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725)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5508)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688,741
Today116
Yesterday203
728x90

'오! 주인님', 조진국 작가가 보는 인간·공간·시간의 따뜻함

 

'작가님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MBC 수목드라마 <오! 주인님>의 4회 부제는 극중 인물인 오주인(나나)이 한비수 작가(이민기)에게 하는 대사를 가져온 것이다. 어딘지 결벽증에, 자존감 과잉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퉁명스럽기 이를 데 없는 나르시스트처럼 보였던 한비수 작가가 알고 보니 점점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오주인이 느끼게 됐다는 것.

 

물론 이 구도는 멜로에서 늘 등장하는 코드 중 하나다. 까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마음이 가게 되는 그런 관계의 발전. 하지만 뻔한 코드라고 해도 이걸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느냐 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오! 주인님>을 쓴 조진국 작가는 한비수 작가가 치매를 앓는 오주인의 엄마 윤정화(김호정)를 대하는 그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그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낸다.

 

한비수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는 오주인이 집 냉장고에 가득 붙여 놓았던 엄마를 위한 메모들을 문구점에서 일일이 코팅을 해 반듯하게 붙여 놓는 장면을 통해 어떤 예감을 준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그의 결벽증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문구점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코팅해간 걸 보고 치매환자가 집에 있느냐며 외면하고도 싶고 골치 아프기도 하지 않냐고 말하는 아저씨에게 한비수 작가는 오주인이 들으라는 듯, "가족이 아프면 더 신경 써야지 골치 아프면 어쩌자는 거예요?"하고 따뜻한(?) 비수를 날린다.

 

한비수 작가는 어쩌다 윤정화가 자신을 죽은 남편이라 착각하게 되자, 기꺼이 그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함께 식물원에도 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렇게 데이트도 해주고 도와준 것에 대해 오주인이 감사함을 표하자, 한비수 작가는 도와줄 생각 같은 거 없었다며 엄마는 환자가 아니라는 의외의 말을 한다. "엄마한텐 보통 사람한텐 없는 능력이 하나 있는 거야. 과거를 지금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그걸 진짜로 만드는 능력. 운 좋게도 그런 능력 있는 엄마를 내가 하루 빌린 거고." 그날의 말과 행동들은 어딘가 퉁명스럽게만 보이던 한비수 작가가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게 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드러나는 건 <오! 주인님>을 쓴 조진국 작가의 면면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을 조진국 작가는 인간, 시간, 공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서 찾아낸다. 한비수 작가는 퉁명스럽게 말하긴 하지만, 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놓지 않는다. 신경 쓰이고 걸리적거린다는 게 그의 표현이지만, 사실은 무관심하지 않게 그 입장을 들여다보려는 따뜻함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치매라는 병증을 '과거를 지금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그걸 진짜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하는 조진국 작가는 '시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또한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는 지나간 과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관점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오주인이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집에 깃들어 있는 과거나, 오래된 LP판을 파는 가게, 그 가게를 운영하며 그 LP판처럼 사람 좋은 아저씨로 나이든 김창규(김창완), 그를 오랜만에 찾아와 '오빠'라 부르며 순식간에 과거 청춘의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 놓는 한비수의 어머니 강해진(이휘향), 그 강해진이 오주인의 엄마 윤정화와 다시 만나 이어가는 우정의 이야기까지, 기억과 추억으로 덧칠해진 따뜻한 시간들이 묻어난다.

 

게다가 어려서는 오주인이 한비수가 살던 집을 그의 어머니에게 사서 들어감으로서 두 사람이 얽혀지는 관계는 다름 아닌 그 한옥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려진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강박적으로 문을 닫으려는 한비수와,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마음을 열 듯 문을 열어두는 오주인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해하는 과정도 다름 아닌 공간으로 은유된다. 누군가 살고 있는 공간이 그 살았던 사람의 마음처럼 은유되고, 그 공간을 통해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닫혔던 그 문 속으로 타인이 들어오는 이야기로 표현된다.

 

<오! 주인님>은 전형적인 멜로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꾸만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이 드라마가 같은 상황을 그려도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 시간,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투영되어서다. 그래서 <오! 주인님>을 보다 보면 나나가 한비수를 보듯, 작품을 쓴 작가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그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갖게 될 정도로.(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김소현을 빼고 '달뜨강'의 성공을 어찌 말할 수 있으랴

 

학교폭력 논란으로 남자주인공이 교체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지만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금세 안정화 됐다. 나인우가 온달 역할로 재빠르게 교체 투입됐고, 다른 출연자들과 제작진의 배려와 희생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응원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달이 뜨는 강>의 빠른 안정화에는 단연 주목되는 인물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평강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김소현의 공이다. 사실 온달 역할의 배우 교체 상황에서도 <달이 뜨는 강>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김소현이 평강 역할로서 굳건히 드라마를 지탱해줬기 때문이다.

 

온달 역할의 나인우가 극에 적응해가는 와중에, <달이 뜨는 강>의 스토리는 평강(김소현)이 풀어나갔다. 태자의 탕약에 독약을 넣는 것처럼 꾸며 이를 지적한 평강을 오히려 궁지로 몰아넣은 고원표(이해영)는 이제 평강을 자신의 아들 고건(이지훈)과 국혼시켜 사실상 볼모로 잡으려는 계략을 꾸민다.

