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치열한 일과 멜로가 만났을 때

 

역시 서숙향 작가의 멜로는 확실히 다르다. 그저 그런 잘 난 남자와 신데렐라의 이야기 따위는 그녀의 드라마에서는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드라마에는 치열한 일터의 현실이 있고,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를 구원하는 왕자 같은 남자? 아마도 여성들은 그런 판타지를 꿈꿀지 몰라도 그것이 현실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판타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서숙향 작가의 작품 속 남자들은 그래도 우리 주변에서 있음직한 그런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미스코리아(사진출처:MBC)'

리얼리티 멜로라고나 할까. <별에서 온 그대>가 심지어 외계인을 등장시켜 여심을 사로잡는 판타지 멜로의 극점이라면 <미스코리아>는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벌어지는 리얼리티 멜로의 극점이다. 97IMF 시절, 한창 벤처 붐이 일었던 그 시대의 공기를 <미스코리아>는 제대로 포착해낸다. 순수한 벤처 정신을 가진 많은 창업자들이 한편으로는 조폭 같은 대부업체의 손에 의해 도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벤처 투자가라는 명목으로 된다 싶은 업체를 사냥하는 이들에 의해 회사를 빼앗겼던 시절이다.

 

비비화장품 주변을 맴도는 정선생(이성민)이나 이윤(이기우) 같은 캐릭터는 그래서 당시의 조폭과 벤처 투자가라는 벤처의 위협을 표징하는 인물들이다. 비비화장품 사장 김형준(이선균)은 순수한 벤처정신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지만 바로 그렇게 곧기 때문에 번번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성희롱이 일상이 된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이연희) 역시 이 사라져버릴 직종의 끝자락에서 미스코리아라는 지푸라기를 잡고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다.

 

미스코리아라고 하면 어딘지 부정적인 인상이 먼저 떠오르지만 오지영이 미스코리아를 선택하는 건 그녀가 결국 가진 것이 몸뚱어리 하나뿐이라는 그 절박함을 드러내준다. 하지만 그녀가 미스코리아를 키워내는 마애리(이미숙)가 아닌, 가진 건 없지만 진짜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주려는 김형준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는 단지 멜로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상품화되는 몸이 아니라 진짜 사랑하는 몸으로서 오지영이 미스코리아가 되려는 진심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일과 사랑. 언젠가부터 멜로는 사랑 하나만이 아닌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여성들의 달라진 삶이 반영된 탓이다. 점점 늘고 있는 직장여성들에게 사랑은 일과 무관하지 않고 또 일 역시 사랑과 무관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사랑을 다루는 멜로에서 남녀 주인공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실로 드라마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하지만 서숙향 작가의 멜로드라마가 남다른 것은 그 일의 세계가 그저 배경이 아니라 마치 전쟁터 같은 느낌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남녀 간의 성차별이 존재하고 그러기 때문에 파리 목숨이 되기도 하는 일하는 여성의 고충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파스타>가 라스페로라는 이태리 레스토랑의 주방을 사나운 불길과 날카로운 칼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그려지듯이 <미스코리아>의 드림백화점의 엘리베이터라는 폐쇄된 공간은 숨 막히지만 어쩔 수 없이 버텨내는 감옥 같은 공간으로 그려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 앞에 나타난 남성들이 사랑 그 자체의 마취적인 탈출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성들은 여성들의 일을 지지해지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인물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일에서의 성공과 사랑으로의 성공. 이것은 현대여성들이 꿈꾸는 가장 현실적인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별에서 온 그대>에 밀려 조금 저조한 시청률을 냈지만 그렇다고 <미스코리아>가 실패한 드라마는 아니다. 97년의 한 시대적 풍경 속에서 그려낸 서숙향 작가의 일과 사랑은 충분히 의미와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서숙향 작가가 여성들의 성장 멜로에 있어서 각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진짜사나이> 논란, 그러면 100% 리얼이어야 한단 말인가

 

<진짜사나이>가 새해 벽두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리얼리티 논란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진짜사나이>의 일반병사들이 오디션으로 뽑혀 한 내무반 소속인 것처럼 거짓 촬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분대장이 아닌 병사를 분대장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이 보도에는 자극적인 단어들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오디션이라는 단어와 거짓 촬영’, ‘둔갑같은 단어들이다. 이 자극적인 단어들에 경도되어 기사를 읽어보면 마치 <진짜사나이>가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다르고 다르다고 했다. <진짜사나이>에 출연하는 병사를 선발하는 것을 오디션이라고 표현하면 거기에는 제작진의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의미가 덧붙여진다. 하지만 이것을 왜 굳이 제작진의 권력이 들어간 행위로 몰아가는 것일까.

 

여기 출연한 일반병사들이 주목받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스타가 되거나 준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것은 오디션이라기보다는 군대라면 늘 있기 마련인 일종의 차출이고 지원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육본측이 밝힌 말 잘하고 재기 있는 10명쯤을 뽑았다는 얘기나, “면접에서 외모나 체격, 학력, 장기, 가족사 등을 고려했다는 얘기 역시 예능 프로그램의 연출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어쨌든 군과 대중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그것을 최적화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인 일이 아닌가.

