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그녀들의 피, 땀, 눈물에 담긴 스포츠의 진가

골 때리는 그녀들

스포츠는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승패만이 중요할까. 지금껏 그 많은 스포츠중계들이 보여준 건 경기와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포츠는 그 이외에도 중요한 가치들이 적지 않다. 함께 공통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동료의식이나, 이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내는 초인적인 성실함, 결과를 이뤘을 때의 희열과 더불어 좌절했을 때 서로를 토닥이며 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끈끈한 연대의 힘 등등 그 진가는 적지 않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리그전을 통해 4강을 확정짓고 본격 대결을 하기 전 팀들의 훈련과정을 담았다. 최종 4강에 올라간 팀은 FC불나방, FC월드클라쓰, FC국대패밀리, FC구척장신이다. FC개벤져스는 FC월드클라쓰와 승, 패, 골득실, 다득점이 다 동일했지만 승자승 원칙에 의해 개벤져스를 이긴 월드클라쓰가 4강에 올랐다. 새로 팀이 꾸려져 리그전을 벌였던 FC액셔니스타는 선전했지만 아쉽게도 2패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숨 가쁘게 경기 중심으로 달려왔던 <골 때리는 그녀들>이 잠시 멈춰서 4강전을 저마다 준비하는 훈련과정을 담은 건 여러 가지 목적이 들어 있다. 그간 지치고 다친 선수들을 회복시키는 시간이 필요한데다, 훈련을 통해 좀 더 4강전을 준비할 수 있게 하려는 뜻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것만큼 중요한 건, 4강전에 앞서 이제 경기에 나설 선수들의 각오나 그 간의 소회 등을 담아냄으로써 그들의 면면을 좀 더 주목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훈련과정에서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우리네 여자축구의 상징이자 말 그대로 월드클래스인 지소연 선수가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기 위해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낸 점이다. 지소연은 2010년 U-20 월드컵에서 사상 첫 3위, U-17 청소년 여자축구 월드컵 사상 첫 우승을 기록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선수이자, 2014년 한국 여자 축구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첼시FC 위민에서 뛰었고 2015년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7년 간 10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말 그대로 월드클래스 여자축구선수가 아닌가. 

 

지소연은 영국에서도 남자축구와 달리 조악한 지원을 받던 여자축구에 똑같은 지원을 해달라 요청하면서 변화를 만들고 다시금 여자축구의 부흥을 이끌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니 <골 때리는 그녀들>이 보여주는 여자축구라는 종목에 지금껏 2002 월드컵의 주역이었던 남자축구 레전드들만 감독들만 부각된 면들이 남긴 아쉬움을 지소연의 출연이 어느 정도 상쇄해주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점점 축구의 묘미를 알고 여자축구의 꿈을 꾸게 된 이들에게도 지소연의 출연은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1대1 대결을 통해 지소연도 당황하게 만들었던 FC불나방의 박선영의 놀라운 기량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만들었지만, 누구나 열정을 갖고 뛰어들면 성역처럼 여겨져 온 편견을 넘어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건 잠시 멈춰 4강전을 준비하는 훈련 과정을 통해 이들이 여자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얻게 된 저마다의 성취를 들려줬다는 점이다. 

 

FC액셔니스타로 뛰며 아쉽게 탈락하게 된 최여진은 애초 축구를 자신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처음 연습하고 나서는 “이걸 안했으면 내가 못 버텼겠다” 했다고 말했다. 몸은 힘든데 정신이 너무 맑아져서 일도 더 잘됐다는 것. 부상투혼을 보였던 장진희 역시 축구를 한 이후 정신적인 것도 몸도 너무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월드클라쓰에서 최진철이 팀원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스포츠를 승패를 떠나 얼마나 다양한 것들을 해줄 수 있는가를 들려준 것이기도 했다. 구잘은 하루 종일 축구 연습을 하는 자신을 보며 “살면서 이런 열정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마리아는 3년 전 한국에 와서 너무 외로웠는데 축구를 하면서 패배도 같이 경험한 동료들과 더 끈끈하고 정이 깊어졌다고 했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게 경기 중에서도 보이는 사오리는 남다른 사연을 들려줘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선택한 한국행으로 한글과 한국어 수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사오리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갖고 끝까지 해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더 열심히 축구를 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하다 보니 “축구중독”이 됐다는 사오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재미와 성취감을 느꼈고 “삶이 밝아진 느낌”이라고 했다. 학교 다닐 때 왕따를 당한 경험을 털어놓은 사오리는 그 때도 소프트볼팀에 들어가 함께 스포츠를 하면서 그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했다. 