 

평강은 이에 반발하지만, 고원표는 심지어 평원왕(김법래)마저 겁박함으로써 국혼을 반대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침 부마도위 선발에 참석한 온달(나인우)을 본 평강은 그가 자신과 혼인한 낭군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평원왕은 평강의 국혼을 피하게 하기 위해 궁 밖으로 내쫒는다. 그런 속내를 알고 있는 평강은 온달과 귀신골로 돌아와 가짜 같지 않은 가짜 혼인 생활을 시작한다.

 

본래 <달이 뜨는 강>은 전래 설화에 등장하듯이 평강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평강은 거의 모든 문제들을 홀로 떠안고 헤쳐 나가는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 평원왕과 동생 태자를 고원표의 마수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정치적으로도 중신들과 싸우는 인물이고, 온달을 평범한 약초꾼, 사냥꾼에서 장수로 성장시키는 인물이다. 그는 심지어 자신을 애모하는 고건을 다독여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줄 알고, 또 만만찮은 신라의 스파이인 해모용(최유화)도 자기편으로 세워 이용하려 하는 인물이다.

 

이토록 모든 일들에 관여하는 평강이라는 역할을 맡은 김소현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상대역인 온달의 배우 교체까지 있었으니 그 부담은 더 크지 않았겠나. 하지만 그래서일까.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드라마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김소현이라는 배우가 가진 저력을 드러낸다. 그는 천주방 자객으로서 액션 연기는 물론이고, 온달과의 달달한 멜로 연기 그리고 평원왕과 고원표 사이에서 정치 대결을 벌이는 연기까지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

 

다행스러운 건 그래도 새로 교체 투입된 나인우가 그 역할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짜 혼인 생활을 하는 평강과 온달의 꿀 떨어지는 '썸'에서 순수한 온달의 모습이 설렘을 주고 있고, 무엇보다 전면에서 드라마를 이끌어가느라 어깨가 무거운 평강을 어딘지 이 덩치 큰 온달이 잘 지지해주고 있는 모습이 극 중 스토리와도 적절히 어우러지고 있어서다.

 

과연 귀신골로 내쳐진 평강은 어떻게 다시 궁으로 돌아와 고원표와 그 무리들을 대적해나갈까. 평강의 고군분투와 온달의 든든한 지원은 마치 이 드라마가 겪은 위기 상황을 극복해가는 김소현과 나인우의 모습과 중첩되며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고 있다. 달이 바뀌어도 강은 계속 흔들림 없이 흘렀고, 그 강 위로 새로운 달이 떴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런 온', 대사 좋고 연기 좋은데 멜로로 귀결되는 건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의 가장 큰 강점은 '대사'가 아닐까.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로 활약해왔던 박시현 작가가 쓴 게 확실하다 여겨지는 <런 온>의 대사에는 '말 맛'이 있다. 이를 테면 육상부 대표팀에서 상습적인 폭행 사실을 폭로하고 달리기를 그만두겠다 선언한 김우식(이정하)을 만난 오미주(신세경)가 기선겸(임시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식씨가 하는 말은 이렇게 다 알아 듣겠는데 도대체 왜일까요? 두 시간짜리 외국어 번역보다 그 사람이 하는 우리 말 한 마디가 훨씬 더 어렵고 해석이 안 될 때가 많아요." 통번역이 일인 오미주는 자신과 기선겸과의 관계를 번역에 빗대 그렇게 표현한다. 어딘지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아서 소통이 잘 안되는 기선겸이지만, 그래서 그런 어려운 번역을 맡을 때마다 더 소통에 대한 승부욕을 느끼는 오미주의 마음이 그 대사 안에 들어 있다. 

 

역시 은퇴를 선언한 기선겸에게 운동선수들은 은퇴 후 무엇을 할까 궁금해하던 오미주가 그에게 하는 말도 예사롭지 않은 대사로 표현된다. "나는 미련처럼 애틋한 장르를 땔감으로 써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선겸씨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빛나던 순간들에 대한 미련. 그 미련을 값지게 쓰는 것." 운동을 했던 그 순간들에 대한 미련들이 앞으로 그가 할 어떤 일에든 자양분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오미주는 그렇게 말한다. 

 

감성적이고 재치 있는 대사도 눈에 띤다. 오미주와 박매이(이봉련)가 함께 사는 집에 잠시 기거하고 있는 기선겸에게 자신들이 일 때문에 며칠 집을 비운다며 자신들이 없는 동안 혼자서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하자 주인도 없는 집에 혼자 어떻게 편하게 있냐고 기선겸이 말하자 오미주는 이렇게 말한다. "어. 뭐야? 나 왜 지금 따끔했지? 방금 말을 좀 뾰족하게 했어요?"

