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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은 저들만의 성일까 아니면 감옥일까

“예서는 영재와는 달라.”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예서(김혜윤) 엄마 한서진(염정아)은 스스로 다짐하듯 그렇게 말한다. 그건 오히려 그가 얼마나 불안한가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언니처럼 따르던 영재 엄마 이명주(김정난)가 자살하게 된 이유가 영재의 복수심을 이용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형(김서형)의 꼬드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부모에게 적개심을 보이는 영재에게 김주형은 가장 큰 복수가 저들이 원하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후 부모를 떠나는 것이라 알려주었고, 실제로 영재가 부모와의 연을 끊겠다고 나오자 이명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그래서 이 사실을 몰랐던 한서진은 자신의 딸이 김주형의 코디를 받게 됐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이를 그만두게 하려했다. 하지만 한서진을 더 불안하게 하는 건 영재네의 비극보다 자신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시댁이었다. 무조건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는 일만이 자신을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릎까지 꿇어가며 다시 김주형에게 딸을 맡기지만 한서진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김주형에게 딸을 맡기기 위해 무릎까지 꿇은 뒤 겨우 승낙을 받아내고 나오며 입가에 미소를 띠우는 한서진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그는 입시 코디네이터를 부리는 건 자신이고 그래서 그 주도권은 자신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서가 스펙을 쌓기 위해 전교회장 출마를 하려 하자 김주형은 나와 봐야 당선되기 어렵다며 쓸데없는 공력을 낭비하지 말자고 하지만, 한서진은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그것은 “부탁드리는 게 아니라”는 걸 명확히 했다. 그 말은 결국 시키면 하라는 이야기다.

한서진의 요구에 결국 김주형은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 무표정한 얼굴 뒤에 어떤 생각이 숨겨져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주형은 벌써부터 한서진의 딸 예서를 더 혹독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전교 1등이지만 라이벌인 혜나(김보라)에게 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예서가 가진 경쟁심을 부추긴 것. 영재와는 달리 강한 멘탈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김주형의 이런 지도방식은 예서 역시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한서진은 자신이 김주형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지만, 결국 아이를 쥐고 있는 건 김주형이라는 점에서 이건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한서진이 스스로 “괜찮을 것”이라 낙관하게 만드는 건 결국 자신의 불안 때문이다. 아이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그 불안감을 겨우 이겨낼 수 있어서다.

<SKY 캐슬>의 이야기 구조를 들여다보면 극명하게 보이는 건 아이들보다 더 불안감에 떠는 부모들이다. 아이가 SKY로 대변되는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으로 치부되는 SKY캐슬은 그래서 우리네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상징하는 공간처럼 보인다. 마치 신기루처럼 손에 닿지 않는 하늘에 세워진 성이고, 그래서 그 곳에 들어가기 위해 비인간적인 훈육방식에 아이들을 내모는 곳. 밖에서는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쓰고, 안에 들어온 이는 밀려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그곳은 그래서 부모들을 불안에 잠식시킨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한참 보다보면 그 곳이 누구나 들어가고픈 하늘 위에 지어진 성이 아니라,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도 힘겨운 감옥처럼 보인다. 김주형 같은 괴물은 바로 그 감옥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밀려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그 괴물의 입에 아이들을 집어넣는 한서진의 집착과 낙관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과연 그는 자신이 이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다고 여기는 걸까. 이미 감옥에 포획되어 있는 처지도 모른 채.(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분노와 달달 오가는 '여우각시별' 이제훈의 놀라운 연기 폭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고 있는 공항이라는 공간을 닮았다. 비행기가 붕붕 떠오르는 그 곳은 상상력도 한없이 커지는 설렘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작은 것 하나에도 엄청난 사고가 벌어지기도 하는 두려운 현실 공간이기도 하다.

이수연(이제훈)이 사고를 당해 몸의 반쪽이 로봇 보조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정은 공항이 갖는 설렘과 두려움, 상상력과 현실을 캐릭터화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캐릭터는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그럴 듯한 과학적 개연성을 부여하고 있는 SF 장르가 아니라 현실을 동화처럼 담아내는 판타지 장르에 가깝다.

