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종영 <개과천선>, 시즌제 주장 나오는 까닭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본래 18부작이었지만 중간에 몇 번 결방을 하게 되면서 16부로 조기종영하게 됐다. 워낙 아쉬움이 남기 때문인지 조기종영에 대한 서로 다른 이유들이 제시되었다. MBC측은 김명민의 스케줄을 이유로 댔고, 김명민측은 스케줄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드라마 제작 현실을 이유로 들었다.

 

'개과천선(사진출처:MBC)'

하지만 이런 이유 이외에도 <개과천선>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날카로운 현실 비판이 방송사에 부담이 됐을 거라는 추론도 나온다. 물론 그것이 진짜 조기종영의 이유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현실에서 벌어졌던 대기업과 관련된 사건들이 이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해 그 적나라한 얼굴을 보여줬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다른 측에서는 <개과천선>의 조기종영 이유로 시청률을 들고 있지만 사실 이 정도의 완성도와 디테일을 담고 있는 본격 법정물로 8%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복잡한 금융 사건들은 전문가들이 봐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복잡함은 사건이 커도 관계자들 이외에 대중들이 사건에 무관심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그런 사건들을 드라마를 통해 자세하게 보여준다는 그래서 시청률 8%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조기 종영되었지만 드라마 팬들은 벌써부터 시즌2를 얘기하고 있다. 드라마 내용만으로 보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이제 차영우펌을 나온 김석주(김명민)가 막 본격적으로 차영우펌에 맞서 한판 승부를 겨루는 시점이다. 중소기업에게 불리한 금융상품을 제대로된 설명 없이 판매한 은행에 맞서 김석주 변호사는 고군분투하지만 그는 차영우펌이 가진 네트워크에 첫 패배를 맛본다. 변호사의 역할을 마치 로비스트처럼 생각하는 차영우(김상중)의 말처럼 한 개인의 노력으로는 인적 네트워크를 쥐고 있는 시스템과의 대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

 

김석주 변호사는 그래서 지금 이런 사건들과 본격적으로 싸워나가는 그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셈이다. 게다가 현실에서 서민들이 억울하게 판결 받은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많은 사건들을 하나하나 반추해나가는 것만으로도 <개과천선>의 이야기 소재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개과천선한 김석주 변호사의 면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팬들은 각별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현실에서 찾기 힘든 희망처럼 그가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수많은 시즌2 요구 드라마들이 실제 시즌2를 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처럼 <개과천선>이 시즌2를 할 가능성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이번 시즌2 요구는 여타의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른 대중들의 정서가 들어가 있다. 현실에 있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끌고 와 디테일하게 다룬 <개과천선>에 쏟아지는 호평이 말해주듯, 이 드라마에 대한 시즌2 요구는 공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에 의해 불의가 정의인 양 둔갑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가 깔려 있다. 현실의 시스템에 의해 묵과되는 사안들을 드라마에서나마 확인하고픈 마음. <개과천선> 시즌2 요구에는 그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아빠 어디가> 시즌2, 멤버 구성에 고려되어야 할 것들

 

<아빠 어디가>가 시즌2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적절한 선택이다. 프로그램의 특성 상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방송을 차츰 알아가게 되는 순간부터 관찰카메라가 가진 자연스러운 발견들은 힘겨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것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어느 정도의 추억거리라면 모르겠지만 너무 과도한 방송에서의 이미지 소비는 아이들의 향후 교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하지만 시즌2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도 심히 고민되는 지점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중 가장 뜨거운 감자가 멤버 구성이다. 멤버 구성이 어려운 점은 <아빠 어디가> 같은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는 일종의 유사 가족 같은 느낌으로 엮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여기 출연하는 아이들을 마치 한 가족처럼 시청자들이 느끼고 공감해왔기 때문에 인물이 빠져나가는 것은 그만한 상실감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멤버 구성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좀 더 새로운 시즌2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먼저 시즌1의 멤버 전체를 교체하는 것은 무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어쩌면 새로운 프로그램처럼 여겨질 수 있고, 시즌1과의 연결고리 역시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한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미 발굴된 캐릭터들의 가능성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후다.

