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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행복에 대한 갈망이 범죄로 이어질 때 자신의 결혼식 날 자신의 장례식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SBS 수목드라마 은 변지숙(수애)이 서은하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도플갱어, 모티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신데렐라 판타지를 범죄적으로 풀어낸 의 이야기에 가깝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변지숙은 그 절망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존재 대신 서은하라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 서은하라는 인물의 삶이 수상하다. 겉보기에는 의원의 딸로 화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대기업 총수의 아들인 최민우(주지훈)와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러한 정략결혼을 마치 기업 간의 계약을 치르듯 해치우려 한다. 그러니 서은하의 삶을 통해 행복을 찾겠다고 결심 한 변지숙..
가 멜로를 풀어가는 신선한 방식 “편집은 포기다. 좋은 것과 더 좋은 것 중 더 좋은 걸 선택해야 하니까. 둘 다 가질 순 없는 거다. 욕심 부리다가 둘 다 잃을 수 있다.” KBS 에서 준모(차태현)의 이 대사는 편집에 빗대어 예진(공효진)을 생각하는 그의 속내가 들어 있다. 술에 취해 얼떨결에 사랑고백을 해버린 예진에게 자신도 취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기억의 자체편집이었던 것. 한편 예진 역시 준모가 그 날의 자신의 사랑고백을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그렇게 드러낸 속내에 준모가 거절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해 승찬(김수현)은 굳이 준모가 예진의 말을 기억하느냐 안하느냐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만일 그 말이 진심이라면 상대방에게 ..
, 코피노 민재가 보여준 사랑의 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아이는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문을 두드려보기도 하고 문짝에 귀를 대고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나 들어보려 하기도 했다. 소리 내어 “아빠”라고 부르면 문 저편에서 아빠가 나타날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발길을 돌릴 수 있겠는가.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 없는 아빠를 찾아오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그 먼 길 끝에 아이가 맞닥뜨린 게 굳게 닫힌 문이라니. 민재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를 만나면 건네주려 썼던 편지를 꺼내 그 닫힌 문틈 사이로 끼워 넣었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이야기는 아빠가 이사를 갔다는 것이었다. 그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산다고 했다. 아이는 억지로 끼워 넣은 편지를 다시 애써 끄..
, 위대한 안현수, 그 뒤엔 위대한 사랑이 도대체 얼마나 절박했으면 안현수 선수는 고장 난 몸을 그토록 혹독하게 몰아세웠을까. 그가 무릎 부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한 몸을 이끌고 러시아 귀화까지 결심하게 된 것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시는 스케이트를 탈 수 없을 거라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한참 기량이 떨어지는 러시아 선수들과의 대회에서도 입상조차 하지 못한 그는 이렇게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다시 몸을 회복하고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 러시아의 영웅이 된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당시에는 우리네 언론에서도 안현수는 끝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성적 부진과 부상에 시달렸던 그가 아닌가. 하지만 안현수..
부조리에 무너진 안현수, 사랑이 다시 일으켰다 그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또 그런 그를 바라보는 연인의 마음은. MBC 은 전 세계가 인정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우리의 이름이 아닌 빅토르 안으로 다시 세계 정상에 설 수밖에 없었던 위대하면서도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줬다. 그것은 안현수 개인에게는 거대한 사랑의 이야기였지만, 우리나라의 스포츠 현실에서는 커다란 비극이었다. 나라가 버린 안현수를 사랑이 다시 일으켜 세웠으니 말이다. 처음 안현수가 평생의 연인이 된 아내 우나리를 만났을 때 그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최고의 선수였지만 부상과 빙상계 파벌 싸움으로 인해 변변한 팀에 들어가지도 못한 이른바 ‘백수’였기 때문이다. 안현수는 자신의 그 상황을 솔직하게 우나리에게 얘기했고, 그..
김성령, 유해진, 이승환의 삶 바꾼 이제 곧 5월이다. 가족의 의미가 새록새록 피어나는 계절. MBC 이 돌아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벌써 10년. 이 기적 같은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10주년 특집으로 다음 달부터 방영되는 은 지금까지 달려온 그 감동적인 10년의 세월을 한 편에 담아 미리 보여주었다. 2013년 방영됐던 ‘해나의 기적’에서 기도 없이 태어나 튜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던 해나. 해나의 가족은 작년 캐나다로 이주했다. 인공기도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해나는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다. 하지만 그 한 줌의 재로 남은 해나는 여전히 가족의 품속에 남아있었다. 해나의 아버지는 “고통스럽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늘 해나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 힘겨운 시간..
, 먹먹한 꽃할배, 아련한 꽃누나 에서 박근형은 여전히 정력적인 청년의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 에서 그가 연기하는 성칠은 이름에 걸맞게 성질머리 고약하고 고집 센 노인네다. 에서 윤여정은 세련되고 섬세한 여배우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영화 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금님은 나이 들었지만 여전히 소녀 같은 가녀린 여성이다. 꽃할배와 꽃누나의 만남은 의외로 가슴 설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고약하고 고집 센 노인네였던 성칠이 금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하는 모습은 마치 이제 첫사랑에 빠진 청춘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어딘지 금님이라는 인물은 수상하다. 마침 재개발을 추진하는 마을에서 유일한 반대자인 성칠의 마음을 되돌리려 일부러 접근한 인물처럼 보인다. 이러한 수상함은 영화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힐러 혹은 킬러, 힐링 혹은 킬링 왜 KBS 월화드라마는 라는 낯선 제목을 달았을까. 우리 식의 슈퍼히어로를 담아내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그 영웅적 존재가 ‘힐러’라 불린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처럼 즉물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아니고 X맨처럼 세련된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니다. 힐러는 그림자처럼 다가와 비밀스런 일들을 하는 존재다. ‘힐러’라는 제목이 더 명쾌하게 이해되려면 그 반대의 의미를 가진 ‘킬러’를 떠올려보면 된다. 즉 이 드라마에서 힐러인 서정후(지창욱)는 밤에 어둠 속에서 나타나 누군가를 죽이고 사라지는 킬러와는 정반대되는 인물이다. 그는 누군가를 살리고 위로하며 구원하는 존재다. 그를 사랑하게 된 영신(박민영)이 정후가 킬러인지 힐러인지를 헷갈려하는 장면은 그래서 흥미롭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