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회 특집이 보여준 <무도>의 진심

 

"지금은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든든하겠지만 나 때문에 너희들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재석의 이 한 마디 속에는 그가 얼마나 후배들과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애정을 갖고 있는가가 들어있었다. 지금은 함께 방송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아닌 후배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하하나 노홍철 같은 후배들이 남아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 말은 또한 유재석이 왜 최고의 위치에 있는가를 확인시켜 준 한 마디이기도 했다. 지금 현재 정상의 위치에 서 있지만 늘 제 자리로 내려올 것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그의 겸손과 배려와 노력의 원천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진다. 늘 원래 있던 자리를 잊지 않고 결국은 그 자리로 올 것을 직시하는 태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재석은 그것을 부정하는 하하와 노홍철에게 "그런 날은 반드시 온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그가 담배를 끊은 것에 대해 하하가 "형이 점점 무서워진다"며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슈퍼맨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유재석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걸 할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꼬리잡기’편을 할 때 최소한 상대방하고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해야 재미가 있는데 그게 힘들었다는 것.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얘기다.

 

멤버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유재석의 배려는 노홍철과 하하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노홍철이 처음 <무한도전>을 할 때 컨디션을 북돋아주고 원활하게 녹화를 하려고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아무런 대가 없이 아무 이유 없이 유재석이 그를 배려해줬다는 것. 심지어 매니저가 없는 노홍철을 위해 직접 운전을 해주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왜 그랬냐는 질문에 유재석은 머쓱한 표정으로 “그냥 좋으니까 그랬겠지. 좋으니까”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서의 멤버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다.

 

사실 <무한도전>은 지금껏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웃음을 주겠다는 그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300회 특집은 지금껏 잘 드러내지 않던 <무한도전>의 진심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악역을 도맡아하지만 길에게 “우리가 다 같이 한 건데 왜 네가 혼자 책임을 지냐”고 얘기할 정도로 따뜻함을 보여준 박명수, 바보 역할이 굳어져버렸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소박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정준하, <무한도전>이 없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토로하면서 그러면 자신의 존재도 사라질 것 같다는 정형돈까지. 그간 웃음 뒤에 숨길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맨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유재석이 있었다. 정준하가 길에게 얘기한 것처럼 결코 <무한도전>은 쉬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은 하하의 말처럼 ‘슈퍼맨’이라도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하는 그 성실성과, 함께 하는 멤버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대가없이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위해주는 그 융화력,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의 위치에서조차 늘 끝을 염두에 두는 그 겸손과 배려가 있었기에 <무한도전>이 지금껏 7년 간을 도전해올 수 있었을 것이다. 300회 특집은 그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진심과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도>가 길을 가족으로 보듬는 방식


<무한도전>의 한 코너로 자리 잡고 있는 <무한상사>는 직장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상황들을 뒤틀고 과장하고 풍자하는 코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 코너 속에 등장하는 권력적인 상황들은 <무한도전> 내에서 멤버들 간의 위계(물론 실제라기보다는 코너 속 캐릭터로서의)를 꼬집기도 한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늘 팀장이고, 박명수는 늘 아부로 버티는 2인자이며, 정준하는 늘 구박받는 만년 과장이다. 그리고 길은 만년 인턴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번 <무한상사>에 빅뱅의 지드래곤이 특별출연한다는 것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바로 최근에 <무한도전>이 <슈퍼7> 콘서트로 겪은 논란 때문이다. 콘서트의 사업 주체로서 (주)리쌍컴퍼니가 서게 됨으로써 논란의 비난을 리쌍이 온통 뒤집어쓰게 되었다. 이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길과 개리는 예능을 하차하고 음악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비추기도 했다. 이해할만한 일이다. 열심히 하려던 일이 미숙함과 소통의 실패로 진심이 곡해되는 그 상처가 얼마나 깊겠는가.

 

이번 논란으로 유독 길에 대한 하차 요구가 거셌던 것은 사실 그가 중간에 들어온 데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무한도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예능인이라면 웃기는 것으로 대부분의 문제들은 어느 정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딘지 <무한도전>에 완전히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듯한 길의 모습에서 팬심은 엇나가 버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만 겉돌고 있는 듯한 모습이 바로 길이었다.

