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바>, 불륜보다 흥미로운 다양한 관점들

 

결혼생활이..... 어느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봐라.. 안 힘들고 안 버거운 사람 있나... 그만큼.. 책임이 따르고...무게가 있기에 결혼서약을하고, 하는거지.. 버겁고. 힘들다고.. 조그만한.. 바람에 흔들리면.. 세상사람 다 흔들리고 쓰러지지...... 나쁜 ×.. 진짜 힘들었을 때.. 말했어야지.. 다른 사람한테 말고.. 그게 예의지.. 나쁜..’ - 한은정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종종 별 보러 오자던 남편은 어디로 가고~~ 그 남편에게 다른 여자들과 둘이서 영화 보고 차 마시고 술 마실 여유는 있었어도, 독박가사에 독박 육아 하는 맞벌이 아내 마음 헤아릴 여유는 없었던 거지... 이 드라마가 위기를 외면하는 부부에게 예방주사가 되면 좋겠다. 이미 일 벌어지고 수습하기엔 상처가 너무 크잖아...’ - 차연

 

이 드라마를 단지 바람 폈다는 사실만 주목하면 안돼지. 이선균과 송지효가 살면서 서로에게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먼저 따져야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정말 결혼한 다음 서로에게 충실한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회이지. 잡은 물고기에게 왜 먹이를 주냐 식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 드라마 보지마라. 그런 사람들은 욕밖에 할 게 더 있냐?’ - anjfqhkf

 

JTBC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 대한 기사에는 이런 댓글들이 빼곡하게 달려있다. 드라마에서는 마침 불륜을 저지른 정수연(송지효)이 자신이 왜 그렇게 됐는가에 대해 힘들었던 자신의 심사를 눈물을 흘리며 남편 도현우(이선균)에게 말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맞벌이 하는 워킹우먼으로서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잘 하기 위해 뛰고 또 뛰었고 그게 누구에게나 있는 일로 치부하던 차에 그 사람이 보여주는 친절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갔다는 것이다.

 

아마도 가정을 가진 워킹우먼들의 입장에서 그녀의 말이 공감 가는 쪽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하나의 변명에 불과하다고 여겨지는 시청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도현우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가끔 애 데리러 가줬고 또 쓰레기도 치워줬다며 자기도 할 만큼 했다고 말하는 도현우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누구나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며 도현우의 입장을 지지하는 분들도.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가 그 내용 안에 이 불륜에 처한 정수연과 도현우의 상황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을 담아놨다는 점이다. 게시판에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제목으로 도현우가 글을 올려놓자 거기에 대한 익명의 여러 사람들이 의견들을 계속 덧붙인다. 당장 이혼하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참치마요처럼 차분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대처해나가라는 조언도 있다. 그 참치마요에게 너무 자기 입장에서 입바른 소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고, 그가 쓴 한 줄 한 줄의 진심에 감동하는 입장이 올라오기도 한다.

 

즉 드라마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륜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있고, 그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또한 다양한 입장들을 내보이고 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사실 이렇게 되면서 드라마는 단순히 불륜이 갖고 있는 자극적인 상황들이 무한 전개되는 것을 벗어나 좀 더 결혼이라든가 부부관계라든가 혹은 일과 가정에 대한 이야기들 같은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이 서로 개진되는 장을 마련해준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그 드라마 속 정수연과 도현우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여러 의견을 달고 때로는 격론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어쩌면 그간 당연히 생각해왔던 결혼과 부부관계 같은 것들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가진 독특함이 드러난다. 드라마적 상황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그 일종의 상황극을 통해 저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 이것은 우리가 단순히 이 드라마를 불륜극이다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찌질함에 대한 공감, <질투> 조정석과 <이번 주> 이선균

 

JTBC 새로운 금토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제목이 말해주듯 아내의 바람을 의심하는 남편의 찌질한 시선이 담긴 드라마다. 어느 날 아내에게 온 문자메시지에서 호텔에서 만나자는 내용을 본 도현우(이선균)는 아내 정수연(송지효)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의심스러워지고 그 문자메시지에 담겨진 호텔에서 만나자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진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사진출처:JTBC)'

10년 차 별 볼일 없는 외주프로덕션 PD로 생활해오고 있는 도현우는 마침 불륜 남녀를 소재로 아이템을 기획하면서 회의에서 나오는 말들조차 참아내기 어렵게 된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기를 내 아내에게 그걸 캐묻지도 못한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라는 글로 조언을 구하게 된다.

 

2007년 후지TV에서 방영됐던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어딘지 우리가 봐왔던 불륜 소재의 드라마와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그것은 아내의 불륜 징후를 알게 되고 전전긍긍하는 남편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륜을 하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나, 또 불륜에 대한 복수나 아픔을 담는 이야기하고도 다르다. 특히 남편의 불륜이 아닌 아내의 불륜을 남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점은 더더욱.

