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의 숨은 출연자, 봄이라는 계절

 

어느 새 겨울이 지나고 완연한 봄도 언제 가는지 모르게 사라져 간다. 이러다 보면 금세 땀이 송글송글 피어나는 여름이 올 것이다. 도시인들에게 계절은 이렇게 지나간다. 쳐다 볼 여력도 없이 어느 순간 봄이고 어느 순간 여름이며 그렇게 뭐 한 것도 없이 또 한 해가 반이 지났다 싶으면 서늘한 가을을 훅 지나 겨울이 온다. 사계절이 지나도록 한 해 동안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그 헛헛함이란.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새롭게 시작한 <삼시세끼>는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우리를 지나쳤던 계절들을 다시 소환한다. 겨우내 심어놨던 야채며 채소들이 싹을 틔우고, 앙상하기만 했던 나무에 순이 올라와 터질 듯한 꽃봉오리를 피우는 그 봄의 시간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 곳으로 다시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새롭게 가족이 된 김광규가 찾아와 온기를 채운다. 봄이 오는 그 시간 동안 염소 잭슨은 두 아기염소의 엄마가 됐고, 밍키는 못 알아볼 정도로 훌쩍 자랐다.

 

시간의 흐름을 담는다는 건 그 무의미하게 흘러가기만 하던 반짝이는 순간들을 완전히 새롭게 본다는 뜻이다. 겨울 그들을 수수지옥으로 끌어들였던 텅 빈 수수밭에 가득 자라난 풀들을 트랙터로 갈아엎으며 그들은 그 곳에 다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낼 씨앗들을 심어놓을 것이다. 작물들은 그저 식재료가 아니라 그 시간을 머금고 자라는 존재들이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작물들을 키워 나온 재료들로 만든 음식 또한 새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나영석 PD가 읍내로 나가는 걸 최소화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물론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김광규가 해나가는 세끼 라이프의 미션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이처럼 시간을 머금은 작물들이 식재료로 사용된 음식으로 만들어질 때의 그 순간들을 더 많이 기록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 먹는 음식과는 달리, 파김치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긴다. 너무 양념을 묽게 만들어 실패한 파김치를 되살리려 안간힘을 쓰는 옥택연의 이야기가 그 음식에는 기록된다. 스크램블은 그냥 스크램블이 아니다. 그것은 닭그룹의 마틸다가 닭장을 빠져나와 어느 담장 밑에 낳아놓은 달걀로 만든 스크램블이다.

 

만재도 차승원에 밀리고 <꽃보다 할배> 최지우에 밀렸다며 절치부심(?)한 이서진이 끓여주는 감자 고추장찌개가 더 맛있게 보이는 건 단지 맛만이 아니라 거기 담겨진 시간들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감자 하나하나를 썰어내고 솥단지에 고추장을 풀어 양념 간을 한데다 사정하듯 얻어낸 꽁치 통조림을 통째로 투입해 만든 찌개. 감자전이 더 입맛을 돋우는 것도 마치 묘기라도 부리듯 전을 뒤집던 옥택연의 시간들이 거기에는 녹아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그들이 하는 일이란 시즌1과 별다를 바 없다. 농사를 짓고 밥을 해먹고 가축들을 돌보며 필요한 작은 공사들을 하는 것. 하지만 그 같은 일들이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그냥 지나쳤으면 잘 보이지 않았을 시간의 기록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봄이라는 계절을 또 하나의 출연자로 초대하고 있는 예능이라니. 이러니 당해낼 재간이 있나. 봄을 담은 <삼시세끼>가 돌아왔다.

 

<그 겨울>과 버스커버스커의 '벗꽃엔딩'

 

그것은 해피엔딩이었을까 새드엔딩이었을까.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엔딩은 봄바람에 벚꽃이 흩날리는 어딘지 동화적인 공간 속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게 된 오수(조인성)와 오영(송혜교)의 키스로 끝이 났다. 겉으로 보면 해피엔딩처럼 보여지지만, 그 장면이 가진 동화적인 느낌은 그것이 모두 한 자락 꿈 같은 아련함을 남기기도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한 열린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사진출처:SBS)

드라마의 스토리구조 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비극일 수밖에 없다. 죽음이라는 대전제를 깔고 그 위에서 삶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살아야 되는 이유’ 혹은 ‘사랑이라는 삶의 존재 근거’ 같은 주제의식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죽음일 것이다. 하지만 그 죽음이라는 비극을 그저 비극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어떤 삶은 죽음만도 못한 비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수와 오영이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살아온 삶처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인물들이 저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또 죽음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그 입가에 미소를 지었던 것은 바로 그 지점에서 삶의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죽음과 삶은, 또 비극과 희극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이 희비극의 관점을 통해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엔딩을 바라보면 그 선택이 얼마나 절묘하고 적절했는가를 느낄 수 있다.

 

결국 동생처럼 따르던 박진성(김범)의 칼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오영에게 가야한다고 발걸음을 떼던 오수가 쓰러지는 장면은 어쩌면 이 드라마의 진짜 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면 그 이후에 이어지는 이듬해 봄의 이야기들은 죽어가던 오수 혹은 오영의 짧은 판타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심지어 죽음을 향해 스스로를 내던질 정도로 원했던 만남일 테니 말이다.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오수의 상황, 가능성이 10%에 불과하다는 오영의 수술을 앞두고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은 그래서 슬프면서도 행복감을 안겨준다. 여전히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

 

혹독했던 ‘그 겨울’의 바람이 따스할 수 있었던 것은 잠 못 이루는 오영의 방에 오수가 걸어준 풍경처럼 그 바람이 아름다운 소리로 전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차가운 바람이 아름다운 소리로 바뀐 것처럼, 그들의 판타지 같은 재회에서는 따스한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렇게 겨울에서 봄으로 오면서 바람은 청각에서 시각으로 바뀌는 마법을 선사한다.