 

물론 이것은 길 혼자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무한도전>이 웃기지 못하는 정형돈을 바로 그 웃기지 못한다는 것을 캐릭터로 만들어 지금의 ‘미친 존재감’을 만들었듯이, 길에게도 어떤 시간과 기회가 필요했을 뿐이다. <무한상사>는 바로 이런 <무한도전>이 길에게 갖고 있는 마음을 웃음의 상황 속에 제대로 표현해냈다. 만년 인턴. 그것은 어쩌면 <무한도전> 속에서 길이 지금껏 위치한 지점이 아니었을까.

 

3년 반째 인턴생활을 하면서, 지드래곤 같은 신입사원(게스트)과 <무한도전>의 다른 멤버들을 뒤에서 챙기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상황극 속이지만 지드래곤이 길에게 “다른 회사에 가도 될 것 같은데 왜 안가냐”고 묻자 길은 이렇게 답한다. “무한상사가 좋아서요. 친 가족 같아요.”라고. 이것은 아마도 길의 진심이었을 게다.

 

물론 이번 <무한상사>는 길이 하차 선언을 번복하기 이전에 촬영된 것이지만 편집 과정에서 <무한도전>의 길에 대한 마음이 투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까지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기도 하지만(이 모습 역시 무한상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도 묵묵히 인턴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게 그의 상황이다. 인터뷰 형식으로 편집된 "괜찮다. 1년 더 제가 열심히 해서 내년엔

꼭.."이라고 하는 말이 콩트의 대사만은 아니었을 게다.

 

그런 그에게 <무한도전>은 이런 자막을 붙여 주었다. '속으로만 삭히는 속상한 마음.' 물론 콩트 형식을 빌어서 보여준 것이지만 그 안에는 <무한도전>식의 길에 대한 마음이 녹아 있었다. 여전히 가족처럼 신뢰하는 그 마음이.

 

<런닝맨>에서 개리가 차지하는 비중

 

<슈퍼7> 콘서트 논란으로 개리는 예능활동 중단 선언을 했다. 멀쩡히 잘 하고 있는 <런닝맨>으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런닝맨> 제작진은 물론이고 <런닝맨> 팬들에게도 그렇다. 개리가 <런닝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중단 선언과 함께 <런닝맨> 팬들이 “개리쒸 없으면 무슨 재미로...”라고 우려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아마도 <슈퍼7> 콘서트 논란이 가중되기 이전에 찍은 것이겠지만, 태연과 중년의 미친 존재감들 손병호, 신정근, 이종원, 고창석이 출연한 분량에서 개리는 그 존재만으로도 <런닝맨>에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개리는 송지효와 짝을 이뤄 서로의 존재감을 키워낸 인물이기도 하다. 둘의 밀고 당기는 멜로적인 관계 설정은 액션과 승부의 장일 수밖에 없는 <런닝맨>에 로맨틱 코미디적인 웃음을 만들어주곤 했다.

 

송지효의 열애사실이 공표된 후에도 개리는 그녀와의 관계를 잊지 못하는 자신의 캐릭터를 고수하곤 했다. 마치 헤어진 연인처럼. 이 관계는 게스트가 출연했을 때 적절히 활용될 수 있었다. 멋진 남자 게스트가 나와 송지효와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개리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식이다. 이런 순애보적인 느낌은 순수한 멜로의 주인공처럼 개리를 캐릭터화 했고 바로 이 캐릭터는 여자 게스트가 나왔을 때도 그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태연과 우연하게 포옹을 하게 되자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파티션을 넘어뜨리기도 하는 그런 장면은 개리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분량이다. 이것은 <런닝맨>에서 여성 시청층들에게 개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잘 말해준다. 개리가 있어 만들어지는 그 남녀 간의 밀당과 로맨틱한 분위기의 웃음(게다가 순수한 느낌까지 준다)은 하하나 광수가 만들어내는 조금은 장난기 가득한 설정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개리가 있는 <런닝맨>과 없는 <런닝맨>은 그 공기가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굳이 개리가 예능 중단 선언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사실 <슈퍼7> 콘서트 논란에서 리쌍이 그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됐던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리나 길이나 모두 예능에서는 한참 후배격일 수밖에 없다. <슈퍼7> 콘서트를 (주)리쌍컴퍼니에서 주최했다고 해도 그 주도권이 리쌍에게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한도전>의 예능 선배들이 어쩌면 부탁한 일일 것이며, 그래서 좀 더 잘해보자 했던 것이었을 게다. 김장훈도 실질적으로 콘서트를 구상한 건 자신이라고 밝히지 않았던가.

