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대전’, 단언컨대 김옥빈 아니면 이런 멜로는 불가능하다

연애대전

언젠가부터 K드라마에서 멜로가 시들해진 건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 있어서다. 먼저 여주인공이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다. 캔디거나 신데렐라거나 혹은 그 변주 어디쯤에 있는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라 “아직도 저래?”하며 채널이 돌아가곤 했던 것. 게다가 남자주인공들도 잘 생기고 잘 나가는 것으로 뭇 여성들을 무조건 설레게 만든다는 그런 전제 하에 등장하는 ‘왕자님’의 또 다른 버전 정도라 식상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여전히 가부정적 틀 안에 머물러 있는 멜로의 구도가 달라진 현 시대의 감수성에는 너무 구닥다리로 보이는 면이 컸다. 

 

그래서 연애세포가 현실에서도 멜로드라마에서도 식었다 느낀 분들이 적지 않을게다. 그래서 이런 마음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연애대전>이라는 제목을 보면 먼저 선입견부터 생긴다. “또 연애네?” 하다가 “혹시나 하지만 역시나겠지”하는 마음부터 생겨 좀체 플레이버튼을 누르기 꺼려지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연애대전>은 단언컨대 그런 “아직도 저래?”나 “또 연애네?” 혹은 “역시나” 하는 그런 멜로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멜로드라마다. 

 

물론 구도는 다르지 않다. 남자주인공은 톱배우 남강호(유태오)이고 여자주인공은 연예기획사를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로펌 변호사 여미란(김옥빈)이다. 여기에 여미란의 절친 신나은(고원희)과 남강호의 매니저이자 형 같은 존재 도원준(김지훈)의 서브 멜로가 더해져 있다. 그러니 이 구도만 보고도 우리는 알 수 있다. 일종의 갑을 계약관계로 만난 남강호와 여미란이 그러다 사랑하게 될 것이고, 그 옆에서 절친과 동생을 지지해온 신나은과 도원준 또한 가까워지리라는 걸. 

 

구도가 다르지 않지만 이 멜로드라마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건 여미란이라는 인물의 매력이다. 등장부터 취객 상대로 소매치기를 하는 나쁜 놈을 지나치지 못하고 화려한 액션으로 때려 눕히는 여미란은 저 흔한 캔디나 신데렐라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게다가 “여자가?” 같은 성차별적인 말을 그냥 지나치며 넘기지 못할 정도로 여성의 주체성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여자 변호사’나 ‘여배우’ 같은 표현 하나 속에 담겨 있는 성차별적 뉘앙스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는 인물. 

 

남자 하면 일단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며 만나는 게 손해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여미란은 그렇게 남자들과의 관계를 일종의 대결구도로 바라본다. 그건 과한 면이 없잖아 있어 보이지만, 그렇게 여미란을 만든 건 실제로 성차별적이고 성희롱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회 때문이다. 여미란은 그래서 그런 사회 속에서 차별당하지 않고 버텨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싸울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대변한다. 그러니 애초에 연애세포라는 게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남강호는 ‘멜로의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멜로드라마의 아이콘이지만, 그는 놀랍게도 과거 좋아했던 여자에게 처절하게 버려진 트라우마 때문에 스킨십을 하면 ‘어택’이 오는 공황장애를 겪는 배우다. 그래서 스킨십을 하는 장면에서는 약을 먹어야 겨우 할 수 있는 상황. ‘멜로의 신’이란 그렇게 거짓된 연기로 만들어진 허상일 뿐이었다. 다가오는 여자들은 그의 화려함만 볼 뿐 그 이면의 상처까지 보진 못한다. 그러니 그는 여성들이 모두 남자 하나 잘 만나 팔자 고쳐보려는 그런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러니 연애는 언감생심이다. 

 

<연애대전>은 이렇게 연애 자체에 철벽을 치는 남녀가 싸우듯이 만나고 그러다 점점 진심을 알게 되고 그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변해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서사의 틀은 전형적인 멜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워낙에 이 여미란이라는 걸크러시 캐릭터가 독보적이고 그래서 그 매력에 점점 빠져드는 남강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성차별적 세상의 문제들을 공감하고 그것과 싸우는 여미란의 자세에 응원과 지지를 하게 된다. 