 

어딘지 지독한 현실주의자처럼 보이던 서단아(최수영)가 이영화(강태오)를 찾아와 축구를 하는 이들을 보며 나누는 대화도 흥미롭다. 흘러온 공을 예사롭지 않게 차내자 축구를 좋아하냐고 묻는 이영화에게 서단아는 말한다. "그땐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꿈은 꾸는 거지 이뤄지는 게 아니더라고. 뭐 그 정도에 꺾이는 꿈이었던 거지. 살다가 이렇게 한 번씩 마주치면 좋은 거구. 가끔 마주치려고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말하지만 늘 운동화를 신고 다니던 걸 본 이영화는 그가 여전히 축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걸 서단아와 이야기하고 있는 이영화는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놓여진 어떤 벽 하나가 허물어진 걸 느낀다. 늘 철벽을 치고 현실만을 말하는 서단아가 자신의 진짜 속내를 슬쩍 이야기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그는 자신의 속내도 드러낸다.

 

"제 꿈은 물어보지 마세요. 준비된 꿈이 없거든요. 지금은 눈앞에 보이는 것들 하기에도 바빠요. 아 최근에 하나 생겼다. 대표님이랑 그림 이야기 직접 하는 거? 누구 안통하고? 아니 꿈이 아니고 목표로 바꿀게요. 꿈은 아까 못 이룬다고 했으니까." 꿈이 아니라 목표로 바꾼다는 그 재치 있는 대사 속에는 이영화가 서단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감정이 묻어난다. 

 

이처럼 박시현 작가가 <런 온>에서 쓰고 있는 대사들은 예사롭지 않다. "방금 말을 조금 뾰족하게 했어요?"라는 표현처럼 그는 말을 뾰족하게도, 둥글게도 할 수 있는 작가일 게다. 그래서 사실 그 대사의 말맛을 느껴가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톡톡 튀는 대사들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기선겸과 오미주, 서단아와 이영화 같은 인물들의 매력이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대사들이 꺼내놓는 캐릭터의 감정적 질감이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몰입도나 힘이 대사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만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런 온>에서 아쉬운 유일한 지점은 이런 대사가 주는 맛들이 좀 더 굵직한 극적 스토리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달달하고 감성적이며 아픈 멜로만이 아니라, 좀 더 드라마가 하려는 분명한 스토리와 메시지가 더해졌다면 어땠을까. 달리기와 통역이라는 좋은 소재들을 늘 보던 클리셰적 설정들이 아닌 좀 더 색다른 이야기 속에서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런 온', 임시완의 달리기와 신세경의 통역에 담긴 뜻은

 

"통역하는 건 뭐 예쁜 말만 잘 골라서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니까 잘 알거고, 내 아들의 일거수일투족 보고해주는 정도? 통역사야 계속 붙어 다닐 수 있잖아. 그렇다고 허튼 마음먹으면 안 되겠죠? 수작을 건다거나."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에서 기선겸(임시완)의 아버지 기정도(박영규) 의원은 통역일을 맡게 된 오미주(신세경)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한다. 그에게 통역이란 '예쁜 말만 잘 골라서' 하는 어떤 것이고, 심지어 그건 늘 붙어서 감시하는 일에 최적인 일 정도다.

 

하지만 오미주에게 통역은 그런 게 아니다. 첫 사랑이었지만 그리 좋은 감정으로 헤어지지도 않은 감독이라도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고, 그래서 그렇게 통역을 한 작품이 끝난 후 모든 관객이 다 나가도 끝까지 자기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오는 걸 보고 일어설 정도로 그는 통역을 사랑한다. 뮤지컬 영화의 통역이 입을 맞추는 게 어려워 개고생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작품 자체가 좋으면 어쩔 수 없이(?) 통역을 맡는 그다. 그에게 통역은 그저 언어를 바꿔 전달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그걸 말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기선겸은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모든 걸 다 가진 남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다.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이고 그것도 본래는 창던지기 선수였었지만 달리기로 종목을 바꿔 차근차근 올라와 국가대표의 자리까지 오른 선수다. 아버지는 국회의원이고 어머니는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는 배우. 게다가 잘 생긴 외모 때문에 모델로도 활동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기선겸 자신은 그런 외부의 시선들과는 달리, 모든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인물이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금수저 취급받지만 아버지는 한 끼 밥을 먹으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지 않으려 하는 기선겸을 '못난 놈'으로 몰아세운다. 어머니 육지우(차화연)는 물론 국민 첫사랑이지만 기선겸에 대한 남다른 애정보다는 자신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 정도로 아들을 생각한다. 쇼윈도 부부가 아니라 쇼윈도 모자 관계랄까.

 

기선겸은 모든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후배 김우식(이정하)이 선배들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들을 폭행하고 그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려 한다. 자신의 폭행이 단죄된다면, 후배를 폭행한 그들도 단죄될 거라 믿고 한 행동이지만, 이번에도 아버지가 나서 그 모든 걸 덮어버린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 진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소통이 단절된 기선겸은 그래서 달린다. 그의 달리기는 그래서 그가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단절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여기게 된 기선겸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달리는 것을 포기하고는 자신이 후배를 폭행한 사실을 밝힌다.

 

아마도 기자들은 그 폭행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게다. 그 뒤에 담겨진 다양한 의미들과 저간의 사정들을. 하지만 그 기자들 뒤에 서서 그 이야기를 듣는 오미주는 다르다. 그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오미주는 그가 왜 달리는 걸 포기하고 기자들 앞에서 폭행 사실까지 드러내는지 그 마음을 이해한다.