 

물론 자신이 대중들에게 곡해되는 그 심경이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건 이해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던 프로그램을(해도 너무 잘 하던) 갑자기 그만 두는 것은 자칫 그 프로그램과 그걸 바라보고 있는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 수 있다. 개리 스스로도 <런닝맨>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또 시청자들도 그런 개리를 계속 보고 싶어 하는데 대체 뭐가 문제될 것이 있겠는가.

 

다행스럽게도 <런닝맨>측은 “개리가 하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말하며 그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 하고 있다. 이것은 대중들도 원하는 일이다. 물론 힘겨운 선택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대중과 함께하는 개리이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런닝맨>에서 다시 힘차게 달리는 그를 볼 수 있기를.

이상한 <슈퍼7> 콘서트 논란

 

결국 <슈퍼7> 콘서트는 취소되고, 리쌍의 길과 개리는 예능에서 전격 하차한다고 밝혔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던 걸까.

 

<무한도전> 일곱 멤버들은 <슈퍼7> 콘서트를 열려고 준비해왔다. 굳이 <슈퍼7>이라 이름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콘서트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 콘서트를 주관한 (주)리쌍컴퍼니측은 이 사실을 분명히 공지한 바 있고, <무한도전> 김태호 PD 역시 이 콘서트가 <무한도전>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슈퍼7 콘서트(사진출처:(주)리쌍컴퍼니)

사실 누구나 하고 싶다면 콘서트를 여는 건 그들의 자유다. 그만한 투자를 할 것이고, 거기에 합당한 입장료를 받을 것이다. 그게 잘못된 것은 없다. 하지만 <슈퍼7> 콘서트는 왜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슈퍼7> 콘서트가 실상은 <무한도전> 콘서트처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무료 공연이 아니라는 점이었을 게다.

 

<슈퍼7> 콘서트를 <무한도전>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 멤버들이 <무한도전> 멤버들 전원이고 그들은 다름 아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무한도전>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무료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이 콘서트는 <무한도전>이 방송을 위해 콘서트를 했던 것과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뮤직뱅크>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가수들이 나와 노래하는 무대가 시청자들과 방청객에게 공짜라고 해서 그들 가수가 하는 콘서트 역시 무료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만 같다. 방송은 공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원된 관객들과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은 사실상 광고를 봐주는 비용을 지불한 것과 다르지 않다. 콘서트는 누군가 스폰서를 하거나 제작지원을 하지 않는 이상 유료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슈퍼7> 콘서트를 무료로 하는 방법은 스폰서를 받거나 MBC <무한도전>이 프로그램화 하면 가능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자들과 기획자들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그것이 방송될 만한 것인지, 그것을 통해 어떤 이익이 될 것인지를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즉 <슈퍼7> 콘서트가 <무한도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방송과 관련이 없다면 그것은 독립적인 행사로 봤어야 한다는 얘기다.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인기를 이용해 콘서트의 관객을 끌어 모으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도 과한 면이 있다. 방송을 통한 인지도를 통해 콘서트를 성공으로 이끌려는 건 모든 방송인들의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인지도를 갖게 된 임재범이나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가 콘서트를 통해 더 많은 대중들과 만나는 것은(그래서 이른바 돈을 버는 것은) 윤리적으로 잘못됐다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이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될 것이 없어 보이는 <슈퍼7> 콘서트에 논란이 생기는 걸까. 그것은 다분히 정서적인 문제다. 그간 <무한도전>이 보여왔던 친 서민적이고 심지어 공익적인 느낌과 <슈퍼7> 콘서트의 입장료 얼마로 보여지는 느낌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은 이제 프로그램의 차원을 훌쩍 넘어선 어떤 서민을 대변하는 존재가 됐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슈퍼7> 콘서트가 입장료를 받고 라이브로 대중들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물론 그 입장료에 비해서 형편없는 무대를 선보였다면 비난받을 일이지만). 공익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물론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비난하는 건 과한 일이 아닐까.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봐왔던 <무한도전> 멤버들을 라이브 무대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회로 <슈퍼7> 콘서트를 지지해줄 수는 없었던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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