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박', 코로나 시국에 이 국민영웅들은 또다른 위로 줄까

 

코리안 특급 박찬호, 상록수 박세리, 두 개의 심장 박지성. MBC 예능 <쓰리박 : 두 번째 심장(이하 쓰리박)>은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그 기획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들 중 박찬호와 박세리는 최근 들어 방송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어 이들이 또 다른 방송에 나온다는 게 그다지 화제가 될 건 없다. 하지만 이들과 더불어 박지성까지 참여하고, 이들이 과거 스포츠로 국민들에게 줬던 희망과 위로의 순간들을 상기시키면서 <쓰리박>의 세 국민영웅들을 모아 놓은 기획은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과연 이들은 코로나 시국의 이 어려움 속에 대중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까.

 

물론 이제 선수로서는 은퇴한 그들이다. 그러니 이들의 무엇이 대중들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을까. <쓰리박>이 가져온 건 '두 번째 심장', 즉 '인생2막'의 도전기다. 박찬호는 코리안 특급으로 불리며 최고의 화려한 시절을 지낸 후 은퇴하고 나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 우울증을 이겨내게 해줄 수 있었던 건 바로 '골프'였다며, 골프 프로테스트에 도전하겠다고 가족들 앞에 선언했다.

 

박세리는 최근 여러 방송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먹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고, 그래서 '세리스 키친'을 만들어 손님들을 위한 요리에 도전했다. 특히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는 박세리는 좋은 음식은 좋은 식재료에서부터 시작한다며 두메산골에 있는 돼지농장을 직접 방문하는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사이클에 도전하겠다며 나선 박지성은 이렇게 일상이 공개되는 방송에 나선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축구가 자신에게 "숨 쉬는 이유"라고 했던 그는 이제 은퇴 후에도 여전히 숨 쉬고 있는 건 '가족 덕분'이라며 가족을 위한 아낌없는 노력을 방송을 통해 보여줬다. 축구보다 더 힘들다는 '육아'는 물론이고 가사까지 아내와 마치 '팀플레이' 하듯이 하는 그의 일상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마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듯 이젠 일상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쓰리박>은 이처럼 세 국민 영웅의 '인생2막' 도전기를 따라가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일단 어떻게 이 새로운 도전 분야에서 이들이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가에 대한 과정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지만, 거기에는 결과가 아닌 그런 도전 자체가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인생이모작을 꿈꾸는 중장년층에게는 새롭게 꿈꿀 수 있고 그걸 향해 나갈 수 있다는 걸 이들의 도전이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같은 코로나 시국의 장기화로 인해 힘겨운 대중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중요한 건 이들의 이런 도전이 그저 사적인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니라, 좀 더 공적인 의미나 가치로까지 확장되어야 그 공감의 폭이 클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찬호의 골프 프로테스트 도전이나 박세리의 요리 도전 그리고 박지성의 사이클 도전은 모두 그들에게는 큰 의미일 수 있지만 그것이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과정에서 어떤 공적인 의미와 가치를 갖는가 하는 점은 아직까지 분명히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쓰리박>은 이 세 국민영웅을 한 자리에 모은 것과, 그들이 과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던 그 순간들을 끌어오면서 이미 이 프로젝트의 지향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건 코로나 시국에 다시 한 번 대중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어떤 순간에 대한 기대가 그것이다. 이미 은퇴한 이들의 '인생2막' 도전 자체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 시대에 대중들이 원하고 이를 통해 희망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지점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일 테니.(사진:MBC)

'축구 야구 말구', 스포츠와 예능 모두 잡은 박찬호와 이영표

 

KBS <축구 야구 말구>는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는 스포츠 예능들과 비교해보면 '미니멀'한 느낌을 준다. 일단 출연자와 기획이 단출하다. 박찬호와 이영표. 두 사람이 간단하게(?) 훈련을 받은 후 전국에 있는 생활체육 고수들(?)을 찾아가 한 수 배우는 것이 그 콘셉트다.