 

물론 이런 도발적인 제목을 갖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불륜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면서 우연히 그 사연을 게시판에 올리게 되고 그걸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사랑과 결혼 같은 부부관계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를 발견하는 쪽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어찌 보면 결혼 후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의 관계는 익숙해지는 만큼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관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배우자가 자신에게 대단한 존재인가를 깜박 잊고 살아간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여기에 일종의 위기상황을 집어넣어 그 반응을 통해 잊고 있던 관계를 다시금 확인시키고 회복시키려는 실험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건 이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도현우의 찌질한 반응들이다. 아내를 의심하고 괜스레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며, 흥신소를 찾아가 증거를 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 이 남자는 지극히 현실적이라 오히려 공감이 간다. 아내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 하지도 못하고, 의심스런 행동(이를테면 문자를 주고받는)을 보이면 괜스레 주변을 빙빙 돌며 유도 심문하듯 질문을 던지는 남자. 그러면서도 결혼기념일에 모든 걸 털어내려 선물을 준비하는 남자에게서 어떤 따뜻한 인간미 같은 게 느껴진다.

 

멋지게 포장하기 보다는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떤 면에서는 찌질함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공감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가 불륜이라는 소재를 갖고 왔지만 어떤 따뜻함 같은 게 느껴지고, 특히 이 남자 도현우가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는 찌질한 남자들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조정석)이나 MBC <쇼핑왕 루이>의 루이(서인국) 같은 캐릭터들이 대표적인 찌질한 남자들일 것이다. 잘난 척 하기보다는 떼쓰고 잘 삐치고 징징대는 남자. 과거 그 많던 멋진 실장님들이나 현대판 왕자님들하고는 너무 다른 남성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도현우 역시 바로 그런 캐릭터들 중 하나다.

 

그런데 도대체 그 잘난 왕자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찌질한 남자들이 차지하게 됐을까. 그것은 아마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현실을 알게 된 시청자들에게 왕자님 같은 막연한 판타지가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그보다는 조금 찌질해도 그것이 인간적으로 보이고 나아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그런 현실적인 인물들에 대한 공감대가 더 커져 있다는 걸 이들 캐릭터들은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힐링캠프>의 고전, 무엇이 문제일까

 

개리가 게스트로 출연한 <힐링캠프>에서 리쌍의 ‘TV를 껐네의 가사가 스크린에 떠올랐다. ‘널 너무나 사랑해서 난 TV를 껐어. 새빨간 네 입술.’ 리쌍의 29(?) 노래를 지적하면서 그게 왜 야한지 일반인 MC들에게 물어보기 위함이었다. 김제동은 조금 연륜이 있어 보이는 부부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화면에 띄운 가사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것은 리쌍의 조금 이따 샤워해라는 곡의 가사였다. ‘조금 이따 샤워해. 이대로 더 나를 안아줘. 이렇게 네 품에서 장난치고파.’

 


'힐링캠프(사진출처:SBS)'

사실 이런 식의 진행은 조금 불편함을 만들 수도 있었다. 제 아무리 연륜이 있는 분이라고 해도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를 시키고 읽는다는 건 당사자도 또 그걸 보는 시청자도 난감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선해 보이는 이 아저씨는 그 가사를 한 구절씩 읽으며 그 때마다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는 오글오글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가사의 야릇함은 이 부부의 따뜻함으로 인해 그 불편함이 상당부분 상쇄되었다. 심지어는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왜 그렇게 아내분을 계속 쳐다봤냐는 김제동의 짓궂은 우문에 아저씨는 세월이 지나가면 다 이렇게 됩니다라고 현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김제동의 짓궂은 질문은 계속 되었다. 아내까지 일으켜 세운 후 아저씨에게 가사를 다시 읽게 만들었고, 아내에게 그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다. 아내는 부끄러운 듯 조금 이따 샤워해라는 표현이 조금 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두 분이 있을 때도 저런 얘기를 하냐고 물었고 아저씨는 그런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자 김제동은 굳이 그걸 또 콕 집어서 어떤 얘기를 하냐고 물었다. 물론 토크콘서트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하는 이야기라면 그렇게 깊게 들어가도 괜찮을 일이다. 하지만 이건 방송으로 나가는 것이니 조금은 수위 조절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오히려 이 난감한 장면들을 훈훈하게 만들어낸 건 이 연륜이 있는 부부의 담담한 이야기였다. 아저씨는 정신지체로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지만 항상 웃고 있는 아들에 대한 사랑을 담담하게 꺼내놓았다. “남이 싫어해도 항상 웃는 모습이 너무 좋다는 아저씨의 말에 관객들은 모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말은 못 들어도 엄마 말은 잘 듣는다는 얘기부터 동생 역시 오빠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특수교육과로 대학을 갔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 장면은 현재 <힐링캠프>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힐링캠프> 500인은 관객 500명을 MC로 모신다는 것이 그 중요한 포인트다. 하지만 연예인을 게스트로 세워놓고 관객들이 질문하는 형식은 관객만 MC라 바꿔놓았을 뿐 우리가 기존에 봐왔던 연예인 토크쇼와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힐링캠프> 500인이 빛나는 지점은 연예인의 답변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질문이나 사연을 얘기할 때다. 연륜이 있는 부부의 이야기는 사실상 게스트로 서 있는 개리와는 무관한 것이었다. 그저 돌출적으로 나온 이야기가 오히려 더 주목을 받는다는 건 지금 현재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위치에 발을 딛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일이다.

