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루카'·'괴물', 무엇이 괴물들을 소환해냈을까

 

"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십니까? 제약회사 마약성 진통제 출시 계획, 보이지 않는 정관계 로비스트, 엄청난 리베이트, 재판에 조작, 이 자체가 코리안 카르텔입니다... 이 사람들은 장사꾼들이 아니라 괴물입니다. 사람 목숨 따윈 관심도 없죠."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에서 빈센조(송중기)는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유찬(유재명) 변호사에게 그가 마주하고 있는 적들이 '괴물'이라 말한다. 코리안 카르텔이라는 괴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도 저지르고, 법도 마음대로 주물러 범죄도 덮어버리며, 마약을 갖가지 로비를 통해 상비약처럼 유통시켜버리는 이들. 물론 과장된 설정이지만 이들과 맞서고 있는 인물이 홍유찬 같은 변호사라는 점과, 그가 법으로 맞서고 있지만 그것이 무력하다는 사실에는 우리네 사법 현실에 대한 맹렬한 풍자가 담겨있다.

 

우상 같은 로펌은 이들의 범법조차 합법으로 둔갑시켜 버린다. 그러니 이들을 어떻게 홍유찬 같은 뜻만 가진 변호사가 막을 수 있을까. 그는 결국 저들에 의해 사고로 위장된 채 살해당한다. 죽기 전 빈센조에게 이런 말을 남기며.

 

"악마가 악마를 몰아낸다. 제가 유일하게 외우는 이탈리아 속담입니다. 예전에 말했죠? 괴물이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고. 근데 난 괴물이 못돼요. 누군가 진짜 괴물이 나타나서 법이고 지랄이고 이 나쁜 새끼들 그냥 다 쓸어버렸으면 좋겠어. 허허. 하지만 뭐 현실은 불가능한 거지. 빈센조 변호사님. 변호사님 그 괴물이 될 순 없겠죠?" 도무지 이겨낼 수 없는 괴물들과 마주하기 위한 더 강력한 괴물의 등장. 코리안 카르텔에 맞서는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라는 반영웅의 탄생은 결코 상식적인 방식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괴물의 현실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법이 아니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폭력을 끌고 와 저들을 싹 쓸어버리는 빈센조라는 괴물이 탄생한다. 그렇게 저들의 제약회사 공장을 불질러버리자 그 곳에 로펌과 회사라는 껍데기 뒤에 숨어 있는 진짜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상 로펌에서 홍차영(전여빈)의 어시 변호사로 위장한 채 있던 장준우(옥택연)가 바로 그 괴물이다.

 

이른바 괴물들의 전성시대가 아닐까. tvN 월화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에는 실험에 의해 탄생된 지오(김래원)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털이 곤두서고 극도의 분노 상태가 되면 몸에서 엄청난 고압의 전류가 흘러나와 모든 걸 파괴시키고 태워버리는 그는 스스로를 괴물로 여긴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하고 숨어 살다시피 하지만, 그가 가진 능력(유전자)을 배양해 '인간개조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이를 통해 돈과 권력을 쥐려는 휴먼테크 같은 조직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엇나간 과학과 종교의 부적절한 만남이 만들어낸 욕망은 <루카>가 그려내려는 진짜 괴물의 실체다. 괴물 같은 능력을 저주라 생각하는 지오만이 그들을 모두 쓸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은 제목 자체가 괴물이다. 어느 변두리 마을에서 벌어진 연쇄 실종사건과 살인사건. 그로 인해 실종된 이들을 20년 동안이나 애타게 찾으며 사건을 추적해온 형사 이동식(신하균). 이 조그만 마을의 파출소로 내려와 그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한주원(여진구) 경위와 어딘지 하나 같이 의심스럽고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마을 사람들. <괴물>은 한 변두리 마을을 덮친 살인, 실종사건을 저지른 괴물을 추적하는 형사들이 점점 괴물처럼 의심되는 상황들을 그리면서 동시에 진짜 괴물은 저편에 있다는 걸 암시한다.

