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이 집이 잘 굴러가는 건 누가 뭐래도 성동일 덕분이다

 

사실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먼저 잡아 끈 건 바다나 숲 같은 대자연을 앞마당으로 두고 즐거운 망중한을 보낸다는 그 콘셉트의 힘이 컸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 콕콕 박혀 하루를 보내야 하는 시청자들에게 자연 속으로 집을 갖고 들어간다니. 단순해보이지만 그 발상은 대중들의 욕망을 정곡으로 찌른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적절한 콘셉트가 프로그램의 성공을 반드시 담보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좋은 콘셉트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끊임없이 몰입하고 주목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예를 들어 tvN <여름방학>은 그 '한 달 살기' 콘셉트가 지금의 대중들을 사로잡는 면이 분명했지만 계속해서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적어 시청자들이 이탈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바퀴 달린 집>에서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건 출연자들이 가진 힘이다. 성동일과 김희원 그리고 여진구는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세워 두어도 이제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는 인물 간의 케미를 보여준다. 성동일과 김희원이 확실한 선후배의 위계 속에서도 이를 무시로 무너뜨리는 말과 행동들로 웃음을 준다면 김희원과 여진구는 점점 돈독해지는 관계의 끈끈함을 보여준다. 성동일과 여진구는 마치 아빠와 아들 같은 편안한 부자관계가 연출된다.

 

이 관계가 만들어내는 재미 속에서 성동일은 구심점 역할을 확실히 해준다. 선배로서 후배들을 시켜먹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챙겨주기 위해 마음을 쓰는 모습을 더해주고, 특히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일단 섭외에서부터 성동일은 선배답게 폭넓은 인간관계를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오게 해준다. 첫 회에 등장한 혜리가 <응답하라 1988>에서 인연을 맺은 부녀 케미를 프로그램으로 가져온다면, 공효진, 이성경과는 <괜찮아 사랑이야>로, 아이유와는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로 또 정은지와는 <응답하라 1997>로 인연이 있다. 사실상 섭외의 대부분에 성동일이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인연들은 <바퀴 달린 집>의 이야기를 성동일이 자연 속에 마련한 집(?)으로 그들을 초대해 그 때의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들로 채워지게 해준다. 아마도 해당 드라마의 팬이거나 게스트들의 팬이라면 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게다.

 

<바퀴 달린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방이다. 특정 지역에서 나는 요리들을 캠핑 콘셉트로 소개하고 함께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것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성동일은 확실히 '먹어 본 사람'과 '요리 좀 해본 사람'의 관록을 보여준다. 정은지에게 닭갈비를 해주기 위해 뼈를 슥슥 발라내는 그 모습은 그가 평소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그 요리을 통해 보여지는 손님을 위한 마음이 더 훈훈함을 더해주지만.

 

또 <바퀴 달린 집>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웃음을 줘야 하는 포인트에 있어서도 성동일은 그 중심을 잡아준다. 김희원과의 티격태격하는 선후배 케미는 프로그램을 꽉 채워주고 또 손님들과 나누는 다소 진지한 이야기 속에서도 성동일은 자기 역할을 확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게스트들과도 편안한 관계를 보여주고, 여진구와 젊은 게스트가 서 있는 청춘의 풋풋함을 흐뭇하게 바라볼 때는 아버지의 시선조차 느껴진다.

 

사실 <바퀴 달린 집>은 굉장한 이야깃거리나 재미 포인트가 매회 쏟아지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저 편안하게 특정 지역에 가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걸 보여주는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프로그램이 식상해지지 않게 해주는 건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케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동일은 <바퀴 달린 집>의 중심에 서서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잡고, 선후배 사이에서 편안하고 훈훈한 시간들을 만들어주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먹고 쉬는 '바퀴 달린 집', 코로나 시국의 로망을 자극하다

 

이 정도면 먹방의 끝판왕이 아닐까.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 고창을 찾은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 그리고 게스트 이성경은 먹방의 끝을 보여줬다. 고창하면 떠오르는 장어구이는 물론이고 성동일이 지인으로부터 공수해온 홍어에 3년 묵은 묵은지 그리고 잘 삶은 돼지수육을 더한 홍어삼합 그리고 바로 바퀴 달린 집 앞 갯벌에서 캐온 동죽을 넣어 끓인 시원한 라면까지. 끝없이 먹으며 "맛있다"는 감탄사를 내놓는 광경이 이어졌다.

 

마침 방송이 방영된 16일은 초복이라 부쩍 더워진 날씨에 기력 보충이 절실한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을 게다. 그런 분들에게 <바퀴 달린 집>의 고창편은 보기 힘들 정도로 꽉 채운 보신음식들의 향연이 아니었을까.

