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스틸러>, 즉흥 상황극 예능의 진화

 

어떻게 저런 애드리브를 하지? SBS <씬스틸러-드라마전쟁(이하 씬스틸러)>의 대본은 대부분 비어있다. 기본 상황은 제시되지만 그 안은 온전히 배우들이 채워야 하는 것. 김신영과 황석정 그리고 최은경과 함께 만들어가는 하녀들에서 이규한은 끝없이 난감한 상황 속으로 몰아넣어졌다. 불륜 관계인 김신영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본부인 역할의 최은경도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상황극을 막장으로 몰아가자 이규한은 숨기던 상황들을 모두 털어놓는 것으로 반전을 꾀한다. 하지만 김신영도 최은경도 모두 떠나버리고 남은 하녀 황석정이 숨겨놓은 아들이라며 김병옥을 데리고 오자 결국 충격에 빠진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김병옥에게 담배 피우냐며 사랑의 매를 때리는 것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씬스틸러(사진출처:SBS)'

이라는 상황극에서는 조직원으로 들어간 경찰 역할을 한 김정태가 역시 씬스틸러다운 순발력을 보여줬다. 경찰임을 의심하는 상황들이 계속 제시됐지만 김정태는 그 때마다 특유의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가방에서 수갑이 발견되자 이런 말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내 아내가 묶는 걸 좋아한다며 오히려 화를 내고, 보스의 여자로 강예원이 등장해 너 나 사랑하기는 했냐고 묻자 사모님 약하셨습니까?”하고 응대하는 김정태는 어쩌면 <씬스틸러>라는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걸 보여줬다.

 

본격 상황극의 이런 묘미는 이미 맛보기로 출연자들에게 제시된 몰래 드라마에서 예고되었다.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갑자기 만들어진 상황 속에서 출연자들은 놀랍게도 금세 몰입하여 상황을 반전시켰다. 가장 센 상황극으로 이규한과 동성애 설정으로 투입된 정준하는 등장하자마자 그의 뺨을 때리며 그가 바람을 피웠다고 몰아세웠지만, 이규한은 거꾸로 정준하의 뺨을 때리면서 네가 먼저 다른 남자를 만났지 않냐고 말함으로써 상황을 뒤집었다.

 

사실 이런 즉석 상황극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미 신동엽, 김원희가 해서 화제가 됐었던 <헤이헤이헤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또 <해피투게더-프렌즈>에서 유재석과 이효리가 했던 프렌즈 극장역시 이러한 즉석 상황극으로 웃음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씬스틸러>가 다른 점은 예능인이 아닌 진짜 연기자들, 그 중에서도 진짜 씬스틸러들이 직접 출연한다는 점이다.

 

물론 양세형이나 김신영, 정준하 같은 예능인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 프로그램에서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이다. <씬스틸러>가 집중하는 건 놀라운 애드리브를 보여주는 실제 씬스틸러들의 연기다. 순간적으로 상황에 몰입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대응으로 그 상황을 뒤집는 묘미를 선사한다. 그건 웃기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진짜 상황극 속에 몰입해서 보여주는 연기의 흥미로운 세계를 슬쩍 보여주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

 

파일럿팀과 레귤러팀 이렇게 팀이 나뉘어져 한 팀은 대본을 공유하고 다른 팀의 연기자 한 명을 몰아세우는 대결구도는 상황극의 몰입을 더 깊게 만들어낸다. 대본팀은 씬스틸러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이고 그 속에서 씬스틸러는 자연스럽게 자신 속에 있는 연기의 잠재성들을 끌어낸다. 이건 실제로 연기를 배우는 이들이 종종 연습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씬스틸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프로그램이다. 그 하나는 놀라운 연기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이고 다른 하나는 거기서 슬쩍 슬쩍 드러나는 실제 상황의 난감함이 만들어내는 웃음이다. 과거의 상황극 설정 예능 프로그램들이 보여줬던 것이 주로 후자에 대한 것이었다면 <씬스틸러>는 여기에 연기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전자의 재미를 붙임으로써 훨씬 진화된 형태를 만들었다. 연기와 실제 사이에서 피어나는 놀라움과 웃음. 물론 첫술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씬스틸러>의 첫발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동성애 편견 깨준 대중문화 콘텐츠의 힘

 

5월은 결혼의 달인가. 백지영과 정석원, 한혜진과 기성용, 장윤정과 도경완, 그리고 서태지와 이은성의 깜짝 결혼 소식이 발표된 데 이어, 눈에 띄는 것은 그 대열에 김조광수와 동성연인인 김승환과의 결혼발표 기자 회견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식 보도 사진 속에서 당당하게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두드림(사진출처:KBS)