 

윤후의 힘을 가장 잘 알 수 있었던 대목은 충남 청양군 개실마을로 떠났을 때 그의 빈자리가 만들어낸 존재감이다. 당시 윤민수가 몸이 아파 뒤늦게 합류하게 됨으로써 윤후가 빠진 채 방송이 진행됐는데, 의외로 그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는 것. 이것은 이번 뉴질랜드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홈스테이에서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서먹해진 윤후의 존재감이 적어지자 프로그램의 힘도 그만큼 빠져버렸던 것. 물론 이 부분을 채워준 것은 다름 아닌 민국이 동생 민율이었다. 언어와 상관없는 작지만 상남자 캐릭터 민율의 귀요미 콘셉트는 홈스테이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즉 시즌2를 한다고 해도 윤후를 뺀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그램의 손실이 크다는 점이다. 물론 민국이나 준이의 존재감이 약한 건 아니지만 이 아이들은 방송을 통해 너무 성숙해진 면이 있다. 즉 맏형 민국이는 이제 방송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여겨지며, 나이에 비해 성숙한 준이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물론 준수는 예외적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의 상남자 매력을 가진 준수 역시 시즌1에 이어 시즌2의 가능성 역시 무한하다 여겨진다.

 

새로운 멤버를 구성한다면 이미 시즌1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던 아이들을 출연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여겨진다. 즉 민율이 같은 아이는 이미 대중들에게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인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아이보다 유리할 것이다. 또한 준이 동생 빈이 역시 강한(?) 캐릭터로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시즌2 후보군으로 나쁘지 않다 여겨진다.

 

물론 어떤 시즌2의 구성이 나올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몇 가지는 시즌1과의 연계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점과 새로운 멤버구성의 변화가 시청자들에게 좀 더 거부감 없는 자연스러움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후나 민율 같은 아이는 좀체 버리기 아까운 카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어떤 구성이든 시즌2가 또 다른 유사가족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오려면 변화에도 그만한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골든타임>, 시즌2를 위한 포석

 

<골든타임>은 종영했지만 해운대 세중병원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외상센터 지정도 수포로 돌아갔고, 헬기 배정도 물 건너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희망마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없는 헬기는 소방헬기와의 제휴를 통해, 여전히 모자란 수술방은 이른바 ‘돌려막기’를 통해 임시방편을 만들었다. 중증 외상센터 부지도 영안실 2층을 리모델링함으로써 해결하기로 했다.

 

'골든타임'(사진출처:MBC)

그리고 쏟아져 들어오는 응급환자들을 맞아 경험은 없어도 열정으로 버텨낸 인턴 나부랭이들도 모두 제각각 자신의 길을 떠났다. 세중병원 응급실에 남겠다는 이민우(이선균)를 멘토이자 롤모델인 최인혁(이성민) 교수는 그의 발전을 위해 떠나라고 했고 그는 서울의 외과수술이 유명한 병원으로 레지던트 과정을 위해 떠났다. 강대제(장용) 이사장이 깨어나자 인턴으로 돌아온 강재인(황정음) 역시 서울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최인혁 교수와 그의 비서이자 매니저인 신은아(송선미)만 남았다. 밉상이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과장 4인방도 그대로다. 달라진 건 그다지 없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 응급실의 현실은 더 참담하니 무언가 판타지를 그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터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암담해지는 그 시점을 이 드라마는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강재인은 이사장 대행으로서 모든 게 뒤틀어질 때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노력과 진심이 배신할 때도 있다”고. 하지만 “후회하지 않을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되는 거라고. “이렇게 경험해가면서 우린 성장해가는 거”라고. <골든타임>이 여느 의학드라마보다 빛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섣부른 희망에 다다르려 하지 않고 그렇다고 절망에 빠지지도 않으면서 그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담았다는 것.

 

아마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지는 건 바로 이 결론이 아니고 과정을 담아낸 드라마의 특성 때문일 게다. “교수님 저 4년 후에 꼭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떠나는 이민우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온 이민우와 최인혁 교수의 만남을 보게 될 거라는 기대감.