 

그건 그 동네의 정치와도 연결된 '개발'과 관련이 있다. 20년 전 개발 이야기가 솔솔 피어나고 있을 때 손가락 열 마디를 잘라 전시해놓는 엽기적인 신체상해, 실종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식어버린 개발 붐이 이제 20년이 지나 다시 생겨나려는 시점에 같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상황을 에둘러 말해준다. 도대체 한 마을의 개발을 둘러싼 어떤 일들이 이런 비극을 만든 걸까. 그것이 무엇이든 저 편에 이를 기획한 괴물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잡기 위해스스로 괴물이 된 이동식 같은 형사가 탄생한다.

 

괴물이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는 <빈센조>의 대사 속에 담겨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네 드라마 속에 넘쳐나는 괴물들은 저마다 더 강력한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해 탄생한 판타지 반영웅들이다. 빈센조나 루카 그리고 이동식 같은 괴물이 말해주는 건 그래서 사법이나 국가 권력 같은 괴물들과 맞서야할 존재들이 이제는 카르텔을 형성해 더 강력한 괴물이 된 현실이다. 물론 극화된 이야기들이지만, 적어도 대중들은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이 반영웅들이 저 거대한 괴물들을 사그리 쓸어 벌이는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하고 있으니.(사진:tvN)

"여기가 더해".. '빈센조', 송중기를 마피아 변호사로 세운 속내

 

"여기 정말 양아치네요. 야쿠자, 마피아가 하는 짓은 다하고 있어요." 바벨건설 자료를 보던 빈센조(송중기)는 이들을 마피아에 비교한다. 그 말에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유찬(유재명) 변호사는 동감을 표한다. "바벨은 마피아와 다를 게 없습니다. 바벨의 파트너인 우상 로펌도 마찬가지구요. 엄밀히 말하면 우상은 그 양아치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입니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이 드라마가 어째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라는 빈센조라는 인물을 설정해, 그것도 한국행을 하게 만들고 이곳에서 금가프라자를 어쩌다 지켜내는 히어로로 세웠는가 하는 그 의도를 드러낸다. 이 드라마는 최근 대중들이 흔히 '관피아'니 '검피아'니 하며 부정한 저들의 카르텔을 표현하는 우리네 현실을 빈센조라는 마피아를 직접 세움으로써 풍자하고 저격한다.

 

검사였지만 윗선에서 대놓고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라는 지시를 받은 최명희(김여진) 변호사는 '검피아'로 불리는 카르텔의 실체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는 자기만 당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검사직을 때려치우고 우상 로펌에 들어온다. 로펌의 대표 한승혁(조한철)은 최명희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서부지검장, 서부장. 이 사돈지간이 남부지검에 가족카르텔 만든다는 소문 다 퍼졌어요. 개혁이고 공수부 절대 못 뚫고 들어가는 카르텔! 근데 거기에 선배를 끼워주겠어? 아니. 그냥 부려먹다가 오늘처럼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거야." 그 카르텔이 자신을 결코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최명희 같은 검사가 우상 로펌 같은 곳의 수석 변호사가 되어 가진 자들의 밑을 닦아주고 약자들을 짓밟는 과정 역시 마피아 같은 카르텔을 가진 우리네 사법 현실을 보여준다.

 

<빈센조>의 풍자 코미디가 신랄하고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한 건, 단지 빈센조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말과 액션 때문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관피아, 검피아로 불리며 대중들에게는 그들만의 카르텔로 정의가 아닌 이익을 위한 집단처럼 보이는 권력들에 대한 속 시원한 일갈이 담겨 있다. 진짜 마피아가 나타나 그들 방식대로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과정이 주는 사이다의 맛이란.

 

"여기가 이탈리아였으면 너희는 지금 아무도 모르게 포도밭 거름 되어 있을 거야. 그리고 싸구려 와인으로 어디서 1+1에 판매되고 있겠지. 난 협상이 아니라 경고를 주러 온 거야. 이젠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거거든." 빈센조가 우상을 찾아와 마피아식의 경고를 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큰 카타르시스로 다가온다.

 

사실 극중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마피아는 총을 쏘고 불을 지르는 잔인한 존재들로 그려지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저 권력과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바벨건설 같은 존재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합법을 위장해' 법망을 빠져나가며 약자들의 삶과 터전을 몰아낸다는 점에서 더더욱 잔인하다. 이들이 하는 방식은 실로 교묘하다.