 

사실 이 날 방송분에서 개리와 송지효 사이의 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전반부는 그리 흥미롭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질문자를 관객 중 한 명인 일반인 MC의 입을 통해 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전형적인 연예인 토크쇼의 범주를 재현하는 듯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톡톡 튀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는 분명 존재했다. 예를 들어 노래를 만들 때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가겠다는 개리의 고민 이야기에 한 일반인 MC가 던진 시대는 변하지만 음악은 시간이나 시대는 없다고 한 답변이 그런 것이다.

 

<힐링캠프>는 현재 고전중이다. ‘500인의 일반인 MC’라는 파격적인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4.3%의 시청률로 시작한 새로운 <힐링캠프>는 개리편에서는 3.7%로 추락했다. 이 추락의 의미는 새로운 <힐링캠프>가 아직까지 그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일이 아닐까. 연예인 게스트의 이야기에 집중할 거라면 굳이 500인의 일반인들을 향해 카메라를 세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연예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 상황을 잘 들여다보고 그 방향을 제대로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런닝맨> 캐릭터의 힘, 예능 장동건 이광수

 

마카오에 이어 베트남을 찾은 <런닝맨>이 발견한 것은 이광수가 그 곳에서는 ‘예능 장동건’이었다는 사실이다. 가는 곳마다 “이광수!”를 외쳐대는 팬들 속에서 멤버들은 얼떨떨한 표정이 역력했다. 흥미로운 건 이 반응에 대해 제작진들 역시 어째서 이광수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그런 식의 자막이 재미있어서 그렇게 붙인 것일 게다. 하지만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도대체 이광수는 어떻게 아시아의 기린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런닝맨>의 캐릭터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만큼 캐릭터의 힘이 돋보이는 예능이 있을까. 이 힘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과 후를 나눠서 그 출연자들이 갖게 된 이미지나 존재감을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런닝맨>을 통해 개리는 이른바 ‘갖고 싶은 남자’가 됐고, 송지효는 예능 에이스로 거듭났으며 지석진은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게임에 약한 임팔라 캐릭터가 됐고, 이미 예능의 프로들인 하하나 김종국은 더욱 공고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캐릭터가 돋보이는 인물이 바로 기린 이광수다. 그가 <런닝맨>을 통해 차츰 차츰 구축해온 기린 캐릭터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관계에 따라 그 반응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즉 김종국 같은 능력자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지만 송지효 같은 여성 멤버에게는 툭탁대며 싸움을 걸고, 지석진처럼 약한 캐릭터와는 ‘필촉 크로스’ 같은 동맹을 맺는다는 점이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 관계 속에서도 이광수는 머물러 있기 보다는 늘 새로운 반전을 노린다는 점이다.

 

<런닝맨> 같은 게임 예능에서 반전 요소만큼 주목을 끄는 건 없다. 이것은 게임에서 어떤 흐름이 생겨났을 때 그대로 흘러가는 것에 제동을 걸고, 새로운 스토리로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종국은 이광수 캐릭터의 변화를 가장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처음 이광수 캐릭터는 ‘모함광수’처럼 조금은 소심한 모습을 띄었지만 본격적으로 스파이 미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진화한다.

 

즉 이광수가 김종국 밑에서 그의 충복처럼 행동하지만 그를 이기려는 욕구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런닝맨>은 흥미로운 관계의 변화를 보여줬던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능력자 캐릭터인 김종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세우는 데도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힘과 대단한 촉으로 밀어붙이는 김종국은 바로 그런 캐릭터 때문에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광수는 배신을 통해 그런 능력자에게 때론 굴욕을 안긴다는 점에서 김종국에게도 어떤 당하는 캐릭터의 면모를 심어줌으로써 친근감을 만들어주는 존재가 된다.

 

이광수의 장점은 그 외모 자체가 주는 과장된 면모를 하나의 캐릭터로 연기해낼 줄 안다는 점이다. 다른 멤버들이 게임 중에서도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반면, 이광수는 거의 대부분 캐릭터에 빙의된 모습으로 게임에 들어와 있는 모습이다. 바로 이 점은 그의 캐릭터가 그만큼 공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물론 <런닝맨>이 가진 캐릭터의 힘은 결국은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자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유재석은 일찌감치 이광수에게 모함광수의 캐릭터 씨앗을 심어주기도 했고, 그 씨앗이 차츰 자라 배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광수가 아시아의 기린이라는 어마어마한 캐릭터로 주목받을 수 있게 해준 것은 그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이라는 캐릭터 세상 덕분이기도 하다. 초반에는 그저 서브 역할에 머물렀던 캐릭터에서 이제는 아시아에서 열광하는 캐릭터가 된 이광수. <런닝맨>의 캐릭터쇼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