결국 관건은 이수연이라는 캐릭터가 그럴 듯하게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실성이 조금 떨어져도 시청자들을 몰입시켜야 한다는 것. 이 캐릭터의 연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제훈이라는 배우가 다시 보인다.

괴력을 드러내며 생명을 구해내는 슈퍼히어로이면서, 남과는 다른 몸을 갖고 있어 그 특별함을 오히려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려 애쓰는 인물. 하지만 한여름(채수빈)을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그 숨겼던 자신의 특별함을 그 앞에서 드러내며 “이런 나라도 괜찮겠냐”고 묻는 인물이 바로 이수연이다.

이제훈의 연기가 이 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드디어 한여름에게 자신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보조기를 떼고 휠체어를 타고 그를 만나러 갔다가 사고를 겪는 장면이다. 한여름이 공항에서 난동객에게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전화로 듣던 중 지나치는 행인에 부딪쳐 전화기가 계단 밑으로 떨어지자 그걸 주우려다 굴러 떨어지는 장면에서 이수연의 적나라한 실체가 드러난다.

보조기를 찼을 때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는 몸이지만, 그걸 떼고 나면 장애를 가진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이수연은 사랑하는 사람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도 단박에 뛰어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실감한다. 그러면서 그와의 사랑을 꿈꿨던 것이 너무 섣불렀다는 알게 된다.

장애를 가진 존재로서의 절망감과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한 난동객에 대한 분노가 더해지며 이수연은 보조기를 한 후 그 난동객을 찾아가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섬뜩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분풀이가 끝난 후 제 주먹에 남은 폭력의 흔적들을 보며 그는 더 큰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통제 가능하지 않은 특별한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가 하는 걸 스스로 자인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토록 섬뜩했던 얼굴이 한여름 앞에 서면 한없이 녹아내리는 달달함으로 바뀐다. 그러고 보면 이수연이라는 이 인물은 너무나 많은 감정들을 동시에 껴안고 있다. 분노, 절망감, 기쁨, 슬픔, 사랑, 증오 같은 감정들이 매일 같이 반복되고 변화한다.

실로 이런 현실적이지 않은 캐릭터와 그래서 갖게 되는 복잡한 심경을 연기를 통해 설득시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게다. 하지만 이제훈은 이 인물에 제대로 무게감을 실어줌으로써 다소 과장된 설정과 과잉된 이야기들로 인해 허공으로 붕붕 떠오를 수 있는 이야기를 눌러주는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눈빛 하나 표정 하나로도 순간 변화하는 감정들을 표현해내는 이제훈의 연기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 드라마의 몰입이 가능했을까 싶다. 다시 보는 이제훈이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손 꼭 잡고’가 말하려는 것, 불륜보다 불안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불안하게 하는 걸까. MBC 수목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어딘가 불안함을 느끼는 중년들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가족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뇌종양은 아닐까 불안감을 느끼는 남현주(한혜진). 한 때는 ‘아시아의 가우디’, 천재적인 건축가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생산적이지 않다는 비판에 7년 간이나 일거리 없이 직원 월급도 못주고 살아왔던 김도영(윤상현)이 그들이다. 

첫 회에서 남현주는 병원에서 뛰어나오며 너무 기뻐 넘어지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검사에서 종양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것. 하지만 지나치게 기뻐하는 그 모습 자체가 어딘가 불안감을 만들었다. 그것은 김도영도 마찬가지다. 그는 굴지의 기업으로부터 건축설계 제안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제 어려웠던 시절을 다 끝났다며 아내 남현주에게 그 기쁨을 전한다. 결혼기념일에 종양이 아니라는 판정도 받고, 사업 제안까지 받게 된 이 부부는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딘가 모를 불안감이 조금씩 그들 사이에서 피어난다.

