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김혜선의 과잉 연기까지 나오는 이유

 

‘마의가 인의가 된다’는 그 한 줄의 문구만으로도 <마의>는 꽤 괜찮은 기획이었다고 여겨진다. 거기에는 성장드라마가 있고 사극에 의학드라마가 겹쳐져 있으니 그 극성은 최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의학드라마는 사람을 살리느냐 살리지 못하느냐는 상황으로 극적 갈등을 만들지만, 그것 때문에 의사가 목숨을 거는 일은 거의 없다.

 

'마의'(사진출처:MBC)

하지만 <마의>에서 백광현(조승우)은 숙휘공주(김소은)의 두창 때문에 목에 생긴 물집을 터트리기 위해 마침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걸어야 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까지 걸어야 하는 것. 이것이 <마의>가 가진 사극과 의학드라마의 퓨전에서 생겨나는 극성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기획의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의>는 그다지 극성이 높여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주인공 백광현이 사실상 무적의 캐릭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미션과 해결과정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이미 백광현은 어떤 식으로든 저 상황을 이겨낼 거라는 것이 학습되어버렸다.

 

게다가 그에게는 어찌 된 일인지 그를 도우려는 이들이 줄을 선다. 숙휘공주는 공주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그를 연모하며, 서은서(조보아)는 백광현의 적인 정성조(김창완)의 며느리지만 그의 오빠(윤희석)와 함께 역시 그를 돕는다. 그의 연인인 강지녕(이요원)은 물론이고 삼각관계가 될 수 있었던 이성하(이상우)까지 그를 돕고, 장인주(유선), 고주만(이순재), 사암도인(주진모), 추기배(이희도), 오장박(맹상훈), 자봉(안상태), 소가영(엄현경) 등등 수많은 인물들이 백광현의 편에 서 있다. 심지어 현종(한상진)까지도. 이렇게 보면 백광현은 신분사회에 앞길이 막혀버린 청년이라기보다는 엄청난 인맥을 가진 능력자처럼 보인다. 이러니 백광현에게 어떤 긴박한 상황이 생겨도 긴장감이 생기기가 어렵다.

 

이런 백광현이라는 무적의 캐릭터의 문제는 반대편에 서 있는 악역 캐릭터들마저 뒤흔든다. 이명환(손창민)이야말로 이 사극의 대표악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거의 무소불위의 능력을 가진 백광현 앞에서 이제는 별 힘도 쓰지 못하는 캐릭터로 전락해버렸다. 최형욱(윤진호)이라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사람을 살리는 칼이 아니라 죽이는 칼도 서슴없이 쓰는 극악의 캐릭터를 세우자 이명환은 순식간에 보조 캐릭터 같이 되어버렸다. 물론 최형욱 역시 무적의 백광현을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 서서히 보여지면서 그 긴장감도 사라져버렸다.

 

갑자기 인선왕후 역할을 하고 있는 김혜선의 과잉 연기가 나오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적이 사라져버린 극에서 어떻게든 극적 갈등을 만들어내려는 안간힘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의술로서 백광현을 당해낼 자가 사라져버린 상황에, 그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신분사회가 가진 차별과 권력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 부릅뜨고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극적 긴장감이 올라갈 리는 없다. 다만 과장 연기가 드러날 뿐이다.

 

<마의>가 그 좋은 기획과 의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그 극적 긴장감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너무 백광현이라는 주인공 중심의 단순한 선악 대결이 가져온 결과다. 그런데 무적의 주인공 캐릭터가 가진 문제는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 그 적수들 캐릭터마저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문제는 자칫 연기자에게까지 그 불똥이 튈 수 있다. 또 이런 능력자 캐릭터는 애초에 아무 것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들의 동정과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백광현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떨어뜨린다. 그 좋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마의>는 이런 뻔한 드라마가 되어버렸을까.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극과 의드의 만남, 그 진화의 계보학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는 <효경>에 실린 공자의 말은 동양의학에서 외과의 영역을 위축시켰다. 칼로 째고 바늘로 꿰매는 외과술은 이 효를 근간으로 하는 동양의 가치관과 부딪치면서 좀체 빛을 보지 못했던 것. 하지만 드라마는 사정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사극과 의학드라마라는 두 장르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극성 때문에, 최근 사극은 과거에는 좀체 존재하지 않았던 외과의에 주목하고 있다.

