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서현진, 로맨틱 코미디가 어울리는 배우

 

서현진이 이렇게 존재감 있는 배우였던가.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의 캐스팅만 두고 봤을 때 단연 주목되는 배우는 에릭이다. 많은 여성 시청자들은 에릭 때문에 그가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에 시선을 주었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또 오해영>에서 시청자들은 의외의 로맨틱 코미디가 잘 어울리는 보물을 발견했다. 바로 오해영 역할의 서현진이다.

 


'또 오현진(사진출처:tvN)'

사실 서현진의 가능성은 <식샤를 합시다2>에서 보인 바 있다. 먹방이 기본인 <식샤를 합시다2>에서 그녀는 정말 잘 먹는연기와 코믹하면서도 달달한 멜로 연기를 그녀만의 색깔로 보여주었다. <또 오해영>이란 작품은 그녀의 이 가능성을 온전한 확증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온전히 자신을 내려놓은 듯 때론 과장된 느낌으로 때로는 진정성이 묻어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서현진의 연기는 이 드라마를 확실히 살리고 있다.

 

박도경(에릭)과 첫 대면하는 장면에서 부딪쳐 코피를 흘리는 모습은 빵 터지는 웃음을 주면서도 강렬하게 그녀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회사에서는 마치 싸움닭 같은 모습이고, 동창회에 가면 자신이 일부러 결혼식 전날 식을 취소시킨 자유연애주의자 같은 허세를 부리지만 실상은 상처투성이의 그녀다. 마녀 같은 이사도라(24시간 돌아다닌다는 뜻, 혹은 돌아이 이사라는 뜻) 박수경(예지원) 눈치 보기 일쑤고, 사실은 결혼식 전날 퇴짜 맞은 상처를 숨기려 자신을 과장하는 그런 인물이다.

 

서현진의 연기가 주목되는 건 이 과장과 진정성 사이를 오가는 균형 감각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여배우들이 연기를 위해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시청자들은 반색하기 마련이다. 서현진은 자양강장제를 마시다 뒤로 넘어가며 입으로 뿜어내기도 하고, 물오른(?) 만취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처럼 보이는 웃음만이 아니라 그 내면에 숨겨져 있는 아픔 같은 것들이 동시에 느껴지게 연기한다. 서현진이 과장된 몸짓으로 탱고 리듬에 맞춰 혼자 춤을 추는 장면은 그래서 우스우면서도 슬프다.

 

그녀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한 가운데 떨어진 도경의 지갑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 주워 오면서 난 안 죽어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오해영의 심경을 제대로 짚어낸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늘 예쁜 오해영과 비교되어 그냥 오해영이었던 그녀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결혼식 전날의 퇴짜에 사실은 죽고 싶었던 것.

 

그런 그녀가 도경에게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얘기해줄 수 없냐고 말했을 때, 도경이 그게 어떻게 아무 것도 아닌 일이냐고 되묻고 그것이 그녀에게 오히려 진정한 위로로 다가가는 장면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심지어 그녀의 엄마도 미친 ×’라 부를 정도로 이상해 보이는 그녀지만, 그녀의 진짜 속내를 그가 이해해주고 있다는 것이 그 장면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현진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가 주목되는 건 그저 망가지고 과장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자신의 아픔을 가리기 위한 망가짐이고 과장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복합적인 연기가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오해영>은 확실히 서현진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보물을 끄집어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간 평이해 보였던 그녀가 이토록 반짝반짝 빛나고 있으니.

<치인트>, 왜 하필 고슴도치 세대의 사랑을 그릴까

 