 

달리기를 하는 기선겸과 통역을 하는 오미주. <런 온>은 이들의 멜로를 그리고 있지만, 그 사랑이야기에는 '소통 단절'에 대한 이야기들을 깔려 있다. 가진 것의 차이로, 생각의 차이로, 또는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아예 이해하려 들지 않아서 사람들은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해주지 못한다. 기선겸의 진심을 통역해주는 오미주라는 인물은 그래서 이러한 소통 단절의 깨고 들어오는 사회적 의미까지 담고 있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그저 남녀가 만나 툭탁대다 사랑을 하는 평이한 멜로 정도로 여겨졌지만, 보면 볼수록 기선겸과 오미주의 관계에서 남다른 설렘이 느껴지는 건, 이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진정한 소통에 이르러 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서다. 그것은 어쩌면 남녀 간의 사랑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의미로까지 확장되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써치', 멜로가 죄는 아니지만, 굳이 멜로 없어도 충분한

 

멜로가 죄는 아니지만, 굳이 멜로가 없어도 충분히 괜찮을 법한 드라마가 있다. 팽팽한 긴장감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만으로도 이제 장르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더 열광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OCN 드라마틱 시네마 <써치>가 딱 그렇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좀비 장르의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괴생명체라는 소재에 비무장지대라는 우리식의 차별적인 요소가 더해져 있어서다. 민간인들이 들어가지 않은 천혜의 자연 속에서 탄생한 괴생명체와 군인들의 피 튀기는 대결은 그래서 영화 <프레데터>의 공포감을 유발하고, 여기에 겹쳐진 남북한 대치국면은 상황을 더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비무장지대에서 출몰하던 괴생명체가 DMZ내 민간인이 거주하는 천공리 마을에 출몰하고, 야간수색에 군인들이 나가 빈틈을 타고 심지어 군부대까지 들어와 습격하는 괴생명체가 주는 공포감과 몰입감이 만만찮다. 말년 병장 용동진(장동윤)이 군견병으로서 항상 동고동락했던 군견을 잃게 되고 조금씩 괴생명체에 대한 감정을 얹어가고, 괴생명체를 제거하기 위해 꾸려진 특임대의 송민규(윤박) 팀장과 이준성(이현욱) 부팀장의 속내도 갈수록 궁금해진다.

 

그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서로를 주시하고 각각 누군가의 지휘라인을 따르고 있다. 그들 뒤에 존재하는 이혁(유성주) 국방위원장과 한 대식(최덕문) 국군사령관이 과거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남북 간의 총격전 속에서 벌인 비밀스런 사건은 이 괴생명체의 탄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그것은 남북 간 대치상황이라는 특수한 한반도에서 부당한 권력이 탄생되기도 했던 우리네 불행했던 과거사를 떠올리게 한다.

 

군대 소재를 다루고 있어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게 나올 수도 있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용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손예림(정수정) 중위는 특임대의 브레인으로 괴생명체와의 대결에 있어서 과학적인 접근을 한다. 공수병의 징후를 갖고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괴생명체를 물로 유인하는 작전을 시도하게 한다거나, 세포 검사를 통해 괴생명체의 정체를 파악해 그 약점을 노리려는 접근방식이 그것이다. 게다가 현재는 기념관에서 해설을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만만찮은 전투력(?)을 숨기고 있는 듯한 김다정(문정희)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처럼 <써치>는 다양하게 건드릴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좀비도 아니고 군인도 아닌 존재로서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는 괴력을 가진 괴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가 하는 궁금증이 있고, 그런 괴생명체 때문에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지는 남북 간의 관계 변화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또 이 실체를 숨기려는 자들과 진실을 밝히려는 자들 간의 치열한 대결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군대 소재의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그랬을까. 굳이 용동진과 손예림을 예전에 사귀었다 소원해진 연인으로 세워 놓은 건 드라마의 흐름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본격 장르물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박감으로 가득 채워 넣어도 충분했을 이야기에 갑자기 멜로가 들어가서 생겨나는 느슨함은 <써치>의 아쉬운 지점이다.

 

좋은 소재와 장르적 퓨전을 잘 엮어낸 데다 비무장지대라는 우리네 특수한 상황이 주는 차별점까지 가진 <써치>다. 이 정도면 괜한 우려에 멜로를 기웃거릴 필요 없이 본격 장르물의 팽팽한 스토리를 정주행 해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괜한 멜로보다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의 전우애가 <써치>에는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브람스'가 클래식을 통해 담아낸 청춘의 꿈과 사랑

 

"밖에 비가 오더라고요. 송아씨 악기 메고 있었는데. 그래서 송아씨가 혹시 우산이 없으면 밖에 못나가고 있을까봐. 그래서 우산을 가지고 내려갔어요. 송아씨가 못 나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산을 줬어요. 쓰고 가라고. 제가 매일 우산 갖고 다니겠다고 송아씨는 비 걱정 말라고 했었는데. 제가 송아씨를 힘들게 했어요. 송아씨가 행복하지 않대요. 저 때문에."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박준영(김민재)은 채송아(박은빈)와 헤어진 날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뛰어 내려가 그녀의 손에 우산을 쥐어줬다. 비가 와도 우산을 챙겨온 박준영 덕에 함께 우산 속에서 행복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더 거세게 쏟아져 내린 현실의 빗속에서 채송아는 함께 버티지 못할 만큼 버거워졌다. 박준영을 사랑하지만 그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현실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버틸 수 없던 채송아는 아프게 이별을 고했다.