 

흥미로운 건 멜로의 신으로 불릴 정도로 멜로드라마만 하던 남강호가 드디어 누아르 액션영화를 찍게 되고, 그래서 ‘근본 없는 싸움’에 재능이 있는 여미란에게 액션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진전되고 그 속에서 엑스트라 액션까지 하게 된 여미란이 이 남성판인 누아르 영화 촬영장에서 점점 독보적인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사실 누아르 액션은 남성들의 마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장르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주목받는 여미란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그러면서 그 누아르 판에서 남강호와 여미란의 진짜 사랑이 싹튼다. 

 

물론 세상은 여전히 성차별적 시선으로 두 사람의 연애를 바라본다. 즉 그저 로펌 변호사 혹은 엑스트라라고 하면 주목하지 않지만 남강호의 여자친구라고 하니 갑자기 주목받는 그 상황이 그렇다. 여미란은 그걸 뛰어넘기 위해 오로지 실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오롯이 그 자신의 역량으로 인정을 받는다.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 속에서 두 사람 역시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서로 부딪쳐가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변화해간다. <연애대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들의 티격태격은 끝까지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면서 사회적 관습 안에서 저도 모르게 내재되어 왔던 차별적인 것들이 조금씩 바뀌어나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흥미진진한 건 여미란의 시원시원한 액션이 더해진 멜로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 김옥빈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은 이 캐릭터를 더더욱 매력적이게 만든다. <악녀> 같은 작품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던 김옥빈의 이미지가 밑그림을 그려주고 그 위에 이 주체적인 여성이라 더욱 달달한 멜로가 더해진다. 실로 김옥빈이 아니면 이 역할이 이렇게 두드러질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다. 그래서 멜로드라마를 봐도 별로 설레지 않거나 유치하게 느껴졌던 분들이라면 강추하는 드라마다. 죽었다 생각했던 연애세포를 흠씬 두들겨 패서 깨워내는 김옥빈의 매력에 푹 빠져들테니.(사진:넷플릭스)

'며느라기', 제발 시대착오적인 드라마였으면 좋겠지만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에서 손녀딸 아이 백일잔치에서 며느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아들 무구일(조완기)이 아이를 보는 모습을 본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은 입이 삐죽 나온다. 그래서 못마땅한 얼굴로 보다 못해 자신이 아이를 볼 테니 아들보고 식사를 하라고 한다. 며느리 정혜린(백은혜)이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빨리 먹고 아이를 보겠다고 하고 아들도 나서서 자신이 아이를 잘 본다고 말하자 박기동은 아예 대놓고 며느리 들으라는 듯 이렇게 말한다. "애는 엄마가 봐야지?"

 

<며느라기>가 보여주는 백일잔치 풍경은 아마도 아이가 있는 이들에게는 익숙할 게다. 아이가 생기면 가족모임이 있을 때마다 누구나 한 명은 아이를 돌보느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은 아이 엄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들은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인 양 저들끼리 떠들고 식사하기에 바쁘고, 심지어 아이 엄마도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기도 한다. 박기동의 말에 들어 있듯이 '애는 엄마가 봐야한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다.

 

백일잔치에서는 또한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하나로는 부족하다고 하나 더 낳으라는 말과,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이게는 언제 아이를 낳을 거냐는 말 그리고 엄마가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아이도 똑똑하고 엄마도 힘이 덜 부친다는 말 등등. 게다가 하나로 족하다는 말에는 "그래도 아들 하나는 있어야지" 같은 시대착오적인 말도 등장한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들과 그 속에서 당연시 되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나오는 성 차별적인 말들. 며느리들이 백일잔치, 생일, 명절 제사 등등.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어딘가 불편하고 꺼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다 같이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 일인가.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일하고 차별 없이 대화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그 훈훈한 분위기에서 혼자만 소외되고 있다는 상실감이 배로 느껴질 게다.