고슴도치의 사랑이다. 누군가 다가서면 잔뜩 가시를 세우며 경계하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마저 찔리게 하는 그런 사랑.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의 유정(박해진) 이야기다. 홍설(김고은)에게는 그토록 다정할 수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차갑고 때로는 그 치밀함에 두렵기까지 한 존재 유정.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가 없다는 홍설의 마음처럼 시청자들 역시 그가 왜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는지가 못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백인호(서강준)와 있었던 과거사를 홍설에게 털어놓는 유정의 이야기에는 왜 그가 그토록 가시를 세우며 살아야했는가에 대한 이유가 들어 있었다. 관계 장애를 겪고 있는 유정이 유일하게 믿고 있던 백인호가 아버지에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깊은 배신감을 느꼈던 것. 게다가 아버지가 백인호를 입양하려고 하자 유정은 다른 친구들을 이용해 그가 피아노를 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유정의 이야기는 그가 지금껏 해온 이상한 행동들, 때로는 너무 과해서 폭력적이라고까지 느껴지게 하던 그 행동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것은 공격성이 아니라 거꾸로 자기 보호 본능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무표정 역시 차갑게 대하려는 것이 아니라 약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안간힘처럼 느껴진다. 친구처럼 다가왔지만 결국은 자신을 이용하려고만 했던 사람들. 자신의 아버지조차 자신을 믿지 못하고 친구들을 붙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의 이런 과한 자기 보호 본능을 만들어낸 큰 상처다.

 

홍설 앞에서 드디어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유정은 한 마리의 상처 입은 고슴도치였다. 다행스러운 건 그 유정 앞에 홍설이라는 마치 그의 모든 걸 끌어 안아주는 인물이 있다는 것이다. 홍설이 유정을 끌어안고 많이 좋아 한다고 털어놓는 장면은 그래서 아프면서도 아름답다. 이상한 것이 아닌 서로 다른 존재가 심지어 가시를 세우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끌어안아줄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니 말이다.

 

이것은 어쩌면 <치즈 인 더 트랩>이 말하는 사랑의 정의일 것이다. 유정은 홍설에게 넌 처음부터 다른 사람하곤 달랐다고 말한다. 사실 홍설은 처음 유정 같은 완벽해 보이는 선배가 자신에게 사귀자고 할 때 도대체 왜 자신인가에 대해 의아해했었다. 하지만 유정이 홍설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그런 그를 끌어안는 홍설의 모습에서 사랑이란 그런 겉면으로 드러나는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서로의 가시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유정이 바랐던 사랑이니 말이다.

 

그런데 왜 <치즈 인 더 트랩>은 유정 같은 상처투성이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있는 것일까. 그 이중적인 캐릭터가 갖는 멜로드라마에서의 매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또한 작가는 작금의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상처들과 그로 인해 고슴도치처럼 자기 보호 본능으로 가득해진 그들 세대의 아프지만 절절한 사랑법을 얘기하고픈 것은 아닐까. 친구조차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적인 현실을 살아오며 그들은 어쩌면 모두 고슴도치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던 그들에게 가시를 뛰어넘는 사랑은 구원이 되기도 할 것이다. 유정을 끌어안아주는 홍설이 그러한 것처럼.

<괜찮아>, CF처럼 살지만 상처투성이 현대인들에 보내는 위로

 

왜 하필 조인성이어야만 했을까.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이 연기하는 장재열은 마치 광고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가 집에 들어오면 마치 아파트 광고의 한 장면 같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면 냉장고 광고 혹은 생수 광고처럼 보이며,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면 자동차 광고 같다.

 

그렇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조인성이라는 배우가 가진 독특한 아우라 덕분이다. 그가 공개된 DJ 부스나 클럽에서 음악에 맞춰 살살 춤을 추기만 해도 순간 그 장면은 광고의 한 부분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조인성이 광고를 통해 대중들에게 이미지화된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그저 걷거나 숨만 쉬어도 광고 같은 완벽한 비주얼과 느낌을 보여준다.

 

하지만 광고란 일종의 환상이다. 사람은 결코 광고처럼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은 조인성이라는 배우가 가진 광고 같은 삶이 사실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주는 캐릭터다. 그는 아프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맨발로 피가 나도록 집으로부터 도망쳤던 인물이고, 아버지에게 맞는 엄마를 놔두고 도망쳤다는 것을 자책했으며, 그러던 어느 날에는 아버지에게 주먹을 날려 코피를 터트리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 상처는 현재의 장재열의 주변을 여전히 맴돈다. 그래서 한강우(디오)라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 가상을 만들어내고는 그를 때로는 다그치고 때로는 보듬어 안고 때로는 함께 웃으며 밤거리를 달리는 중이다. 광고 같은 삶? 그렇게 쿨하고 멋지게 보여 지고 싶지만 그것은 결코 장재열의 현실이 아니다.

