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가 끄집어낸 두 가지 키워드, ‘함께’, ‘끝까지’

 

<가짜사나이> 가학성 논란 이후 군대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은 일종의 선입견이 생겼다.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피, 땀, 눈물의 진정성이 보기 불편해진 것. 하지만 최근 방영되고 있는 채널A, SKY <강철부대>는 다르다. 무엇이 선입견을 깨고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한 걸까.

'강철부대'

<강철부대>, 가학성 논란 없었던 까닭

채널A, SKY <강철부대>는 그다지 좋은 기대감을 갖고 시작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지난해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가 만들었던 엄청난 화제성과 동시에 쏟아진 가학성 논란들이 선입견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훨씬 커진 스케일과 연예인까지 참여하는 출연진으로 돌아온 <가짜사나이> 시즌2는 혹독한 훈련 과정과 더불어 조교들의 조롱 섞인 말들까지 갖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조교들의 사생활 논란까지 끄집어내져 대중들의 뭇매를 맞기 시작하면서 방송은 중단되었다. 이러니 <강철부대>에 선입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군대 리얼리티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첫 방송이 나가면서 일거에 사라져버렸다. 콘셉트 자체가 달랐다. <가짜사나이>는 일반인들의 훈련이 콘셉트지만, <강철부대>는 특수부대를 전역한 이들이 자신이 몸담았던 부대의 명예를 걸고 한바탕 대결을 벌이는 콘셉트였다. 이러니 ‘훈련 과정’ 따위는 존재할 수 없었고 당연히 가학적인 장면들은 희석되었다. 물론 군 부대원들끼리의 대결 자체가 혹독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첫 날부터 살얼음이 언 흙탕물 속에서 맨 몸으로 부딪치는 참호격투를 하고, 곧이어 달리기, 포복, 40킬로 타이어 들고 뛰기 그리고 10미터 외줄타기를 연달아 하는 각개전투로 대결을 벌였다. 그런데 그 날의 미션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조난상황이 연출된 어두컴컴해진 밤바다를 수영해 더미를 구출해오는 미션까지 치러졌다. ‘강철체력’이 아니면 불가능해 보이는 하루의 미션이었지만 출연자들 역시 보통은 아니었다. 황충원 같은 괴력을 보여주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박준우 같은 오랜 군 경력에서 나오는 놀라운 전략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보이는 미션을 승리로 이끄는 인물도 있었다. 즉 미션은 <가짜사나이>처럼 혹독한 것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이들이 모두 베테랑들이었기 때문에 가학적인 느낌은 전혀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들이 소속됐던 특수부대를 대표한다는 명예는 이들의 미션 대결을 훨씬 더 자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박갈량, 황장군... 여성들도 환호하는 사기 캐릭터들의 향연

흥미로운 건 이 군대 서바이벌에 환호하는 이들 중에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두 가지 요인에서 기인된다. 하나는 여기 출연하는 인물들이 박갈량, 황장군으로 불릴 정도로 분명한 저마다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박갈량으로 불리게 된 박준우(박군)는 거구에 괴력을 가진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였지만, 매 미션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전략이 주효함으로써 승리로 이끌어내는 인물이었다. 박준우라는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트로트 가수 박군으로 활동하며 남다른 삶의 질곡이 잘 알려져 이미 여성 팬덤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전략을 쓰는 그의 존재는 군 경험이 없는 여성들 또한 몰입하게 만든 이유가 됐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강철부대>는 비드라마 부문 TV화제성 1위를 차지했고, 박준우는 출연자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남다른 피지컬로 두 사람이 여러 차례 해머로 내려쳐야 겨우 열리는 문을, 혼자 한 방에 열어버리는 진풍경을 만든 황충원은 ‘황장군’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고, 미션마다 엄청난 근성을 보여주지만 마치 아이돌 같은 준수한 외모로 등장부터 화제가 됐던 육준서도 이미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젊은 팀원들로 구성된 SDT 팀의 날쌘돌이 강준이나, 참호에서 벌어진 타이어 격투에서 박준우와의 명대결을 펼친 UDT 팀의 이종격투기 선수 김상욱 등등 <강철부대>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매 미션마다 쏟아냈다.