 

채송아에게 박준영에 대한 사랑은 마치 뒤늦게 좋아해 뛰어들게 된 바이올린과 같았다. 그는 박준영에게 자신의 짝사랑이 브람스를 닮았다고 했다. 결국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면서도 애쓰는 사랑. 사랑도 꿈도 그는 너무 늦은 현실을 절감했다. 그래서 박준영과의 이별은 동시에 바이올린과의 이별을 뜻하기도 했다.

 

가난해서, 늘 재단의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그들의 눈치를 봐야했던 박준영은 그런 환경 속에서 자기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떠나는 채송아를 붙잡고 그의 마음을 전하기보다는 떠나는 길에 비를 맞을까봐 우산을 챙겨주는 그런 사람. 그런 그도 채송아와의 이별은 꾹꾹 눌러두고 숨겨온 감정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만큼 힘겹게 만든다.

 

늘 준영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진 엄마가 찾아와 얼굴이 많이 상한 것 같다며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신경 쓰지 말라며 괜찮다며 나가려던 준영은 "밤에 비올 지도 모른다"며 우산 챙겨가라는 엄마의 말에 무너져 내린다. 엄마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며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준영은 그 아픔 속에서 드디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는 고인이 된 나문숙(예수정)의 상가에서 만난 채송아가 바이올린을 그만두겠다며 졸업연주회가 마지막이라는 말에 선뜻 자신이 반주를 하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그 곡은 박준영이 그토록 싫어했던 브람스의 'F-A-E 소나타'다. 그것은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란 뜻이란다. 늘 누군가를 짝사랑하듯 살아왔고 그렇게 연주해옴으로써 자기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지 못한 박준영에게 브람스와 그의 곡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연주를 피하고 있었지만 그 금기를 넘어서게 해준 건 채송아에 대한 사랑이었다. 함께 졸업연주회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만들어낸 브람스의 곡은 그래서 단순한 연주의 차원을 넘어 헤어졌어도 여전히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과 동시에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던' 이들의 꿈이 깃들었다.

 

연주가 끝난 후 채송아는 박준영에 대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며 그가 좀 더 자유로워지고 또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트로이메라이요 생각을 해봤어요. 왜 교수님이 준영씨의 트로이메라이를 훔쳤을까. 준영씨가 그날 그 피아노로 여러 곡을 쳤을 텐데 왜 교수님은 트로이메라이를 골랐을까. 어쩌면요. 준영씨가 그날 쳤던 곡 중에서 교수님의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연주가 트로이메라이 아니었을까요? 준영씨의 트로이메라이는 준영씨 마음을 따라간 연주였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준영씨가 준영씨 마음을 따라가는 그런 연주를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우리 연주한 곡요. F-A-E 소나타.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란 뜻이잖아요 하지만 나는 준영씨가 자유롭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채송아의 그 말은 박준영이 앞으로 피아노를 행복하게 연주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었지만 동시에 그가 좀 더 자유롭게 마음가는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박준영은 그래서 드디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내 마음을 따라 가라고 했었죠. 그래서 말하는 거예요. 내가 이런 말할 자격 없는 것도 알고, 이렇게 말하면 송아씨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아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말해요. 미안해요. 하지만 지금은 나도 내 생각만 하고 싶어요. 사랑해요."

 

이들은 과연 다시금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갈 수 있을까. 모질고 냉정한 현실의 폭우 속에서도 함께 우산을 쓴 채 꿈과 사랑을 향해 자유롭지만 행복하게 걸어 나갈 수 있을까. 그건 쉽지 않은 일일 게다. 자유롭지만 행복하길 원했어도 결과적으로는 고독한 삶을 살았던 브람스처럼. 하지만 내리던 비가 눈이 되어 흩날리듯 시간이 흐르고 난 어느 시점에 돌아보면 그 아팠던 시절들도 행복한 추억이 될지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을 소재로 한 멜로드라마지만 그 안에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의 무게를 얹어 뒀다. 꿈도 사랑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현실의 무게. 아마도 그래서 채송아와 박준영의 안타까운 사랑과 꿈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더더욱 응원의 마음을 가졌을 게다. 이 땅의 많은 청춘들이 현실의 무게 때문에 꿈꾸던 것들이 꺾이지 않기를 바라며.(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앨리스', SF판타지지만 익숙한 멜로와 가족이 있는 건

 

윤태이(김희선)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중국집 '수사반점'에 나란히 앉아 있는 윤태이와 박진겸(주원)을 태이 부(최정우)와 태이 모(오영실)는 마치 사윗감이라도 되는 양 이것저것 묻는다. 그 장면은 우리네 가족드라마에서 항상 등장하곤 하는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사귀는 건 아니지만, 어딘지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남녀를 우연찮게 부모님이 보게 되고 두 사람 사이를 연인 관계처럼 오인함으로써 실제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그런 스토리.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는 미래인과 과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시간여행과 평행세계가 겹쳐진 다소 복잡하게 여겨질 수 있는 세계관을 담고 있다. 그래서 예언서를 두고 벌어지는 사건들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그 시간여행이라는 단서에 다가가는 윤태이와 박진겸을 중심으로 그들을 돕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모종의 세력 간의 대결이 펼쳐진다.

