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바이벌 (18)
주간 정덕현
‘더 커뮤니티’, 첨예한 이념의 차이를 이들은 넘어설 수 있을까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하던 그들은 커뮤니티 센터 안내방송이 나오자 일순 얼어붙었다. 이 커뮤니티에 들어온 그들에게 사전에 그런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놀랍게도 12명 중 두 사람이 ‘그렇다’고 답했다는 것.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침묵으로 바뀌었다. 성향을 숨긴 채 화기애애한 대화를 하던 사람들 중에 그런 답변을 한 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생겨난 변화다. 이 장면은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앞으로 무얼 보여주려 하는가를 압축해 보여준다. 이 서바이벌 예능은 ‘정치’를 소재로 했다. 저마다 다른 성향과 생각을 가진 12명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았..
‘오징어 게임’, 456명과 456억 사이 (본문 중 드라마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어린 시절 공터에서는 흙바닥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당시에는 오징어 가이상이라 불렸다)을 하곤 했다. 맨몸으로 공수를 나눠 부딪치는 게임은 꽤 과격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를 선사했다. 밥 냄새가 몽글몽글 피어나는 저녁 시간이 되어 엄마들이 아이 이름을 불러서야 겨우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으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 이 어린 시절의 게임들을 모티브로 가져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변주해낸다. 빚에 쪼들리면서도 경마 같은 도박을 통해 일확천금만을 꿈꾸는 기훈(이정재)은 이혼 당한 후 힘겹게 생업으로 버텨가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
‘강철부대’가 끄집어낸 두 가지 키워드, ‘함께’, ‘끝까지’ 가학성 논란 이후 군대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은 일종의 선입견이 생겼다.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피, 땀, 눈물의 진정성이 보기 불편해진 것. 하지만 최근 방영되고 있는 채널A, SKY 는 다르다. 무엇이 선입견을 깨고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한 걸까. , 가학성 논란 없었던 까닭 채널A, SKY 는 그다지 좋은 기대감을 갖고 시작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지난해 유튜브 콘텐츠 가 만들었던 엄청난 화제성과 동시에 쏟아진 가학성 논란들이 선입견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훨씬 커진 스케일과 연예인까지 참여하는 출연진으로 돌아온 시즌2는 혹독한 훈련 과정과 더불어 조교들의 조롱 섞인 말들까지 갖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조교들의 사생활 논란까지 끄집어내져 ..
'강철부대', 김성주도 말문 막히게 만든 해병대수색대의 완주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조금 잘못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승부를 내는 경기, 중계를 많이 했기 때문에 1등이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중계를 많이 했고 이기는 승부만 했었는데, 군인들의 삶은, 군인들의 승부는 끝까지 하는 게 있네요." 채널A 에서 탈락 팀이 결정되는 데스매치에서 해병대수색대가 끝까지 미션을 완수하고 깃발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난 후 김성주는 그렇게 말했다. 그간 미션 대결에서 그 흥미진진한 승패 과정을 보며 환호하던 스튜디오의 출연자들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그 모습에 모두가 말문이 막혀버렸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IBS(구명보트) 침투 작전 미션에서 패배한 해병대수색대, SDT(군사..
가 서바이벌을 추구한 까닭 다시 시작한 . 그 포문은 스튜디오에 덜렁 놓여진 의자들에 출연하는 여성 래퍼들이 한 명씩 들어와 앉는 첫 대면에서부터 시작됐다. 아무 것도 없이 의자들만 놓여진 공간에 들어오게 된 관계가 서먹서먹한 여성 래퍼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경계한다. 모르는 사람도 같은 공간에 들어와 있으면 하기 마련인 그 흔한 인사조차 없이 침묵하는 그 몇 분 간은 그래서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미 유명한 길미나 원더걸스 유빈 혹은 시스타의 효린 같은 출연자도 있다. 그들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서 서로 간의 인사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런 방송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는 헤이즈, 애쉬비, 키디비, 트루디 같은 출연자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을 보인다. 물론 그들은 앞에서 ..
명운까지 쥔 여군특집, 그 성공의 조건 MBC 여군특집이 돌아온다. 이번이 시즌3다. 시즌1에서 여군특집은 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남자들이 박박 기어서 만들어낸 존재감을 단 몇 주만에 뛰어넘었다. 남자들의 군대 체험이야 그런가 보다 했지만, 여자들이 화생방실에 들어가 눈물 콧물을 쏟아내고 유격 훈련장에서 각별한 전우애를 보여주자 그 체험은 더 반짝반짝 빛났다. 혜리의 단 몇 초에 불과한 앙탈은 그녀를 스타덤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게다가 여군특집은 자칫 남성 시청자들만의 전유물처럼 보이던 의 시청층을 여성으로까지 넓혀놓았다. 엄마로서 군대 체험을 하는 모습에 엄마들은 코끝이 찡해졌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모습은 젊은 여성 시청자들을 공감시켰다. 그들의 땀과 눈물은 그걸 바라보는 여성들에게는 사회생활의 그것을..
가창력 대결? 이젠 즐거움을 원한다 MBC가 에 새로 배치한 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그건 마치 프로레슬링 같기도 하고 어떤 면으로 보면 같은 느낌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그것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약간 만화 같은 비현실성을 담고 있다. 어디 현실에 복면 쓰고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이 있을까. 무대에 오른다는 건 그 자체로 얼굴을 드러낸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방송에 나온다는 것도 그렇다. 그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하는 것은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무대에 올라 그 면면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노래를 통해서. 하지만 은 이를 배반한다. 무대에 오르지만 얼굴을 가린다. 그러니 궁금증은 더 커진다. 노래를 너무 잘 부르면 그 궁금증은 점점 증폭된다. 복면을 쓰면 무대에 오르는 이들도 조금은 다른 ..
도대체 의 무엇이 일본 극우세력을 자극 했나 ‘19세 최연소 올림픽 국가대표, 47일간의 태평양 표류, 850일간의 전쟁 포로.’ 영화 은 이 몇 줄만으로도 충분히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가늠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건 실화다. 1940년대 미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루이 잠페리니가 실제 겪었던 삶. 이 드라마틱한 삶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강렬하다. “버텨낼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것. 우리 식으로 “미생의 삶도 버텨내면 완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루이가 그 고난의 삶을 버텨내는 장면들은 아무런 삶의 목표가 없이 부유하던 그가 형의 충고로 하게 된 달리기를 닮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그 순간을 버텨냄으로써 승리의 영광을 차지한 것처럼, 그의 삶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