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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 사로잡은 딸바보의 심리학

 

이준익 감독의 신작 <소원>에는 성폭행을 당한 딸아이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아빠가 등장한다. 성폭행의 후유증으로 아빠마저 가까이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자 아빠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딸의 마음을 조금씩 연다. 결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딸바보 소원이의 아빠다. 그저 가족에게 무심하게 살아왔던 그는 참회하듯 딸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사진출처:영화 <소원>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에서 아빠 장태산(이준기)은 삶에 아무런 의미조차 갖지 못한 채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다 딸 수진(이채미)이 백혈병을 앓고 있고 그녀에게 골수를 기증할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알고는 삶이 절실해진다. <투윅스>는 이 주 동안 딸바보 장태산이 온갖 세상의 위협과 어려움을 뛰어넘고 딸과 가족에게 돌아오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 부쩍 딸바보 아빠들이 많아졌다. 올해 초에 개봉해 1천만 관객을 훌쩍 뛰어넘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은 딸바보 아빠들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영화에서 딸 예승(갈소원)이에 대한 무한사랑을 보여주는 딸바보 용구(류승룡)는 실제로도 정신지체를 갖고 있는 바보이기도 하다. 즉 이 영화는 대놓고 딸바보의 이야기를 기획했다고 보여진다.

 

무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낸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서영이(이보영) 아빠 이삼재(천호진) 역시 딸바보다. 자신이야 아버지라는 이름에서 잊혀지더라도 딸 서영이가 행복하게 잘 살기만을 바라는 그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물론 이삼재가 그렇게 하는 데는 원죄가 있다. 서영이의 청춘시절에 자신의 사업실패가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는 것. 그래서 이삼재의 사랑에는 원죄에 대한 참회가 섞여 있다.

 

딸바보 열풍(?)은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가 아니다. <아빠 어디가>의 송종국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은 물론이고 예능에 출연하는 이들은 서슴없이 자신들이 딸바보임을 인증하곤 한다. 마치 세상의 아빠 치고는 딸바보 아닌 이들이 없는 것처럼 이들은 왜 이렇게 스스로를 딸바보로 세우는 것일까.

 

흥미로운 건 TV 프로그램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딸바보들은 대부분 자신의 잘못된 과거에 대해 무릎을 꿇는다는 점이다. 영화 <소원>의 아빠는 그간 벌어먹고 살기 위해 딸에게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투윅스>의 장태산은 가족을 위한다면서 가족을 떠난 자신을 후회한다. <7번방의 선물>의 용구는 정신지체이기 때문에 딸 예승에게 해주지 못하는 것들에 눈물을 쏟고 <내 딸 서영이>의 이삼재는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서영이에게 사죄한다.

 

딸바보들은 이처럼 과거와 달라진 아빠들의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즉 과거에 어딘지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던 아빠들이 가족에 대한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마도 IMF 이후부터 꺾여 온 아빠들의 권위와 사회가 달라지면서 점점 가족 내에서 아빠가 차지하는 입지가 좁아진 점 때문에 아빠들 스스로 가족에 편입하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생겨난 현상일 것이다. 아내는 어딘지 어색하지만 딸이라면 바보처럼 살갑게 굴어도 훨씬 자연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는 점점 집 밖에 딸을 내놓기가 위험해지는 사회와도 관련이 있다. 특히 성폭행이니 하는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아빠들은 괜스레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빠져들곤 한다. 어른들이 만든 불안한 사회는 아빠들에게는 그래서 또 하나의 죄의식으로 자리하기도 한다. 이준익 감독의 <소원>은 바로 이런 딸바보 아빠들의 원죄의식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영화다. 이토록 많아진 딸바보 아빠들. 그간의 남성성의 성 역할에만 머물며 집밖을 떠돌던 아빠들은 그렇게 가족의 품으로 점점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Posted by 더키앙

<출생의 비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경두, 다만 기억 못할 뿐

 

“경두씨가 얼마나 바보 같은 남자냐면요. 자기를 버린 아버지의 여자를 돌봐요. 몸도 성치 않은 노인네를 어떻게 혼자 두냐며, 그쪽의 아버지를 돌본다구요!” 경두(유준상)를 짝사랑하는 연정(조미령)은 이현(성유리)에게 이렇게 외친다. 이현에게 이제는 경두의 정을 떼어 달라고 부탁하러 온 연정이지만 그녀가 전하는 말 속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경두 같은 남자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묻어난다.