 

종횡무진 과거의 여러 시간대를 오가는 전개 또한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20대부터 40대까지의 시간대를 마음껏 오가며 다른 모습을 연기해내는 김희선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 아직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지 않은 데다, 미래에서 온 이들이 과거에 어떤 영향을 주어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라는 점은 드라마를 쉽지 않게 만든다.

 

무엇보다 박선영이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살해된 박진겸의 엄마가 미래에서 온 인물이고, 그 시간대에 20대의 윤태이가 공존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윤태이는 바로 드라마 시작에 등장했던 예언서 때문에 살해당한 장동식(장현성)의 딸이었다는 사실 또한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은 스토리의 뒤틀림을 만든다.

 

즉 장동식의 딸 윤태이가 아버지가 예언서 때문에 사망한 후 보육원에 보내졌다가 지금의 양부모들에 입양되어 자라났고, 괴짜 과학자가 됐다. 그리고 그는 성장해 '앨리스'라는 시간여행 시스템을 만들어낼 인물이다. 그런데 미래에 그 시스템을 만든 윤태이가 예언서를 찾기 위해 과거로 와서 장동식의 딸을 구한 것이다. 그러니 평행세계의 관점으로 보면 미래인 윤태이가 과거인 윤태이를 구한 셈이 되었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세계관이지만 <앨리스>는 영리하게도 시청자들이 익숙한 설정들을 드라마 속에 담아 놓았다. 그 첫 번째는 박선영과 박진겸 사이에 만들어놓은 모자 간의 끈끈한 애정이다. 엄마를 잃은 박진겸이 그 살인자를 찾기 위해 형사가 되는 과정이 이 익숙한 설정을 통해 설명된다.

 

게다가 SF 장르물에서는 좀체 잘 등장하지 않는 가족들을 주인공들 주변에 포진시켰다. 물론 친 부모들은 모두 죽었지만, 박진겸을 돌봐준 형사 고형석(김상호)과 김인숙(배혜선)이 그 부모 역할을 함으로써 가족 같은 관계를 구성하고, 윤태이 역시 죽은 아버지 대신 그를 입양한 부모들을 통해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서 여기서는 가족드라마적인 설정들이(부모가 딸 남자친구를 만난다거나 하는)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여기에 윤태이와 박진겸이 이제 미래인들의 위협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함께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 역시 등장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그 많은 멜로드라마 코드에서 봤던 설정이다. 흥미로운 건 그 함께 동거할 집으로 박진겸이 제시한 곳이 과거 박선영과 지냈던 집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미래인 윤태이(박선영)과 모자관계로 지냈던 그 집에서 이제는 과거인 윤태이와 연인관계로 지내게 된다.

 

어찌 보면 <앨리스>의 이야기 중 박진겸과 윤태이의 이 특별한 관계는, 익숙한 가족과 멜로 코드를 SF판타지와 연결시켜 탄생시킨 색다른 구도처럼 보인다. 복잡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가져왔지만 익숙한 드라마 코드들을 활용하고, 그럼에도 식상한 전개가 아닌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내는 방식. <앨리스>의 영리한 선택이 가져온 시너지가 아닐까 싶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악의 꽃', 악조건 속 이준기를 피워낸 문채원의 사랑

 

사랑은 얼마나 위대할 수 있을까. 아마도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은 그런 질문을 던져보려 했던 것 같다. 사랑해 결혼했고 아이까지 낳아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던 차지원(문채원)은 남편 백희성(이준기)이 사실은 연쇄살인범 도민석(최병모)의 아들 도현수라는 걸 알게 된다. 혼수상태로 15년간을 지내온 진짜 백희성(김지훈)으로 신분세탁을 한 후 그 집 아들 행세를 해온 것.

 

보통 이런 설정이라면 드라마는 멜로에서 스릴러로 바뀌기 마련이다. 믿었던 남편의 모든 것이 거짓으로 다가오고 심지어 연쇄살인범과의 공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도 드리워져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는 그의 누나 도해수(장희진)가 저지른 살인 누명까지 스스로 뒤집어쓴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도대체 이런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해준다는 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하지만 그 기적 같은 일을 차지원(문채원)이 한다. 형사로서 과거 연주시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 그는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점점 그가 그런 짓을 저질렀을 거라는 걸 믿지 못한다. 그간 자신에게 해왔던 일련의 배려와 살뜰한 행동들이 그걸 말해주기 때문이었다. 차지원은 남편이 그간 자신을 속이고 살아왔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지만, 그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못한다.

 

이것은 도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역시 그런 악조건 속에서의 삶을 자신이 원했던 건 아니었다.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었고, 그래서 자신 또한 같은 부류로 의심받아왔으며 그런 자신을 위해 나섰다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누나의 죄를 자신이 뒤집어쓴 채 살아왔던 것이었다. 신분세탁도 진짜 백희성이 낸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백희성의 아버지는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아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혼수상태가 된 백희성 대신 도현수를 아들행세를 하게 한 것이었다.

