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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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이보영과 허율의 특별한 모녀관계가 던지는 울림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2. 2. 09:48
‘마더’의 질문, 대체 누가 진정한 엄마인가이토록 아픈 웃음이 있을까. 혜나(허율)는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저 멀리 날아가는 철새들을 보며 자신도 같이 가자고 외친다. 아이가 걱정되는 한 어부가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에 너처럼 작은 아이는 바람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며 방파제에 위태롭게 서 있는 혜나를 걱정할 때, 아이는 웃고 있었다. 마치 바람에 날아가면 이 아픈 현실 속에서 벗어나 저리 날아가는 철새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처럼.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자유를 꿈꾸는 아이의 이 웃음은 얼마나 슬픈가.어머니라고 불리는 것조차 견디지 못하는 혜나의 비정한 엄마 자영(고성희)은 동거남 설악(손석구)이 아이를 학대하는 걸 방관했다. 비닐봉지에 아이를 넣어 싸매놓고 영화를 보러가는 엄마는 스스로 모성애를 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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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엄마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여야 할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11. 22. 20:00
엄마로 울리고 웃기고, 의 남다른 저력 애초에 ‘남편 찾기’ 콘셉트가 에서도 계속된다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원호 PD가 밝혔을 때 대중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건 또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가 시대만 바꿔 반복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은 이전 시리즈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물론 여전히 여주인공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이 드라마의 주요한 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요소일 뿐 의 전부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이 이전 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점은 뭘까. 물론 여전히 염소 BGM이 흘러나오며 웃기는 장면들이 연출되지만, 유독 눈물의 밀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눈물은 다름 아닌 가족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성동일이 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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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김혜수라는 여배우의 존재감이란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5. 5. 8. 08:47
, 김고은의 미래가 된 김혜수 의 시작은 저 무라카미 류의 를 연상시킨다(본래 이 영화의 제목은 ‘코인라커걸’이었다고 한다). 일영(김고은)이라는 아이는 엄마의 배가 아니라 10번 코인로커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이 차이나타운이라는 오로지 ‘쓸모 있어야 살아남는 곳’에서 모두가 엄마라고 부르는 마우희(김혜수)에게서 자라난다. 엄마와 아이라는 관계로 서 있지만 거기에는 어떠한 모성도 발견하기 힘들다. 엄마는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가 아니라 쓸모없는 생명들을 파괴하는 존재다. 그 곳은 엄마 마우희가 만든 세상이 아니다. 그 세상의 룰이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엄마 마우희도 그 룰 바깥으로 도망치지 못한다. 언제든 쓸모가 없어지면 그녀 역시 사라질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우희가 밀입국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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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이순신', 왜 이상한 엄마들밖에 없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3. 7. 2. 08:10
, 짜증나는 엄마들 공감가지 않는 이유 은 할 이야기가 이상하고 짜증나는 엄마들밖에 없나. ‘출생의 비밀’ 코드가 전면에 깔린 이 드라마는 이순신(아이유)을 길러준 엄마인 김정애(고두심)와 그녀를 낳은 엄마 송미령(이미숙) 사이의 갈등으로 이야기를 점화시켰다. 두 엄마가 한 자식을 두고 벌이는 갈등은 저 솔로몬의 선택에도 나올 정도로 고전적인 모티브를 가진 이야기다. 아이를 나눠가지라는 솔로몬의 판결에 아이를 살리려고 포기하는 친모의 이야기. 드라마는 길러준 엄마보다 더 비정한 낳은 엄마의 이야기로 변주된다. 자식이 상처받을 것을 걱정해 이순신을 친모인 송미령에게 보내는 김정애가 진정한 모성임을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엄마의 상은 딱 거기까지다. 하긴 김정애라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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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과 김태우가 보여준 악역의 품격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3. 3. 23. 08:30
의 배종옥과 김태우, 악역에도 격이 있다 에서 왕비서(배종옥)과 조무철(김태우)은 미스테리한 인물들이다. 누가 봐도 악역이지만 그 속내를 좀체 알 수가 없다. 왕비서는 눈 먼 오영(송혜교)의 뒷바라지를 하며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마치 엄마처럼 오영을 걱정하고 챙기지만, 그녀가 사실 오영의 눈을 멀게 방치했다는 사실은 그것이 모성이 아니라 모성에 대한 괴물 같은 집착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녀는 오영을 평생 옆에 두고 챙기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 했던 것. 왕비서가 자신의 집착이면서도 그것을 모성으로 꾸몄다면, 조무철은 정반대 악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무철은 오수(조인성)로 하여금 오영에게 거짓 오빠 노릇을 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100일 안에 78억을 갚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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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랑', 진실이 엄마의 위대한 모성옛글들/네모난 세상 2011. 5. 31. 09:28
진실이 엄마가 온 몸으로 전한 위대한 모성의 진정성 이렇게 고통스런 삶이 있을까. '휴먼다큐 사랑'에 얼굴을 보인 고 최진실씨의 엄마 정옥숙씨. 힘겨운 결혼생활에 논일, 밭일, 뜨개질, 외판원, 심지어 포장마차까지 하며 살아보려 했지만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아 스스로도 죽자 결심을 했던 그녀. 그 때 그녀의 손을 잡아준 건 어린 최진실의 손이었다. 최진실은 훗날 한 인터뷰를 통해 그 때 가장 힘들었던 건 가난이 아니라, "이러다 엄마가 떠나버리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었다고 술회했다. 가난이 엄습해 급식비는 못내기 일쑤에다 학비를 못내 불려 다니고, 휴학으로 돈 벌기 위해 구로공단에 간 동생은 다리를 다친 채 며칠을 굻고 빵 한쪽으로 끼니를 때우며 "이렇게 사느니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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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의 신세경, 그녀에 열광하는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1. 7. 09:53
식모가 판타지가 된 모성 없는 세상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신세경은 엄마가 없다. 빚쟁이들을 피해 산골에서 아빠와 동생 신애와 살다가 그마저 쫓겨나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찾아오겠다는 아빠의 말 한 마디를 가슴에 품고 동생 신애와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그녀는 가족 간의 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순재의 집에서 얹혀살게 된다. 그러니까 그녀는 한창 공부를 해야할 고등학생이지만 학교도 가지 못하고 동생을 돌보기 위해 식모살이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 소녀 가장이다. 엄마가 없어 엄마 자리를 대신하는 삶을 살아오던 그녀가, 살기 위해 타인의 집에서 엄마 역할(식모)을 대신하며 살아간다는 설정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이것은 사실 개발시대에 시골에서 가족들을 위해 무작정 상경한 처자들이 식모살이를 하면서 살았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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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본래 모성은 잔인했다, 악역이었을뿐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6. 2. 09:54
'마더'가 다루는 모성의 세계가 꽤 충격적이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새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은 아니다. '빗나간 모성'의 이야기는 늘 존재해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것은 우리가 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상투적인 드라마 설정의 단골소재로 자리해왔다. 그저 자기 아들만 최고인 줄 알고 며느리 구박하는 시어머니나, 결혼을 반대하는 엄마는 가족 드라마의 단골이며, 자식을 잘 되게 하기 위해서 범죄마저도 불사하는 모성(예를 들면 '카인과 아벨' 같은)이나, 나이 들어서도 아들에게 집착하는 모성(예를 들면 영화 '올가미'같은)은 드라마나 영화 속의 안티테제로 줄곧 등장해왔다. 최근 주말 드라마로 각광받고 있는 '찬란한 유산'을 보면 이 잔인한 모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은성(한효주)의 계모인 백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