결국 불안은 현실로 다가온다. 남현주는 김도영을 예전부터 좋아했던 신다혜(유인영)가 나타나 이제 남편을 빼앗겠다는 선전포고를 듣고, 병원에서 자신을 검사한 장석준(김태훈)으로부터 자신이 오진을 했다며 종양이 있을 수 있다고 다시 검사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김도영은 계약이 파기될까 노심초사 하던 차에 결국 계약하는 당사자가 신다혜라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진다. 그 계약이 자신들 부부에게 위기로 다가올 거라는 걸 직감하기 때문이다.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그래서 그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는 중년부부에게 닥친 위기와 함께 이들에게 불안감을 야기하는 불륜 관계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신다혜가 선전포고를 했던 것처럼 그는 일을 빙자해 김도영에게 접근할 것이고, 종양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에 떠는 남현주는 그가 치료를 거부하자 집까지 찾아온 장석준과 어떤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런 중년의 불륜이라기보다는 중년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삶의 불안에 더 가깝다. 젊은 시절에는 몰랐던 것들이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차츰 피어오르는 불안감들. 그것은 건강의 문제일 수 있고, 또 사업이나 생계의 문제일 수 있다. 남현주가 가진 종양은 단지 심리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것이 몸에 반응을 일으켜 매사에 감정적으로 예민해지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남현주의 모습은 때론 지나치게 기뻐하다가 때론 지나치게 침울해지고 때론 과도하게 화를 내기도 한다. 그는 그렇게 변하는 자신이 그래서 더더욱 불안해진다.

김도영이 하는 일은 단지 사업의 성패를 떠나서 건축가라는 그 직업인으로서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로 다가온다. 젊은 나이라면 그런 성패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겠지만 중년의 나이라면 그것이 마치 그 사람의 삶 자체를 규정해버리는 듯한 느낌 때문에 더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불안해진다. 잘 되는 일도 그것이 순식간에 끝나버릴 것 같은 불안감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라는 제목은 꽤 문학적인 수사로 다가온다. 중년의 부부가 마주하게 되는 죽음은 마치 저 지는 석양과 같다. 그걸 바라본다는 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불안한 중년의 삶을 지탱해지는 건 옆에 ‘손 꼭 잡아줄’ 사람이 있어서다.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불안한 그 현실 앞에서 오히려 그 부부의 마지막을 함께 바라보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담는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바쁘게 살다보니 그 소중함을 잠깐 잊고 있던 그 존재가 이제 저 끝을 바라보면서 더 없이 소중해지는 그 순간. 중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변함없이 <무한도전>11년 간 만든다는 건

 

어린이날도 어제가 된 이 시간. 할 일은 많고.. 마음은 불안하고.. 애써 해도 티도 안나고... 다들 누구가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 싶겠지만 그 누구가 바로 인 것 잘 알고... 환하게 불켜진 예능본부 회의실, 편집실 안에 계신 피디분들. 작가님들 마음은 다 비슷할 듯...”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지난 6일 김태호 PD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짧은 글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꽤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왔을 법 하다. 지금껏 그 많은 힘든 상황들을 겪어냈지만 김태호 PD는 항상 의연한 자세를 보여 왔다. 그래서 그는 늘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사람으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느껴지는 건 힘겨움이다. 늘 해야 할 일들은 넘쳐나고 마음은 항상 무얼 해도 불안했을 게다. 왜 그렇지 않을까. 11년 동안 우리네 예능의 맨 앞에서 새로운 분야들을 선구적으로 열어온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관심과 기대가 높기 때문에 작은 구설도 용납이 안 되고, 죽어라 애써서 만들었는데도 오히려 비판을 받기도 한다.

 

늘 기대 이상을 해왔다는 사실은 그만큼의 부담과 불안감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애써 해도 티가 안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쉽게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으로 어떤 걸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더 곤혹스러워진다. 팬덤이 커지고 기대치가 커질수록 그걸 맞추는 일은 요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담감과 불안함을 온통 떠안아야 하는 김태호 PD이고 제작진이다. 어찌 힘겨움이 없겠는가. 많아도 너무 많았던 고충들이 늘 무표정하게 출연자들과 밀당을 벌이던 그 얼굴 속에 숨겨져 왔을 것이다.

 

특히 MBC에서 <무한도전>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많은 이들의 지금의 MBC의 어려워진 상황을 이야기하며 그나마 <무한도전>이 있어 MBC가 버티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덧 <무한도전>MBC에 남은 마지막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토록 안팎에서 요구해온 시즌제 같은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가 좀 더 롱런할 수 있는 방식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노동 강도로 생각해보면 주말도 없고 휴가조차 좀체 낼 수 없는 제작진들은 엄청난 노동을 해온 셈이다.