 

도현수가 차지원에게 모든 걸 숨기고 거짓 행세를 한 건, 다시는 그 과거의 악조건 속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백희성이어야 했고, 그래야 차지원과 가정을 꾸린 채 단란하게 살아가는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과거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자 그는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도현수는 차지원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멍해지다가 오열하기 시작한다. 그걸 알면서도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차지원이 해왔던 그 행동들을 그는 믿지 못한다. 그래서 차지원에게 말한다. "도대체 왜 다 알면서 다 알면서 왜 날 버리지 않아? 난 이해가 안가." 그는 사랑을 모른다. 사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그에게 차지원은 되묻는다. "정말 몰라? 니 정체 다 알면서 너 하나 지키겠다고 내가 왜 그랬는지 너 정말 몰라?" 그제서야 도현수는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걸. 그래서 "미안하다"며 오열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그를 아프게 했고 상처를 준 것을 미안하다며.

도망치라고 했던 차지원의 말과는 달리, 도현수는 집으로 가고 싶다 한다. 그것은 이제 이 악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가 드디어 자신이 가야할 곳을 알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차지원의 사랑으로 그의 황무지 같은 마음 속에서 도저히 피어나지 못할 것 같던 꽃이 피어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재차 차지원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았고, 자신이 해왔던 그 일련의 말과 행동들이 사실은 차지원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악의 꽃>은 멜로와 스릴러가 절묘하게 균형을 맞춘 드라마다. 처음에는 훈훈한 멜로로 시작하지만 도현수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살벌한 스릴러로 바뀌었다가, 그 모든 정체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 꽃을 피워내는 그 과정을 통해 다시금 멜로가 그려진다. 그런데 뒤에 등장하는 멜로는 처음에 봤던 그 멜로와는 밀도와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앞의 멜로가 사랑이 뭔지도 모른 채 사랑한다 말하는 표피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면, 뒤의 멜로는 무엇이 진짜 위대한 사랑인가를 알게 된 후의 무게감을 갖게 된 사랑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악의 꽃>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그저 달달한 것이 사랑인가. 도무지 겹쳐질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온전히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우리는 과연 하고 있는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며 그건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라고 '방문객'이라는 시를 통해 정현종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과연 진짜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고 맞이하고 있는 것일까. 이 드라마는 멜로와 스릴러를 겹쳐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악의 꽃' 이준기와 문채원, 멜로도 스릴러도 깊어진 까닭

 

멜로도 스릴러도 더더욱 깊어졌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은 그래서 가슴 절절한 감정이 솟아오르면서도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이어진다. 멜로에 익숙한 시청자들이라면 깊어진 감정에 놀랄 것이고, 스릴러 취향을 가진 시청자라면 갈수록 궁금해지는 진실과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반전에 빠져들 것이다. 실로 <악의 꽃>은 멜로와 스릴러가 적절히 결합해 이질적인 두 장르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실제는 연쇄살인마의 아들로 자신 또한 공범이라 의심받으며 숨어 지내온 도현수지만 백희성(이준기)이라는 이름으로 신분 세탁해 차지원(문채원)과 가정을 꾸린 독특한 인물의 설정에서 나온다. 이 인물은 그래서 도현수와 백희성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차지원은 자신이 백희성이라 알고 있는 이 인물이 둘도 없이 자상하고 가정적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이라 생각하지만, 그가 도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피어오르는 의심에 힘겨워한다.

 

차지원의 이런 양 갈래로 나뉜 감정은 드라마가 멜로와 스릴러 사이를 오가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다. 차지원의 감정은 백희성으로 그를 바라볼 때 절절한 멜로가 되지만, 도현수로 바라볼 때 살벌한 스릴러가 된다. 정체를 숨기려는 백희성과 그 정체를 알아버린 차지원은 그래서 미묘한 관계를 이루고 이혼까지 결심하며 본분을 지키려던 차지원은 자신이 너무나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그가 백희성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절감한다.

 

흥미로운 건 본래는 도현수지만 백희성으로 신분 세탁해 살아가는 이 인물이 차지원과 가족을 위해 하는 말과 행동들이 진심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거짓의 삶을 살았고 그래서 차지원은 그것을 용서하기가 어렵지만, 차츰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내막을 들여다보면서 이 문제적 인물이 가진 삶의 무게를 절감하게 된다. 연쇄살인마를 아버지로 두었다는 이유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고, 심지어 공범이라 의심받으며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받았던 인물. 게다가 누나가 저지른 살인까지 자신이 뒤집어 쓴 채 도망자로 살아가는 인물.

 

그는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스스로 모든 걸 감당하려는 인물이다. 차지원은 차츰 이 인물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대신 모든 걸 뒤집어 쓴 채 살아가는 인물이었으며 그래서 자신과 가족에게도 신분을 숨긴 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기를 원했던 그 이유를 조금씩 공감해간다. 도현수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누군가를 위해 죄를 뒤집어썼다고 말한 그의 누나 도해수(장희진)의 말과, 목소리를 변조한 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도현수라 밝히고 연주시 살인사건의 공범을 찾아 진실을 밝히겠다는 그의 말에서 차지원은 그 진심을 읽는다. 그는 무고하고 그래서 진짜 공범을 잡아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닥친 위기를 스스로 넘기려 한다는 것을.

