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어게인'이 판타지 설정을 가져와 들여다본 가족

 

JTBC 월화드라마 <18어게인>에는 18년 전으로 돌아간 홍대영(윤상현, 이도현)이 자신의 가족을 뒤에서 지켜보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고등학생 고우영(이도현)이 되어 자신의 딸 시아(노정의)와 시우(려운)를 들여다보고, 아내였던 정다정(김하늘)의 삶과 아버지 홍주만(이병준)의 무거운 어깨를 다시금 본다.

 

정다정이 어렵게 들어간 방송사 JBC에서 이혼 프로그램을 맡게 되고 그의 활약으로 정규 편성이 되었지만 MC 자리에 엉뚱한 인물이 들어가게 된 사실을 알게 된 홍대영은, 그 힘겨웠던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는 정다정을 길 건너편에서 안타깝게 바라본다. 딸 시아가 사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하고, 그래서 대학보다는 학원을 다니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걸 홍대영은 고우영이라는 이름으로 또래 친구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결혼을 반대했고 아이를 지우라고까지 했던 아버지 홍주만이 사실은 아내를 늘 챙기고 있었고, 또 아내 역시 남편 몰래 홍주만과 왕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홍대영은 고우영의 몸이 되고 난 후에야 그 시선으로 알게 된다. 버스 운전을 하며 살아가는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까지.

 

늘 먼발치에서 정다정을 또 시아와 시우를 바라보는 홍대영의 시점은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이건 <18어게인>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그렇다. 18년 전으로 몸이 돌아간다는 그 설정 자체가 만들어진 판타지가 아닌가. 중요한 건 이런 다소 작위적일 수 있는 판타지를 가져와 무얼 이야기하려는가 하는 점일 게다.

 

최근 tvN에서 방영됐던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같은 드라마가 우리가 안다 치부했던 가족을 다시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시대의 대안적 가족관을 모색했다면, <18어게인>은 판타지 설정을 통해 가족을 다시 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겨진다. 홍대영은 고우영이라는 젊은 몸이 가진 시각에 의해 가족을 다시금 본다. 물론 마인드는 중년의 홍대영 그대로지만 그를 보는 외부의 시각들은 이제 고등학생이라는 젊은 세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년과 젊은 세대의 교차점과 소통이 홍대영이라는 인물 내부에서부터 일어나게 된다.

 

물론 홍대영의 일방적인 시선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의 달라진 시각이 가족을 대하는 방식을 달리 하게 만들고, 그것은 가족들 역시 홍대영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태어난 게 부모의 불행이었다 생각했던 시아가 홍대영이 준 통장에 적힌 글귀 속에서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뒤늦게 깨닫고 눈물 흘리는 장면이 그렇다. 또 정다정이 홍대영에게 전화로 한 번도 필요할 때 옆에 없었다고 한 말들은, 이제 고우영이 사실 홍대영이었다는 걸 알게 된 정다정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18어게인>은 그 판타지 설정 자체가 작위적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하지만 이런 작위성을 가져와 일종의 '드라마 게임'을 하듯, 다시금 가족을 들여다보게 해준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우리도 그저 다 알고 있다 여겼던 우리의 가족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고 있으니.(사진:JTBC)

 

 

 

'가족입니다'가 엔딩에 담은 새로운 가족관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가 종영했다. 사실 가족주의 시대를 지나 이제 개인주의 시대로 들어선 지금,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의미화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수많은 가족드라마들이 만들어졌어도, 그저 옛 가족의 양태를 향수할 뿐,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족관을 제시한 드라마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족입니다>는 그 흔치 않은 현재에도 지속 가능할 가족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 드라마였다. <가족입니다>는 '막연히 안다 생각했던 가족'의 모습에서 시작해,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사실은 잘 몰랐던 가족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그 후에 그 개개인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제시했다.

 

드라마가 제시한 우리 시대의 가족관은 엔딩에 고스란히 담겼다. 애초 졸혼을 선언하며 엄마나 아내가 아닌 바로 자신으로 서고 싶었던 이진숙(원미경)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해나가기 위해 홀연히 집을 떠났고 긴 여행에서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부재를 가족들 모두 느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고 다른 가족들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영위하기 시작했다.

