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4>, 정준영 스타일 vs 로이킴 스타일

 

<슈퍼스타K2>에 허각과 존박이 있었다면 <슈퍼스타K4>에는 정준영과 로이킴이 있다. 이들은 서로 라이벌이면서도 마치 형제 같은 훈훈한 느낌을 준다. 스타일도 완전히 상반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함께 서 있으면 서로를 부각시킨다. <슈퍼스타K>라는 서바이벌의 무대에서 형제애가 느껴지는 라이벌이 더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슈퍼스타K4'(사진출처:mnet)

어린 시절부터 해외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살아오다가 홀로 독립해 밴드생활을 해온 정준영은 4차원으로 여겨질 정도의 자유분방함과 심지어 귀차니즘이 느껴지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 노래를 할 때는 록커 특유의 남성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지만, 노래가 끝나고 던지는 “감사합니당-” 같은 멘트에서는 심지어 여성적인 뉘앙스가 묻어난다. 신발이 없어 슬리퍼를 끌고 다니고, 누군가 칠해놓은 페티큐어가 잘 어울리는 그는 중성적이다.

 

반면 로이킴 역시 해외에서 살아왔지만 정준영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난 귀공자에 엄친아 같은 스타일. 어딘지 모범적일 것 같은 건전함이 묻어나지만 막상 경쟁의 무대에 서면 대단한 승부욕을 드러내는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다. 정준영이 그보다 형이지만 둘이 같이 서 있으면 어딘지 로이킴이 형인 것처럼 신사의 품격이 묻어나는 의젓함이 있다. 그는 부드럽지만 강한 남성성을 내면에 품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전혀 다른 두 스타일의 주인공들이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서바이벌의 무대를 대하는 모습이 완전히 상반된다는 점이다. 로이킴은 오디션이라는 경쟁 시스템에 깊숙이 들어와 거기에 잘 적응하면서 승부욕을 드러내는 편이라면, 정준영은 이 경쟁 시스템 자체를 비웃는 듯한 쿨함을 보여준다. 최종 관문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슈퍼스타K4> 특유의 밀당이 이어지다가 결국 합격 판정을 들었을 때 그는 “아 진짜 이 프로 이상해. 왜 이렇게 사람을...”하고 투덜대기도 했다.

 

싸이가 마치 정준영이 떨어진 것처럼 이야기를 몰고 가도 그는 엉뚱하게도 강남의 클럽에 가서 술 한 잔 사달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고, 그러다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자 이내 “클럽 못가잖아요”라고 말해 싸이를 박장대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반면 로이킴은 이승철이 굳이 이 길을 가지 않아도 더 좋은 길이 있다고 이야기를 몰아가자 자신의 열정은 누구보다 못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합격 판정을 받은 그는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뭐든 열심히 도전하고 성공해왔던 자가 가질 수 있는 구김살 없는 모습이었다.

 

로이킴과 정준영이 <슈퍼스타K4>를 대하는 태도가 주목되는 것은 그것이 마치 경쟁사회 속에서 그 경쟁 시스템을 대하는 우리네 두 태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그 경쟁 시스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결과를 낸다면, 다른 한 사람은 그 경쟁 시스템을 무화시키는 행동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매력으로 결국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로이킴과 정준영은 첫 서바이벌 무대에서 이 서로 다른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로이킴이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통해 댄디하면서도 깔끔하고 단단한 그만의 스타일을 보여줬다면, 정준영은 티삼스의 ‘매일 매일 기다려’를 통해 거칠고 야성적이며 자유로운 그만의 록커 스타일을 드러냈다.

 

대중들이 로이킴과 정준영을 통해 보는 것은 바로 이 경쟁 시스템 속에서 이 서로 다른 대처방식과 스타일을 가진 그들이 어떻게 저마다의 성공스토리를 그려나가는가 하는 점일 게다. 물론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슈퍼스타K>라는 무대가 현실의 경쟁을 재현해내기는 하지만 그 위에 그려지는 건 대중들의 욕망이 담긴 판타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연 대중들은 어떤 스타일에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할까. 이제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낸 로이킴과 정준영이 특히 주목되는 건 그 때문이다.