 

그래서 민사린(박하선)은 남편 무구영(권율)과 호캉스를 가기로 한 날 박기동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는 말에 회사 워크샵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박기동은 사실 민사린의 생일을 기억하고 한 끼를 같이 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늘 불편했던 시댁 가족모임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평소 시댁이 뭐든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편안함을 줬다면 민사린은 솔직히 이야기했을 게다. 그럼에도 이 사실을 알게 된 박기동은 왜 며느리가 거짓말을 했을까는 생각하지 않고 서운함에 화를 낸다.

 

이런 일들이 매번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반복된다. 누군가의 생일, 특별한 날을 축하하는 잔치, 명절은 그래서 며느리에게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 불편하고 불행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된다. <며느라기>는 너무나 일상화되어 있어 당연한 듯 툭툭 던지는 말들이나, 어떤 관례화되어버린 행동들이 어떻게 며느리의 숨통을 조금씩 조여 오게 되는가를 디테일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혹자들은 요즘 세상에 이런 집이 어디 있느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타인의 과는 잘 보면서도 자신의 과는 보지 못하는 게 사람의 편협한 시각이다. 그래서 드라마처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을 보며 저건 '나의 일'이 아니다 라고 부인할 일이 아니다. 혹여나 나도 저런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해왔던 건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그건 어디나 있는 일이니까.

 

<며느라기>가 민사린이 무구영과 결혼해 시댁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상처들을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건 그래서 가치가 있다. 문제의식 없이 지나치던 일들을 다시금 곱씹어보고 그것이 타인에게 줬을 상처들을 생각해볼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이런 집이 어디 있느냐고 치부되는 시대착오적인 드라마였으면 좋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현실이니 말이다.(사진:카카오TV)

'다큐 인사이트' 이성미부터 박나래까지, 개그우먼의 자리를 만든 이들

 

최근 개그우먼들이 과거에 비해 조금 늘어났고 또 비중과 위상도 높아진 건 사실이다. 박나래가 MBC 연예대상 대상을 받고, 넷플릭스에서 <농염주의보> 같은 19금 스탠드업 코미디로 호평을 받고 있고, 이영자 역시 최근 몇 년 간 전성기를 구가한 바 있다. 또 송은이가 만들어낸 팟캐스트부터 시작해 비보라는 방송사 설립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판을 통해 김숙, 김신영, 안영미 등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런 변화가 최근 들어 성 평등 사회에 대한 높아진 사회의 요구와 달라진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종영한 KBS <개그콘서트>가 그 긴 시간 동안 해왔던 개그 코너들을 들여다보면 달라진 감수성을 실제로 알아볼 수 있다. 과거 개그우먼들의 역할은 보조적인 캐릭터에 머무르기 일쑤였고, 외모를 활용하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성 역할 구분이나 외모 개그 같은 요소들은 개그 무대에서 사라져버렸다.

 

KBS <다큐 인사이트>가 '개그우먼'을 화두로 가져와 담아낸 짧은 개그우먼의 역사는 그러나 지금의 변화가 시대가 달라져 그저 생겨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이들은 끊임없이 세상의 편견에 맞섰고, 아예 무대에서 배제되자 새로운 무대를 만들었다. 이 짧은 다큐멘터리는 그들이 어떻게 지금의 시대를 만들었는가를 보여준다.

 