 

이건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유재석 같은 늘 변함없는 얼굴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 속내도 변함없다 얘기할 수 없는 이유다. 김태호 PD가 이 정도의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면 유재석 역시 드러내진 않아도 그 고충이 만만찮을 게다.

 

김태호 PD의 인스타그램이 올라온 후 팬들은 일제히 쉬엄 쉬엄 천천히 하라고 그의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을 덜어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김태호 PD는 창작자다. 창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보람을 느낄 만큼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그저 지금 힘드니 쉬엄 쉬엄 한다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김태호 PD와 제작진, 그리고 출연자에게 절실한 건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것만이 그들을 다시 즐겁게 일에 복귀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들은 변함없이 그 초창기 모습 그대로 11년을 달려왔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 지도 모를 시간을 지금처럼 변함없이 달려가라는 건 무리다. 이제 좀 더 지속 가능한 <무한도전>을 고민해야 할 때다

Posted by 더키앙

<동상이몽>, 아빠는 왜 딸 보호에 집착하게 됐을까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딸의 옷차림에 집착하는 아빠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핑크색 옷이 남자들을 자극한다며 딸이 입고 밖에 나가지 못하게 막기도 하도, 핫팬츠를 입은 딸에게 심지어 그런 건 쓰레기들이나 입는 것이라고 폭언을 하는 아빠. 통금시간도 8시로 정해놓고 1분만 늦어도 잔소리를 늘어놓는 그는 제아무리 보호 차원이라고 해도 과도하다 싶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사진출처:SBS)'

하지만 <동상이몽>이 늘 그러하듯이 아빠의 입장을 대변하는 화면에서는 그가 왜 그렇게 과도하게 딸의 보호에 집착하게 됐는가가 드러났다. 딸이 핫팬츠 차림으로 찍어 SNS에 올린 사진을 누군가 캡처해 인터넷에 게시해놨는데 거기에 입에 담지 못할 악플과 음란한 댓글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는 것. 그걸 보게 된 딸이 엄청난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아빠가 그토록 딸의 옷차림에 신경 쓰고 통금시간을 정해 잔소리를 늘어놓은 이유는 바로 그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었다. 물론 성격적인 면도 있었지만 그보다 이처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세상에 아리따운 딸이 노출되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큰 불안으로 자리했던 것.

 

<동상이몽>은 물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너무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짧게 방영된 딸의 사진이 게재된 SNS의 이야기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이른바 투명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저변을 타고 우리에게 일상화되어 있는 셀카 문화는 이 투명사회가 작동하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다. 스스로 자신의 사적인 영역을 과시하듯 드러내는 것이 마치 반드시 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 되어버린 사회. 이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전시되는 가치로서 매겨지기 마련이다. 즉 전시되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끼는 사회라는 것.

 

하지만 이렇게 부추겨진 전시는 <동상이몽>이 보여주듯 그 자체로 이상하게 소비되거나 심지어 범죄행위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것은 사생활이 공개된 이도 피해자로 만들지만 누구나 그런 사진 아래 버젓이 자극적인 댓글을 달아야 될 것 같은 환경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댓글을 단 이들 또한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만들어낸다.

 

<동상이몽>의 아빠는 심지어 이런 내막을 모르고 봤을 때는 너무나 집착이 과도해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비춰졌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아빠의 잘못인가. 그런 과도한 집착을 하게 만드는 이 사회의 불안함이 그 진짜 원인이 아닐까. 그 모습이 심지어 병적이라면 정상적인 아빠를 그렇게까지 몰고 간 사회 역시 병적이라는 얘기는 아닐까.

