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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삼시세끼', 느림보 에릭에게서 배워야 할 것들 에릭, 우리가 원한 건 그의 정성일 뿐 느려도 너무 느리다. tvN 의 에릭이 하는 요리 이야기다. 그의 요리가 이전 어촌편의 차승원과 확연히 다른 건 ‘속도’다. 차승원은 재료만 확보되면 척척 요리로 만들어냈고, 그 과정은 심지어 다이내믹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그가 능숙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에릭은 다르다. 그는 요리가 아니라 예술작품(?)을 만들 듯이 아주 정성을 다하고 섬세하게 요리를 한다. 그러니 저녁 한 끼를 먹으려고 준비하는 과정만 7시간이 걸린다. 그 7시간 동안 만든 요리가 회 초밥 몇 점, 고구마튀김, 수육 그리고 그 육수로 만든 제주도식 돔베국수다. 일찍부터 준비했지만 새벽2시가 훌쩍 넘어서야 저녁을 다 먹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가 회 초밥을 만들기 위해 잡아온 물고기를 회.. 더보기
황당한 '닥터 스트레인지', 그럼에도 열광하게 되는 건 , 어떻게 이 진부함과 황당함을 이겨낸 걸까 새로운 마블의 슈퍼히어로물 영화 는 그 스토리나 설정만 두고 보면 진부하고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잘 나가던 외과의사가 교통사고로 손을 다쳐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육체적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몸을 정신 수련을 통해 고쳐내면서 엄청난 위기상황을 맞게 된 세상을 구원해내는 이야기... 일단 동양인이라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막연한 동양에 대한 신비주의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처럼 진부하고 황당한 스토리지만 관객들은 의외로 영화 속에 점점 빨려 들어간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네팔에서 만난 신비로운 여인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으로부터 수련을 받는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 컴버배치)의 설정은 역시 그 무수한 쿵푸 .. 더보기
'W', 송재정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이 도발하는 것 , 어째서 이 만화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까 말도 안 되게 재밌다? 아마도 이 말은 라는 드라마에 딱 어울리는 평가일 듯싶다. 이 드라마의 설정은 한 마디로 ‘만화 같기’ 때문이다. 만화 속 세계로 들어가는 여주인공이나, 현실 세계로 나와 자신을 만든 작가와 한 판 대결을 벌이는 만화 속 주인공이나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말도 안 되게 재밌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거기에는 송재정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뒷받침해주는 판타지의 욕망이 작용한다. 말도 안 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상상. 그것을 눈앞에 던져주고 나름의 법칙들을 세워둠으로써 마치 게임 같은 몰입을 만들어낸다. 이.. 더보기
'또 오해영', 멜로판 '시그널'을 보는 듯 미래는 바뀔 수 있다...의 사랑론 미래는 바뀔 수 있다. 종영한 드라마 에서 그토록 많이 들었던 그 목소리가 tvN 월화드라마 에서도 들려온다. 물론 이 과거를 고쳐 미래를 바꾸는 설정이 판타지를 통해서였다면, 은 도경(에릭)이 갖고 있는 미래를 보는 능력 혹은 기시감을 통해서다. 도경은 이미 본 미래와 다른 말과 행동을 선택함으로써 그 미래를 바꾸게 됐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기시감 속에서 도경은 오해영(서현진)에게 “미안하다. 아는 척해서”라고 속내를 숨긴 채 말하고 있었지만, 그는 실제로는 “신발 바꿔 신어. 발소리 불편하게 들려”라는 말로 슬쩍 자신의 걱정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항상 속내를 감추며 살아왔던 도경이 변화를 선택했다는 걸 보여준다. 도경이 변화하자 그 .. 더보기
영화가 산골로 가니 진짜 영화가 보이네 멀티플렉스 시대, 무주 산골영화제의 특별한 체험 무주 산골의 어둠과 정적은 더 깊었다. 그래서 불을 끄면 마치 영화관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영화관은 바람에 묻어나는 나무와 풀 냄새가 났고 간간이 반딧불이가 날아와 은은한 빛을 점멸하며 지나가곤 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답답한 건물 천정 대신 확 트인 또 다른 스크린이 펼쳐졌다. 밤하늘이 펼쳐내는 스크린 위에는 도시에서는 좀체 볼 수 없었던 별들이 반딧불이처럼 반짝였다. 그것만으로도 영화 그 이상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무주 산골영화제 개막식장 풍경. 내외빈들은 풀밭 위에 놓인 의자에 앉아 어둠 저편 무대에서 펼쳐지는 개막작 에 시선을 빼앗겼다. 무주 산골영화제 개막작은 영화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종합 ‘영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