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이 아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문제

 

결국 SBS 예능 프로그램 <>은 폐지가 결정됐다. 예상된 결과이고 또 당연한 결과다. 이미 고인이 발생한 예능 프로그램을 웃으면서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 폐지 결정으로 이 모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이 들춰낸 문제는 <>의 문제라기보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폐지되었다고 해도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없다면 제2의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짝(사진출처:SBS)'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출연자들(특히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심대하다. <헬스키친>의 요리사 지망생은 이 프로그램의 독설가 고든 램지의 혹독한 비평을 받은 후 권총 자살했다. 미팅 버라이어티쇼 <베첼러>의 지아 알만드 역시 자살을 선택했고, 복싱 리얼리티쇼 <콘텐더> 출연자도 자살한 사례가 있다. 이런 일들은 근 10년 동안 리얼리티쇼가 방송 트렌드로 이어지면서 생겨난 무수한 사례 중 하나다.

 

<>은 이제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리얼리티를 표방한 국내의 프로그램들은 점점 더 강도 높은 환경 속으로 출연자들을 밀어 넣고 있다. <정글의 법칙>의 변화는 이런 리얼리티쇼의 강도에 대한 대중들의 체감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과거에는 그저 정글에서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 안에서 생존 게임을 해야 덜 밋밋하게 여겨질 판이다.

 

<진짜 사나이>는 군대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 출연자들을 투입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들이 유격훈련을 하고 내무반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강도가 지금은 그다지 강하게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 헨리 같은 군대 무식자를 투입하는 건 이렇게 약해진 강도를 군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출연자를 통해서 벌충하려는 목적도 들어있다. 물론 <정글의 법칙>이나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인데다가 여러 안전요원 등을 통해 다각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이러한 육체적인 위험이 눈으로 포착되는 프로그램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프로그램에 있을 가망성이 높다. 일반인들의 사생활이 가감 없이 노출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악의적으로 편집되어 해당 출연자를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은 그것이 심지어 극단적인 사고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과의 연결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잠재적인 위험을 갖는다.

 

<안녕하세요><화성인> 같은 프로그램에서 때로는 과도한 비정상 혹은 논란이 될 만한 인물들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는 그 위험성이 노출되는 순간이다. 이럴 때마다 대중들의 질타가 이어지지만 이들 프로그램들은 그 때 뿐, 어떠한 새로운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계속 방송을 강행하곤 한다. 이럴 경우 이런 논란들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고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또 다른 극단적인 결과가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의 폐지는 당연한 일이고 또 올바른 선택이지만 그렇다고 산재한 모든 문제가 끝난 건 아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일 지도 모른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며, 그것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길이라고 얘기되는 요즘,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흐름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지금에라도 사전에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가망이 높은 프로그램은 아예 정신적인 치료나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카운셀러가 상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폐지되었다고 끝난 건 없다. 이제 시작이다.

<안녕하세요>, 약간의 배려가 만드는 엄청난 차이

 

지난주에 방영되었던 이른바 ‘집착 오빠’에 대해 쏟아진 논란 때문이었을까. 이번 주 <안녕하세요>에서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약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고민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자칫 이상하게 비춰질 수 있는 일반인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을 출연자들 스스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제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의 일반인 출연자들이 방송이 가진 위험성 또한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거나, 혹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이번 주에 특히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었던 출연자는 살이 쪘다고 자꾸만 구박하는 언니와 엄마 때문에 출연한 고민녀였다. 누가 봐도 멀쩡한 외모를 가진 소녀였지만 그 언니는 “너 진짜 못생겼다”, “돼지 같다”, “짧은 바지 입으면 더러워 보여” 하며 심한 소리를 한다는 것. MC들은 살이 찐 것 같지 않다고 말했지만 언니는 “벗은 걸 못 보셔서 그렇다”며 “딱 봐도 뚱뚱하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이 자매의 엄마 역시 언니와 똑같은 독설을 퍼붓는다는 점이었다. 엄마에게 SNS에 왜 언니사진만 올리고 자신의 사진은 올리지 않느냐고 이유를 묻자 “넌 안 예쁘잖아”라고 대놓고 말했다는 것. 엄마는 단 한 번도 동생의 사진을 올린 적이 없다며 예쁜 언니처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으며 또 직설적으로 살이 너무 쪄서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 방청객들은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방송분량만으로는 분명 독설하는 언니와 차별하는 엄마가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질 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방송은 엄마와 언니가 왜 동생에게 그러는지 그 이유를 들려주었다. 집안에 가족력이 있다며 살이 쪄서 시누이와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 그래서 살짝 거기에 노이로제가 있다는 것. 엄마와 언니가 동생에게 그러는 것이 사실은 그녀의 건강을 걱저해서라는 것을 밝혀주었다.