 

우상의 사주를 받은 앤트 재무관리는 사람이 없는 건물 부분을 헐어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그래서 세입자가 도망을 치면 건물을 한방에 철거해버리는 방법을 쓴다. 물론 위법은 우상이 모두 커버한다. 그리고 그 우상 뒤에는 바벨건설이 그 뒤에는 검사 같은 법 권력자들이 카르텔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

 

<빈센조>는 그래서 괜히 겉멋에 마피아라는 소재를 더해 놓은 게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네 부조리한 현실의 권력 카르텔에 대한 강렬한 풍자가 자리해 있다. 그래서 그 풍자 속에 등장하는 빈센조라는 인물이 서민들을 위해 싸우는 그 과정은 더더욱 시원해진다. 간만에 느끼는 제대로 된 풍자 블랙코미디의 맛이다.(사진:tvN)

240억짜리 비주얼 갑 '승리호', 넷플릭스와의 어색한 만남

 

한국 최초의 우주 SF 블록버스터. 아마도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에 대한 가장 큰 기대감은 바로 이 지칭 안에 들어 있을 게다.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모험서사들은 우리와는 거리가 먼 할리우드의 이야기로만 여겨온 우리네 관객들에게 <승리호>는 그 제목이 먼저 소개됐을 때부터 어딘가 이질감을 줬던 게 사실이다. 일본 만화를 번역해 방영했던 추억의 만화 <이겨라 승리호>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는 그러나 생각보다 괜찮은 비주얼 블록버스터의 색깔을 보여줬다. 시작부터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가 다국적 경쟁 청소선들과 우주쓰레기를 놓고 벌이는 추격전은 시선을 잡아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우주선들의 이미지들이나, 빈티지한 무게감까지 더해진 미술로 구현된 승리호 내부의 이미지는 할리우드의 비주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구현되었다. 

 

승리호의 주역들인 4인방 캐릭터도 저마다의 색깔이 뚜렷하게 나올 정도로 매력적이다. 아웃사이더이면서 아이를 찾기 위해 돈 되는 일이면 뭐든 다 하는 조종사 태호(송중기), 거대한 레이저총을 난사하는 걸 크러시 캐릭터 장선장(김태리), 조직 두목으로 살벌한 문신을 하고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그리고 유해진의 목소리가 입혀진 작살잡이 로봇 업동이는 애초 이 작품이 IP의 확장으로 계획하고 있는 캐릭터 비즈니스가 충분하게 느껴지는 매력들을 보여준다. 

 

게다가 2092년 사막화된 지구의 디스토피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각종 위성들 속 도시 풍경들도 흥미롭다. 나라나 언어의 구분 자체가 의미 없어질 정도로 다국적화된 그 도시들 속에서 어딘지 비정한 사람들의 어두운 모습들은, 지구로부터의 탈출을 계획하는 UTS의 리더 설리반(리처드 아미티지)이 꿈꾸는 화성의 자연이 살아있는 풍광과 대비를 이룬다. 

 

영화 <승리호>가 공개된 후 여러 언론들이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는 아쉬움은 역시 스토리다. 이렇게 비주얼적으로 잘 구현된 세계와 상반되게 이야기는 너무 평이한 클리셰에 머물고 있고, 보는 이에 따라서는 신파적인 이야기가 공들인 세계를 다소 허무하게 만들었다 여겨질 수도 있다. 스토리는 확실히 아쉽다. 도로시라는 아이를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은 부성애 코드가 강조되면서 너무 뻔한 스토리로 이어진다. 

 

또한 <승리호>라는 한국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라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 우리식의 어떤 해석이나 색깔이 이야기나 연출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단순한 '국뽕'이 아니라, 글로벌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해도 우리네 '로컬'의 색깔 같은 차별성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킹덤>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좀비 장르라는 보편성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조선'이라는 차별성을 내세워 글로벌한 반향을 일으켰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다소 신파적인 스토리가 그 로컬의 색깔처럼 드리워진 건 <승리호>에 가장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스토리의 아쉬움은 이 작품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결정한 넷플릭스를 통한 상영이 과연 괜찮은 선택이었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만일 블록버스터로서의 우주 액션과 비주얼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대형스크린을 통해 봤다면 그 느낌이 사뭇 달랐을 거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블록버스터로서의 시각적 쾌감이 그 부족함을 채워줬을 테니 말이다. 

