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준의 <삼시세끼><집밥 백선생>의 콜라보

 

실로 손호준이 있어 가능한 콜라보레이션이 아니었을까. tvN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의 애제자이자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차승원과 유해진의 귀여운 막내였던 손호준이 <삼시세끼> 정선에 식구 같은게스트로 돌아왔다. 본인은 게스트임을 주장했지만 결국은 식구처럼 그 누구보다 일을 많이 하게 된 손호준이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상황이 더 마음 편한 듯 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흥미로운 건 손호준의 등장으로 <삼시세끼><집밥 백선생>의 콜라보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아침 메뉴를 전담하게 된 손호준은 <집밥 백선생>에서 배웠던 백종원식 강된장을 만들어 모든 출연자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무를 먼저 넣어 낸 육수에 고기와 된장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낸 강된장은 마치 <집밥 백선생>의 실전 버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손호준이 <삼시세끼>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그의 리액션이 100% 진짜였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억지로 하려 하기보다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진짜로 가만히 있으면서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아 눈치를 보는 모습이 리얼하게 느껴졌다.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존재감이 더 도드라지게 느껴진 건 바로 그 리얼함 때문이었다.

 

그는 <응답하라 1997>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내고, 이후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으로 주목받더니 <삼시세끼> 어촌편에서는 장근석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뒤늦게 합류해 차승원과 유해진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중들의 마음에 조금씩 자리를 차지한 손호준은 <집밥 백선생>에 고정 출연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tvN이 키워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손호준. 그런데 그것이 과연 tvN과의 인연 때문만이었을까. 손호준은 그 많은 프로그램들에 출연하면서도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항상 아랫사람으로서 알아서 일을 챙겨 하는 모습이 바로 그의 모습이었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바다낚시를 나간 유해진에게 도시락을 챙겨 배달해주던 모습이나,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이 뭘 시키지 않아도 척척 준비를 하던 모습.

 

흔히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면 자기를 알리기 위해 말을 많이 하지만, 손호준은 말은커녕 오히려 어눌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신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의 성실성을 드러낸다. 식구 같은 게스트로 <삼시세끼>에 돌아온 손호준은 김광규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는 브로맨스를 보여주는 한편, 옥택연과는 세끼 셰프의 자존심을 건 묘한 대결구도를 만들기도 했다.

 

손호준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독특한 것은 어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오래도록 자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언제든 그 프로그램들에 들어가도 아무런 이물감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지금 현재 자신의 스케줄 때문에 <집밥 백선생>에서도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그가 그 프로그램을 떠났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이것은 <삼시세끼>도 마찬가지다. 그는 떠나 있어도 다시 돌아오면 늘 거기 있던 사람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리에 없어도 그 존재감을 늘 유지하는 능력. 그건 결코 쉽지 않은 손호준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차승원과는 사뭇 달랐던 이은우의 만재도

 

지금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PD는 깜짝 놀라 베니스 영화제까지 초청받아 갔다 오신 분이 아르바이트를 하냐며 되물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시급을 받는데 조금 올랐다며 웃었다. 그녀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로 주목받았던 여배우 이은우다. <SBS스페셜> ‘여배우와 만재도 여자편에서 이은우는 우리에게 <삼시세끼>로 잘 알려진 그 섬, 만재도로 들어갔다. 돌아올 기약도 없이.

 


'SBS스페셜(사진출처:SBS)'