 

한 내무반 소속인 것처럼 거짓촬영을 해왔다는 얘기는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오보다. 이미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특별 내무반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왔다. 그렇게 특별 내무반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분대장이 아닌 병사가 분대장 역할을 하게 된 것을 둔갑이라고 표현한 것도 지나친 해석이다. 내무반 구성에 따라 고참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별 내무반을 굳이 구성하는 건 군 부대로서 당연한 안전장치다. 만일 기존 내무반에 연예인들을 투입시킨다고 생각해보라. 자칫 사고가 날 가능성도 농후하고, 심지어는 군 내부의 정보들이 가감 없이 외부에 보여지는 군 기밀 유출의 위험성도 있다. 그러니 특별 내무반은 군대라는 특수한 장소의 촬영이 가능하기 위해 군과 방송 양측에서 만들어낸 하나의 합의점인 셈이다.

 

그냥 일반 병사를 우연히 한 내무반에서 만난 것이 아니고, 또 있는 그대로의 내무반이 아니며 그래서 분대장이 아닌 병사가 분대장이 된 것을 문제 삼는다면 사실상 이 방송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도처에 방송사고와 군 사고의 위험성이 즐비한 상황에서 어떻게 방송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100% 리얼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대중을 기만했다는 논리는 얼핏 그럴 듯해 보여도 사실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이며, 또한 방송의 목적을 엉뚱하게 본 데서 생겨난 억측이다. <진짜사나이>의 목적은 100% 리얼의 군 내부 상황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진짜사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르뽀가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대신 <진짜사나이>100% 리얼이 아니라 100%에 가까운 리얼리티 상황을 통해 그간 부정적으로만 그려지던 군대와 대중들 사이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연예인이 실제로 군 입대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것을 방송으로 찍을 수도 없는 일이다. 대신 연예인이 재입대를 한다는 가정을 통해 거기서 발견하는 병사들과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교감은 거짓이 아니다. 리얼과 리얼리티는 이렇게 다르다.

 

군대 내부의 모습을 왜 100% 리얼로 예능이 찍어야 하는가.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대신 군과 대중을 이어주는 방식으로서 그 사이에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100% 리얼리티를 잡아내는 건 가능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니 도대체 왜 이런 의미없는 논란을 그 누가 어떤 목적으로 부추기는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설마 군대와 대중 간의 소통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건 아닐는지.

<진짜사나이>의 가치, 군대와 일반인의 소통에 있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진짜사나이>는 진짜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중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은 이미 군대를 다녀왔거나 아직 군대에 가보지 않았던 사나이들이고(심지어 외국인도 있다) 군부대에서 일반사병들과 실제로 일주일씩 머물며 병영을 체험한다. 방송은 그 체험을 포착해 예능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진짜 날 것의 군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된다. 군 기밀이라도 유출된다면 큰 일이지 않은가.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진짜사나이>의 내무반은 그래서 특별히 방송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김수로와 샘 해밍턴, 류수영, 서경석, 손진영, 그리고 장혁과 박형식이 일반사병들과 함께 일주일 간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특별한 내무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서 함께 일주일을 지내는 일반사병들도 선별된 병사들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특별하게 마련되고 통제되지 않는다면, 방송은 그 자체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진짜 군인이 아니고, 내무반이 실제 내무반이 아니며, 일반사병들도 선별된 병사라고 해서 이것이 전부 가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함께 유격훈련을 뛰면서 헬기 레펠을 하고 화생방 훈련을 하거나 행군을 하면서 흘린 땀과 눈물을 어찌 가짜라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진짜 군인들과는 다소 다른 체험일 수 있다는 것일 뿐, 일반인들에게 그것은 짧게나마 군대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진짜 체험일 것이다. 군 소재 예능을 하기 위해 연예인이 실제로 군대를 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것은 <진짜사나이>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그것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다큐는(실제로는 르뽀에 가깝겠지만) 아마도 비방용이 더 많을 수밖에 없을 게다. 군 기밀에 가까운 장면들도 많을 테고, 때로는 군대의 내밀한 사병들 간의 마찰과 충돌도 적지 않을 게다. 그것을 방송으로 다 내보내다보면 그것은 리얼리티를 빙자한 막장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진짜사나이>가 보여주려는 것은 도대체 뭘까. <진짜사나이>는 예능이라는 본분에 맞게 적절한 선까지의 ‘군대 체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체험에 들어간 연예인들의 소임은 자신이 진짜 군인임을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처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며 때로는 그 와중에도 어떤 보람과 가슴 뭉클함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진짜 군인일 수는 없다. 일반인으로서 군대 체험을 하는 것일 뿐.