 

흥미로운 건 이 캐릭터들이 벌이는 ‘대테러 침투작전’이나 ‘야간연합작전’은 마치 게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레인보우식스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일인칭 슈팅 게임(FPS)을 해본 게임 유저라면 마치 그 ‘실사판’을 보는 것 같은 것. 이런 게임적 요소들은 <강철부대>의 팬층이 훨씬 폭넓어지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함께 끝까지 간다’는 메시지에 담긴 울림

<강철부대>가 특히 큰 울림을 남긴 미션들은 ‘탈락팀’이 결정되는 데스매치에서였다. 250킬로 타이어를 네 사람이 계속 뒤집어가며 300미터를 이동하는 첫 번째 데스매치는 그 어느 팀도 해내지 못할 거라 여겨졌지만, 놀랍게도 모든 팀이 완주를 했다. 물론 이미 탈락팀으로 결정되어버린 상황 속에서도 해병대 수색대팀은 중도 포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끝까지 하는 모습에 다른 경쟁 팀들마저 박수를 보냈다. 

 

두 번째 데스매치로 치러진 40킬로 산악행군 미션은 한편의 영화 같은 울림을 줘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연거푸 데스매치를 두 번씩이나 치르게 된 SDT 팀이 그 영화 같은 미션의 주인공이었다. 시작 전부터 정상적인 몸 상태와 체력이 아니었던 한 대원을 다른 팀원들이 끝까지 함께 도와주고 밀어주면서 완주하는 광경은 커다란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 데스매치들이 큰 감동을 선사한 건 거기 담긴 메시지 때문이었다. ‘함께’ 그리고 ‘끝까지’ 한다는 그 메시지는 무한 경쟁의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도 주는 울림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승리만이 목적이 아니라, 더뎌도 다함께 함으로써 끝까지 가는 것. 그래서 패배해도 모두의 박수를 받는 광경은 마치 한 편의 우화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군대 소재 프로그램은 어딘지 불편하다? <강철부대>는 같은 소재라고 해도 어떻게 접근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좋은 예가 되었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미션과 대결을 벌여도 결국 중요한 건 납득될만한 이유가 담겨져야 한다는 걸 이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글:시사저널, 사진:채널A)

'강철부대', 김성주도 말문 막히게 만든 해병대수색대의 완주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잘못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승부를 내는 경기, 중계를 많이 했기 때문에 1등이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중계를 많이 했고 이기는 승부만 했었는데, 군인들의 삶은, 군인들의 승부는 끝까지 하는 게 있네요."

 

채널A <강철부대>에서 탈락 팀이 결정되는 데스매치에서 해병대수색대가 끝까지 미션을 완수하고 깃발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난 후 김성주는 그렇게 말했다. 그간 미션 대결에서 그 흥미진진한 승패 과정을 보며 환호하던 스튜디오의 출연자들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그 모습에 모두가 말문이 막혀버렸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IBS(구명보트) 침투 작전 미션에서 패배한 해병대수색대, SDT(군사경찰특임대), 특전사팀에게 주어진 데스매치 미션은 보기에도 위압감을 주는 250kg의 타이어를 계속 뒤집어 300미터 거리에 있는 최종지점까지 먼저 도착하는 것이었다. 스튜디오에 가져온 타이어는 출연자들 6명이 함께 힘을 써도 들어올리기가 버거운 무게였다. 그걸 뒤집어가며 300미터를 간다는 건, 타이어 반경이 1미터라면 무려 300번을 반복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상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이 미션을 그러나 세 팀은 '악으로 깡으로' 밀어붙였다. 처음에는 체력으로 어느 정도 전진해나갈 수 있었지만, 중간 지점에 채 도착하지도 않은 상황에 이미 체력은 고갈되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는 정신력과의 싸움이었다. 혼자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 타이어는 네 사람이 모두 힘을 동시에 써야 넘길 수 있었고, 그것은 팀 미션다운 협동을 요구했다.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이는 미션처럼 보였지만, 마치 마라톤이 그러하듯이 그렇게 힘겨워도 앞으로 조금씩 나가는 미션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선두에서 치고 나가는 특전사팀이 먼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해 깃발을 흔들었고, 탈락 팀을 결정짓는 해병대수색대와 SDT의 대결에서 초반에는 밀리던 SDT가 이를 뒤집는 역전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미션이 만든 드라마는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힘이 빠져 체력만으로는 더 이상 타이어를 들 수조차 없는 상황. SDT가 2등으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함으로써 해병대수색대는 탈락이 확정됐다. 그 정도면 포기해도 될 법했지만, 이들의 미션 도전은 승패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모든 팀이 그렇지만 자신의 부대 마크를 붙이고 나선 대결이기 때문에 지더라도 포기하는 모습은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끝내 최종 목적지까지 도착한 해병대수색대는 서로를 토닥이며 "잘했다", "고생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쏟아 놓았다. 함께 미션 대결을 펼친 특전사팀과 SDT팀도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탈락하게 된 해병대수색대 팀은 그 결과에 대해 해병대 선후배들에게 미안해했고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진 것일뿐 해병대는 강한 부대라고 강변했다.