동성애자들이 공식석상에서 결혼발표를 하고 입맞춤을 하는 사진 한 장의 의미는 크다. 1996년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본격 동성애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을 본 관객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남자들의 사랑을 서로 주먹을 입에 대고 입을 맞추는 장면으로 대신했다. 영화 속에서마저도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려 했던 것. 하지만 이번 김조광수의 결혼발표는 이제 영화도 아닌 실제 현실에서도 동성애자의 애정표현이 그만큼 당당해졌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몇몇 용기 있는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이 가져온 변화가 크지만, 동성애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시각에 일조한 것으로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크라잉 게임>이나 <해피투게더>,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해외영화를 통해서나 겨우 동성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로드무비>나 <후회하지 않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같은 우리네 동성애 영화들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야 한정된 공간에서 보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 치지만, TV 드라마가 동성애를 소재로 다루게 된 것은 이제 이러한 달라진 시각이 일상화 단계로 넘어오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커피프린스1호점>이나 <바람의 화원> 같은 이른바 동성애 코드를 활용한 드라마는 큰 화제가 되면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일조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동성애 코드를 활용한 드라마였지 동성애를 직접적으로 다룬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실로 파격적인 시도라고 여겨진다. 동성애를 직접 다루면서 그것을 가족드라마의 틀로 엮었다. 즉 동성애자인 아들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동성애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처럼 보였다. 드라마가 가족애를 통해 동성애자를 받아들였듯이, 사회는 인간애를 통해 그들을 수용할 수 있으리라는 메시지.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달라진 시선이 이제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가장 확연히 보여주는 건 예능 프로그램 속에 자연스럽게 유머의 한 부분으로 자리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홍석천은 이른바 게이조크로 불리는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를 끄집어낸 인물이다. <라디오스타>에 나와 거침없이 김국진의 얼굴을 쓰다듬고 동성애를 유머 코드로 올려놓는 홍석천은 그런 점에서 대중과 성소수자 사이에 훨씬 편안한 가교역할을 해주었다.

 

<라디오스타>에 나온 2PM의 준호가 한 프로그램에서 홍석천에게 돌발 볼 뽀뽀를 당했다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준호로 하여금 원빈과 이병헌을 세워두고 이상형 월드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다 홍석천의 선구적인 게이조크 덕분이라는 얘기다. 게이조크는 아직 예능에서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선하기도 하지만, 웃음을 코드로 한다는 점에서 좀 더 대중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주는 힘을 발휘한다. <SNL 코리아>의 신동엽이나 김민교가 하는 게이 코드의 콩트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편견은 여전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비난의 목소리도 있지만 응원의 목소리도 많다. 무엇보다 다른 성적 취향을 이해해주자는 시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동성애에 완강히 반대하던 기독교측에서도 이제는 논쟁이 되는 양상이다. 다 똑같은 하나님의 자식인데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겠냐는 것. 이러한 변화는 동성애의 편견을 자연스럽게 깨준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성이란 대중문화가 추구하는 지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너무 많은 말을 하게 될 때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가. 이 질문은 모호하다. 작금의 현실적인 삶이 아름다운 것인가를 묻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은 관념적이지만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것인가를 묻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둘 중 어느 질문에 대한 답변일까.

매번 극중인물이 넘어지는 것으로 끝나는 엔딩이 의도하는 바는 명백하다. 삶은 늘 그렇게 우연찮게 넘어지고 다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는 것. 인생은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 하지만 매회 누군가가 넘어져야 끝나게 되는 이 ‘꽈당엔딩’은 말 그대로 작위적인 것이다. 그래서 이 엔딩의 의도 역시 50여회를 반복하면서 하나의 강령처럼 느껴진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표현이 그저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귀에 대고 계속 해서 그렇다고 얘기하고 있는 듯한 강박적인 느낌마저 들게 되는 건 그 때문일 게다.

이 강박적인 느낌은 다시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가 하는 질문의 두 가지 의미로 되돌아간다. 즉 ‘인생은 아름다워’는 저 ‘꽈당엔딩’처럼 이 두 의미의 질문을 하나로 엮는다. 현실적인 삶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표현은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 한다는 작가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배경이 굳이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는 날아가야 도착할 수 있는 제주도에 그것도 펜션이라는 공간으로 설정된 것에서도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물론 작가는 늘 그래왔듯이 어떤 공간 속에서든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의 다양한 부대낌을 그려낼 것이지만, 그 복작대는 삶을 마치 포근히 감싸 안는 제주도의 자연이나, 아무래도 보통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펜션이라는 설렘의 공간은 작가의 의지로 제공된 것이다.

이것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병태(김영철)네 가족들에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바깥으로 돌다가 돌아온 시부(최정훈), 병태와 민재(김해숙)의 재혼가족이라는 상황,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결혼을 못하고 있는 병준(김상중)과 병걸(윤다훈), 재혼한 엄마를 둔 지혜(우희진) 그리고 동성애자인 장손 태섭(송창의). 이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들은 꽤 복잡다단하지만 거기에 작가의 의지로 제공된 두 인물이 있어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든다. 바로 병태와 민재다.