 

백희성 또는 도현수라는 이 인물과 차지원의 감정이 더 절절해지고 깊어지는 건 이들이 하는 일련의 말과 행동들이 사실은 모두 서로를 지키고 가족을 지켜내려는 몸부림에 있기 때문이다. 차지원은 문득 자신의 남편이 그 긴 세월 동안 의지하고 붙들고 있었던 인물이 자신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연쇄살인마의 공범이 존재하고, 이들에게 희생자들을 마치 물건 대주듯 대준 인신매매 조직이 있는데다, 어쩌면 그 공범이 백만우(손종학)일 수도 있다는 심증, 게다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혼수상태에 있던 진짜 백희성(김지훈)이 깨어남으로써 백희성 행세를 하던 도현수가 처하게 된 위기 등등, <악의 꽃>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전개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 위에 얹어진 백희성(혹은 도현수)과 차지원의 서로를 생각하는 절절한 멜로가 드라마에 더 깊은 감정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연 이들은 진범과 진상을 찾아냄으로써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갈수록 깊어지는 멜로와 스릴러의 시너지가 향후 어떤 폭발력을 만들어낼지 실로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악의 꽃', 이준기는 문채원의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 있을까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백희성(이준기)은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강력계 형사인 차지원(문채원)과 결혼해 딸 은하(정서연)와 단란한 가정을 꾸린 인물이지만, 그의 이런 단란함은 많은 거짓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도현수였고, 그는 18년 전 연주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도민석(최병모)의 아들이었다. 게다가 차지원이 시부모로 알고 있는 공미자(남기애)와 백만우(손종학)은 그의 친부모가 아니었다. 그가 신분세탁을 한 진짜 그들의 아들 백희성(김지훈)은 무슨 일인지 산소호흡기를 매단 채 그들 집 비밀스러운 공간에 누워 있었다.

 

게다가 드라마는 백희성이 그와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 살아 그 실체를 알아보는 김무진(서현우)을 공방 지하실에 감금하는 이야기를 앞부분에 보여준다. 이러니 백희성이라는 인물이 사실은 연쇄살인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시청자들이 하게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는 아내에게 신분을 완벽하게 숨긴 채 결혼해 가정을 꾸린 인물 아닌가.

 

하지만 이야기가 진척되면서 어딘지 이 인물이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진짜 살인범인 아버지 도민석 때문에 평생을 낙인찍힌 채 자신조차 같은 살인범으로 치부되며 살아왔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도민석에게 살해당한 아내의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유사한 살인을 저지른 택시기사 박경춘(윤병희)과 백희성이 만나 나누는 말들 속에 그런 단서들이 담겨져 있다.

 

백희성을 납치해 칼로 찌르고 위협하며 아내의 시신이 있는 위치를 묻는 박경춘에게 백희성이 보이는 반응은 살인자였던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고통받아왔던 삶이 묻어난다. 백희성의 항변에 의하면 "지 아버지와 똑같대", "마귀에 씌였대" 같은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들이 점점 커져 나중에는 아버지와 같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 그대로라면 그것은 백희성이 어째서 차지원에게 모든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신분세탁을 하려 했으며, 현재에도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는 과거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것이고, 그렇게 애써 벗어나 차지원과 꾸린 단란한 가정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백희성이 악의적인 의도로 차지원을 속인 게 아니라는 사실은 현장에서 자신을 추격하는 차지원과 격투까지 벌일 때 그가 보인 행동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차지원이 연장들에 맞을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몸으로 그걸 대신 막아낸다. 또 박경춘이 자신과 차지원이 함께 있는 사진을 꺼내놓자 애써 그걸 빼앗아 찢은 후 불 속에 던져 넣는다. 어떻게든 아내와 딸을 지키려 하는 행동들이다.

 

젊은 날 차지원의 적극적인 구애에 백희성이 계속 그를 밀어냈던 것도 그가 가해자라기보다는 피해자였을 심증을 갖게 해준다. 그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자신이 결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여기며 차지원이 그 삶 속에 들어오는 걸 원치 않는다. 하지만 차지원의 적극적인 구애 속에서 아버지의 망령이 사라지는 걸 봤던 백희성이었다.

 

백희성이 차오르는 물속에서 이제 죽을 위기에 처한 절체절명의 상황에 뛰어든 차지원이 키스를 통해 산소를 입으로 넣어주는 장면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가진 이야기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차지원은 그 곳에서 수면 아래 숨겨진 백희성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고, 그가 겪어온 죽음보다 더 큰 고통에 숨을 나눠줌으로써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가해자가 아니었을까 불안감을 주던 백희성은 그래서 차지원에게 구원을 희구하는 피해자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과연 차지원은 백희성의 진실을 목도하고 그 고통스런 수면 밑에서 그를 꺼내줄 것인가. 달콤한 멜로와 살벌한 스릴러가 절묘하게 엮어진 이 멜로스릴러의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 이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