 

<강철부대>가 데스매치를 통해 보여준 건, 김성주가 얘기했듯 이 프로그램이 여타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스포츠중계와도 다른 면이 있다는 점이다. 승패와 당락 같은 결과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고 그 모습이 얼마나 명예로웠는가 하는 점이었다. 바로 이 지점은 <강철부대>라는 군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갖는 덕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채널A)

<언프리티 랩스타>가 서바이벌을 추구한 까닭

 

다시 시작한 <언프리티 랩스타>. 그 포문은 스튜디오에 덜렁 놓여진 의자들에 출연하는 여성 래퍼들이 한 명씩 들어와 앉는 첫 대면에서부터 시작됐다. 아무 것도 없이 의자들만 놓여진 공간에 들어오게 된 관계가 서먹서먹한 여성 래퍼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경계한다. 모르는 사람도 같은 공간에 들어와 있으면 하기 마련인 그 흔한 인사조차 없이 침묵하는 그 몇 분 간은 그래서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다.

 


'언프리티 랩스타(사진출처:Mnet)'

물론 이미 유명한 길미나 원더걸스 유빈 혹은 시스타의 효린 같은 출연자도 있다. 그들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서 서로 간의 인사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런 방송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는 헤이즈, 애쉬비, 키디비, 트루디 같은 출연자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을 보인다. 물론 그들은 앞에서 내색하려 하진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속내를 읽어낸다. 여기에 따로 촬영되어 붙여진 인터뷰에서 과감하게 드러나는 속내가 덧붙여지면 이 침묵의 스튜디오의 긴장감은 더 높아진다. 누군가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기만 해도 마치 싸움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살벌한 공기가 조성된다. 시청자들로서는 이 분위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차피 랩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면 랩만 제대로 들려주면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언프리티 랩스타>는 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터져 나오는 속내를 랩이라는 장르에 얹여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어떤 면으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가깝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모래알 같은 무수한 지원자들 속에서 진주같은 원석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언프리티 랩스타>는 이미 무대 위에 올려진 여성 랩퍼들 중에서 미션을 통해 한 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을 표방하고 있다.

 