 

'출생의 비밀(사진출처:SBS)'

“나는 어디선가 마음이 베었을 때 경두씨가 제일 먼저 생각나요. (중략) 뭔가에 마음이 다쳐 가라앉아 있으면 경두씨 안절부절 못하죠.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저 사람한테 어떻게 해줘야 하나 어떻게 해주면 저 사람이 다시 웃을까 그 바보처럼 쩔쩔매는 모습만 봐도 벌써 위로가 되죠. 어떻게 세상에 그런 남자가 있을 수 있는지. 전 남편한테 맞고 살았던 나는 경두씨 같은 남자가 세상에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경두는 그런 남자다. 아내였던 이현이 딸과 자신을 버린 채 사라져버려도, 또 기억에서조차 지워버려도 그는 그녀를 위해 그녀가 좋아했던 만두를 챙기는 바보 같은 위인이다. 금쪽같은 딸 해듬이(갈소원)를 그녀가 데려간다고 했을 때도 그녀와 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비워주고는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바보 중의 바보다. 그러면서도 수박 한 조각을 봐도 먼저 그녀를 떠올리고 혹 아프다는 얘기를 들으면 단박에 달려와 그녀를 위해 죽과 콩나물국을 끓여내는 남자다. 자신을 버리고 딸마저 데리고 떠난 여자의 아버지를 돌보는 남자. 연정이 말하듯 경두는 주변사람들을 웃게 해주기 위해 늘 쩔쩔맨다. 도대체 이런 사람이 있을까.

 

<출생의 비밀>은 왜 이렇게 바보 같은 경두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을까. 그리고 이런 착하기 그지없는 인물을 내세우면서 왜 제목을 흔히 막장드라마들이 줄곧 사용하는 클리쉐에서 차용한 것일까. 즉 <출생의 비밀>은 제목과는 달리 막장드라마들이 사용하곤 하는 클리쉐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아니 정반대의 길이다. 경두라는 캐릭터가 말하는 ‘출생의 비밀’이란 현재 막장드라마들이 즐겨(?) 사용하는 가족을 파탄내는 그런 코드가 아니다. 오히려 파탄 난 가족을 다시 묶어내는 방식으로서의 ‘출생의 비밀’이다.

 

사실 친 부모는 누구였고 그 친 부모가 재벌가의 회장님이었다는 식의 천박한 천민 자본주의식의 신분상승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출생의 비밀’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출생의 비밀’은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그 ‘출생의 비밀’을 말한다. 누구나 ‘내가 어떻게 태어났지’하고 물을 때 갖게 되는 그 ‘출생의 비밀’, 바로 누군가의 절절한 사랑 말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이 있었기에, 그들의 보이지 않는 배려와 희생이 있었기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든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 발을 동동대는 경두만 봐도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이유는 그 캐릭터가 우리에게 환기시키는 어떤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출생의 비밀 속에 어른대는 경두 같은 인물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점점 기억에서 지워버린 그 출생의 비밀을 이 드라마는 그래서 경두라는 인물을 통해, 또 해듬이라는 아이를 통해 우리에게 다시 떠올리게 해준다.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잃어버린 존재, 이현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녀가 차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도 어쩌면 각자 갖고 있었지만 기억 저편으로 잊혀져갔던 경두 같은 인물의 끝없는 사랑으로 존재하는 자신, 즉 각자의 ‘출생의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경두가 해듬이에게 너는 이담에 커서 뭐가 될 거냐고 묻자 해듬이는 엉뚱하게도 ‘가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왜 가지는 가지고, 오이는 오이고...(중략) 왜 가지는 보라색이고 오이는 연두색이고...(중략) 유전이를 공부하면 다 안댜.” 할아버지가 그랬듯 유전을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다. 경두가 해듬에게 ‘유전’이가 누구냐고 묻자 해듬이 말한다. “누구가 아니구요. 홍경두가 홍해듬을 낳고 포목점 할머니가 연정 아줌마를 낳고 태만이 아저씨네 개가 애기 개를 낳으면 애기 개가 엄마 개를 닮는 게 유전이여.”