개그우먼들은 일단 성비에서부터 개그맨들 사이에 한두 명 들어가 있을 정도로 적었고, 그들이 맡는 역할 또한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조금 센 모습을 보이면 순식간에 '비호감'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시절. 김미화가 <쇼비디오자키> '쓰리랑부부'에서 했던 순악질여사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고 1990년 KBS 코미디 대상까지 받은 건 실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 와서야 개그우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건 우리네 사회가 가진 성 차별적 시선들을 잘 말해준다. 2006년도에 '연인'이라는 코너로 큰 인기를 끌었던 김지민은 그와 함께 "개그우먼이 왜 예쁜 척 하냐"는 악플 세례를 받았다고 밝혔고, 박나래 역시 너무 캐릭터가 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호감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코미디로 주가를 날렸고 버라이어티 시절에는 진행능력을 인정받아 MC로도 승승장구했던 송은이가 결국 팟캐스트 같은 대안을 찾아내게 된 것 역시 남자들로만 구성된 버라이어티쇼가 쏟아져 나오면서 설 무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그우먼들은 그래서 찾아주지 않는 지상파를 떠나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 같은 시도를 했고 아예 비보 같은 회사를 설립해 그들만의 방송을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개그우먼들이 설 무대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숙이 말하듯 시대가 바뀌어 물을 만난 게 아니라, 이들이 나서서 얘기했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었듯이, 앞으로도 이들은 계속 안주하지 않고 일을 벌일 거라고 했다. 그런 부단한 노력들이 더해져 비로소 지금 같은 변화가 생긴 것이니.(사진:KBS)

‘검사내전’, 억지 사이다보다 현실 공감 택한 검사드라마

 

학교폭력에 자식이 휘말렸다. 그런데 그 부모가 검사다. 과연 그 검사는 자식을 위해 아는 연줄의 힘을 쓸까. 대부분의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라면 그 부모는 자식을 위한답시고 할 수 있는 모든 연줄을 다 동원해서라도 그 사건을 무마하려 했을 게다. 하지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다르다.

 

이선웅 검사(이선균)는 자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된 사건에 자신의 힘을 쓰지 않는다. 조민호 부장(이성재)과 홍종학(김광규) 수석검사가 관할서에 연줄이 있다며 도와주겠다 했지만 그 도움을 받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경찰서에서 직업을 묻는 경찰관에게 이선웅은 검사가 아닌 “회사원”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일선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해 지울 수 없는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을 봤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쉽게 사죄하고 용서를 이야기하지만 피해자는 결코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이선웅은 보게 된다. 그러니 자식의 잘못을 덮기보다는 그 잘못이 얼마나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됐는지를 아이가 알기를 바란다. 그는 아이에게 경찰서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말한다. “쉽지 않겠지만 아빤 지훈이가 뭘 잘못한 건지 그리고 그 친구한테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 깨달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꼭 그 친구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좋겠고.”

 

<검사내전>은 자식문제나 육아문제 같은 현실문제들에 있어서 검사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워킹맘 오윤진(이상희)이 육아에 일에 치여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상황은 여성이어서 감당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차별적 구조를 드러낸다. 점심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던지는 남자들의 농담이 가진 성차별적 인식은 검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가 맡은 성폭력 사건이 무죄 판결나자 심지어 같은 여성인 차명주(정려원) 또한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 “애 키우면서 공판검사 하는 거 힘들면 하기 힘들다고 하세요. 내가 감안하고 볼 테니까.”

 

이선웅이 맡은 사내 성폭력 사건 또한 여성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을 드러낸다. 우연히 복도에서 부딪칠 때 스킨십이 있었다는 이유로 홍종학(김광규)이 마치 피해자를 ‘꽃뱀’보듯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뒤늦게 취직해 성공하고 싶었고 그래서 남자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해 담배도 배우고 함께 술도 마셨지만 그러면서 남자들이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했다는 것. 피해자의 진술은 우리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천장을 뚫어야 하는 여성들이 겪는 적나라한 현실을 드러낸다.

 

<검사내전>에는 엄청난 연쇄살인이나 납치사건 같은 사건들이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사건들도 적지 않겠지만 이 드라마가 짚어내는 건 그런 사건들만큼 우리네 일상에 닿아있는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사건들이 결코 작은 사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슬며시 들어와 우리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중대한 일들일 테니 말이다.

 

<검사내전>은 이런 사건들을 검사들이 다루는 저 바깥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그들 역시 겪는 사건으로 그려낸다. 법을 집행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똑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때론 흔들리면서도 지켜야할 것들을 지키려 애쓴다는 것.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드라마다. 억지 사이다보다는 현실 공감을 택한 검사 드라마라고나 할까. <검사내전>이라는 작품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사진:JTBC)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