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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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만든 K팬덤, 이젠 글로벌이다대중문화 비평 2024. 10. 13. 09:14
K-드라마 팬덤의 드라마틱한 변화이른바 K-드라마를 만든 일등공신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당연히 열성적인 한국의 시청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K-드라마라는 위상은 비판적이며 까다롭기 유명한 한국의 시청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한국의 시청자들1980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23년간 방영됐던 MBC ‘전원일기’가 종영하게 된 건 더 이상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농촌의 풍경이 현실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도시화로 인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는 이들이 급증했고, 이미 농촌조차 90년대부터 서서히 전원도시로 변모했다. 당연히 라이프스타일도 바뀌었다. 시청자들은 어딘가 구닥다리 같은 시골의 삶보다는 도시의 세련된 삶을 보고 싶어했다. 이러한 요구는 이미 90년대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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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 극강의 순한 맛에 숨겨진 만만찮은 강인함(‘그 해 우리는’)동그란 세상 2022. 1. 7. 13:11
‘그 해 우리는’, 말하기 전 백 번은 생각하는 듯한 세심함 이처럼 순하디 순한 남자 주인공이 오히려 더 강력하게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이유는 뭘까. SBS 월화드라마 의 최웅(최우식)은 특이한 캐릭터다. 그간 멜로드라마의 남성 캐릭터들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어딘가 미숙하지만 그것이 귀엽게 느껴지고,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지만 그것이 소심한 귀여움과 더해져 세심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전체 꼴등이었지만 그다지 성적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인물이었고 따라서 성적을 올리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지도 않는 인물이었다. 그저 조용히 반에서 없는 듯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만 빠져 있던 소년. 그렇지만 그에게 파문을 일으키며 다가온 국연수(김다미)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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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맛 '펜트하우스' 빈자리, 순한맛 '암행어사'가 채운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1. 1. 27. 16:33
'암행어사'의 단순한 권선징악에 시청자들이 호응한 건 누가 봐도 SBS 드라마 의 빈자리가 만든 영향이라는 게 분명하다. KBS 월화드라마 의 시청률이 9.7%(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았다. 가 방영되던 시점에 5~6%대를 오가던 시청률이 시즌1이 끝나고 한 주만에 9.7%까지 올라선 것. 의 이런 급반등은 이 퓨전사극이 가진 와의 상반된 느낌을 떠올려보면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즉 마라맛의 너무나 강력한 자극이 피로감마저 주었던 와 비교해 는 순하디 순한 맛의 퓨전사극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중간부터 보는 데 하나도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의 스토리텔링은 익숙하다. 탐관오리들이 출몰하고, 그래서 고을에 갖가지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해결이 요원해 민초들만 곤경에 처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