 

아비가일은 미군인 남편과 결혼 후 평택에서 살면서 외로움과 우울증이 있는데다 아기가 생기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축구를 하면서 이런 게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아비가일의 이야기를 들은 에바는 육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테니스를 했는데 운동으로 몸도 마음도 좋아지면서 둘째도 생겼다며, 아비가일 역시 축구를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덕담을 해줬다. 

 

우리는 과연 스포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부분 스포츠중계 중심으로 보고, 특히 국제대회 같은 국가 스포츠 관점으로 보다보니 실제 스포츠의 진가를 제대로 보지 않고 있었던 건 아닐까. 물론 승패는 스포츠에서 어쩔 수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건강함이 진짜 가치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스포츠에 남녀 차이 같은 걸 편견과 선입견으로 세워 아예 시도 자체를 못하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스포츠에 드리워진 성차의 편견만이 아니라, 승패로만 바라보는 스포츠의 진가에 대한 편견 또한 걷어내 주고 있다.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축구가 좋다는 이 여성들을 통해서.(사진:SBS)

'보코2020' 선입견 지운 역 오디션, Mnet에는 기회인 까닭

 

Mnet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코리아 2020(이하 보코2020)>이 돌아왔다. 2012년, 2013년에 연달아 방영된 시즌1, 시즌2 이후 약 7년 만이다. 사실 Mnet으로서는 절치부심한 느낌이 역력하다. 지난해 터진 오디션 조작 논란으로 한때 '오디션 명가'로 불렸던 Mnet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등 돌린 이 상황에 Mnet이 굳이 7년 만에 <보코2020>으로 돌아온 건 그 선택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과연 <보코2020>은 시청자들을 돌아 서게 할 수 있을까.

 

첫 방에 등장한 참가자들은 역시 <보코>가 가진 그 특유의 묘미들을 극대화해 보여준 면이 있다. 외모나 스펙 같은 선입견을 지워버리고 온전히 목소리만으로 선택받는 <보코2020>의 첫 번째 참가자 박창인은 제대로 노래를 배워본 적이 없지만 흥이 넘치는 무대로 등을 돌린 채 감상하는 코치들을 돌아 세웠다. 기교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노래였지만, 그 같은 아직 제대로 연마되지 않은 원석을 보는 재미가 바로 <보코2020>의 맛이었다.

 

이번에 <보코2020>이 허용한 그룹 참가자로 무대에 선 4인조 그룹 오브어스는 중창이 주는 다양한 개성적인 목소리의 하모니를 느낄 수 있게 해줬고, 무엇보다 걸그룹 디아크 출신의 정유진은 <보코2020>만이 가진 극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버튼을 눌러 코치들의 의자를 돌려 세우는 그 극적 장치가 노래 부르는 정유진은 물론이고 그의 가족, 친구들까지 모두 눈물을 터트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가 부른 벤의 '열애중'이라는 곡은 그 극적 상황에도 딱 어울려 마지막에 목이 메어 흐느끼는 소리까지 음악의 한 부분처럼 느끼게 해줬다.

 

<보코2020>은 역시 목소리에 집중하게 만든 오디션의 특징처럼, 특이하고 특별한 음색의 소유자들을 대거 선보였다. 스무 살에 계약한 회사가 없어졌지만 계약을 풀어주지 않아 7년을 지나보낸 황주호는 허각의 '바보야'를 불러 그 중성적인 매력의 목소리를 뽐냈고, '그라소나를 위한 난봉가'를 부른 조예결은 이미 완성된 국악 발성으로 코치들을 매료시켰다.

 

하지만 이 날 첫 방송에서 가장 주목을 끈 참가자는 김예지였다. 어딘지 천진한 4차원의 매력을 가진 이 출연자는 무대에 오르자 음악에 푹 빠져버리는 모습으로 돌변했다. 누구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는 듯한 김예지는 독특한 목소리와 몰입으로 자기만의 아우라를 보여줬고 코치들은 그에게 전원 기립박수를 보냈다.