모든 힘겨움을 자신 속으로 숨긴 채, 가족들에게는 늘 웃는 얼굴로 그 어려움을 묵묵히 들어주는 병태나, 보다 능동적으로 가족들의 고통을 껴안고 이해해주는 민재는 판타지에 가깝다. 태섭이 커밍아웃을 할 때, 함께 울어주는 병태와 민재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한 것은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야 한다는 부모 자식 간의 당위의 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김수현 작가가 의지를 갖고 있는 가족의 모습은 그것이 동성애라 해도 그저 가족으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런 모습이다. 도대체 가족이 가족을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논쟁의 여지가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태섭과 상우(경수)가 성당에서 언약식을 치르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이것 역시 (굳이 성당에서 하려는 것) 작가의 의지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여기에는 가족 바깥으로 나와 성당이라는 현실적인 실체와 부딪친다는 점이 다르다. 가족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을 공적으로 승인하는 장면을 아직까지 우리네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성당이라는 더 복잡한 실체들과 맞물려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김수현 작가가 보여준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나 사회에 대한 열린 태도는 비판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본인의 의지를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담아내고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말하게 하는 방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아름답다고 강변한다고 해서 인생을 아름답다고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누군가의 주장을 통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색을 통해 의지적인 세계를 화려한 대사를 통해 엮어놓기보다는, 그것이 조금 거칠더라도 그저 담담하고도 리얼하게 상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오히려 그 아름다움을 눈치 채게 할 수는 없었을까. 작품이건 작품 외적이건 김수현 작가가 좀 더 말을 아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족드라마의 틀 속에 동성애도 있는 것

최근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교회언론회는 "동성애 미화,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논평을 통해 '동성애를 미화하는 TV프로그램의 방영은 동성애에 대한 동정심을 넘어 심각하게 비호하는 측면이 있다."는 논평을 냈다. 또 기도운동단체인 에스더 기도운동도 최근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대로 TV드라마를 방치한다면 이 땅의 많은 청소년에게 동성애는 아름다운 것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시청거부운동을 촉구했다고 한다.

직접적으로 프로그램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최근 종영한 드라마 '개인의 취향', 그리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에 등장하는 동성애자를 지목한 것일 게다. 특히 그중에서도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동성애자 태섭(송창의)에 대한 시선은 극에서 극으로 옮겨졌다.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동성애자 태섭이란 존재에 대한 반감은 어느새 동감으로 바뀌어버렸다.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걸까.

그것은 커밍아웃을 통해서 비로소 태섭이 가족의 일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태섭이 차마 가족들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철저히 타자였다. 드라마 속에서 가족과 섞이지 않는 태섭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이 땅의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그 시선 그대로였을 것이다. 나와는 다른 외계인 같은 존재. 하지만 그가 커밍아웃을 하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양엄마인 민재(김해숙)에게 거듭 '죄송하다'고 말하는 태섭을, 민재는 "오히려 자신이 더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 사실을 민재에게 전해들은 병태(김영철) 역시 태섭을 탓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식의 앞날을 걱정해준다.

외계인처럼 겉돌던 태섭은 그 부모인 민재와 병태가 끌어안음으로써 비로소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바로 이 시점의 변화가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을 극에서 극으로 바꿔놓은 김수현 작가의 마법. 그 마법은 다름 아닌 가족애다. 타인으로만 바라보던 시청자들의 시점을 가족의 시점으로 바꿔놓자, 거기에 외계인이 아닌 우리네 가족 중 하나로서의 태섭이 서 있었다. 그 어떤 가족이 자신의 가족이 동성애자라고 해서 그저 손가락질하고 비난할 수 있을까.

민재가 태섭에게 '우리가 너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김수현 식으로 동성애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다. 그것은 철저히 가족드라마의 시선으로 동성애를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분명 동성애에 대한 윤리적인 잣대나 사회적인 맥락 같은 것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은 가족 바깥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즉 가족의 눈높이에서 동성애는 윤리적인 문제도 사회적인 문제도 아니다. 그저 부모 자식사이에, 형제 남매 사이에 놓여진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 드라마라기보다는 김수현 특유의 가족드라마가 맞다. 다만 그 가족의 일원 중에 동성애자가 들어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양병태네 집안사람들이 저마다 문제들을 갖고 옥신각신하면서도 결국에는 가족애로 그것을 넘어서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드라마다. 거기에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동성애에 대한 미화'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아름다운 것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동성애자라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그 가족애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해묵은 동성애에 대한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접근보다, 훨씬 실질적이고 인간적인 접근방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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