도와 신윤복이 주막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며 이것은 어진화사 경합을 통해서도 이어진다. 어진화사 경합의 풍경을 보면 하나의 스포츠가 연상된다. 화제를 내린 왕이 있고, 그 시험을 진행하는 예조판서가 있으며, 감독관으로 홍국영이 있다. 그리고 선수들로 김홍도-신윤복팀과 이명기(임호)-장효원(박진우)팀이 있다. 예조판서가 등장해 “이번 경합은-”하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스포츠의 그것과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산’의 갈등, 익숙함의 반복 혹은 새로운 도전 정조의 삶과 정치세계를 조명하겠다던 ‘이산’의 야심 찬 계획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나서는 노론 벽파 세력들로 인해 뭐 하나 제대로 개혁을 진행하지 못하는 이산의 처지처럼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이산’이 노비개혁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선보이는 순간, 반발하는 장태우(이재용)와 노론 세력들처럼 곤두박질치는 시청률이 ‘이산’을 힘겹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산’은 점점 ‘대장금’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 같다. 거기에는 늘 대장금(이영애)이 지켜드리고픈 한 상궁(양미경)마마 같은 중전 효의왕후(박은혜)가 있고, 그녀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다. 성송연(한지민)은 어떻게든 그녀를 도우려고 발을 동동 구른다. 왕은 늘 그렇듯 중립적이면서 판관의 역할을 ..
요즘 사극이 궁을 그리는 방식 지금까지 궁이라 하면 왕이 사는 선망의 장소를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일련의 사극들은 궁을 더 이상 그런 장소로 그리지 않는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준기)은 “자유롭지 못하다면 천하를 가진 왕이라 하더라도 어찌 다 가진 것이라고 하겠습니까?”하고 말한다. 이 말은 비천한 광대들은 사방천지 못 갈 곳 없는 자유인이나, 천하를 가졌다 하는 왕은 궁이라는 공간에 유폐된 부자유인(不自由人)이란 뜻이다. ‘왕과 나’에서 궁은 그 너머에 살고있는 연인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왕이 되기 전인 어린 시절, 성종(고주원)은 궁 밖에서 윤소화(구혜선)를 알게되고 연모의 정을 갖게 된다. 자유롭게 정을 나누던 성종은 그러나 궁 안으로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