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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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사냥감이 되어버린 청춘 이제훈의 선택은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20. 4. 27. 15:32
‘사냥의 시간’, 도망칠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은 정확한 시간적 배경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머지않은 미래라는 것이고, 또다시 벌어진 금융위기로 인해 일상이 처절하게 파괴된 상황이라는 걸 황량한 거리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특정한 시공간을 적지하지 않고 있어서인지 이 영화는 암울한 미래의 청춘들이 겪는 현실을 은유한 가상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윤성현 감독은 어떻게 그런 공간들을 헌팅하고 축조한 것인지 현재의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의 공간 같은 그 느낌을 포착해낸다. 분명히 우리가 어디선가 봤던 공간이지만, 영화가 연출하고 편집해낸 영상 속 그 공간은 그 현실과 살짝 뒤틀려 있어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사실상 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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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 이렇게 말맛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오랜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9. 8. 18. 09:51
'멜로가 체질' 디테일 재주꾼 이병헌 감독 새로울 건 없다. 절친인 세 여성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는 수없이 많은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적 캐릭터 구성이고, 그들이 어찌 어찌 하다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JTBC 금토드라마 은 아예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멜로로 가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그 액면으로만 보면 우리가 그토록 많이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롭다. 그건 캐릭터 구성이나 설정 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들을 갖고 왔지만, 이들 캐릭터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매력 덩어리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특정한 상황 속에서 보이는 의외의 말과 행동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은 이른바 ‘말맛’이 좋다. 평이한 대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이병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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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 우리는 왜 이 작은 드라마에 마음이 흔들렸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7. 13. 10:26
흙수저도 메이저, ‘쌈마이웨이’의 든든한 위로“네가 있는 곳이 메이저야!” KBS 월화드라마 가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사회로부터 마이너 취급을 받는 청춘들. 본래 하고 싶었던 일과 갈수록 멀어져 꿈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버텨내는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이 드라마는 그런 사회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그런 일을 하라고 말한다. 그 곳이 바로 메이저라고.화려한 삶은 항상 저편에 있다. 동생 병원비 때문에 부정경기를 치르고 꿈이었던 태권도를 접게 된 고동만(박서준)은 마치 스스로에게 벌을 주듯 진드기 잡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렇게 영영 무도의 길을 떠나 잊고 살아가려 하지만 그는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의 시간은 김탁수(김건우)에게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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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 안재홍과 송하윤을 그냥 사랑하게 해줄 순 없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7. 5. 09:41
‘쌈마이’, 무엇이 이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가로막나“왜 짐이 이것 밖에 안 되냐?” 이젠 헤어져 자신의 짐을 챙겨달라는 백설희(송하윤)에게 김주만(안재홍)은 화가 났다. 그건 아마도 그녀에게 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리라. 무려 6년 간 사귀면서 그녀가 자신을 위해 산 물건들이라는 것이 한 박스도 안 되는 싸구려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토록 살뜰히도 챙겼던 그녀가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KBS 월화드라마 의 백설희는 결국 김주만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하지만 그렇게 빠져나간 백설희의 빈자리를 김주만은 톡톡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매 순간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러니 그녀가 없는 자리가 마치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아프고 허전하고 멍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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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살지 마라, '쌈' 흙수저 父 손병호의 짠한 격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6. 29. 09:23
‘쌈마이웨이’, 그래 우린 모두 꿈이 있었어“나처럼 살지 마라.” 아버지의 이 한 마디 속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담겨져 있을까. 이제 지긋한 나이, 그 세월을 살아온 분이 자신처럼 살지 말라는 말은 사실 그 삶을 부정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것은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자식에게만은 자신 같은 삶이 반복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하는 말만큼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없다. KBS 월화드라마 의 고동만(박서준)은 스스로를 흙수저라 부른다.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집을 찾아온 아버지 고형식(손병호)에게 그 답답한 속내를 토로한다. “나한테 아버지처럼 살라고 하지 마라. 죽을 똥 싸면서 나 같은 놈 또 만들어야하나 잘 모르겠다. 걔가 흙수저라고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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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되지만 화나, '쌈마이' 안재홍의 배려 혹은 오지랖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6. 28. 10:06
‘쌈’, 욕먹을 캐릭터조차 공감하게 만드는 안재홍 연기력타고난 배려심일까 아니면 쓸데없는 오지랖일까. KBS 월화드라마 의 김주만(안재홍) 대리가 장예진(표예진) 인턴을 대하는 태도는 한편으로는 공감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가 난다. 6년 간을 거의 사실혼 관계로 지낸 조강지처 백설희(송하윤)가 있지만 끝없이 대시하는 장예진에게 철벽을 치지 못한다. 접촉사고를 당한 장예진이 도움을 요청하자 김주만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 물론 사고를 낸 상대 남자들에게 당할 위기에 처한 여성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김주만의 입장은 어찌 보면 ‘회사 동료’로서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도움을 주고 굳이 집까지 그녀를 바래다주고 다리를 저는 그녀를 부축해 문 앞까지 데려다주다가, 문 앞에 가득 쌓인 택배박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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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 송하윤 부모까지 죄인 되는 참담한 현실이라니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6. 8. 09:20
‘쌈마이웨이’, 송하윤의 눈물과 엄마의 피눈물“결혼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 엎으고 우리 설희 앞에 다신 얼씬대지도 마러라. 그 따우 집구석에 나는 우리 딸 안 보낸다.” 이렇게 적으려던 엄마는 썼던 문자를 지워버리고 다시 적는다. “주만아, 잘 지내지? 본지가 오래 되었구나. 설희가 혼자 돌잔치에 가 있다. 설희가 너를 참 많이 좋아한다. 우리 설희 그저 많이 예뻐해다오.” 본래 쓰려던 문자와 보낸 문자 사이에,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참을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이 느껴지던 본래 쓰려던 문자는 한껏 정제되고 차분한 문자로 바뀌었다. 엄마가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엄마와 딸은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읽어내는 걸까. 딸 백설희(송하윤)는 엄마가 주만(안재홍)에게 보낸 문자를 읽는 순간 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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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웨이’, 갑질 세상에 이 청춘들이 맞서는 방식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7. 6. 7. 09:54
'쌈' 박서준·김지원, 갑질 향한 시원한 돌려차기 위해도둑을 잡았는데 오히려 도둑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게 한다?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네 현실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1천만 원 호가의 시계를 훔쳐 나오다 최애라(김지원)에게 발각되자 이 진상 VIP는 자신의 구매능력을 내세워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 도둑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매출을 올려주는 VIP 고객이기에 상사는 도둑 잡은 최애라에게 사죄를 하라고 한다. 돈이면 다 되는 씁쓸한 세상의 한 자락이 그 풍경에 잡힌다.KBS 월화드라마 는 그 청춘들이 몸담고 있는 공간이 의미심장하다. 최애라가 일하고 있는 백화점은 특히 갑질 고객의 행패가 종종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며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물건이 있고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