 

이런 기대감이 작용한 것인지, <골든타임> 마지막회는 시즌2가 기획된다면 가능할 몇 가지 포석들을 남겨 두었다. 시즌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결국 캐스팅이다. <대장금2> 제작의 관건은 이영애씨에게 달렸다고 이병훈 PD가 말한 건 그 단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골든타임>은 어떨까. 시즌2를 제작한다면 이선균이나 황정음, 이성민, 송선미가 함께 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포석은 이 네 사람이 다시 시즌2에 합류하는 것이다. 이민우가 말한 것처럼 4년 후 버젓한 의사로 돌아온 이민우와 강재인이 최인혁과 신은아를 만나서 다시 응급실을 꾸려가는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가장 이상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조합일 수 있다. 성공한 드라마의 재조합이란 캐스팅에 있어서 각각의 입장차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따라서 현실적인 포석은 최인혁과 신은아가 이끄는 세중병원 응급실에 새로운 인턴들을 넣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새 인턴들로 새로운 주연급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물론 드라마의 중심축은 시즌1에서처럼 최인혁이 이끌어 나가는 게 정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포석은 이민우와 강재인의 서울 레지던트 성장기를 외전처럼 담는 방식이다. 아마도 이것은 쉽지 않은 포석이 되겠지만 <골든타임>과 연계를 가지면서도 새로운 의학드라마로 접근해도 되는 열린 가능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보면 <골든타임>의 종영 방식은 대단히 많은 시즌2의 가능성을 잘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여겨진다. 네 인물을 한 데 묶어서 어떤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을 풀어 헤쳐 흩어놓고는 다시 만날 약속을 던지는 그런 방식. 과연 <골든타임>은 마지막회가 포석한 것처럼 시즌2로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온다면 그것은 어떤 방식일까. 꼭 다시 이들의 골든타임을 볼 수 있기를.

<1박>에서 <나가수>까지, 시즌2 무엇이 문제일까

 

<1박2일>은 주말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해오다 시즌2를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한때 가요계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파장을 일으켰던 <나는 가수다>도 시즌2에서는 점점 잊혀져가는 예능이 되어가고 있다. <청춘불패>는 시즌1에서 농촌과 아이돌을 엮어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즌2에서는 그다지 존재감 없는 예능이 되었다. <탑밴드> 역시 시즌1에서는 시청률은 낮았지만 호평을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즌2는 시청률도 더 떨어졌고 평가도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시즌2를 선언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1박2일'(사진출처:KBS)

본래 시즌2는 시즌1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즌2가 기획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즌1에서 만들어진 기대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시즌2는 보통 신생예능보다 훨씬 더 높은 기대치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다지 별로 다르지 않은 시즌2를 접하게 되면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게 된다. 또 그렇다고 너무 색다른 시즌2를 했다가는 시즌1과의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되어버린다. 한 마디로 시즌2는 그 변화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

 

<1박2일> 시즌2의 경우 시즌1과 그다지 차별성이 없는 형식을 반복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반면 <나는 가수다>는 시즌2에서 생방송 경연이라는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시즌1이 갖고 있던 음악의 질까지 생방송이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어려워졌다. 결국 <나는 가수다>는 생방송을 접고 시즌1으로 회귀하는 중이다. 하지만 시즌1과 차별화되지 않는 현재 방식의 회귀는 대중들의 관심 자체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청춘불패>는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변하고, 변해야 할 것이 변하지 않은 시즌2로 인해 추락을 경험했다. 즉 프로그램의 의미인 시골이라는 공간을 게임의 장으로 변질시킨 것이 패인이 되었다. <탑밴드>는 시청률을 올리겠다며 ‘악마의 편집’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밴드 음악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시즌2를 하면서 대거 바뀌게 되는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이 이탈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한 명 정도가 바뀌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프로그램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여러 명이 바뀌면 지금껏 만들어져 온 출연자들 사이의 관계가 전부 바뀌게 된다. 캐릭터가 관계에 의지한다고 볼 때, 완전히 달라진 관계는 기존 자리 잡았던 캐릭터마저 흔들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1박2일>의 이수근과 김종민은 대표적인 사례다. 강호동도 없고 이승기도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경험이 많은 이수근은 <1박2일>을 전면에서 끌고 가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되었다. 하지만 이수근의 본래 역할은 프로그램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의외의 웃음을 주는 것이지 진행 자체는 아니다. 이것은 김종민도 마찬가지다. 김종민은 누군가와의 관계로 섰을 때 큰 웃음을 주지만, 단독으로 섰을 때는 그저 불안한 캐릭터가 된다. 김종민이 ‘김선배’라는 캐릭터로 자리하는 <1박2일>은 그래서 때론 안정감이 없게 여겨질 때가 많다.