 

<동상이몽>은 결국 아빠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고, 딸 역시 아빠를 사랑한다는 걸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들의 갈등을 만들어낸 건 도대체 뭘까. 우리가 매일 같이 당연한 듯 하고 있는 투명사회의 무수한 강령들, 즉 자신을 과시하듯 전시함으로써 존재가치를 인정받거나 그런 전시된 것에 자극적인 코멘트를 다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사회가 만들어내는 불안 요소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Posted by 더키앙

<화정>의 새로움, MBC 사극 되살릴까

 

어느 입장 하나 공감가지 않는 게 없다. MBC 월화 사극 <화정>이 그리는 캐릭터들의 특징이다. 먼저 이 사극의 중심에 서 있는 광해군(차승원)을 떠올려보라. 역사가 기록한 폭군의 시각을 벗어나 이 사극은 왜 광해군이 그렇게 냉혹한 결정들(친족들을 제거한 일)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화정(사진출처:MBC)'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임진왜란 당시 선조(박영규)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세워졌으나 끝내 인정을 받지 못한 왕. 그로 인해 그를 따르는 대신들도 없는 상황에 지지 없는 왕좌 위에서 어린 영창대군을 앞세워 시시각각 용상을 넘보는 이들을 보며 서운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왕. 영창대군과 정명공주가 잠시 궁을 빠져나간 일로 그들을 제거하려 했다는 누명까지 쓰는 왕. 광해군이 왜 냉혹해졌는가 하는 그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광해군과 맞서 있는 영창대군의 모친 인목대비(신은정)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의 선택들 역시 공감할 수밖에 없다. 광해군 스스로도 잘 알고 있듯이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창대군의 안위다. 그래서 선조가 독살 당하던 날 영창대군을 제거하려 한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녀로 하여금 광해군을 믿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결국 이 시도를 한 주범인 임해(최종환)를 내침으로써 광해군은 비로소 인목대비로부터 왕위의 재가받을 수 있게 된 것.

 

그렇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인목대비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끝없이 그 불안감을 부추기며 영창대군을 왕위에 세우려는 외척들은 그녀가 왕좌에 대한 욕심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모성애만큼 잔인한 게 없다고 하던가. 인목대비의 선택은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욕망보다 강하게 나타난다.

 

어린 시절 광해군을 세자라 부르기 보다는 줄곧 오라버니라고 부르며 자라났던 정명공주(정찬비)는 광해군과 인목대비 사이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광해군이 임해를 살해하고 자신과 영창대군까지 죽이려 할 것이라는 백성들의 이야기에 그녀는 불같이 화를 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이야기 사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진다.

 

그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정명공주가 광해군을 오라버니가 아닌 전하라고 부르자 광해군은 그녀의 변화를 직감하고는 쓸쓸해진다. 하지만 돌아서는 길, 정명공주가 오라버니라 부르며 대보름날 더위를 사가라고 하자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렇게 오래오래 매년 더위를 사가라는 정명공주의 이야기에 두 사람이 모두 눈물을 글썽이게 된 건 그들의 애틋한 오빠 동생 관계를 확인하는 동시에 그들이 처한 외적인 상황들이 겹쳐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찔한 성벽 위에서 발을 헛디딜 뻔한 영창대군의 손을 잡아주며 광해군은 너무 위험한 곳에 올라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괜스레 두려운 영창대군이 뒷걸음질을 치자 광해군은 내가 두려우냐?”고 물으며 자신도 네가 두렵다고 고백한다.

 

고립무원 광해군의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 이해되는 반면, 인목대비의 모성애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또한 정명공주의 갈등 역시 공감이 간다.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캐릭터들이 이렇게 저마다의 입장을 설득하고 있다는 건 <화정>이라는 사극의 새로운 면모다.

 

사극이라고 하면 역사를 다룰 수밖에 없고, 그 역사는 어떤 식으로든 한 사람의 관점을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구시대적 관점이다. 지금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들이 공유되는 시대다. 그러니 <화정>이 제시하는 이 다각적인 입장들의 충돌은 우리가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로서 다가온다.

 

MBC 사극은 지금껏 1인칭 시점의 이야기들을 풀어온 바 있다. <대장금>이나 <상도>, <허준>, <선덕여왕>, <이산> 등등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사극은 그들의 관점으로 일대기를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극의 관점은 이제는 조금 패턴화된 면이 있다. 따라서 이 문법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화정>의 시도는 참신하게 다가온다. 그간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던 MBC 사극. <화정>은 그 MBC 사극을 되살릴 수 있을까.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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