 

엄마에 대한 부채감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가족들의 삶도 충만해졌다는 건 기존의 가족주의 체계가 엄마의 희생 위에 얹어져 있었기 때문에 엄마도 또 가족들도 서로 힘겨울 수밖에 없었던 관계를 말해준다. 결국 엄마의 홀로서기는 가족들의 홀로서기와 연관되는 것이었다.

 

결혼 후 한참이 지나서야 남편이 성소수자라는 걸 알고는 이혼하게 된 맏딸 은주(추자현)는 1년이 지나 소록도에서 일하고 있는 전 남편 윤태형(김태훈)을 찾아갔고 두 사람은 서로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서로의 짐을 지고 가는 친구가 되겠다던 그 다짐을 이룬 것. 이혼이 결혼만큼 많아지고 있는 요즘, 그 후 한때 부부로 지냈던 이들이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여기에는 담겨있다. 헤어졌어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은주의 출생의 비밀도 이 드라마는 그간 그토록 많았던 가족드라마 속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보통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갑자기 끈끈한 핏줄의식이 발동하는 가족주의적이고 혈연주의적인 풍경 따위는 없었다. 은주는 친아버지를 만나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해달라는 말 한 마디를 쿨하게 남긴 채 돌아섰고, 친아버지 역시 핏줄 따위보다는 함께 산 시간이 가족에는 더 중요하다며 은주와의 거리를 두었다. 핏줄에 집착하는 가족주의가 아닌, 타인이어도 같이 살아가는 이가 바로 가족이라는 걸 은주의 남다른 출생의 비밀 이야기가 건네고 있었다.

 

중간에 끼어 이리 저리 눈치를 보는 게 습관이 된 둘째 은희(한예리)는 타인에게는 "사랑한다"고 그토록 말하면서도 진짜 사랑하는 이에게는 꺼내놓지 못했던 그 말을 이제 찬혁(김지석)에게 하기 시작했다. 늘 자신을 낮추고 양보하는 입장에만 있던 그가 이런 변화를 갖게 된 것은 남다른 남자친구 찬혁 덕분이었다. 찬혁은 은희네 가족을 때론 은희보다도 더 속속들이 이해하려 애쓰는 인물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해 가족을 이루겠다면 적어도 찬혁처럼 그 가족까지 신경 쓰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이 인물은 말해주고 있다.

 

생계 때문에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했던 상식(정진영)은 그 열등감을 드디어 이겨냈다. 대학가요제 음악들을 챙겨 들으며 그 다른 세계를 동경했고 그 세계와는 너무나 다른 자신을 스스로 괴롭혔던 그였다. 하지만 그를 열등감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아내 진숙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였다. 그 많은 것들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된 상식은 점점 22살 사랑꾼의 모습을 찾아갔고 홀로 세상 밖으로 나간 아내를 위해 화상으로나마 대학가요제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우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행복한 가족입니다'라는 엔딩 문구는 우리가 이제 개개인으로 서서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충분히 서로를 들여다봐주는 가족이 가능하다는 걸 말해준다. 그간 가족에 매몰되어 없는 것처럼 여겨졌고 그래서 아는 건 별로 없던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이제 조금씩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려는 자세만으로(그래도 완벽하진 않겠지만)도 충분하다는 것. 무릇 우리 시대의 가족드라마라면 이 정도의 문제의식과 거기에 대한 처방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입니다>는 간만에 보는 공감 가는 가족드라마였다.(사진:tvN)

'가족입니다'의 재발견, 돌멩이 아닌 꽃, 나무였던 가족

 

"나는 엄마랑 언니 집 나가서 없는 며칠 동안 매일 밤 울었는데 언니는 들꽃 살랑살랑거리며 들어왔잖아."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은희(한예리)는 언니 은주(추자현)와 다투며 어린 시절 서운했던 마음을 꺼내놓는다. 하지만 은주의 기억은 다르다. "살랑살랑? 기억이라는 게 참 이기적이야. 자기 자신밖에 몰라. 돌멩이를 들었는지 들꽃을 들었는지 나는 기억도 안나. 그 때 나는 춥고 배고팠어. 근데 너는 새옷 입고 예쁜 머리띠하고 아버지가 해주는 밥 먹고 있더라."