 

'마의'(사진출처:MBC)

<마의>에서 백광현(조승우)은 뼈가 썪어 가는 부골저를 치료하기 위해 스승인 고주만(이순재)의 뇌수술을 감행했다. 머리에 구멍을 뚫고 그 병변에 직접 약재를 투입했던 것. 하지만 파상풍 부작용에 의해 스승이 죽게 되자 도망자 신세가 되어 중국까지 흘러들어간 백광현은 다시 그 부골저라는 병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부골저를 앓는 청나라 황비를 고쳐 조선으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스승을 죽게 했다는 트라우마는 그를 괴롭힌다.

 

이처럼 <마의>는 뼈에 구멍을 내고 살갗을 갈라 병변을 제거해내는 외과술을 보여준다. 조선시대라는 배경에 외과술은 그 자체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즉 태반이 뒤틀어져 옆구리로 비어져 나온 아기를 수술로 받아내는 장면이나, 유방에 종양이 생긴 처자를 외과술로 치료하는 장면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과술은 단지 볼거리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당대 신분사회 체계 속에서 외과를 천대하는 시선과의 싸움은 그 자체로 현 시대적 의미를 담아내기에 용이하기도 하다.

 

백광현이 인의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마의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말을 고치기 때문에 외과술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병을 바라보는 시선도 양반 상놈의 구분 없고 심지어 동물과 인간의 구분이 없는 바로 그 똑같은 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마의>에서 백광현이 대단한 것은 그 놀라운 손기술이 아니라 신분과 사회와 풍습의 제약 속에서도 인간의 몸을 똑같은 생명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일 것이다.

 

바로 이 생명에 대한 현대적인 가치는 과거의 신분제 같은 가치와 충돌을 일으키면서 의미 있는 갈등들을 만들어낸다. 한 촉망받는 인물의 성장이 태생적으로 차단되는 조선 사회의 경직성은 이 시대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끊겨진 성장의 사다리’를 환기시킨다. 바로 이 천한 태생 때문에 심지어 생명을 살려낸 외과술조차 천시하는 세상이다. 사람 몸에 칼질을 하는 것은 ‘백정’이나 하는 짓이라 치부하며 오히려 그 앞길을 막아서는 행위는, 작금의 실력이 아닌 태생으로 미래가 결정되는 우리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제중원>에서 그 주인공인 황정(박용우)이 백정이었다는 사실은 조선에서의 외과술을 소재로 하는 사극이 어떤 동일한 시각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구한말 서양의 선교사들이 들어와 ‘제중원’ 같은 서양식 의료기관을 세우기 시작하던 그 혼돈의 시기에 황정은 소 잡는 칼을 사람 살리는 칼로 변모시킴으로서 근대적인 인간을 탄생시킨다. <제중원>에서 우두백신을 만들어 예방접종을 하는 장면은 그래서 근대적 사고방식, 즉 과학적 사고방식을 조선사회에 접종하는 장면처럼 그려진다. 어느 정도 생채기가 남겠지만 그것은 결국 합리적인 근대적 이성을 형성해내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제중원>은 사극과 의학드라마의 하이브리드를 시도한 공적이 컸지만 초반의 신선한 발상과 시도가 드라마의 과정의 재미로는 이어지지 못한 점이 있다. 후반부로 와서는 본래 하려던 이야기에서 자꾸만 멜로로 주저앉는 안타까움을 보였던 것. 하지만 이 하이브리드의 가능성은 이후 사극과 의학드라마의 접목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었다. <닥터 진>과 <신의>는 이 하이브리드에 대한 욕망이 SF와 판타지까지 나간 경우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했던 <닥터 진>은 조선으로 갑자기 떨어지게 된 진혁(송승헌)이 생명을 구해내려는 의사 본연의 마음과 그로 인해 뒤죽박죽 되어버리는 역사와의 대결구도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반면 <신의>는 타임 터널을 통해 고려말로 들어가게 된 성형외과의 유은수(김희선)와 최영(이민호)의 만남을 다뤘지만 본격적인 의학드라마와 사극의 접목이라기보다는 멜로에 머무는 한계를 보였다. 어쨌든 두 작품은 SF나 판타지라는 장르적 장치를 등에 업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역사극이나 외과술에 대한 리얼한 접근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런 의학드라마와 사극의 하이브리드를 보여준 작품들의 계보를 통해 바라보면 <마의>가 가진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마의>는 이 하이브리드를 마의라는 당대의 직업적 성격에서부터 끄집어내 자연스럽게 조선사회와 외과술을 연결시켜내면서도 동시에 그 이병훈표 사극 특유의 미션 구조를 통해 대중성까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광현의 흥미로운 성장과정을 자연스럽게 보다보면 우리는 거기서 조선사회와 비견되는 우리 현재의 사회를 바라볼 수 있고, 현대적 가치가 더 돋보이는 생명에 대한 존엄을 발견할 수 있다. 사극이 의학드라마와 만나 생겨난 진화는 그래서 대중성과 진지함을 모두 잃지 않는 <마의>에 의해 어쩌면 꽃을 피우고 있다고 여겨진다.