 

고창을 가기 전날 머물렀던 담양의 대나무숲에서도 놀라운 먹거리들이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죽통에 넣어 불을 피워 익혀낸 삼겹살은 그 비주얼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했다. 삼겹살로 배를 채운 후 이어지는 비빔국수, 잔치국수, 콩국수는 또 어떻고.

 

그러고 보면 <바퀴 달린 집>은 강원도 고성, 제주도, 담양, 고창의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자연을 앞마당에 둔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힐링을 주었지만, 그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먹방 또한 큰 몫을 차지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고성에서는 새벽 어부들이 갓 잡아온 대문어를 사다 숙회 파티를 벌인 바 있고 제주도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제주 대왕갈치구이에 부위별로 두툼하게 썰어 공수된 제주도 흑돼지 구이의 만찬이 벌어졌었다.

 

사실 먹방이라고 하면 한때 방송 트렌드가 될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오며 조금은 식상해진 면이 있는 방송 형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먹방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그것은 코로나 시국을 맞아 먹방 2.0이라고 불러도 좋을 색다른 콘셉트를 장착한 먹방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언택트의 개념이 들어간 프라이빗, 휴식이 더해졌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5와 <바퀴 달린 집>이다. <삼시세끼>는 코로나 시국에 어딘가로 떠나기가 어려운 시청자들에게 죽굴도라는 그 자체가 언택트인 공간에서의 즐거운 시간들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텃밭에서 키운 야채들과 직접 잡은 물고기 같은 식재료들로 음식을 해먹는 과정들을 보여줬다.

 

<바퀴 달린 집>은 트레일러라는 언택트 개념을 가진 집을 동원해 전국 각지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역시 먹방이었다. 그 곳에서 나는 특산물들을 가져와 해먹는 만찬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아 먹고 쉬는 개념은 코로나 시국에는 더할 나위 없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집 생활을 주로 하며 갇혀 있다는 느낌 대신 휴식을 취하고,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즐거움이 그 무엇보다 소중해진 시국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여운을 느끼며 집에서 비슷한 음식을 가족들과 챙겨 먹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사진:tvN)

'바퀴 달린 집', 모든 게 낯선 김희원이 힐링이라 느낄 때

 

처음 김희원이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저 성동일과의 친한 케미 정도를 기대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보면 김희원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신의 한 수였다 여겨진다. 보기에는 아무 길바닥에서나 눕기만 해도 잘 것 같고, 대충 아무 거나 온기만 있으면 먹을 것 같지만, 의외로 모든 게 낯선 차도남의 모습을 그가 보여주고 있어서다.

 

"나 솔직히 태어나서 텐트에서 한 번도 안 자 봤어." 김희원이 그런 이야기를 하자 성동일이 다정하게 묻는다. 텐트 치고 밖에서 자자고. 오히려 공효진이 "되게 아늑하고 좋다"고 말하자 솔깃한 김희원이 그러자고 하고, 하룻밤을 텐트에서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여기가 너무 좋다"고 말한다.

 

만일 김희원이 아니라 캠핑에 익숙한 사람이었다면, 텐트에서의 하룻밤이 주는 묘미가 이만큼 실감나게 다가오기가 어렵다. 하지만 "가문에서 처음일 지도 모른다"며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나 "여름에는 모기장만 해놓고 양쪽 열고 자면 시원하겠어"라고 말하는 김희원의 이야기에서는 진심이 묻어난다.

 

일어나 아침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전날 전통시장에서 사온 떡을 떠올리고는 혹여나 쉬지나 않았을까 걱정하는 게스트로 온 공효진에게 김희원이 한 마디를 툭 던진다. "내가 장이 약해서 조금만 쉬어도 바로 알거든?" 쇠도 씹어먹을 것 같은 김희원이 그렇게 말하자 공효진의 웃음이 터진다.

 

이런 김희원이 머체왓숲의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가는 느낌 또한 달리 느껴진다. 입구에서부터 환호성을 터트리는 김희원은 숲길을 걸으며 <전설의 고향>에서 들었을 법한 제주 휘바람새소리에 귀를 정화시키는 그 산책의 느낌이 이 뜻밖의 차도남에 아웃도어 초보자에게는 어떻게 느껴졌을 리 궁금해진다.

 

담양으로 떠난 세 번째 여정에서 처음에는 낯설었던 바퀴 달린 집을 끌고 하는 운전이 이제 김희원은 익숙해져 보인다. 성동일도 다시 시험을 봐 트레일러 면허를 땄지만 그걸 알려주면 자신이 운전할 것 같아 숨기고 있을 때 김희원이 먼저 "면허 따도 운전은 무조건 내가 한다"고 말한다. 형 생각해서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김희원이 말하는 이유가 엉뚱하다. "제가 운전하는 게 더 편해요. 제 안전을 위해서." 험하게 막 살 것 같은 그가 안전을 이야기하니 또 웃음이 터진다.