그 꼴찌와 일등을 가르는 투표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서바이벌적인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은 랩을 들고 무대 위에 서 있지만 실상은 늘 생존과 탈락의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는 무인도에 올려져 있는 셈이다. 잘 하면 마지막 생존자가 되어 모든 걸 가질 수 있지만 잘못 하면 갖고 있던 것조차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서바이벌은 논란의 불씨를 항상 갖고 있다. 이를테면 효린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에 대해서 도대체 랩퍼도 아닌 이가 왜 나왔는가 하는 의구심과 불쾌감을 드러내는 다른 랩퍼들의 반응은 효린이든 아니면 해당 래퍼에게는 꽤나 논쟁적인 면을 만들 수 있다. 효린의 말처럼 랩을 좋아하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말에 동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살벌한 현장에서 좋아해서 도전한다는 얘기가 배부른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또 결국 1회 첫 미션에서 꼴찌가 된 효린이 원테이크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반복되는 NG 때문에 립싱크를 했던 대목도 마찬가지다. 다른 랩퍼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랩을 해야 되는 순간에 립싱크는 랩퍼로서는 자격미달이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미안해 그렇게라도 자기 분량을 희생한 효린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실 최근 들어 힙합이 하나의 젊은 트렌드로 자리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힙합은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여성 랩퍼들은 더더욱 그렇다. 주로 랩이 들어갔던 가요들이 여성들의 멜로디에 남성 랩퍼들의 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 미 더 머니>로부터 기화해 <언프리티 랩스타>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상당 부분 여성 랩퍼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형식이 서바이벌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주목받는 여성 랩퍼들의 면면 또한 센 언니의 이미지로만 너무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랩이 가진 특성상 이런 센 이미지는 어쩔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랩이라는 것이 타인에 대한 디스와 자신의 처지에 대한 토로로만 한정되는 건 너무 편향적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언프리티 랩스타>가 편견으로 자리했던 여성들의 수동적인 이미지를 깨준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프리티만을 요구하는 세상에 언프리티해도 멋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여성들의 능동적 이미지를 다양화하고 다원화하는 차원에서도 이제는 언프리티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과감한 독설을 날릴 수 있는 이미지나, 또 여성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이미지 같은 다양한 여성 랩퍼의 결을 살려내는 건 어려운 일일까. 그래서 애초에는 프리티를 강요받는 세상에서 언프리티를 보여줬던 것이 이제는 반드시 여성 랩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마치 언프리티를 강요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뛰어넘는 일. 그게 <언프리티 랩스타>가 진화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진짜사나이> 명운까지 쥔 여군특집, 그 성공의 조건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돌아온다. 이번이 시즌3. 시즌1에서 여군특집은 <진짜사나이>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남자들이 박박 기어서 만들어낸 존재감을 단 몇 주만에 뛰어넘었다. 남자들의 군대 체험이야 그런가 보다 했지만, 여자들이 화생방실에 들어가 눈물 콧물을 쏟아내고 유격 훈련장에서 각별한 전우애를 보여주자 그 체험은 더 반짝반짝 빛났다. 혜리의 단 몇 초에 불과한 앙탈은 그녀를 스타덤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게다가 여군특집은 자칫 남성 시청자들만의 전유물처럼 보이던 <진짜사나이>의 시청층을 여성으로까지 넓혀놓았다. 엄마로서 군대 체험을 하는 모습에 엄마들은 코끝이 찡해졌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모습은 젊은 여성 시청자들을 공감시켰다. 그들의 땀과 눈물은 그걸 바라보는 여성들에게는 사회생활의 그것을 자꾸만 환기시키는 힘을 만들어냈다. 여군특집이 일회성의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에 중요한 이유는 이거다. 여성 시청층을 끌어안는다는 것.

 

하지만 시즌2는 결과적으로 보면 성공적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시즌1의 아우라가 너무 컸던지라 쉽게 비교대상이 되었고 거기 출연한 여자 연예인들은 자꾸만 시즌1의 그녀들을 따라하는 것만 같은 오인의 리액션들을 보여주었다. 방송 역시 시즌1과 그리 다르지 않는 비슷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즌1으로 한껏 올랐던 기대감은 더 큰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시즌3는 어떨까. 이미 캐스팅된 리스트는 기대할만 하다. 거기에는 제시 같은 조금 센 언니도 있고 유선처럼 대단히 인간적으로 다가오지만 의외의 강단이 있을 것 같은 인물도 있다. 4차원 캐릭터인 사유리는 외국인이지만 자신은 한국인이라며 진정성 있는 군 체험을 할 것이라고 밝히며 기대감을 높여놨고, 윤종신의 아내 전미라의 합류 소식은 윤종신의 깐족 내레이션이 합쳐질 지에 대한 관심도 만들어낸다. 이밖에도 신소율 같은 예능에서는 희귀한(?) 인물의 합류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들과 함께 김현숙, 박규리, 한채아, 한그루, CLC 유진까지 모두 10명이 이번 여군특집 시즌3에 투입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들 10명이 모두 끝까지 군대 체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진짜사나이>는 최근 서바이벌 형식으로 출연자가 중간에 퇴소하는 새로운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 바 있다. 그렇다면 여군특집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시즌3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럭저럭 체험을 흉내 내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 그 끝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이제 어정쩡하게 혜리 흉내를 내거나 건드리기만 해도 펑펑 울던 눈물의 훈련 장면들은 더 이상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끌기가 어려워졌다. 오히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의외의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시즌1에서 맹승지는 각개전투를 하다가 소대장에게 지적을 받자 원래 여자는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하고 외쳤다가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건 여자가 그렇게 하는 거지 군인은 그렇게 안합니다.” 이제 시즌3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건 그저 군대 체험을 하는 여자가 아니다. 잠시 여자라는 입장을 접어두고 진짜 군인으로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 반전의 땀이 여자의 눈물을 압도하는 순간이 시즌3의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그리고 그 성공은 <진짜사나이>라는 조금은 주춤해진 프로그램의 지속가능한 도약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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