<나가수2>의 추락, MBC에 시사하는 것

 

<나가수2>는 새로운 가수를 오디션으로 뽑겠다는 이른바 ‘새 가수 선발전’으로 또 논란을 겪었다. 9월의 새 가수를 뽑기 위해 정규앨범 및 싱글을 한 장 이상 발매한 가수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보겠다는 것. 이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가수들에게서 볼 멘 소리가 나올 법 하다. 이것은 사실상 <나가수>의 무대를 이제 어느 누구에게나 오픈하겠다는 얘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나가수'(사진출처:MBC)

섭외가 어려워 선택한 고육책이라는 추측들이 나왔지만 여기에 대해서 김영희 PD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도와 달리 잘못 해석된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나가수2>에 출연하려는 너무 많은 가수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이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는 것이 ‘새 가수 선발전’의 진짜 의도라고 했다. 김영희 PD는 이미 9월에 들어올 가수 두 명 중 한 명과 10월에 들어올 가수들도 섭외가 끝난 상태라 ‘새 가수 선발전’은 1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다지 인지도가 없는 가수가 오디션을 통과해 <나가수> 무대에 오르게 되면 기존 가수들이 갖고 있는 권위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그 가수가 1등이라도 해버리면 더 곤혹스러워진다. 노래에서 순위라는 게 뭐 그리 변별력이 있을 것인가 하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 순위에 일희일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건 가수들의 얘기다. 가수들은 반발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대중들 역시 <나가수2>의 이 선택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걸까. 이것은 대중들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던가.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대중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실력 있는 이들이 그 무대에 오르는 것.

 

<나가수2>가 시작됐을 때 대중들이 비판한 것은 그 무대가 지나치게 신격화되는 것이었다. ‘신들의 무대’니 ‘신들의 축제’니 하면서 특정한 자격을 갖춘 이들만이 그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선을 긋고 특권의식을 부여하는 행위가 어딘지 현재의 대중정서와 맞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불후의 명곡2>와 비교하면서 위 아래 구분 없이 누구나 원하면 열려있는 그런 무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서 투입된 가수들이 국카스텐이고 소향이다. 실제로 이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이들은 등장하자마자 쟁쟁한 가수들을 물리치고 1위에 올랐다.

 

사실 이미 국카스텐과 소향이 <나가수2> 무대에 오르면서부터 이 무대가 가진 특권의식은 벗어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대가 반복되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이렇게 어딘지 새로운 가수들에게만 집중되었다. 김건모나 이영현, 박상민, 김연우 같은 가수들이 노래 잘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러 번 반복 출연하면서 다소 참신함이 떨어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나가수2>가 어려운 것은 매회 새로운 느낌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새로운 가수가 너무 적고 같은 가수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나가수2>가 이 식상해지는 패턴을 벗어나려면 결국 참신한 새 가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현재처럼 ‘고인 물’의 인상을 준다면 연말에 벌어질 ‘올해의 가수전’은 찻잔 속의 폭풍에 머물 수도 있다. <나가수2>는 확실히 너무 닫혀 있다. 열린 구조가 아니라면 진정한 가왕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결국 현재 <나가수2>에 살아남아 있는 가수들에게도 좋은 것이 아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더 과감하게 <나가수> 무대가 가졌던 그 특유의 권위의식이나 메리트 같은 것은 버리는 편이 낫다. 이미 그들끼리만 ‘신들의 무대’가 되어버린 <나가수2>가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진정한 ‘신들의 무대’로 부활하려면 그들도 신들의 권위를 버리고 대중들의 눈높이로 내려와야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새 가수 선발전’이라는 카드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권위를 내려놓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이 카드에 대해서 대중들은 그렇게 되면 “아무나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되어버린다는 우려 섞인 비판을 쏟아냈다. 이것은 <나가수> 무대에 대한 대중들의 이중적 시선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나가수1>이 보여주었던 그 ‘신들의 무대’에 대한 강한 여운이 남아있는 반면, 이제 ‘신들의 무대’가 되지 못하는 <나가수2>에 대한 변화에 대한 욕구도 있다는 얘기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 것인가.

 

물론 그 내용들이 이중적이라고 하더라도 비판이나 요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가수>에 대한 비판들은 이제 뭘 해도 나오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어쩌다 <나가수>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김영희 PD는 <나가수2>의 시청률이 낮은 것에 대해 “파업의 여파”로 떨어지게 된 완성도와 서바이벌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낮아진 것을 이유로 들었다.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가장 큰 것은 MBC라는 방송사 자체에 대한 대중정서가 좋지 못하다는 점이 아닐까. MBC는 사실 최근 들어 뭘 해도 욕을 먹는 방송사가 되었다. 올림픽 방송에 잇따라 쏟아져 나온 논란들은 대중정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이것은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제 아무리 좋게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정서적으로 좋게 보이지 않으면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나가수2>는 김영희 PD의 말대로 파업 여파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졌고, 그 후에 프로그램 운용에 있어서도 원활하지 못했던 점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MBC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게 바뀌지 않는 한, <나가수2>가 어떤 포맷의 변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논란과 비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프로그램의 실수는 있을 수 있고 또 고치면 되는 것이지만, 방송사에 대한 이미지는 좀체 바뀌기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나가수2>의 문제는 어쩌면 MBC가 처한 진짜 중대한 문제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무한도전>이 MBC에 있다는 것이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라 불쌍하다고 여기는 작금의 대중정서. 이것이 바뀌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질을 떠나서 그 어떤 프로그램이든 지지받지 못하는 방송사가 과연 방송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나가수2>, 일주일동안 무슨 일이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의 두 번째 생방송은 첫 번째 그것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첫 번째 생방송이 너무나 어수선하고 생방송이라는 부담감이 지나치게 프로그램을 짓눌렀었다면, 두 번째 생방송은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느낌이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진행은 매끄러웠고, 출연자들은 훨씬 담담해졌다. 당연히 무대도 안정감이 있었다. 과도한 부담감이 음악 자체를 질식시킨 듯했던 첫 번째 생방송과는 달리, 두 번째 생방송은 그래서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가수>가 가진 본 모습을 비로소 찾은 느낌.