 

생활체육을 모토로 가져왔던 KBS <우리동네 예체능>과 비교해 보면 <축구 야구 말구> 스케일이 훨씬 작다. 하지만 스케일이 작다고 해서 그 재미 역시 적은 건 아니다. 모든 걸 줄이고 대신 박찬호와 이영표에 집중하기만 해도 의외로 빵빵 터지는 재미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제목부터가 심상찮다. 물론 그 제목은 축구, 야구가 아닌 생활체육을 지향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지만, 박찬호와 이영표가 첫 만남에 야구를 앞에 쓸 것이냐 아니면 축구를 앞에 쓸 것이냐는 두고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결국 논리로는 답이 나올 수 없어 공기로 대결을 벌여 이영표가 이기는 바람에 제목이 그렇게 정해졌지만, 이들의 묘한 경쟁과 대결구도는 이 프로그램이 느슨해지지 않게 되는 이유로 작용한다.

 

레전드는 역시 다른 분야에서도 통하는 게 있는 것일까. 놀랍고도 흥미로운 건 박찬호와 이영표가 처음 배웠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습득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친 이형택은 곧바로 두 사람이 랠리를 벌이는 걸 보고 감탄하고, 박찬호가 투구하듯이 서브에 스핀을 넣는 모습에 "레전드는 다르다"는 걸 토로한다. 배드민턴을 가르친 이용대는 수박을 셔틀콕으로 수박을 깰 수 있다며 그걸 실제 보여줌으로써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더 놀라웠던 건 박찬호도 이영표도 그걸 해냈다는 사실이었다.

 

탁구를 가르치러 온 유승민은 보통 6개월은 해야 할 수 있는 드라이브를 척척 해내는 박찬호와 이영표에 놀라고, 10점을 잡아주고 한 경기이긴 했지만, 두 사람이 복식으로 한 경기에서 지고는 그들의 남다른 운동 능력을 칭찬했다. 관찰력이 남다른 이영표는 금세 습득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남다른 투지를 가진 박찬호는 안 되도 여러 시도를 통해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

 

두 사람만 서 있으면 어딘지 딱딱할 것 같은 분위기를 오마이걸 승희가 중간에 자리에 부드럽게 해주고, 마치 여동생처럼 이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찐 리액션을 더해준다. 그러니 그 현장의 놀라움이 승희의 표정과 말, 비명소리(?)에 고스란히 묻어 전달된다.

 

그런데 이들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초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재미와 의미를 선사한다. 물론 박찬호는 예전부터 예능 나들이를 해온 바 있고, 이영표도 최근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 힘들게 하는 후배 캐릭터로 웃음을 준 바 있다. 하지만 <축구 야구 말구>에서 이들의 케미는 스포츠선수로서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 흥미진진함을 안긴다. 선배로서 깍듯하지만 경기에 있어서는 가차 없는 이영표와 시작부터 '투 머치 토커'로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말을 쏟아내지만, 밤에는 꼭 일기를 쓰고 아침에는 명상을 하는 모습에서는 그만의 삶에 대한 방식들이 묻어난다.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는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최근의 예능들은 웃음만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한다. 박찬호가 명상 도중 승희에게 들려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자신에게 했다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에는 그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을 걸어왔다는 걸 느끼게 해 보는 이들의 찡한 공감대를 만들었다.

 

3회까지 특훈을 마친 이들은 이제 다음 회부터는 지역의 생활체육 고수들을 찾아가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종목은 다르지만 스포츠 레전드들이 생활체육 고수들과 벌이는 대결이 일단 기대되고, 그들이 그 여정을 통해 나누는 이야기들과 벌이는 해프닝에서 묻어날 소소한 재미와 삶의 의미들이 궁금해진다. 진정 박찬호와 이영표의 스포츠는 물론이고 일상에서의 매력을 이만큼 잘 끌어내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나 싶다.(사진:KBS)

 

'정법', 정글이라는 이색적 볼거리보다 현실적 생존 정보가 낫다

 