 

은희와 은주는 가족이지만 서로를 잘 모른다. 아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른다. 은희는 자신만 놔두고 언니랑 엄마가 나갔다는 사실만 서운해하고, 은주는 그 날 엄마가 자신을 데리고 죽으려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모두 이들의 오해이고 착각이었다. 가족이라 더 잘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그렇게 믿어버린 것들은 돌멩이를 심지어 들꽃으로 바꿔 놓는다.

 

아마도 이런 가족에 대한 왜곡된 기억은 이 드라마 속 아버지 상식(정진영)에 대한 것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고압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만 기억되던 그는 가족들에게 '돌멩이' 같은 존재였다. 강하지만 절대 깨지지 않는 고집스런 사람.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단단함 때문에 상처를 주는 사람.

 

하지만 그 단단한 돌멩이 같다 가족들이 여기고, 그래서 스스로도 돌멩이라고 생각했던 상식은 사실은 야간에 산을 오르다 피어 있는 들꽃 하나를 오래도록 지켜볼 정도로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산행에서 머리를 다쳐 22살 사랑꾼으로 돌아갔을 때 그래서 가족들은 모두 뜨악해했다. 그 단단하게만 보였던 돌멩이가 여리디 여린 들꽃 같은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가족입니다>는 가족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다 여기던 아빠, 엄마, 언니, 동생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서 사실은 잘 몰랐던 가족의 실체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들은 엄마가 결혼 전 은주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은주는 상식이 자신의 친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혼해 함께 살았던 남편이 성소수자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은주는 스스로 단단한 돌멩이라 여겼던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낀다. 심지어 아무 문제가 없다 여겼던 막내 지우(신재하)마저 가족을 벗어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식과 진숙(원미경)은 큰 상처를 입는다.

 

뇌종양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며 상식은 자신이 '돌멩이' 같은 사람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진숙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수술을 받고 갑작스레 상태가 안 좋아진 상식을 안타까워하며 진숙은 애원하듯 말한다. "당신은 돌멩이 같은 사람이잖아. 이 정도로 쓰러지면 안되잖아."

 

하지만 과연 상식은 돌멩이 같은 사람이었을까. 어쩌면 돌멩이처럼 살아야 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가족들을 위해서 그렇게 살아왔고, 그래서 가족들은 그가 돌멩이처럼 단단하길 원했으며 그래서 그 스스로도 자신을 돌멩이라 여기며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 <가족입니다>가 상식의 들꽃 같은 여리디 여린 정 많은 속내를 들여다봤던 것처럼 세상 그 어떤 사람도 돌멩이처럼 살고 싶은 사람도 또 돌멩이가 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다만 가족이면서도 알고 있다 치부하며 쌓아둔 오해와 착각과 무관심이 그를 '돌멩이 같은 사람'으로 보게 만들었을 게다.

 

상식이 트럭 안에서 매일 일기처럼 써왔던 글들 속에서 그의 여리디 여린 감성과 자신에 대한 사랑을 보게 된 진숙은 그가 결코 돌멩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상식에게 22살 시절 수줍게 도시락에 넣어주던 사랑이 담긴 메모의 글을 다시 쓴다. '김상식씨 돌멩이는 이리저리 구르다 깨지고 모날 수 있으니 나무해요. 우리 초록이 무성한 시절은 지났으니 같이 아름답게 단풍져 봐요.'