 

그는 어쩌면 가족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아버지의 폭력에 맞서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형 장재범(양익준)은 그의 말대로 억울하게 동생의 죗값을 대신 치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엄마는 동생을 살려내기 위해 형을 범인으로 지목했는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이 모든 것이 장재범의 착각인지도 모른다. 그도 사실은 이 사건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어느 게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투약하면 진실을 말하게 된다는 아미탈 같은 약물의 힘을 간절히 원할 정도로.

 

하지만 어느 것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가족이 모두 비극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장재범이 교도소 철창 안에 갇혀 지내고 있지만 장재열 역시 마음의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그 둘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떨까. 이미 선택할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린 그녀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처럼 광고처럼 쿨하게 보이는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아픔 하나씩을 껴안고 살아간다. 홈 쉐어라는 어찌 보면 쿨해야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환경 속에서 광고의 한 장면 같은 파티를 벌이는 그들이지만,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면 그들은 다시 자신을 기다리는 상처를 껴안고 잠들어야 한다.

 

당찬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는 어린 시절 지속적으로 목격한 엄마의 불륜으로 일종의 남성 기피증을 갖고 있고, 멀쩡한 허우대에 쿨한 성격의 박수광(이광수) 역시 어린 시절 이유 없이 찾아온 투렛증후군으로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재혼해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며 아픈 이들을 돕는 조동민(성동일)도 마찬가지다. 껄껄 거리고 웃는 그의 얼굴 이면에도 어떤 허허로운 아픔 같은 것들이 어른거린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깔끔하고 쿨하고 괜찮아 보이는 현대인들의 삶 이면에 놓여진 결코 괜찮지 않은 아픔을 꺼내놓고는 괜찮다고 보듬어주는 드라마다. 상처 입은 영혼들은 각각 힘겨워 하지만 의외로 타인에게 간단한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스킨십 기피증을 갖고 있는 지해수에게 그냥 하면 된다며 장재열이 키스를 하는 장면이 그렇다. 지해수는 그 방법을 결벽증을 가진 환자에게 적용한다. 사랑은 상대방을 치유하면서 동시에 그 주변 사람들까지 치유시켜준다.

 

겉보기에 우리의 삶을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광고 속의 삶을 꿈꾸고 어느 정도 성공한 이들은 그 삶을 현실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멀쩡해 보이는 삶의 진면목은 심지어 병을 앓을 정도로 아파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상처다. 사랑? 물론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줄 수는 없다. 다만 모두 상처받은 이들이라는 타인과의 공감과 그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교감이 그래도 우리네 삶을 괜찮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 <괜찮아 사랑이야>가 하고 있는 이야기다.

 

섹스 이야기를 그토록 입에 달고 다녀도 섹스 한 번 하지 못하는 스킨십 거부증을 갖고 있는 지해수와 연예인인지 작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살아가지만 사실은 자신만의 감옥에 갇혀 있는 장재열의 사랑은 그래서 어쩌면 우리에게 희망이자 위안이 될 지도 모른다. 화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없다. 다만 괜찮다고 애써 말하며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인다.

 

<보고싶다>, 멜로가 사회적 메시지를 만날 때

 

“높은 담장 밖에서 너는 죄도 없이 고개 숙이고 있었어. 하지만 난 아버지 땜에 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 수연아 사랑하자.. 우린 사랑하자. 더 많이 사랑하자.” <보고싶다>에서 한정우(박유천)가 이수연(윤은혜)에게 키스하며 깔린 이 속 얘기에는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결을 잘 보여준다. 이 대사는 한정우와 이수연의 14년에 걸친 사랑을 압축하면서도, 동시에 이 사랑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보고싶다'(사진출처:MBC)

이수연이 죄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살인자(심지어 실제 살인자도 아니었지만)라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후 그 아버지 세대가 씌우는 주홍글씨는 이제 한정우의 몫으로 다가온다. 이수연이 사망한 것처럼 꾸민 것도, 강형준(유승호)을 절름발이로 만들고 그의 어머니를 정신병자로 만든 것도 모두 한정우의 아버지 한태준(한진희)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드라마 속 거의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바로 그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한정우는 “아버지 땜에 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한다. 그것은 그 시대의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연에게 “사랑하자”고 한다. 과거 어른들의 굴레 속에서 더 이상 그 자식들이 고통 받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다.