SBS 예능 <정글의 법칙>이 세 달 만에 돌아왔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촬영이 전면 중단되면서 휴지기에 들어갔던 <정글의 법칙>이었다. 결국 해외가 아닌 국내로 방향을 틀었고, 바다와 섬과 산으로 둘러싸인 국내의 오지들이 그 대상지가 됐다. 김병만은 늘 멀리서 보기만 했던 그 오지들 속으로 들어가 직접 그 곳을 경험하는 건 다른 느낌이었고, 그래서 그 곳에서의 생존을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선택한 대안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국내 생존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해외보다 훨씬 나은 점들이 많았다. 먼저 초반 콘셉트를 '재난 생존'이라는 미션을 부여하고, 그걸 하나씩 해결해가면서 일종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삼았다는 점이 그렇다.

 

사실 <정글의 법칙>은 초창기에 정글에서의 생존과 공존이라는 의미를 기치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던 프로그램이었다. 베어 그릴스의 <인간과 자연의 대결>과는 사뭇 다른, 김병만을 족장으로 하는 가족적인 협업을 통해 정글에서 생존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의미 있게 그려졌다. 또 초창기에는 원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한 공존의 모색을 담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의미와 가치들이 리얼리티 논란으로 인해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정글의 법칙>은 의미보다는 재미 쪽으로 흐른 면이 있다. 즉 '와일드 라이프'를 체험하고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듯 정글을 즐기는 면들을 담았던 것.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대왕조개' 논란처럼 자연을 대상화했다는 지점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사실 해법은 없어 보였다. 해외의 정글에 들어가 그들의 생존기를 보는 건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고 점점 시청자들이 왜 그걸 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프로그램은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정글의 법칙>의 국내 생존기는 이색적 볼거리가 아니라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맞닥뜨릴 수 있는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정보들을 담았다. 사전 인터뷰를 하던 출연자들이 갑자기 비상재난상황을 맞이하고 그래서 헬기에 태워져 배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다시 목적지인 무인도로 들어가 겪게 되는 생존기. 김병만은 사전에 '재난 생존'에 대한 교육을 일주일간 받음으로써 이 곳에 떨어진 출연자들의 가이드 역할을 해줬다.

 

줄만 잡아당기면 순식간에 펴지는 요트와 그 안에 들어있는 생존키트를 활용하는 법은 물론이고, 물을 얻기 위해 민물이 흐르는 곳 옆을 파서 솟아오르는 물을 자연 정화해 먹는 법을 알려주고 또 팀을 나눠 식량을 찾는 과정들이 소개됐다. 그 과정들은 낯선 정글에서의 생존이 마치 '게임'이나 '스포츠'처럼 보이던 것과는 달리, 바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실감을 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보'다. 사실 베어 그릴스가 <인간과 자연의 대결>의 그 다소 자극적인 설정과 내용들이 허용될 수 있었던 건 그것이 실제 '생존 방법'을 알려준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의미도 재미도 아니라면 실질적인 '정보'야말로 <정글의 법칙> 역시 더더욱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김병만은 그간 무수히 많은 정글을 경험하고 원주민들의 생존법을 배웠다는 점에서 이제 충분히 '생존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재미와 웃음의 요소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다소 진지할 수밖에 없는 생존기 자체를 재미화 하기보다는 출연진의 구성을 통해 그 케미가 주는 재미를 더하는 방식이 더해졌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글로벌 스포츠스타다운 오누이 케미로 등장해 의외로 박찬호가 박세리에 의지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고, 허재와 허훈 부자는 요령피우는 아버지와 고생하는 아들의 모습으로 웃음을 주며 또 박미선과 이봉원이 정글에서 때 아닌 <부부의 세계>를 만드는 케미도 빼놓을 수 없는 웃음의 포인트다.