 

 

'나는 가수다2'(사진출처:MBC)

파격적으로 인피니트의 '내꺼 하자'를 선곡한 박상민은 특유의 걸쭉한 창법으로 아이돌과는 또 다른 흥겨운 무대를 선보였고, 조덕배의 '꿈에'를 부른 정엽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가성 창법으로 노래가 담은 감성을 제대로 전해주었다. 박완규는 박인수의 '봄비'를 절규하듯 토해내 그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전하는 진한 울림을 느끼게 해주었고, 발라드의 신 김연우는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담담하지만 단단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고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부른 김건모는 특유의 편안함으로 노래 자체가 주는 감동을 잘 전달해주었고,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부른 정인 역시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개성 있는 무대를 연출해주었다.

 

선곡에 있어서 록에서 발라드까지 장르도 다양했고, 그것이 단지 고음 지르기 같은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지 않은 점도 좋았다. 다소 잔잔하게 부른 김건모가 상위권에 들어간 것은 <나가수2>의 무대가 좀 더 다양한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나가수>에서 가장 불편한 지점은 바로 '가창력 뽐내기'식의 경연으로 치닫는 상황일 것이다. 노래를 잘 한다고 뽐내는 식으로 흘러가게 되면, 자칫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이 소외될 때가 생긴다. 관객들과 노래를 통해 소통하고 소소하지만 그 작은 소통이 주는 감동을 전할 때 <나가수>는 비로소 제목에 걸맞게 가수라는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나가수2>의 두 번째 생방송은 첫 번째 생방송이 보여준 불안감을 상당부분 떨쳐 내주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결국 경연이라는 서바이벌의 지점을 상당 부분 지워낸 데서 온 결과이다. 역시 경연은 MC들의 진행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다. 이은미는 그런 점에서 <나가수2>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진행은 첫 생방송보다 더 안정적이었고, 가수들의 노래 한 곡 한 곡에 저마다의 의미를 더해주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또 노홍철도 특유의 긍정적인 분위기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더해주었다. 다만 박명수의 조금은 과도해 보이는 질문들은 무대를 준비하는(오르기 전부터 감정몰입을 하는) 가수들과는 조금 어색한 지점이 있다. 특히 "긴장했냐?"고 자꾸 부추기는 듯한 질문은 가수들을 진짜 긴장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나가수2>는 결국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MC들의 역할도 그것을 어떻게 하면 최대치로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시청률은 첫 번째 생방송보다 조금 떨어졌지만, 그것이 두 번째 생방송이 첫 번째 것보다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두 번째 생방송은 <나가수2>의 가능성을 보게 해준 무대였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내세우는 가수의 정체성이란 다양한 노래들이 갖고 있는 감동적인 요소들을 대중들에게 최대치로 전해주는 것이 아닐까. 경연과 생방송의 부담감이 그것을 해주지 못한다면, 이런 장치들은 본래 목적과는 달리 음악 자체를 질식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가수의 정체성은 그저 '노래 잘 한다'는 것이 아니라(그래서 1등을 했다는 둥), 듣는 이들과 음악적인 소통을 제대로 해낸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결국은 음악이다. <나가수2> 두 번째 생방송이 보여준 가능성은 그것을 다시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나가수2>, 신들의 축제 한다더니...

 