 

사실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겉으로 드러난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할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일 게다.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그것을 아름답게 기억할 때 그것은 더 이상 슬픈 끝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그 겨울의 바람조차 따스한 추억이 될 수 있으니. 그렇게 겨울의 끝자락을 채워준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봄바람에 벚꽃 잎이 살랑살랑 흩날리는 계절에 끝을 맺었다. 마치 1년이 지나 다시 들려오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처럼.

지난 주 '청춘불패' 촬영장을 다녀왔습니다. 유치리는 정말 너무나 평범한 시골이더군요. 하지만 그 평범함이 비범하게 된 것은 아이돌들이 그 곳에 하나 둘 흔적을 남기면서부터입니다. 그저 덩그라니 집 한 채 놓여있던 아이돌촌은 축사와 화장실이 지어졌고, 푸름이(소)와 청춘이와 불패(닭), 그리고 왕유치(강아지)까지 가족이 늘었습니다. 그렇게 식구가 늘고 집이 집 다워지기까지 가을서부터 겨울까지의 긴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봄. 드디어 유치리는 봄을 맞았습니다. '청춘불패'도 봄을 맞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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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을 때는 벌써 한창 촬영중이더군요. 곰태우(김태우)가 성인돌(나르샤)과 병풍(효민)과 한창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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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후다닥 달려온 왕유치. 사람들의 손길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것 같더군요. 손으로 쓰다듬어 주자 기분좋다는 듯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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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리의 명사(?)가 되신 전 이장님과 로드리 아저씨.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여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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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하는 질문에 익숙하게 포즈를 잡으시는 로드리 아저씨. 아저씨는 이런 사진 요청이 이미 익숙한 듯 했습니다. 잠깐 휴식중이라 아이돌촌 안에 들어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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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2010 청춘불패 대국민약속이 걸려 있더군요. 1. 워낭소리를 꿈꾼다(이를 위해 우리의 푸름이는 조금씩 농사일을 배우고 있다네요) 2. 공부하는 전문 농업인으로 태어난다!(구하라는 농기계 자격증 시험을 곧 본다는데 필기시험이 걱정이라고 합니다 ㅎ) 3. G7표 친환경 농작물 수확 및 판매(G7이 담근 장을 추첨해서 나눠준다고 하죠. 둘러보니 군민며느리(유리)밭에는 상추가 파릇하더군요. 4번과 5번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다섯 개 항목에 3개가 지켜진 걸 보면 곧 나머지 약속도 지켜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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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 입니다. 아이돌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친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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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와 불패. 안쪽에 보니 다른 닭들도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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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며느리 상추밭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데 파릇파릇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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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안에 소품들이 많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주말이면 방문객들이 많아서 때론 도난(?)사건도 벌어지곤 한다는데요. 유리가 쥐었던 호미 같은 게 그 대상이라는 군요. ㅎ 그래서인지 우체통에도 누군가 '청춘불패'라고 딱지를 떡하니 붙여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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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놓여진 물뿌리개와 바구니. 아마도 이 놈들로 저 군민며느리 상추밭에 물이 뿌려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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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엽이 그려놓은 아이돌촌 벽의 그래피티. 척봐도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징이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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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아래 써진 푯말이 인상적이죠? 청춘의 냄새가 물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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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본 아이돌촌. 파랗고 빨간 지붕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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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청춘불패' 김호상PD님입니다. 막간을 이용해 유치리의 봄을 만끽하시는 듯. 명상 중인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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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촬영이 시작되자 작가들 촬영팀, 조명팀 등 다들 정신없으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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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이돌촌을 찾는 분들을 위해 손수 준비한 피켓을 마을 입구에 세워놓을 것이라 합니다. 다들 모여 우왕좌왕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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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은 역시 개그맨.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말하는 것마다 빵빵 터뜨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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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돌 나르샤. 역시 남다른 예능감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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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보고 있는 현아와 써니. 써니는 촬영 전에는 조금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촬영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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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는 몸빼를 입어도 역시 빛이 나더군요. 효민은 선글라스가 인상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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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신을 나타내는 춤을 표현하라고 하자 저마다 춤을 추었는데 찍는 촬영팀에서도 웃음이 빵 터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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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의 백지를 나타내는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춤, 구하라의 엉덩이춤, 나르샤의 성인돌다운 야한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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푯말 세우기 위해 땅을 파는 나르샤. 삽질도 잘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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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촌 입구에 마침 지나가던 군인 아저씨들이 땅 파는 걸 도와주었습니다. 소녀들이 해달라는데 그 누가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아이돌촌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청춘불패'가 이 동네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양덕원에 있는 그 유명한 부흥반점으로 갔죠. 사실 출출하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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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가 부흥반점입니다. 그 뒤로 수정닭갈비, 학생사도 보입니다. 전에 아이돌들이 찾은 집으로 이 동네는 물론이고 전국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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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에 곰태우 짬뽕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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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 유명한 곰태우 짬뽕입니다. 사실 전부터 있던 메뉴인데 그 때는 육해공 짬뽕이라고 불렸죠. 정말 푸짐합니다. 국물도 끝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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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사 입구에는 '청춘불패'에 나왔던 사진을 붙여 놓았습니다. 남희석씨 얼굴도 보이죠.

'청춘불패'의 촬영지인 유치리를 돌아보고 오면서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 이토록 동네 하나를 바꿔놓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유치리는 조금은 소외된 지역으로 계절로 치면 가을의 쓸쓸함 같은 게 있던 동네죠. 하지만 지금은 '청춘불패'로 인해 봄을 맞고 있었습니다. 청춘의 그 활기찬 봄의 기운이 유치리에 봄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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