 

<정글의 법칙>은 2011년부터 약 9년 넘게 전 세계의 오지와 정글을 찾아다녔다. 물론 고정적인 팬층이 분명하게 세워져 있지만, 초창기처럼 뜨거운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에서는 벗어나 있는 게 사실이다. 이즈음에 코로나19로 인해 대안적으로 선택한 '국내 생존기'는 어쩌면 <정글의 법칙>에 새로운 힘을 부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가까이 있는 생존상황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줌으로써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충분히 만족시킨다면 말이다.(사진:SBS)

해군특집 <진짜사나이>의 드라마틱한 반전, 그 이유

 

MBC <진짜사나이>가 해군특집을 시작한 지난 821일 그 첫 시청률은 10%(닐슨 코리아)였다. 이전 개그맨 특집의 시청률이 8.3%에 머물렀던 걸 염두에 두고 보면 이 해군특집은 그 기획 자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 후 이 해군특집은 2회 만에 12%를 넘어섰고 시청률만이 아니라 화제성까지 이어지며 13%를 넘기면서 마무리 되었다. 도대체 해군특집의 무엇이 시들해져 가던 <진짜사나이>의 드라마틱한 부활을 가능하게 한 걸까.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진짜사나이>는 사실 그 리얼리티 상황의 강도에 있어서는 그 어떤 프로그램도 따라오기가 힘들다. 경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12>이 가진 야생성이 야외취침이나 공복을 만드는 복불복 정도라면 <진짜사나이>는 땀이 철철 흐르고 눈물이 나며 심지어 부상의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할 정도다. 게다가 여군특집이 합쳐지면 그 강도는 더 높아진다. 여군으로 투입된 출연자들은 눈물, 콧물은 물론이고 강도 높은 작업으로 겨드랑이에서 철철 흐르는 땀까지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진짜사나이>가 갈수록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떨어졌던 건 그 강도 높은 훈련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그 야생성에 점점 둔감해졌기 때문이다. 자극은 보다 높은 자극으로 갈 때만이 계속 집중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진짜사나이>의 군대 체험에서 강도 높은 훈련이란 어느 선이 있기 마련이다. 보는 이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조교나 선임들의 등장도 반복되다보면 긴장감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자극으로만 계속 치달을 수도 없는 것이 <진짜사나이>가 가진 딜레마였다.

 

하지만 이번 해군특집은 독특한 지점에서 <진짜사나이>가 가진 이 딜레마를 넘어설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게 됐다. 그건 훈련 상황의 강도가 아니라 그걸 받아들이는 출연자들의 독특한 캐릭터가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시영과 솔비다. 이시영은 여군특집의 주인공으로서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녀 출연자 전체를 통틀어 독특한 출연자로 자리매김했다.

 

남자들도 힘겨워하는 훈련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실제로도 남자들 이상으로 잘 적응해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었다. 암기면 암기, 체력이면 체력 또 정신력이면 정신력, 무엇하나 빼놓을 게 없는 말뚝 박아도 잘 적응해낼 그런 캐릭터. 게다가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것이 식탐이다. 그녀는 연예인이라는 입장 따위는 접어둔 것처럼 먹고 또 먹는 것이 군 생활에서의 즐거움이라는 걸 여지없이 보여줬다. 그렇게 먹어서 심지어 뱃살이 나왔다는 걸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캐릭터라니.

 

솔비는 엉뚱한 방식으로 군 생활의 강도를 무화시키는 면면을 드러냄으로써 <진짜사나이>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다. 늘 진지하게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는 이 강도 높은 해군의 훈련 상황 속에서도 긴장을 풀어주는 웃음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물론 이런 식의 엉뚱함을 보여준 출연자들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솔비가 독특했던 건 그런 엉뚱함에 지청구를 날리는 교관들 앞에서도 그녀는 전혀 주눅 드는 모습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게 가능했던 건 솔비 특유의 해맑음 때문이었다. 못해도 순수하게 진심을 드러내는 데야 교관들이라고 어찌할 도리가 있을까.

 

여기에 제2 갑판장의 캐릭터를 선보인 투머치토커 박찬호나 뜬금없이 갑판에서 사투리 <개그콘서트>를 하는 양상국 같은 인물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며 <진짜사나이> 해군특집은 드라마틱한 부활의 반전을 이룰 수 있었다. 결국 훈련 강도보다 중요한 건 어떤 출연자가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가라는 걸 이번 해군특집은 잘 보여줬다. 이시영과 솔비가 보여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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