그녀는 왜 목포에서도 뱃길로 다섯 시간 넘게 들어가야 하는 그 외딴 섬으로 들어갔을까. 아니 <SBS스페셜>은 왜 만재도에 굳이 여배우를 대동하고 들어갔을까. 그것은 만재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그 삶을 그저 보여주기보다는 제대로 공감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은우라는 낯선 이방인이 들어서자 몇 안 되는 마을 주민들은 그녀를 신기하게 바라봤고 하다못해 마을의 개도 이방인을 향해 짖어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점점 섬사람들을 닮아갔다. 그들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신산한 삶을 들으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술 때문에 남편을 먼저 보냈다는 부녀회장님과 소주 한 잔을 하며 역시 술 때문에 아버지를 먼저 보낸 이은우는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비오는 날 비를 피하기는커녕 때맞춰 해야 할 밭일을 하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난 그녀는 할머니의 흙투성이 장화를 씻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물고기 맛을 들이면서 통발로 물고기를 잡고 그걸 척척 회를 떠먹는 모습은 영락없는 섬 여자처럼 보였다. 섬 여자들이 하는 주낙 작업을 하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밥을 먹고 살갑게 딸처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낯선 섬에 동화되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섬에서 수십 년을 끝없는 노동 속에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낸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그녀는 깊은 공감을 했다. 비바람에 파도가 몰아치고 때로는 바다가, 술이 남자들을 먼저 떠나보내도 그녀들은 거기 굳건히 서 있는 만재도처럼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여배우 이은우에게 그녀들의 삶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10년 동안 해온 여배우로서의 삶. 열심히 해왔지만 아직도 잘 보이지 않는 그 삶 속에서 이걸 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그녀.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까지 받았지만 제대로 상영도 되지 않은 영화. 그 복잡한 심사는 그 섬 마을에 사는 여자들의 삶 앞에서 조금은 위로받지 않았을까. 거센 파도 속에서도 물질을 하는 그분들을 통해 어떤 용기를 갖지 않았을까.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밟았던 만재도가 하나의 놀이터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SBS스페셜>이 이은우를 통해 들여다본 만재도의 삶은 거세고 억센 파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힘겨운 삶 앞에서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여자들의 강인한 얼굴과, 오히려 힘겹기 때문에 더 피어나는 미소들은 그래서 이은우에게는 더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섬을 빠져나오는 날, 이은우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면서 동시에 힘겨운 자신의 삶에 대해 더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만재도 여자들이 전하는 위로이자 격려였을 것이다. 바리바리 챙겨주는 만재도 엄마들의 정은 이은우에 한껏 빙의될 수밖에 없었던 도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섬에 들어갔다 나오는 이은우는 마치 작품에 들어갔다 나오는 여배우를 닮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이은우에게서 꽤 괜찮은 여배우의 느낌을 갖게 된 건 그 섬 여자들과의 교감에서 어떤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일 게다



<삼시세끼>, 게스트 없어도 보여줄 건 많다

 

모두가 잠든 <삼시세끼> 옥순봉의 새벽. 카메라는 뜬금없이 부지런한 꿀벌 치타와 함께 여름꽃 탐방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양봉을 위해 만들어 놓은 벌집이 그저 꿀만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건 그 많은 꿀벌들에게 치타라는 이름을 지어줄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카메라는 먼저 벌집을 부지런히 드나드는 치타를 보여준 후, 옥순봉을 부감으로 찍어 곳곳에 자라나 있는 다양한 야생화들의 분포를 CG로 그려 넣는다. 그리고 소개되는 꽃들. 계란프라이 모양이라 계란꽃이라고도 불린다는 개망초를 보여주며, ‘옹심이 꽃다발의 주역이라는 자막이 추가된다. 뒤뜰에 핀 봉선화, 앞문에 핀 홑왕원추리. 홑왕원추리는 밤에 잎을 움츠렸다 새벽에 다시 피는 부지런한 친구.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란다.

 

꿀벌 치타의 시선은 좀 더 먼 곳까지 날아간다. 윗마을에 핀 여름 꽃들. 왕관을 닮은 베르가못이 카메라로 비춰질 때 꿀벌 하나가 꽃잎 옆으로 쑥 나온다. 그리고 붙여진 자막, ‘제가 한 번 먹어 보겠습니다는 지금 치타가 시청자들에게 옥순봉에 자라나는 여름 꽃들을 가이드하고 있다는 착시를 일으킨다. 치타에게는 꿀맛이라는 접시꽃 장면이 이어지고 얇디얇은 개양귀비와 초여름 딱 100일만 핀다는 백일홍이 소개된다.