 

무엇보다 지난 주 집착 오빠와 확실히 달랐던 점은 마지막에 사연의 주인공과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확인해준 점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자극은 주되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방청객분들한테 이 사연만 놓고 보면 저희 언니랑 엄마만 나쁘게 보이잖아요. 하지만 저희 집안이 좀 직설적인 거든요. 언니도 착해요 엄마도 저를 사랑하시는 거 아니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 엄마도 “내가 너 너무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너 아프면 어떡해 엄마가. 알지? 사랑해.”라고 말했고 언니도 “엄청 욕먹을 거 같은데.. 저 동생 안 싫어해요. 저는 야채 안 먹을까봐.”라고 걱정하는 마음을 털어놨다.

 

즉 동생의 사연만을 들려주면 엄마와 언니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충분했던 이야기였지만, 결국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 살찌는 것만 폭식하는 동생에 대한 가족의 걱정을 읽을 수 있었던 것. 또한 MC들 역시 이 자칫 자극적으로만 흐를 수 있었던 이야기에 여유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케이윌이라면 언니와 동생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고, 언니보다 주인공이 낫다는 즉석 투표를 해서 108표나 나오자 정찬우는 “감정이 섞였네. 이 사람들이. 그 정도는 아니잖아.”하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만들었다. 또 이영자는 살을 흔들어 멈췄을 때 여전히 흔들리면 비만이라며 이를 즉석에서 시연해 보여주는 희생(?)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물론 이날도 지난 주 출연했던 집착오빠에 대한 비난은 여전했다. 지난주 우승자로 이번 주에도 출연해야 했지만 송은혜씨가 신혼여행을 떠났다는 것. 그런데 이 집착오빠가 그녀와 함께 신혼여행을 간 사진이 공개되자 객석이 술렁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집착오빠와 차별엄마를 다루는 방송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집착오빠가 어떤 공감할만한 소통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 차별엄마는 딸과의 소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안녕하세요>에는 MC 네 명이 그 날 출연하는 사연의 주인공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언가 다른 취향과 습관과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그들이지만 마치 똑같은 옷을 입은 것처럼 우리는 결국 서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안녕하세요>가 지향해야할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집착오빠와는 다른 차별엄마를 다루는 방식, 그 작은 배려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안녕하세요>, 왜 비정상이라 비난받을까

 

초심을 잃어버린 걸까. 공영방송이 이래도 되나 싶다. 여동생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오빠가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후 인터넷은 이 오빠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다. ‘정신병자’이니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부터 ‘스토커’라는 비난, 오빠가 여동생에게 툭하면 시키는 뽀뽀가 ‘성추행’이라는 얘기까지 나왔고, 심지어 ‘성적인 악플’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내고 있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것.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그도 그럴 것이 방송에 나간 이 여동생에 집착하는 오빠의 이야기는 실로 정상이라 볼 수가 없었다. 동생을 아끼는 마음에서 그랬다고는 해도,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여동생을 매일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여행을 갈 때도 꼭 따라가고 심지어 신혼여행까지 같이 가자는 오빠를 어찌 정상으로 보겠는가. 늘 손을 잡고 다니고 툭하면 뽀뽀를 요구하는 것에다 ‘사랑해’라는 말을 안 하고 전화를 끊으면 다시 건다는 건 도에 지나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결혼하기로 한 예비신랑과 이 오빠가 썼다는 계약서에는 동생은 평생 자기 것이며 같이 살 것이고 언제든 데리고 놀러 갈 수 있다는 식의 내용까지 들어 있었다. 오빠가 아니라 부모도 이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동생은 울먹거리며 오빠가 자신이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서 자신의 미래를 꾸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오빠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관객의 투표에서 150명 중 132명이 ‘고민이다’를 눌러 우승자가 됐을 때 오빠의 표정은 심지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남의 가족 일에 우리가 알 수 없는 내막이 있을 수도 있으니 가타부타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미 방송을 통해 방영되었다는 것은 사실상 이 사적인 이야기를 공론화하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오빠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는 대중들은 하등 잘못된 것이 없다. 정상인이라면 이런 식으로 방송에서 보여진 인물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따라서 이것은 방송이 아예 내놓고 한 사람을 전 국민적인 비난 앞에 내놓는 행위나 다를 바가 없다. 그 사람이 제 아무리 비정상적이고 잘못됐다 해도 그 어찌 보면 사적인 문제들을 온 국민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실로 방송이 할 짓이 아니다. 흔히 인터넷에서 누군가 찍은 동영상이 올라와 ‘○○녀’, ‘○○남’이라 불리며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일과 이것이 무에 다를 게 있을까.