 

다만 제작비 240억원이 투입된 <승리호>가 우리네 영화에서는 미지의 세계처럼 여겨졌던 우주를 소재로 끌어와 적어도 이물감 없이 구현해냈다는 점이 분명한 성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이 작품이 내딛은 첫 걸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갖게 된 노하우가 향후 또 다른 우주 SF에서는 채워지길 기대한다.(사진:넷플릭스)

‘아스달 연대기’, 송중기와 장동건 대결구도가 만든 시즌2 기대감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가 시즌1을 종영했다. 하지만 이대로 종영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들이 더 많다. 심지어 시즌2 안하면 화날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세 파트로 나뉘어진 시즌1이 파트2까지만 해도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았던 <아스달 연대기>지만 2달 간의 휴지기를 거친 후 돌아온 파트3는 확실한 몰입감이 있었다.

 

그 몰입감의 원천은 인물들이 저 마다의 욕망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생겨났다. 아스달의 연맹장으로 올랐던 타곤(장동건)은 자신이 이그트임이 발각되면서 연맹인들의 마음을 얻으려던 노력을 포기했다. 대신 공포정치를 시행했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건 종교적인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연맹 대신 나라를 만들고 그 위에 군림하는 왕이 되었다.

 

대제관이 된 탄야(김지원)는 살아남기 위해 타곤을 왕으로 세우지만 자신만의 힘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장 힘겹고 비참하게 노예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은혜를 베풀었고, 그의 그런 행위들은 아스달 백성들에게 조금씩 전파되어갈 것이었다.

 

태알하(김옥빈)는 청동의 비밀을 캐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 해미홀(조성하)을 고신하게 한 타곤을 알고는 결코 나눌 수 없는 욕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즉 타곤과 함께 꿈꾸고 나누려 했던 절대 권력이 헛된 꿈이었다는 걸 알고는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타곤의 아이를 가진 태알하는 그것으로 타곤의 발목을 잡고, 타곤의 복수를 꿈꾸는 흰산족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였다.

 

사야(송중기)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배냇벗(쌍둥이)이 은섬(송중기)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타곤을 왕으로 세우려 하면서도 동시에 어려서부터 꿈에 나타나 힘겨운 상황에도 자신을 살게 해준 탄야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맹세를 했다. 향후 사야가 타곤의 편에 계속 설 것인지 아니면 예언대로 칼인 은섬, 방울인 탄야, 그리고 거울인 그가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돌담불로 노예로 끌려갔다 돌아오는 여정에 모모족과 아고족을 차례로 만나며 그들에게 이나이신기의 재림이 된 은섬은 그 부족들을 하나로 모아 아스달과의 일전을 예고했다. 마침 왕이 된 타곤의 첫 번째 왕명이 아고족 정벌이라는 점은 향후 시즌에 펼쳐질 전쟁을 예감케 만들었다.

 

이처럼 인물들이 살아나고 그들의 욕망과 대결구도가 명확해지면서 <아스달 연대기>가 궁극적으로 그리려 한 세계의 윤곽도 명쾌해졌다. 결국 이 드라마는 나라를 세우려는 타곤으로 상징되는 세력과, 부족을 모아 그들과 맞서려는 은섬으로 상징되는 세력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이것은 문화인류학에서 자주 던져지는 궁극적인 질문에 닿아있다. 어째서 어떤 부족은 나라가 되었고 어떤 부족은 소수 부족으로 남게 되었는가. 그리고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와 부족으로 남아 살아가는 이들 중 어떤 삶이 더 가치 있는가.

 

물론 결국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라를 선택한 거대한 욕망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과연 진짜일까. 국가 간의 거대한 대립과 분쟁이 여전한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 어째서 지금도 소수 부족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부족들의 삶이 이 지구적인 재앙 앞에 선 우리들의 대안처럼 보이는 걸까.

 

지금껏 그 어떤 드라마들도 좀체 던지지 못했던 거대한 인류학적인 질문을 <아스달 연대기>는 담으려 하고 있다. 그 밑그림이 시즌1의 인물들 속에 자그마하게 피어나는 욕망의 불씨로 담겨져 있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향후 시즌을 계속 이어나가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과연 시즌2는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 우리도 매년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는 드라마가 드디어 탄생한 것 같은 섣부른 기대를 갖게 만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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