 

개울가로 내려가면 꽃반지 만들기에 딱인 토끼풀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엉겅퀴, 강아지풀, 흰전동싸리, 코스모스들이 만발했다. 자막이 말해주듯 부지런한 꿀벌 치타의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면 게으름뱅이들은 자다 깨도 못 볼여름 풍경들이다.

 

꿀벌을 의인화하고, 그 시선을 따라가 소개되는 옥순봉의 야생화들. 이것은 우리가 주의 깊게 들여다보거나 관심을 주지 않았다면 아무런 의미도 주지 않는 배경에 불과했을 생명들이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만 보이는 자연이 꿈틀대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마도 그렇게 꿀벌이 야생화로부터 얻어온 꿀들은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의 입안을 달콤하게 적셔줄 것이다. 그러니 새삼 꿀벌들과 야생화들이 새롭게 보일 밖에.

 

하루 동안 게스트도 없고 미션도 없이 지내며 이서진과 옥택연은 이상한 금단현상을 일으킨다. 즉 늘 게스트들이 와서 무언가를 만들고, 나영석 PD가 다음 끼니를 지시하는 것이 사라지자 이서진이 말하듯 저 <쇼생크탈출>의 모건 프리먼이 겪은 감옥 밖의 낯설음을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은 그만큼 <삼시세끼>가 꽤 많은 것들을 겪으며 이제는 그 첫 발에서 한참 멀리 떠나와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본래 그들에게는 그렇게 덩그라니 집 한 채에 두 사람 그리고 넉넉한 시간만이 있지 않았던가.

 

깜짝 등장한 최지우가 게스트가 아닌 안방마님으로서 들어온 건 오히려 그렇게 멀리 온 그들을 일깨우기 위함처럼 보인다. 최지우는 대놓고 프로그램을 모니터하며 느꼈던 것들을 쏟아내며 초심을 잃었다는 둥, ‘너무 게스트에 의존한다는 둥의 귀여운 핀잔을 준다. 그리고 술 한 잔을 함께 하며 이서진에게 오빠 일 좀 해라며 맨날 게스트 시키고 택연이만 시킨다고 몰아세운다.

 

그러자 이서진의 본래 모습이 슬쩍 비춰진다. 일을 할 줄 몰라서 그렇지 할 줄 알면 자기도 열심히 한다는 것. 택연이 노력해서 요리가 많이 늘지 않았냐고 최지우가 말하자 자기만 아는 거라며 하나도 안 늘었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이서진의 본래 모습이다. 좀 더 그럴듯한 음식을 해내려고 고민하는 모습보다는 대충대충 하며 투덜대기 좋아하는 귀차니스트의 모습.

 

사실 최지우가 오기 전까지 게스트도 없고 특별한 미션도 없는 하루 동안 프로그램은 의외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줬다. 밍키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뜰하게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은 이서진과 옥택연만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들었고, 답답해하는 잭슨을 풀밭으로 데려가 잠시 쉬게 하는 모습이나, 우연히 이서진이 발견한 지렁이 한 마리를 마틸다의 특식으로 넣어주는 장면들은 소소해 보여도 <삼시세끼>가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들이었다.

 

<삼시세끼>에서도 게스트는 필요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게스트들에 너무 집중하고, 그들 역시 카메라를 너무 의식하게 된다거나 그래서 음식 만들기에 너무 골몰하기 시작하면 <삼시세끼>는 그 이외에도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줄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손님이 찾아오거나 그렇게 한때는 손님으로 왔다가 이제는 안주인처럼 친해진 최지우 같은 인물이 찾아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시세끼>만이 보여주곤 했던 그 특별한 일상의 면면들을 놓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꿀벌 치타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야생화들처럼.