 

<진짜사나이>의 방송 프로그램적인 가치는 바로 이 일반인과 사병들이 한 막사에 들어가 일주일을 함께 생활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군인과 일반인들을 한 곳에 넣고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너무 다른 존재처럼 여기며 심지어 군바리라고 비아냥대던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동생들이고 아들들이며 오빠들이라는 사실이다. <진짜사나이>를 통해서 군대는 그래서 좀 더 우리에게 가까운 곳이 된다.

 

군대가 비리나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곳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 폐쇄적인 집단으로서만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기 싫은 곳이지만 의무이기 때문에 억지로 가야하는 곳. 그래서 간 사람은 마치 다른 세계로 간 듯이 치부하며 그 속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일들도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그저 수긍하던 그런 곳이 군대가 아니었던가. 물론 군 당국이 개입하기 때문에 좋은 면만을 끄집어내고 그것이 전부인 양 호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믿어줄 만큼 대중들은 바보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 밀접한 군 기밀이 아니라면 이제는 군대도 좀 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한 첫 발은 군대를 좀 더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곳으로 인식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진짜사나이>가 가진 목적이며 의도이고 가치다. 따라서 <진짜사나이>는 실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본래 바람직한 진짜 군인의 위상과 이미지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인 것만은 분명하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주고, 그래서 대중들이 좀 더 군대에 관심을 갖게 되며 그로 인해 군대 문화에도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정글의 법칙>, 조작 논란이 가져온 후폭풍

 

만일 조작 논란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편은 훨씬 더 흥미로웠을 지도 모른다. 뉴질랜드라는 무수한 판타지 영화에 등장했던 공간이 주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을 것이고, 그 안에서 마치 대본 없이 찍은 한 편의 영화처럼 병만족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원시 체험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전사의 후예, 마오리족이 주는 강인한 인상이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대한 이국적인 정서를 만들어냈을 것이고, 그들에게 배우는 생존기술 또한 좀 더 팽팽한 긴장감을 동반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무 것도 없이 석기시대로 돌아간 초심의 이야기는 거꾸로 그 자체가 우리가 문명의 빛에 가려, 잊고 있었던 풍족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 일으켰을 게다.

 

하지만 조작 논란의 여파는 컸다. <정글의 법칙>은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될 제작과정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장소 헌팅을 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야생에 가까운 공간을 찾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른바 ‘여행지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밖에 없었고, 마오리족에 대한 현대사를 미리 알려줌으로써(사실 이건 이미 누구나 아는 일일 것이지만 그래도 굳이) 원주민 섭외에 대해 생길 수 있는 논란을 미리 막을 수밖에 없었을 게다.

 

당연한 일이다. 조작 논란이 생겼으니 그만큼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제작과정을 낱낱이 드러내는 편집은 그 자체로 방송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마치 영화를 보는데 영화 제작과정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그 장면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기왕에 논란이 생긴 상황에서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어쩔 수없이 취할 수밖에 없는 편집이지만 이것은 어찌 보면 이 프로그램의 재미 또한 상당부분 희생될 수 있는 편집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정글의 법칙> 뉴질랜드 편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논란이 벌어지기 전이었지만 병만족이 스스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석기 체험을 선택했다는 점일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원시상태로 돌아가 생존하는 모습을 굳이 보여주겠다고 한 것은 이들의 방송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생스러워도 석기로 살아남는 체험을 보여주겠다는 것.

 

중요한 것은 이것을 대중들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다. 만일 이 체험을 ‘리얼리티’의 측면만을 주목해서 바라보게 되면 실제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꾸만 의심과 조작의 눈초리로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중들에게 생겨난 선입견에서 비롯된다. 이런 선입견으로 바라보면 이 체험은 생고생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흥미를 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왜 굳이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며칠 동안의 석기체험을 하는가 하는데 대한 이유와 의미를 생각한다면 조금 다른 관전 포인트의 재미를 얻을 수도 있다. 결국 그 원시체험을 대리경험하면서 우리가 사는 문명이 주는 편리함이 새삼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문명 이전의 우리네 인류를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자연(마오리족은 땅을 모든 걸 나게 하는 여자 즉 어머니로 보았다)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정글의 법칙>은 이제 그 재미와 의미가 달라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방송 리얼리티 논란이 다 그렇지만, 이것은 일종의 약속이 파괴된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TV는 결국 ‘진짜 일거야(리얼이 아닌 리얼리티)’라고 시청자와 제작자 사이에 암묵적인 약속을 하는 것으로 그 재미를 줄 수 있는 매체가 아닌가. 물론 의도적인 조작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방송 그 자체를 완벽한 리얼이라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마치 동화의 한 장면처럼 <정글의 법칙>은 그 리얼리티를 믿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드라마든 영화든 혹은 다큐멘터리든 예능이든 그 재미는 바로 이 ‘리얼리티에 대한 암묵적인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이미 방송은 촬영되었고 그 촬영분량은 아무래도 조작 논란의 영향 하에서 상당 부분 이야기의 재미를 포기한 채 편집되어 방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건 이제 시청자들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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