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별에서 온 그대 (34)
주간 정덕현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온, 별에서 온 그대 “나 그때 왜 그랬지? 왜 귀여웠지? 왜 막 귀엽고 필살기 쓰고 홍해인 설레게 만들고 그래 가지고 내 팔자를 내가... 꼬았지? 안 귀여웠으면 이런 결혼도 안 했을 텐데, 내가.”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김수현이 술에 취해 울면서 던지는 그 대사는 이 배우가 그간 쌓아온 연기 공력을 실감케 한다. 그건 울면서 하는 자기 자랑이고 그래서 그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의 어이없어하는 표정과 합을 이뤄 시청자들에게는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야 하는 장면이다. 울면서 웃겨야 하고, 찌질하게 보이면서 귀엽게 느껴지게 해야 한다. 그것도 술에 취한 상태로 진지하게. 그 장면 하나에 상당히 많은 감정표현들이 겹쳐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장면은 김수현이 만들..
‘너도 인간이니?’, 로봇 서강준에게 설렌다는 건KBS 월화드라마 가 시청률 9.9%(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특별방송으로 경쟁작들이 모두 결방된 상황이었지만, 지난 회 6.3%에서 이만큼 시청률이 껑충 뛰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자체적인 경쟁력도 충분히 있었다는 걸 드러낸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역시 로봇 남신 역할의 서강준이다. 흔히들 연기를 못할 때 ‘로봇 연기’를 한다고들 말하지만, 서강준은 진짜 로봇 연기를 해내고 있다. 로봇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표정이나 말을 잘 내놓지 않는 무뚝뚝함이 그 연기의 핵심이다. 마치 매뉴얼대로 말하는 듯한 대사가 받쳐주고, 미소를 짓는 것조차 상황에 따라 프로그래밍된 느낌을 준다. 게다가 ..
주인공 캐릭터의 문제, 카메오가 신선해진 이유 역시 조정석은 잠깐 등장해도 확실한 존재감을 만드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에서 납득이라는 캐릭터로 그가 나온 분량은 많지 않지만 지금껏 그 캐릭터가 회자되고 있는 건 결국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매력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SBS 에서도 조정석은 역시 빛났다. ‘남자 인어’로 등장해 아직 인간세계에서 살아가는 게 낯선 청이(전지현)에게 갖가지 조언을 해주는 모습은 저 에서 납득이가 승민(이제훈)에게 연애하는 법을 가르치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인간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며 광고 문구들이 사실은 물건 팔기 위한 상술이라는 걸 설명해주는 장면이 그렇다. 하지만 조정석이 이번 카메오에서 중요한 역할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건 그가 이 갖고 있는 비극적 설정을 ..
, 판타지가 섞이니 달라진 멜로 방식 갑자기 뺨을 때리더니 그 다음에는 갑자기 키스를 한다. 마치 바바리맨처럼 느닷없이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총을 겨눈다. 강철(이종석)이 오연주(한효주)의 이런 행동을 “맥락 없다”고 말하는 건 당연하다. 너무나 뜬금없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녀가 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지 이해한다. 웹툰 속으로 빨려 들어간 그녀는 사실 현실로 나져 나오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주인공 강철이 어떤 충격적인 감정 변화를 느껴야 웹툰의 한 회가 마무리되고 그래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MBC 수목드라마 의 멜로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멜로에서 남녀 관계의 진전이란 그래도 기승전결의 맥락이 중요하다. 어떻게 ..
중국에 최적화된 , 장태유 감독의 차이나드림 북경에서 열린 장태유 감독의 시사회에 쏠린 중국인들의 관심은 컸다. 의 PD로서 많은 제작자들이 러브콜을 보냈던 장태유 감독이다. 그러니 그가 만든 영화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클 수밖에 없다. 현장에 온 중국기자는 영화가 상영되기 전 에 대해 “처럼 초월적인 존재가 등장하느냐”고 물었다. 장태유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은 지극히 평범한 중국인들이 등장한다고 했다.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였지만 장태유 감독은 이런 장르가 중국에서는 낯선 장르라고 말했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들이야 늘 있었겠지만 아마도 평범한 여성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가 낯선 장르라는 얘기였을 게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만 두고 보면 소소하게 느껴질 수..
, 이승기 대신 안재현 그 이유 웹을 통해 공개된 를 보면 군 입대한 이승기 대신 들어온 막내 안재현에게 첫 대면 자리에서 나영석 PD가 출연여부를 두고 묻는 질문들이 눈에 띈다. 세금은 잘 내는가, 군대는 잘 다녀왔나, 여자문제는 괜찮은가, 도박은 하지 않는가를 묻는다. 그 모든 질문에 ‘괜찮은’ 답변을 들은 나영석 PD는 “그러면 합격”이라고 말한다. 이 질문들은 모두 과거 멤버들이 가졌던 문제와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세금은 강호동 이야기고, 군대는 MC몽 이야기며, 여자문제는 이혼한 은지원 이야기이고, 도박은 이수근 이야기다. 안재현을 캐스팅하면서 나영석 PD가 던진 질문 속에는 지금 현재 가 갖고 있는 전제가 들어있다. 물론 응당한 자숙의 과정들을 거쳤지만 그 남은 이미지들 때문에 여전히 무언가..
, PPL 없인 힘든 현실인 걸 감안하더라도 사실 우리네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PPL 없이 드라마를 찍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지금 최고의 주가를 날리고 있는 KBS 라도 애초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영화투자배급사인 NEW가 합류하면서 300억이었던 제작비를 130억까지 낮추었지만 그래도 국내 여건상 이 정도 규모는 블록버스터에 해당한다. 그래서 NEW는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중국, 일본 등 16개국에 판권을 팔아 제작비의 절반을 그리고 KBS가 투자한 회당 제작비와 PPL로 나머지를 충당했다고 한다. 여기서 PPL로만 채워진 액수가 약 30억 원이라고 한다. 따라서 130억이라는 제작비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그 순간 이미 회수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드라마는 시작부터 치고 나가 단 몇..
동북공정에서 항일로, 일본 버리고 중국 향하는 한류 KBS 이 3.1절 특집으로 중국 하얼빈을 간다고 한다. 3.1절이라는 의미도 그렇고 하얼빈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이라는 점은 이 특집이 갖고 있는 방향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항일’의 의미로서 하얼빈이라는 장소는 우리와 중국의 뜻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른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우리와 민감했던 시기에 이 떠났던 백두산행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다. 당시 외교적인 갈등 상황 때문에 촬영 자체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독도, 가거도, 우도, 백령도에서 가져온 물을 백두산 천지에 붓는 장면은 나름 의 방식으로 백두산을 생각하는 우리네 정서를 표현했던 것이라 말할 수 있다. 8년 전 중국과의 대립에서 마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