 

텐트 하나 치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그래서 평상 하나 치는 데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김희원은 형 성동일의 이야기를 투덜대며 잘도 따른다. 땀에 선크림이 흘러내려 눈도 못 뜨겠다며 더운 날씨에 수박 타령만 계속하는 김희원이 가까이 있는 시장에 가서 국수를 사먹으며 드디어 "힐링"을 느낀다는 대목도 그렇다. 이렇게 굳이 멋진 대나무숲까지 와서 캠핑을 하면서 사먹을 때 더 힐링을 느낀다니.

 

그런데 또 이런 인물이 막상 캠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해먹으며 감동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큰 실감으로 다가온다. 도시에서 TV를 통해 그 멋진 공간을 대리체험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김희원 같은 초보자의 실감이 더 리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어색함이 주는 웃음과 더해 똑같은 경험도 더 실감나게 해주는 인물. <바퀴 달린 집>에 김희원이 있어 재미가 두 배인 이유다.(사진:tvN)

'바퀴 달린 집', 이 시국에 정확히 취향 저격한 까닭

 

쳐다보고 있으면 눈이 파래질 것 같은 바다를 앞마당으로 두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일 것만 같다.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이 두 번째로 간 곳은 바로 제주도 바닷가. 한적한 그 곳에 집(?)을 세워둘 수 있다는 건, 코로나 시국에 집에서 콕 박혀 지내야 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저런 곳에 집을 가져갈 수 있다면...

 

<바퀴 달린 집>은 단순하지만 바로 그 점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제주도의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 집을 세워두고 밥을 해먹는다. 마침 손님으로 찾아온 공효진은 집주인들인 성동일과 김희원 그리고 여진구에게 활기를 만들어낸다. 그 활기는 손님이 왔으니 편안하고 풍족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김희원에게는 시시콜콜한 일까지 다 시켜먹는 성동일이 공효진에게는 손가락 까닥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고, 괜스레 손님은 일하는 거 아니라고 말하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흐뭇하다. 투덜대면서도 시키면 또 다 하는 김희원도 그렇고, 시키지 않아도 척척 손발이 되어주는 막내 여진구도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해준다.

 

제주도에 왔으니 특산물로 해먹는 식사가 빠질 수 없다. 지인을 통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잘 숙성된 제주도 흑돼지와 어마어마하게 큰 대왕갈치를 공수해온 성동일은 그걸로 맛난 저녁을 해주겠다는 마음에 부푼다. 시청자들로서는 그런 곳에 집을 세워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로망이 아닐 수 없는데, 저렇게 먹음직스러운 음식까지 있으니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주도에서의 이 로망 가득한 시간들이 더 즐겁게 느껴지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하는 짓이 영 어설프다는 점 때문이다. 햇볕이 따가울까봐 타프를 치겠다고 끙끙대다가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있자 치지 말자고 접는 성동일의 하는 짓이 영 우습고, 장비들을 꺼내며 첫 번째 손님으로 왔던 라미란이 그걸로 뭔가를 했었는데 하며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모습도 웃음을 준다.

 

갈치국을 끓여주겠다며 제주도 아는 누님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시키는 대로 국을 끓이는 성동일과, 고기를 구울 숯에 불도 잘 붙이지 못하는 김희원 대신 손님인 공효진이 알아서 불을 피우는 모습도 그렇다. 이들은 이런 아웃도어 라이프에 영 어설프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그 어설픔이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잘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다.

 

시청자들은 전문가가 등장해 척척 텐트도 치고 불도 피우고 음식도 해내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닐 게다. 대신 영 어설퍼도 마음만은 전문가처럼 완벽하게 하고 싶어 끙끙대면서 하는 모습이 주는 시청자 눈높이의 공감대가 더 즐거운 광경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어떻게 맛난 갈치국에 군침 도는 흑돼지 숯불구이까지 더해진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바퀴 달린 집>은 제주도 바닷가의 그 탁 트인 광경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런데 거기에 더 큰 몰입감을 주는 건 이런 곳에서의 생활이 영 어설프고 어색한 이들이 그럭저럭 잘 챙겨먹고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지점이다. 보기만 하면 티격태격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보다 더 잘 지낼 수 없는 성동일과 김희원의 모습에 '공블리' 공효진이 미소 짓는 것처럼. 좀 어설프면 어떠랴. 마음만 있으면 그 또한 즐거울 수 있으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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