 

<보코2020>이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만든 건 선입견을 지운 역 오디션이라는 이 프로그램만의 독특한 형식 때문이다. 이전 시즌들에서도 그랬지만 참가자에 대한 아무런 사전 선입견이 없이 오롯이 목소리만으로도 선택되는 과정이 그렇고, 참가자가 오히려 코치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역 오디션이 그렇다. 이 형식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온전히 참가자에게 준다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프로그램은 그들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고,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건 지금껏 소외됐던 그들이 그 기회를 잡아 성장하는 모습이다.

 

Mnet이 초창기 '오디션 명가'라는 소리를 들었던 건 <슈퍼스타K>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을 모든 국민들이 즐길 수 있게 해줘서다. 하지만 일반인이 아닌 기획사와 연계된 연습생들이나 출연자들이 나오는 오디션을 하면서 상업성이 노골화되면서 이런 초심은 흐려져 버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보코2020>은 그런 거대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Mnet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등 돌린 코치들에게 목소리만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출연자들처럼, 돌아선 시청자들을 온전한 음악의 묘미만으로 돌아설 수 있게 해줄 그런 기회.(사진:Mnet)

‘너를 만났다’, 기술이 감각이 아닌 마음에 닿을 때

 

“우리 다음에 만나면 많이 놀자. 나도 엄마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나연이의 그런 목소리를 엄마는 얼마나 듣고 싶었을까. 엄마는 꾹꾹 눌러놨던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나연아 엄마는 나연이 정말 사랑해. 나연이가 어디에 있든 엄마 나연이 찾으러 갈 거야. 엄마는 아직 해야할 일이 있어서 그것들 다 마치고 나면 나연이한테 갈게. 그 때 그 때 우리 잘 지내자. 사랑해 나연아.” 아이는 졸립다며 옆에 있어 달라 말했고 엄마에게 사랑한다며 잠이 들었다.

 

MBC 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나연이 엄마 장지성씨는 그렇게 다시 나연이를 만났고 또 보냈다. 그건 마치 잠시 동안의 ‘호접몽’ 같았다. VR 기술로 재현된 나연이의 목소리와 동작들이 엄마와 그 가족들에게 선사한 작은 선물이었다. 나비의 형상으로 나타났던 나연이는 엄마와 손을 포개면서 함께 하늘 위로 올라갔고 그 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나연이와 잠깐 동안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는 다시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어찌 VR 기술로 재현된 영상 속 나연이가 진짜 나연이와 같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엄마의 촉촉이 젖은 눈은 그 경험이 특별했다는 걸 말해줬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장지성씨는 “네”라고 답했다. 그는 나연이와 그 VR 속 아이가 다른 느낌이었지만 멀리 가면 또 나연이 같았다고 했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어쩌면 아이를 다시 만나 무언가 말하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으로 채워졌을 게다.

 

4년 전 열 때문에 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혈액암 판정을 받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나연이. 사랑했던 딸이 그렇게 속절없이 가버린 사실을 어떻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엄마는 물론이고 가족들 모두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나연이가 살아있었다. 하늘나라에 먼저 갔어도 여전히 핸드폰 속 영상 속에서 노래하고 웃고 뛰어다니는 나연이였다.

 

<너를 만났다>가 VR로 나연이를 재현해내면서 고민한 건 사람이 누군가를 어떻게 기억하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평상시 미역국을 좋아해서 그릇째 마신 후 엄지로 따봉을 보냈던 나연이의 모습이나, 귀엽게 얼굴 옆으로 브이 포즈를 했던 모습, 뛰어다닐 때의 걸음걸이나 양손으로 얼굴에 꽃받침을 하며 포즈를 취하던 나연이의 모습 등등. 그런 작은 것들이 나연이라는 존재에 담긴 기억들이었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도 여전히 나연이는 살아있었다. 나연이의 VR을 반대했던 오빠 재우는 짐짓 씩씩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지만 너무나 착하고 항상 웃었으며 자기랑 가장 친했던 나연이를 생각하면 슬퍼진다고 했다. 단 하루도 생각 안 한 적이 없다고. 둘째 민서는 나연이에게 많이 못해줘서 미안하고 얘기하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연이가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할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나연이가 마지막 순간에 병동에서 입었던 옷과 나연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태웠다. 그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엄마가 널 꽉 붙들고 있어서 네가 혹시나 힘들까 걱정하면서도 엄마 살자고 붙들고 놓지 못한 거 미안해. 언니, 오빠, 소정이 모두 다 건강하게 잘 키우고 나연이만 바라볼 수 있을 때 너에게 갈게.” 엄마는 나연이에게 하고픈 말들이 많았다.