 

물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다양성의 차원에서 보여주고,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그들 사이에 어떤 화해와 소통의 물꼬를 터주자는 <안녕하세요> 애초의 기획의도는 잘못된 것이 없다. 하지만 이 기획의도대로 하려면 좀 더 신중한 접근과 편집이 필요하다. <안녕하세요> 같은 특이한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자칫 자극적으로 경도되기 쉬운 위험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안녕하세요>가 그나마 안전하다 여겨졌던 것은 가족이 출연해 가족애라는 틀 안으로 특이한 이들을 껴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때로는 비난받을 만한 이들도 뒤늦은 참회의 모습으로 오히려 소통의 감동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여동생에 집착하는 오빠의 이야기에는 그런 부분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소통은커녕 오히려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오빠가 여동생에게 보여준 리액션의 전부였다. 그러니 이 편집된 방송에서 대중들의 비난여론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이 날 방영된 또 다른 사연 중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마치 하인처럼 시키는 부모 이야기 역시 자극적인 소재였지만 그나마 비난여론이 덜했던 것은 마지막에 엄마가 딸의 고충을 이해하고 울컥하는 모습을 통해 둘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소재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도무지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불편한 내용들은 그대로 방영되면 당사자들을 공론의 질타 속에 던져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민을 들어준다는 빌미로 어쩌면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공론의 장으로 가져와 마구 풀어헤침으로써 결국 그 당사자들의 비난을 먹고 자라는 프로그램이라면 실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방송이 시청률을 위해 일반인들을 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좋은 기획의도는 자칫 잘못된 방송을 통해 ‘다른 것’이기 때문에 비난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녕하세요> 제작진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꽃할배> 뜬다고 <꽃할매>도 될까

 

공영방송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KBS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인 <마마도>는 누가 봐도 그 기획이 <꽃보다 할배>에 기댄 것이 명백하다. 이미 <꽃보다 할배>를 연출한 나영석 PD에게 팬들이 그 할매 버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나영석 PD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전국노래자랑(사진출처:CJ E&M)'

이런 시점에 KBS가 중견 여성 연예인들의 여행기를 예능으로 담겠다고 선언하는 건 너무 치졸한 일이다. 물론 <꽃보다 할배>와는 다르게 하겠다고 하지만 나영석 PD 역시 할배를 할매로 바꾼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선택했을 게다. 그러니 이런 선언과 변명은 나영석 PD로서는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상파가 케이블을 흉내 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슈퍼스타K>가 대성공을 하자 MBC에서 <위대한 탄생>을 비슷하게 시도했지만 결국 몇 회의 난항을 거듭하다 폐지하고 말았다. 이것은 케이블과 지상파 사이에 놓여진 시청자들의 성향과 취향에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지상파가 얼마나 거기에 맞게 프로그램을 최적화시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그게 가능해진다면 타 방송사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가져다 약간의 아이디어만 바꾸는 것으로 꽤 성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KBS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꽤 많이 성공시켰다. <1박2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무한도전>의 한 아이템이었던 것을 가져와 여행 버라이어티로 특화시켜 대박을 냈다. 물론 이 경우는 창조적인 해석과 심도 있는 접근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2>를 한다고 했을 때 그건 누가 봐도 <나는 가수다>의 아류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나는 가수다>가 전면에서 리스크를 모두 껴안으며 했던 시행착오들을 <불후의 명곡2>는 상대적으로 피해가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버텨내는 힘이 KBS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인 지는 모르겠으나 PD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안녕하세요>는 <화성인> 같은 조금은 취향이 특이한 이들을 조명하는 케이블의 자극적인 방송을 KBS 버전화 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토크쇼로서는 이례적으로 성공작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녕하세요>는 점점 지상파의 틀을 벗어나 케이블의 자극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어떨 때는 <화성인>의 가족버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KBS 같은 거대조직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은 결여된 채 타 방송사에서 했던 성공작들을 가져와 적당히 공영방송화 버전으로 풀어내는 식의 방송을 기획하고 있다는 건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로서는 실로 화가 날 일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방송 행태는 일선에서 고생하는 KBS의 PD들에게는 의욕 자체가 꺾일 일이다.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긴 하겠지만 그 어떤 PD가 남이 했던 아이템을 가져와 적당히 변형시키는 일을 하고 싶겠는가.

 

즉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이라는 <마마도>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공분을 일으키는 것은 그 프로그램 하나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껏 KBS가 먼저 선도적인 입장에서 무엇을 했던가를 자꾸만 떠올리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위상을 가지려면 먼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콘텐츠 경쟁력은 참신한 기획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어디서 본 듯한 프로그램을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방식은 KBS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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