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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가 추적하는 것은... 잃었던 아버지 사실 최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어딘지 클리쉐에 발목이 잡힌 듯한 인상이다. IMF 이후 줄곧 콘텐츠 속의 아버지들은 고개 숙인 남자, 허리 휘는 가장, 그래도 꿈을 꾸려는 아저씨들, 그것도 아니라면 가족 식탁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그다지 가족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혹은 못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사실 이런 클리쉐는 어찌 보면 목소리를 내는 순간 어딘지 권위적인 상으로 오해되기도 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을 대변한다. 지금은 그래서 아버지 부재의 시대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의 아버지 백홍석(손현주)은 지금까지 봐왔던 아버지와는 확실히 다른 면모를 갖고 있다. 지금껏 고개를 숙이고 한쪽에 있는 듯 없는 듯 있던 아버지의 틀을 깨고 제 ..
'천일', 멜로를 넘어 인간을 담다 "제 마음이 어머니 마음과 같습니다." 아들이 급하게 결혼을 서두르는 모습에 아이를 갖게 된 줄 아는 엄마 강수정(김해숙). 그래서 찾아온 그녀에게 임신이 아니라 알츠하이머임을 밝히고, 그러기 때문에 절대로 결혼 같은 건 할 수 없다 말하는 서연(수애). 강수정은 서연의 상황을 안쓰러워하고 안타까워 하지만 아들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자신을 용서하라고 한다. 그러자 서연은 말한다. 자기 마음이 어머니 마음과 같다고.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 같지만 이 장면이 깊은 감흥을 주는 건 왜일까. 상황은 뻔해도 그 속에 있는 두 인물, 남자의 엄마와 남자의 여자가 서로 자기 입장만 주장하고 대립하기보다는 서로를 깊게 이해하고 오히려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 때..
우리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 그 실체를 한 손으로 잡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수많은 엄마의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다. 우리에게 엄마란 한 때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자식 빼앗기고 길바닥에 버려지기도 했던 그 분이고, 갖은 시어머니의 구박 속에서도 부엌 한 켠에 서서 행주로 눈물을 훔치는 것으로 핍박을 참고 살아오셨던 그 분이기도 하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으며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셨던 "자장면이 싫다"고 하신 그 분이기도 하며, 남편을 위해 제 머리카락을 팔아 손님 대접을 하더라도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시던 바로 그 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엄마라는 존재를 떠올릴 때 우리가 갖게 되는 이미지의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엄마란 너무나 자식을 사랑한 나머지 배..
엄마의 로망은 불륜이 아니라 자기생활이다 주말 밤 가족들의 때아닌 토론(?)이 벌어진다. 그간 엄마로서 희생하며 살아온 것은 이해하겠는데, 그렇다고 ‘1년 간 휴가’를 간다는 건 좀 아니라는 의견과 그간 희생해온 대가로 ‘1년도 적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다름 아닌 ‘엄마가 뿔났다’ 이야기. 모든 가사활동에서의 해방을 주장한 뿔난 엄마, 김한자(김혜자)는 결국 집을 나오는 길에 남편의 차안에서 “너무 좋아!”하고 소리지른다. 그 장면은 마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하던 모 회사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엄마(김혜옥)는 늘 자신을 무시해온 권위적인 남편에게 “이제 헤어지자”고 말한다. 애써 차려준 밥상에서 곱게 먹어도 시원찮을 판에 늘 투덜투덜 반찬투정을 해대는 남편..
지위가 올라도 일은 더 많아진 이 시대의 엄마들 확실히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진 시대다. 그래서일까. 주말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 여성들이다. 그 여성들이라 함은 TV 앞에서 리모콘을 들고 있는 여성들이기도 하고, 그 TV 속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들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일상은 따라서 이 시대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가늠하게 해준다. 과연 이 시대의 여성들은 사회진출도 많아지고 위상도 높아진 만큼 덜 피곤한 삶을 살게 된 걸까. ‘엄마가 뿔났다’의 엄마, 김한자(김혜자)의 일상은 노동 그 자체다. 자식들 때문에 늘 뿔이 나있으면서도 손에서는 일을 놓지 않는다. 그녀는 그 누구도 대신 감당해줄 수 없는 뿔을 저 스스로 끌어안고, 툴툴대면서도 늘 가족들의 밥상을 차리고, 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