 

우리는 얼마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안다 치부하며 꽃이었고 나무였던 그들을 돌멩이처럼 바라보며 살았던 걸까. <가족입니다>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렇게 툭 던지는 돌멩이 하나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잔잔하지만 점점 커지는 파문을 남긴다. "가족이 뭘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꾸만 하게 만들며.(사진:tvN)

 

'가족' 정진영·원미경, 늦지 않았길, 그래서 다시 사랑해도 되길

 

'진숙씨 너무 늦지 않았죠? 당신이 웃네요. 내가 당신을 다시 사랑해도 될까요?' 횡단보도를 건너오며 상식(정진영)은 진숙(원미경)에게 속으로 그렇게 묻다가 갑작스런 어지럼증으로 쓰러진다. 그 순간 진숙은 "상식씨!"하고 다급하게 외친다. 아마도 그 이름은 20대 때 결혼해 알콩달콩했던 그 때 자주 불렸지만 나이 들어 거의 잊고 있던 이름이 아니었을까.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김상식은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래서 같이 있는 게 숨도 쉬지 못하겠다던 진숙의 졸혼 선언은 상식을 심지어 폭력적인 가장으로까지 오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야간산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해 스물 두 살의 기억으로 되돌아간 상식은 의외로 '사랑꾼'의 모습을 보여줬다.

 

스물 두 살의 사랑꾼과 이제 반백을 훌쩍 넘긴 폭력적인 가장. <가족입니다>가 그리는 상식의 모습은 이게 한 사람의 모습인가 싶을 정도로 멀어져 있는 것에서 시작해 차츰 어째서 그 사랑꾼이 이런 가장의 모습으로 비춰지게 됐는가를 찬찬히 보여준다. 알고 보면 상식은 폭력적인 가장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순간의 감정이 터졌던 것이었다.

 

그것은 아내 진숙이 대학생 때 가진 첫 딸 은주를 위해 그를 짝사랑하던 상식을 남편으로 받아들이면서 비롯된 일이었다. 상식은 진숙을 사랑하는 만큼 은주 또한 친 딸처럼 사랑했지만,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해 트럭운전을 하며 살아가는 자신이 진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생각 때문에 오해와 의심을 만들었다. 진숙이 은주의 아버지를 만난다는 오해를 했던 것. 그래서 사랑꾼 상식은 진숙에게 냉랭해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상식의 그런 못난 행동들은 진숙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깊어서였다. 진숙은 그렇게 갑자기 변해버린 상식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 역시 버티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첫 딸 은주가 친 딸이 아니라는 걸 약점처럼 숨겨가며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해가며 그렇게. 하지만 그것 역시 진숙의 진심은 아니었다. 병원에 앉아 진숙은 그 진심을 상식에게 말했다.

 

"당신이 태산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어. 난 책임지라고 할 까봐 도망친 그 사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 당신 평생 허깨비랑 싸운 거야. 젊은 시절 당신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우리 둘이 헤쳐 나가면 된다고,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선언할 때 멋져 보였어.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한 약속 지금껏 잘 지켜준 거 고마워. 딱 그것만 지켜서 이렇게 사단이 났지만. 고마워. 뭐하느라 세월이 이렇게 가버렸나."

 

진숙의 그 말에 상식도 오랫동안 가슴에 담았던 이야기를 건넨다. "나도 용기를 내서 솔직하게 고백 하나 할게요. 나는 허깨비랑 싸운 게 아니라 평생을 못난 나랑 싸운 거 같아요. 내가 다시는 날지 못하게 선녀 옷을 몰래 숨겨버린 비겁한 놈 같아서. 누가 나보고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 할까봐. 예전의 그 멋진 청년을 당신이 아니라 내가 먼저 잊고 산 것 같아."

 

<가족입니다>는 가족 간의 갈등들이 저 막장드라마들이 보여주듯 누군가 진짜 악해서 벌어지고 누군가를 상처 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나빠서가 아니라 몰라서다. 혹은 외면해서. 상식과 진숙의 화해는 그래서 가슴을 먹먹하게 하면서 동시에 다시금 가족을 생각하게 만든다. 가족 간에 어떤 갈등들이 있다면 그건 혹여나 잘 알지 못해서가 아닐까. 누군가 화를 내거나 변화된 모습을 보였을 때 왜 그런 것인가를 잘 들여다보려 했을까. 가까이 있는 가족일수록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더 많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이 드라마는 말해주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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