 

VR로 다시 만나는 스튜디오에서 “나연아 어딨니”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카메라를 드리우고 있던 제작진들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것은 VR이라는 기술을 통한 재현이지만 이를 통해 전해지는 엄마의 마음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 속에서 아이를 다시 보고 못 다한 말들을 했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 경험을 통해 엄마도 나연이도 또 가족들도 조금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시청자들이나 제작진이 다 같았을 게다.

 

흔히 VR이라고 하면 감각에 호소하는 기술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래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실감 영상과 그로 인한 짜릿한 감각 체험이 VR이라 치부하지만, <너를 만났다>는 그것이 하나의 선입견이자 편견이라는 걸 보여줬다. 결국 기술도 어떤 쪽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 기술이 감각이 아닌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걸 이 VR과 휴먼다큐를 접목시킨 프로그램은 나연이네 가족을 통해 입증해보였다. 기술도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을.(사진:MBC)

'스푸파'가 깬 음식에 대한 편견과 그 나라의 진면목

 

멕시코하면 누구나 먼저 타코를 떠올릴 게다. 그래서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2> 멕시코시티 편에서 백종원이 제일 먼저 찾아간 타코(저들은 따꼬라고 부르지만)는 시청자들에게도 한밤중에 식욕을 자극한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철판에 고기를 구워 타코에 싸고 거기에 여러 종류의 살사소스를 얹어 먹으며 환호를 보내는 백종원의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입맛을 다시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백종원은 타코에 대한 정보들을 알려준다. 타코에는 3대요소가 있다며 또르띠야, 고기, 살사 소스가 그것이란다. 그런데 살사 소스는 수백 가지 종류가 있어 멕시코 사람들은 그 맛있는 살사 소스가 있는 집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우리의 머릿속에 막연히 있는 몇 가지 맛으로 국한되어 있던 살사 소스의 선입견은 슬쩍 깨져버린다. 우리가 기껏 아는 살사 소스란 멕시코의 국기색깔을 연상케 하는 세 가지 살사 메히까나, 살사 베르데, 살사 로하 정도가 아닌가.

 

멕시코 음식을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 바르바꼬아는 그래도 익숙한 음식일 게다. 양고기를 구덩이안에 나무를 지펴 오랜 시간 구워내는 멕시코식 바비큐 요리. 이렇게 조리하면 질긴 고기를 부드럽게 먹을 수 있게 된다. 또 양고기 특유의 냄새도 잡아낸다. 고기를 선인장 잎사귀로 감싸서 굽기 때문에 그렇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 백종원은 술 생각나는 밤이라며 멕시코의 100년 넘은 선술집을 찾았다. 데킬라를 주문해 손등에 소금을 묻혀 라임과 함께 먹는 그 맛 또한 아마도 우리네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맛일 게다. 데킬라라는 술 자체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해장을 한다며 시장을 찾아 백종원이 시켜먹은 이른바 ‘판시따’는 사실 멕시코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메뉴가 아닐까 싶다. 멕시코판 해장국이라고 백종원이 말하듯, 내장을 푹 끓여낸 걸쭉한 국물의 이 음식은 사실 잘 모른다면 뭐가 들었을지 무슨 재료로 어떻게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어 그 선입견 때문에 시도 자체가 어려운 음식일 수 있다.

 

하지만 “끝내준다”며 마치 “한식 같다”고 말하는 백종원의 말 한 마디에 이런 선입견은 깨져버린다. 그는 심지어 “호텔을 시장 근처로 옮겨야겠다”며 여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사실 해외를 가도 시장을 찾아가 그네들의 일상적인 음식을 시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전 정보가 없고 그래서 음식에 대한 어떤 편견과 선입견이 자리하게 되면 맛 좋고 영양 좋은 음식도 ‘생각’이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2>가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음식만이 아니라 길거리 음식 그리고 시장통에서 먹는 음식까지 소개하고 있는 건 꽤 괜찮은 시도라고 보인다. 하노이의 어느 골목길에서 찾아먹는 저들의 백반이나, 시안의 길거리에서 사먹는 대추로 맛을 낸 떡, 터키에서 먹는 터키식 내장탕 같은 음식들이 이 프로그램이 디테일하게 전하는 정보들에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혹여나 그 곳에 가게 되면 레스토랑만 찾을 게 아니라 시장 골목을 찾아가보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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