 

또한 어찌 보면 이수연은 한정우와 엮이면서 자신의 삶 자체가 송두리째 휘둘리게 된 이 드라마 속 최대의 피해자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과거의 기억조차 하기 힘든 상처를 다시 바라보고 다시 한정우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걸까. 또 그녀는 자신을 14년 간이나 보살펴온 강형준이 그를 배신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돌변해 그녀에게 살인 누명까지 씌우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이수연은 이렇게 토로한다.

 

“벌 받아야지. 그런데 나한테 해줬던 것처럼만 해줘. 정우야. 나 너 많이 미워했었다. 억울한 데 화낼 데가 없어서 복수해야지 그러구 너 괴롭히기도 했었잖아. 근데 네가 너무 사랑해주니까 미움도 싹 없어지더라구. 상처도 다 나아지고.” 이 드라마는 심지어 살인이 벌어지는 복수를 배경으로 깔고 있지만 복수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상처가 복수를 통해서 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보고싶다>는 그 상처가 진정으로 치유될 수 있는 길은 처벌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말한다. 나쁜 기억은 지워내고 좋은 기억을 더 많이 살리라는 것. 이것은 <보고싶다>라는 멜로드라마가 사회적 메시지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사회적인 아픔, 특히 잘못된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고통에서 벗어나는 젊은이들의 처절한 노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으로 읽으면 어른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회와 그 사회에 의해 고통 받는 작금의 청춘들은 이 드라마의 이야기와 조응하는 면이 있다.

 

한정우는 이수연의 발에 난 상처를 보며 묻는다. “아직도 볼 때마다 아파?” 그 상처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아니. 이 상처 보면 아빠 피해 도망치던 기억보다 네가 지금처럼 내 발등 감싸주던 기억이 더 많이 난다.” 그 기억 속에서 어린 한정우는 어린 이수연의 발에 난 상처를 손바닥으로 가리며 이렇게 말해준다. “이제 안 아프지? 안보이니까.” 그리고 손 마술을 한다. “쏴- 지워졌다. 나쁜 기억. 이제 다시 만들면 돼. 좋은 기억.” 고통이나 상처는 그 제공자에 대한 복수로 인해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내는 좋은 기억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고통 없는 좋은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이 드라마는 한정우의 흥미로운 농담으로 그 메시지를 전한다. “닭장 속에는 암탉이. 꼬끼오- 문간 옆에는 거위가. 꼬끼오- 배나무 밑엔 염소가 꼬끼오- 외양간에는 송아지. 꼬끼오-” 한정우의 농담에 까르르 웃는 이수연에게 그는 이제 진짜 노래를 불러준다. “닭장 속에는 암탉이. 꼬꼬댁- 문간 옆에는 거위가. 꽥꽥 꽥....외양간에는 송아지. 음메- 도로 위에는 경찰들이 거기서!” 깜짝 놀라는 이수연에게 한정우가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이 노래에는 깊은 뜻이 있어요. 암탉은 꼬꼬댁, 송아지는 음메, 경찰들은 거기서. 다 각자 위치에서 제목소리를 내면서 살자는 뜻이지. 김형사 아저씨가 그러셨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멜로가 존재할까. 남녀 간의 달달한 사랑의 대화 속에서조차 사회적인 메시지가 불쑥불쑥 나오는 멜로라니. 심지어 취조실에서조차 눈물과 감동을 느끼게 하는 <보고싶다>는 멜로드라마이면서 동시에 휴먼드라마이고 또한 사회극의 하나라고 볼만 하다. 흔히 퇴행적인 신데렐라로만 달려감으로써 점점 가치를 잃어가던 멜로드라마는 이로써 <보고싶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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