 

실로 복잡하게 뒤엉킨 ‘출생의 비밀’을 자극적인 코드로 다루는 드라마들이 많지만 정작 진정한 의미의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드라마는 전무하다. 이것은 어쩌면 자극적인 것들만 기억에 남게 되어버린 작금의 세태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태어나 닮아간다는 이 단순하지만 신비롭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출생의 비밀’은 그래서 더욱 귀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드라마 <출생의 비밀>은 이렇게 현 세태가 오독시키고 있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를 기분 좋게 뒤집고 있다. 실로 ‘출생의 비밀’을 다루겠다면 이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더키앙

류승룡은 어떻게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됐을까

 

<7번방의 선물>에서 류승룡이 연기하는 용구는 딸바보다. 용구가 영화 속에서 한 가장 많은 대사는 아마도 “예승아!”라고 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을 게다. 얼굴만 쳐다봐도 그 간절한 부성애가 넘쳐나는 용구는 정신지체의 장애를 갖고 있는 실제 바보이기도 하다. 강풀 원작의 <바보>가 그러한 것처럼 이 시대에 바보의 의미는 오히려 똑똑하고 계산적인 이들이 갖지 못한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다. <7번방의 선물>에서는 그 바보가 아빠로 돌아왔다. 진정한 딸바보의 탄생이다.

 

사진출처: 영화 '7번방의 선물'

아무런 조건 없는 사랑의 결정체는 그러나 지독한 현실과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바보라는 존재가 늘 이른바 정상이라고 하는 이들의 변명거리나 희생양이 되는 건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을 게다. 용구는 그렇게 7번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딸 예승이를 부르며 애끓는 부성애를 보여준다. 그 부성애의 존재가 사회적으로는 어떤 아이의 강간 살해범이라는 무시무시한 누명을 쓰게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딸바보 류승룡이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을 눈물 짓게 만드는 것은 이 바보 같은 용구라는 존재가 그 부모들이 살아왔던 삶을 극적으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자식 하나만을 보며 살아온 부모세대는 그러나 지금 이 청춘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의 발원지처럼 백안시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투표장을 향했다는 그 세대들은 어찌 보면 자신의 시대가 배척당하고 부정되는 현실의 억울함을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다.

 

<7번방의 선물>처럼 최근 들어 모성애가 아닌 부성애가 귀환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내 딸 서영이>는 그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버지의 시선이 담겨진 드라마다. 과거의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딸에게 그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면서도 그 딸의 앞날만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시청률 40%를 넘어 50%를 향해가는 신드롬을 만들고 있다.

 

<아빠 어디가>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아이하면 늘 먼저 떠오르는 엄마를 집에 남겨두고 대신 아빠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게 된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아빠들은 이 1박2일의 여행을 통해 아이들의 사랑을 재확인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성동일이 조금은 권위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아이를 통해 돌아보고, 김성주가 주눅이 든 아들의 모습에 자신이 너무 윽박지르며 아이를 대했던 것에 대해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처럼 최근 부성애를 다루는 콘텐츠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을 통해 그 양자를 힐링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이 한 때 거친 수컷의 향기를 뿜어내던 작업남에서 부성애의 끝단을 보여주는 딸바보로 돌아오면서 계속 대중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 바탕에 깔린 남성들의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 아버지들은 그렇게 수컷이라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고개를 숙이게 되었고, 이제는 그 차원을 넘어서 판타지를 통해서라도 어떤 힐링을 꿈꾸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류승룡이 왜 최근 새로운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가를 읽을 수 있다. 딸바보 류승룡이 보여주는 <7번방의 선물>은 우리 시대의 수많은 바보 아빠들은 물론이고 그를 새롭게 바라보고픈 자식들을 위한 판타지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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