<삼시세끼>의 한 끼가 그저 재미에 머물지 않는 까닭

 

<삼시세끼>의 오프닝은 여지없이 세끼 하우스에 푸릇푸릇 올라오는 청보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올봄 그 텅 빈 밭을 갈아 업고 뿌려놓은 청보리는 이제 훌쩍 자라서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며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만든다. 꽃을 열심히 기어오르는 개미 한 마리를 따라가면서 카메라는 묻는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오르고 있냐고. 카메라가 다시 답한다. 그것은 아마도 삼시세끼때문일 거라고.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지난 가을에서 겨울까지 <삼시세끼>가 좀체 보여주지 못했던 장면들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보여지고 있다. 이 장면들은 <삼시세끼>가 진짜 보여주고픈 것들이었을 것이다. <12> 같은 여행 버라이어티들이 결코 잡을 수 없었던 장면들. 그저 지나치는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 자연과 생명이 가진 힘. 시간의 흐름에 담겨진 마법 같은 순간들이다.

 

<삼시세끼>가 그저 시골에 내려가 한 끼의 요리를 해 먹는 그런 예능에 머물지 않게 된 것은 바로 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들을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무수한 야외 예능 프로그램의 밥 해먹기와 뭐가 다르겠는가. 하지만 <삼시세끼>는 강원도 정선의 한 집에 오래도록 카메라를 세워두고 그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우리가 지나칠 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 같은 자연의 놀라운 변화를 보여준다.

 

훌쩍 자란 청보리와 불쑥불쑥 자라 올라 풍성한 텃밭을 이루고 있는 이른 봄에 심어 두었던 갖가지 야채와 채소들. 한 때는 이서진 바라기로만 보였던 잭슨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어느 날 불쑥 세끼 하우스로 들어왔던 그 작고 귀여운 밍키가 어느새 훌쩍 자라 새끼들을 낳았다.

 

이런 자연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도 변화한다. 이서진은 시골 살이의 모든 게 귀찮았던 투덜이 차도남에서 이제는 제법 시골에 정착한 사람마냥 익숙하게 일을 해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귀찮아도 챙겨야할 식구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만 놔두면 잡초들이 지배하는 밭도 돌봐야 하고, 찾아오는 손님들 대접을 위해 음식도 그럴 듯하게 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꼬인 줄 때문에 메에- 하고 울어대는 잭슨의 아이들을 살펴야 하고 아기를 가진 밍키를 위해서는 기꺼이 집을 사주고 울타리도 쳐주어야 한다.

 

밍키가 그 누구보다 각별한 옥택연은 입맛을 통 잃어버린 밍키를 위해 닭 가슴살을 삶아 먹여주고, 요리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서는 김하늘 같은 게스트들을 위해 때로는 충실한 주방 보조가 되어주기도 한다. 도시를 벗어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삼시세끼 챙겨먹겠다는 마음으로 세끼 하우스로 들어왔지만 차츰 일은 늘어난다. 그런데 그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했던 도시에서의 일과는 사뭇 다르다. 일은 일인데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일이다.

 

아이를 낳은 잭슨과 아기를 가진 밍키를 위해 기쁜 마음으로 재게 손발을 놀리는 이서진이나 옥택연을 보다보면 우리가 바쁜 도시의 삶을 살면서 잊고 있던 삶의 비밀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어쩌면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그 마음들이 이끄는 것이 아닐까.

 

삼시세끼는 그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들을 자라나게 하고 변화하게 하는 힘이다. 잭슨과 밍키를 자라게 한 것도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게스트들이 모여 관계를 맺으며 살게 하는 것도 바로 삼시세끼가 부린 마법이 아닌가. 그래서 한 때 삼시세끼를 같이 해먹으며 기분 좋은 기억을 공유했던 최지우가 다시 찾아오면 반가운 일일 게다. 그것은 관계의 성장이고 축적인 삶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니 말이다.

 

사람에게서 시간의 변화를 우리는 잘 감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훌쩍 자란 밍키와 잭슨을 보면서 우리는 시간과 삼시세끼가 빚어내는 그 놀라운 힘들을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 있다. 게스트들의 왁자지껄한 한 때나 또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장면들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저 그런 재밋거리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리도 모르게 자라난 청보리와 밍키와 잭슨처럼 그들을 성장시킬 소중한 삼시세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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