신도 없었고 축제도 없었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무대라기보다는 검투사들이 한 명씩 올라와 벌이는 스포츠에 가까웠다. 애초 <나는 가수다1>이 '신들의 전쟁'이었다면,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는 '신들의 축제'라고 했지만, 이것은 더 지독한 전쟁이었다. 생방송이라는 칼날 위에 선 가수들은 잔뜩 긴장해 제대로 노래할 수조차 없었다. 음정은 불안했고, 심지어 음 이탈도 있었다. 더 지독해진 경쟁으로 인해 신들은 평범한 인간으로 추락했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여타의 생방송 오디션들과 비교해도 이들의 무대를 신들의 무대라 상찬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예를 들어 <보이스 코리아>의 생방송과 비교해보면 <나가수2>의 생방송이 가진 허술함은 단번에 드러난다. <보이스 코리아>의 아마추어들의 무대가 더 폭발력 있고 완성도 있게 여겨지는 건 두 가지 이유일 것이다. 하나는 그만큼 생방송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이 군더더기 없는 짜임새를 갖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나가수2>처럼 과도한 긴장을 피하게 하여 가수들 저마다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것. <나가수2>는 이 두 가지 중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당연히 <나가수1>에서처럼 방송이 끝나고 나면 폭풍처럼 몰아치던 음원 돌풍도 잠잠한 편이다. 첫 경연에서 최고의 가수가 된 이수영이 부른 이선희의 노래 '인연'이 차트에 홀로 올라와 있을 뿐, 가수들이 부른 노래에 대한 화제도 별로 없다. 오히려 음원차트 10위권에 올라온 <탑밴드2>에서 장미여관이 부른 '봉숙이'란 노래가 더 화제다. 대중들이 생방송 무대에서 겨우 치러진 완성도 떨어지는 거친 라이브를 굳이 찾아서 들을 까닭이 있을까. <나가수1>의 진짜 성공은 시청률이 아니라 음원 돌풍이라는 실제 시장에서의 반향에 있었다고 볼 때, 이것이 <나가수2>의 성공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지점이다. 결국 가수들을 최대한 불편하게 만들었던 무대는 <나가수2>의 노래마저 잠식한 셈이다.

 

가수들이 이 정도니 MC들은 오죽할까. 가수들의 불안한 음정만큼, MC들의 불안한 진행도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 첫 단독 MC로 선 박명수는 발음 실수를 연발했고, 너무 쉴 새 없이 멘트를 날리는 바람에 가수들의 응답마저 편안하게 이끌어낼 수 없었다. 노홍철 역시 비슷한 특징을 보여서인지 프로그램은 불안정한 느낌마저 들었다. 무대 앞과 무대 뒤를 오가며 실시간으로 나눠지는 MC와 가수들 사이의 대화는 툭툭 끊어지기 일쑤였고, 심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방송사고까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가수2>의 이번 첫 번째 생방송이 만들어낸 긴장감은 가수들의 놀라운 실력대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방송사고에 가까운 완성도 부족에서 생겨난 것이다.

 

모든 것이 첫 생방송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가수2>의 새로운 시스템을 두고 볼 때, 가수들의 무대는 좀체 편안하기가 어려워질 듯하다. 가장 기대되는 가수와 가장 안타까운 가수를 뽑아 둘 다 탈락시키고 가장 기대되는 그 달의 가수를 연말결선으로 붙이는 방식은 부분적으로만 보면(순위 발표를 모두 하지 않는 것) 가수를 배려한 듯 보이지만, 전체 흐름으로 보면 끝없는 경쟁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총 12명이 6명씩 나뉘어 상위그룹 3명씩과 하위그룹 3명씩 이른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전을 펼치는 이 구조는 상위그룹의 대결은 누가 1등이 될 것인가를 보는 편안함이 생길 수도 있지만, 하위그룹의 대결은 이미 하위로 떨어진 상태에서 또 누군가는 탈락을 겪게 되는 이중의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최고의 1인 역시 탈락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위그룹 또한 편안하기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 불안하기만 한 생방송에서 치러진다. 이런 환경에서 제대로 된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사하기는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나가수2>가 '신들의 축제'를 벌인다고 했을 때만 해도, 서바이벌의 생존경쟁보다는 음악이 우선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생방송으로 진행된다고 했을 때부터 불안감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생방송은 결국 리얼리티는 강화하는 반면, 최고의 음악은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도 있다. 거의 완벽한 리허설을 통해 프로그램의 짜임새를 만들고, 가수들이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대한의 편안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MC들 역시 준비되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나가수2>의 첫 생방송은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나가수2>가 굳이 '신들'을 운운하는 음악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프로그램의 질이 뒤따라야 한다. 물론 생방송이 갖는 장점(스포일러 방지, 실시간 투표참여 등등)이 있지만 그것이 음악 예능의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음악 자체의 질을 떨어뜨리게 한다면 결코 장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일부 팬덤에 의한 인기투표의 양상을 띠고 있는 실시간 투표참여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나가수2>의 첫 번째 생방송은 안타깝게도 신도 없고 축제도 없는 무대가 되었다. 그것이 단순히 첫 번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친 날것의 경쟁 구도가 갖는 이 하드코어적인 상황의 불편함은 제아무리 베테랑 가수들이라고 해도 쉽게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나가수2>는 좋은 가수들이 선별된 만큼 좋은 음악을 최대치로 듣는 무대여야 한다. 좋은 가수들을 살벌한 무대 위에 올려놓고 벌벌 떠는 모습을 즐기는 악취미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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