<마의>, 이병훈 사극의 리트머스 시험지

 

<마의>는 전형적인 이병훈 PD표 사극이다. 이미 MBC 사극의 한 틀을 만들어낸 이병훈 PD가 지금껏 보여준 사극의 정점을 <마의>는 보여준다. 거기에는 운명에 의해 변방으로 내쳐지는 아이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선한 의지로 노력해 차츰 차츰 중심으로 돌아오는 영웅의 서사가 있다. 마치 옛 이야기에서 문제가 주어지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듯, 하나하나의 주인공에게 주어진 미션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 하다.

 

그리고 그렇게 미션을 푼 주인공은 이른바 포상을 받는다. 이 포상을 통해 인물은 성장한다. 동물을 돌보는 마의라는 당대의 비천한 수의사가 어의가 되는 그 성장 과정을 담는 그 이야기 구조는 이미 이병훈 사극을 통해 여러 차례 봐왔던 것들이다. <허준>이 그렇고, <상도>가 그러하며 <대장금>이 그렇다. 다만 그 각각의 작품 속 인물들의 직업이 다르기 때문에 그 이야기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일 뿐, 그 구조는 다르지 않다.

 

<마의>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신분은 다르지만 같이 의술을 공부하며 동무가 되었던 이명환(손창민)과 강도준(전노민). 하지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강도준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이명환과 그로 인해 아이가 뒤바뀌고 버려지게 되는 운명. 그렇게 뒤바뀐 운명을 가진 백광현(조승우)과 강지녕(이요원) 사이에 만들어지는 애틋한 사랑. 이렇게 몇 가지 요소들을 두고 보면 <마의>만의 독특한 색깔이 분명 존재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보면 결국 백광현이 성장해 이명환과 맞서는 이야기로서 그 구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 구조는 이병훈표라고 꼬리표를 달았지만, 어찌 보면 고전적이고 인간 본원의 욕망을 담은 구조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전형적인 영웅 서사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그 표현만 달리했을 뿐 계속 반복되어온 서사구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의>가 여전히 작금의 대중들에게 먹힐 것인가의 문제는 이 이야기 구조가 본원적인 것인가, 아니면 트렌드에 움직이는 것인가의 문제일 수 있다. <마의>는 작품으로만 보면 연출이나 대본이나 연기, 그 어느 것에 있어서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아니다. 결국 대중정서가 이병훈표 사극의 구조를 여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얘기다.

