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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이 얼마나 통쾌한 복수 방법인가 는 두 가지 뉘앙스로 읽힌다. 그 첫째는 이제 더 이상 착한 남자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고, 둘째는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유일한 착한 남자라는 뜻이다. 따라서 주인공 강마루(송중기) 역시 두 가지 의미로 읽힌다. 그는 세상에 유일한 착한 남자일까, 아니면 세상에 더 이상 착한 남자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캐릭터일까. 캐릭터가 착하든 착하지 않든 그것은 좀 더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드러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왜 이 드라마는 ‘착한’이라는 선(善)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악한 세상에 대항하기 위함일 게다. 강마루가 나쁜 여자 한재희(박시연)에게 던지는 대사 속에는 그 세상에 대한 증오가 읽힌다. “질문 하나 ..
'더킹 투하츠', 이 시뮬레이션의 동력은 '더킹 투하츠'는 기묘한 멜로드라마다. 남남북녀. 상투적인 설정이라고 말할 지 모르겠지만, 남측을 상징하는 왕제 재하(이승기)와 북측을 상징하는 북한특수부대 여자1호 교관 김항아(하지원)가 서로 부딪치고 싸우면서 차츰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그런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이 멜로의 과정은 그래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처럼 보이지만, 갈라진 남과 북이 이루었으면 하는 멜로 같은 관계(통일을 결혼처럼 꿈꾸는)처럼 읽히기도 한다. 서로 다른 정치적, 문화적 환경 속에 살아온 이 두 남녀가 부딪치는 장면에서 흥미로운 두 가지 소재가 보인다. 그것은 '빨갱이'와 '소녀시대'다. 세계장교대회(WOC)의 단일팀으로 묶인 남북 장교들은 같이 훈련을 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
'러브픽션', 겨털에 담긴 사회학 여자들은 왜 겨드랑이 털을 미는 걸까. 그것이 깔끔해 보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보면 민망해서? 아니면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귀찮아도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몸에 자라나는 일부일 뿐인데, 여자들의 겨드랑이 털은 언제부턴가 애초에 없는 것처럼 그 부위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그것은 단지 그 부위에서만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들의 뇌리 속에 들어있는 여자들의 이미지 속에서도 지워져 있다. 얼마나 그게 뿌리 깊으냐 하면, 우리는 심지어 '겨드랑이 털'이라는 말조차도 어딘지 민망해 '겨털'로 줄여 부르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꼭꼭 숨겨지고 지워졌던 겨드랑이 털이 적나라하게 스크린 전면에 등장했을 때 느껴지는 그 당혹감은 아마도 그런 겨털에 내려진 저주(?) 때문일 게다. 하지만..
'짝'과는 다른 '더 로맨틱'의 매력 '짝'은 교양다큐의 포장을 하면서 기존 '짝짓기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만들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깊숙이 일반인들의 심리 변화를 파고드는 지점은 좀 더 강하고 리얼한 스토리를 가능하게 했다. 출연자들의 스펙, 외모, 성격 등이 매회 대중들의 화제가 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지점을 세워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현실적인 지점은 애정촌의 행동강령 첫 구절에 들어있다. '애정촌의 존재목적은 결혼을 하고 싶은 짝을 찾는 데에 있다'. 실제로 이 '결혼'이라는 현실은 '짝'이 화제가 되는데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다. 대부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던 스펙이나 외모에 대한 경도를 슬쩍 드러냈을 때, 마치 우리들 속에 있는 치부를 본 듯한 '불편함'은 생겨날..
'아테나'로 보는 여성들의 일과 사랑 왜 일과 사랑 사이에서 여성들은 늘 고민해야 할까. 멜로드라마의 단골소재인 이 여성들의 일과 사랑은 최근 들어서 더 많이 드라마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늘어난 워킹우먼을 반영하는 것. 2005년도에 방영되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파티쉐(제빵기술자), 2007년도에 방영된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바리스타, 올해 방영되었던 '파스타'의 쉐프 같은 직업을 가진 여자주인공들은 워킹우먼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왜? 거기 자신들이 현재 직장에서 겪고 있는 일이 있고, 그것과 마치 병행할 수 없는 것처럼 치부되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속에서나마 그 둘을 함께 하고픈 워킹우먼들의 욕망은 이들 드라마 속에서 꿈틀댄다. 그런데 어디 ..
'나쁜 남자', 위선적인 세상을 뒤집다 세상은 얼마나 위선적일까. 가진 자들은 뭐든 손만 뻗으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고, 불필요하다면 언제든 버릴 수 있지만, 그렇게 돈으로 산 세계에 진심은 남아있지 않다. 그저 행복한 척 웃고 있지만 사실은 거래에 가까운 삶을 그저 버티고 있을 뿐. 그렇다면 '나쁜 남자'가 그려내는 못 가진 자들은 어떤가. 늘 가진 자들에게 당하는 순박한 존재들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도 못 가진 걸 갖기 위해 가진 자들 앞에서 가면의 사랑을 서슴없이 하는 존재들이다. '나쁜 남자'는 그 사이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가진 자들의 품속에 억지로 던져져 홍태성이란 이름으로 살 뻔했으나, 곧 버려지면서 심건욱(김남길)이란 괴물이 탄생했다. 심건욱이 누군가의 위험한 대역을 대신하며 살아가..
'신데렐라 언니', 희생과 용서의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전한 감동에는 그저 '슬프다', '기쁘다' 같은 표현으로는 담지 못할 그 무언가가 있다. 누구든 바라보면서 그 몇 줄의 대사를 듣기만 하면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당 못하게 만드는 그 감동의 실체는 뭘까. 대성도가의 주인 구대성(김갑수)이 거실 벽면에 붙여놓은 가훈, '역지사지(易地思之)'처럼, 신데렐라 이야기를 언니의 입장에서 풀어낸 그 스토리 때문에? 물론 이것이 표면적인 '신데렐라 언니'의 이야기지만 그것만으로 심지어 영혼을 건드리는 듯한 그 눈물의 실체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데렐라 언니'는 여러 차원의 눈물들을 만들어내지만 그 중심에 서 있는 단 한 명의 인물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인 은조(문근영)도 아니고 신데렐라..
'나는 별 일 없이 산다'가 던지는 질문 "살려고 그런 단 말야. 나도 살아야할 거 아냐!" 드라마 '나는 별 일 없이 산다'에서 황세리(하희라)는 늘 삶에 사기당하며 살아온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이제 자신이 누군가를 사기 쳐야 하는 이유로, '그래도 살아남아야 함'을 든다. 한편 나이 칠순에 접어든 신정일(신성일)은 "구차하게" 살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의 삶은 집사람이 떠나면서 그 의미를 잃었다. 한 사람은 그저 관성적으로 살아남으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살 이유를 찾지 못하지만, 사실 두 사람의 정조는 같다. 의미 없는 삶. 그들은 '별 일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 앞에 갑자기 동네 깡패가 나타나 위협을 한다. 쌍팔 년도 멜로에나 등장할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시퀀스. 하지만, 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