 

한편 <나는 가수다>나 <톱밴드>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게 사실상 출연자들이다. 누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시즌2로서의 차별성이 그 자체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2>는 시즌1과의 연계를 위해서 기존 가수들 중 6명을 시즌2에 합류시켰고 여기에 새 가수들 6명을 더해 12명이 경연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보면 캐스팅이 시즌2만의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데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카스텐의 등장과 반향은 거꾸로 이 시즌2의 초기 캐스팅의 문제를 드러낸다. 대중들은 좀 더 파격적인 가수들의 등장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탑밴드>는 출연 밴드들만 보면 이게 오디션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라인업이 이뤄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유명 밴드들의 출연은 효과적이지 못한 방송으로 인해 오히려 주목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많은 유명 밴드들 중에서 그나마 인지도가 확실히 생긴 밴드는 장미여관 정도. 피아나 내 귀에 도청장치, 데이브레이크, 몽니, 트랜스픽션... 그 어떤 밴드 하나라도 거의 한 회분의 분량을 만들만큼의 스토리와 음악을 가진 밴드들이지만 결국 오디션이라는 한 무대에 변별력 없이 서게 됨으로써 안타깝게도 하향 평준화된 인상을 만들었다.

 

물론 시즌2가 전부 실패한 것만은 아니다. 알다시피 <불후의 명곡2>나 <정글의 법칙2>, 그리고 최근 19금 예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SNL코리아2> 같은 경우는 시즌2의 성공사례다. 하지만 여기서 <정글의 법칙2>나 <불후의 명곡2>는 예외적인 경우다. <정글의 법칙2>는 형식상 시즌제를 해야만 가능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여타의 시즌 선택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다르다. 또 <불후의 명곡2> 역시 본래 계획에 없던 것이 오디션 열풍으로 생겨난 것으로서 시즌2라 얘기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시즌1과의 연관성도 그다지 많지 않은 거의 신생 예능의 인상이 짙다.

 

그런 점에서 보면 <SNL코리아2>의 성공은 시즌제의 모범답안처럼 보인다. 시즌1이 보여줬던 신랄한 시사 정치 풍자 코미디에 시즌2는 19금이라는 새로운 동력을 얹었다. 시사 정치 풍자의 강도도 시즌1보다 훨씬 더 강해져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는 상태. 무엇보다 <SNL>이 본래 정치와 섹스코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시즌2는 <SNL코리아>의 진정한 완성이라고 볼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런 시즌1과의 연계성과 시즌2만의 확실한 차별성이 <SNL코리아2>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SNL코리아2>의 성공은 케이블 채널이라는 특정 성향을 감안해보면 일반적인 시즌2의 성공사례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시즌2는 <1박2일>이나 <나는 가수다> 같은 주말예능의 강자들조차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아직까지 시즌제에 대한 인식이 시청자들이나 제작진들 모두에게 낯설다는 것도 한 이유고, 시즌2 선언이 자발적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이 어려워지는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이뤄지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시즌1과의 연계성과 시즌2만의 차별성 사이에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시즌2는 그래도 계속 생겨난다. <남자의 자격>이 사실상 시즌2 성격의 변화를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로그램의 힘이 빠지자 새로운 멤버를 넣어 새로운 동력을 찾아보려는 것이지만, 이런 식의 시즌2 기획은 안타깝게도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 수많은 시즌2에 무릎 꿇은 예능 프로그램이 그 많은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