 

가장 큰 변수는 이제 성인역으로 돌아올 백광현과 강지녕을 연기할 조승우와 이요원에게 있을 수 있다. 비슷한 스토리구조와 캐릭터일 때(그것이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그것을 연기하는 연기자의 역량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승우와 이요원은 이미 여러 차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검증된 배우들이 분명하다. 하지만 연기자와 작품은 그 궁합에 따라 전혀 다른 결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 또 필요한 것이 이병훈 PD의 손길이다. 과연 이병훈 PD는 여전히 건재한 자신의 왕국을 보여줄 수 있을까.

 

<마의>는 사극으로서 한 왕국을 건설한 이병훈 사극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그간 사극이 한 자리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정통에서 퓨전으로 퓨전에서 판타지로 이제는 각종 장르물과 뒤섞이면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사극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움’을 기대하게 하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한때 정통사극의 반복으로 지루해진 사극의 틀을 퓨전사극으로 뚫어버린 이병훈 사극. 이제 그 이병훈 사극 역시 변화에 도전을 받고 있다. <마의>, 여전히 매력적인 사극이지만 대중들은 과연 이 고전처럼 되어버린 사극을 받아들일까.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병훈 사극이 인기 있는 이유

 

똑같은 사극과 의학의 만남인데 어째서 이렇게 다를까. <신의>는 타임리프라는 코드를 활용해 공민왕(류덕환) 시절로 들어온 현대의 유은수(김희선)와 최영(이민호)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극과 의학이라는 두 극성 강한 장르가 만났지만 그 화학반응은 약하게만 느껴진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마의'(사진출처:MBC)

가장 큰 이유는 대중들이 몰입할만한 요소들이 없기 때문이다. 사극과 의학드라마의 극성이 강한 이유는 그것이 드라마에서 극적 대결의 결과로서 인간의 죽음을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거기 민초가 있기 때문이다. 사극이 늘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왕이건 평민이건 노비건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학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거기에는 아픈 서민들의 힘겨운 일상들이 투영된다.

 

하지만 <신의>에는 그것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민초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공민왕과 기철(유오성)의 권력 대결만 첨예화되어 있다. 중심인물인 유은수와 최영 역시 민초들을 향한 소명의식을 보이기보다는 자신들의 사적인 이야기만 보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는 작금의 대중들이 이 사극을 볼 이유가 없어진다. 완성도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신의>가 좀체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제 막 시작한 <마의>는 사극과 의학이라는 두 장르가 가진 힘이 어떻게 발휘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말을 고쳐주는 수의사가 사극의 제목으로 등장하는 건, 그것이 당대 한의학 속에서 외과의학의 한 부분을 접목시키기 위함이다. 마의에서 어의에까지 오르는 그 성장드라마도 극성을 높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술이다. 환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그 마음은 의학드라마에 대한 대중정서를 끌어안는다.

 

또한 사극으로서 신분 계급의 차가 분명한 이들이 첫 회부터 그 계급을 넘어선 우정을 보여주는 장면 역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 중의 하나다. 양반이지만 의원의 길을 선택한 강도준(전노민), 마의에서 의원이 된 이명환(손창민), 그리고 의녀지만 천재적인 의술을 가진 장인주(유선)가 신분과 성별과 가문의 차별을 넘어 우정을 보여주는 모습은 작금의 청춘들의 판타지를 담아낸다. 태생과 상관없이 능력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풍경이 주는 감흥이란.

 

이명환이 자신이 살기 위해 강도준을 고변해 죽게 만드는 그 과정은 사극이 다루는 계급적 상황 속에서의 선택과 한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되는 강도준의 아들은 멀리 비천한 세계 속으로 던져졌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성장 과정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이것이 사극이 대중들을 사로잡고 그 정서를 어루만지는 방식이다. 여기에 의학드라마의 장르로서 인술이 덧붙여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구도는 우리가 익숙히 이병훈 사극에서 봐왔던 구조다. 대표적인 작품이 <대장금>일 것이다. <대장금>이 수라간 상궁에서 시작해 최고의 의녀로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마의>는 그 남자 버전처럼 보인다. 물론 그 디테일한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 정서가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이병훈 사극이 오래도록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의>에는 있고 <신의>에는 없는 것. 바로 왜 대중이 그 드라마를 봐야 하는가 하는 이유, 즉 대중정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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