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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타자기’, 창작자의 시대에서 독자의 시대로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4. 23. 15:21
'시카고 타자기', 임수정에 더 집중해야 산다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초라해져가는 시청률이다. 2.4%(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tvN . 과 의 진수완 작가의 신작인데다, 유아인이 출연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대감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회에 잠깐 2.8% 시청률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시청률이 빠지더니 5회에는 1.9%까지 떨어졌다. 작품의 완성도나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의 연기 모두 명불허전인 건 사실이다. 특히 이 작품은 소설이라는 지금껏 드라마 소재로는 잘 다뤄지지 않은 세계를 담는 실험을 하고 있다. 1920년대 경성과 현재를 넘나들고 타자기와 회중시계가 일종의 판타지 장치처럼 활용되며 작가인 한세주(유아인)와 진짜 유령인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라는 존재의 관계는 상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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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의미 알고 보니 세월호 3주기가 더 안타깝습니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4. 18. 11:12
‘터널’, 최진혁이 30년을 뛰어넘은 진짜 이유시간의 터널 저 편으로 간 사람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걸까요. OCN 드라마 은 아마도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을 겁니다. 터널을 통과해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박광호(최진혁)는 왜 하필 30년 후 김선재(윤현민)와 신재이(이유영) 앞에 나타난 걸까요. 김선재가 과거 박광호가 추적하던 연쇄살인범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의 아들이고, 신재이가 다름 아닌 박광호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현재, 이 30년을 뛰어넘는 판타지가 어디서 비롯됐는가를 우리는 이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어느 날 집을 나선 가족 중 한 사람이 살해를 당하거나 혹은 실종되어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그 먼 길을 떠나버렸다면, 남은 피해자의 가족들이 느낄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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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사람냄새 나는 형사 최진혁 현재로 온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3. 27. 09:13
'터널', '시그널'과 비교되는 지점들OCN 주말드라마 에서 시청자들이 여러 작품들의 잔상들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30년 전 1980년대의 정경이 환기시키는 영화 과 드라마 . 특히 은 이러한 과거의 정경과 함께 현재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떠올리게 하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무전기가 등장하지만, 은 과거에서 현재로 통과하는 터널이 등장한다. 우연인 건지 의도한 것인지 의 남자주인공 박광호(최진혁)의 아내 역할로 나온 이시아는 에서도 이재한(조진웅)의 첫 사랑으로 등장한다. 하드보일드한 형사지만 아내 혹은 연인에 대한 사랑을 가진 존재라는 특징은 이 두 주인공들이 가진 공통점이다. 이들은 그만큼 사람 냄새가 나는 형사라는 캐릭터로 시청자들 앞에 서 있다. 이처럼 유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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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느림보 에릭에게서 배워야 할 것들옛글들/명랑TV 2016. 11. 6. 09:24
에릭, 우리가 원한 건 그의 정성일 뿐 느려도 너무 느리다. tvN 의 에릭이 하는 요리 이야기다. 그의 요리가 이전 어촌편의 차승원과 확연히 다른 건 ‘속도’다. 차승원은 재료만 확보되면 척척 요리로 만들어냈고, 그 과정은 심지어 다이내믹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그가 능숙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에릭은 다르다. 그는 요리가 아니라 예술작품(?)을 만들 듯이 아주 정성을 다하고 섬세하게 요리를 한다. 그러니 저녁 한 끼를 먹으려고 준비하는 과정만 7시간이 걸린다. 그 7시간 동안 만든 요리가 회 초밥 몇 점, 고구마튀김, 수육 그리고 그 육수로 만든 제주도식 돔베국수다. 일찍부터 준비했지만 새벽2시가 훌쩍 넘어서야 저녁을 다 먹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가 회 초밥을 만들기 위해 잡아온 물고기를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