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동생을 보니 임송 매니저의 진가가 다시 보이네

임송 매니저 같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저절로 바르게 되지 않을까.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하는 박성광 매니저 임송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지켜야할 원칙들을 지키려 애쓰고, 자신보다 항상 타인의 입장을 먼저 들여다보려 애쓰는 모습. 어머니가 싸주신 음식을 갖고 상경한 동생을 만나 하루를 보내는 그 모습 속에서 임송 매니저의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이 어디서 나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성광 앞에서는 늘 수줍은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던 임송이지만, 동생 앞에서는 엄한 언니의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모습에 이를 관찰하는 출연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동생에게 연거푸 열심히 하라고 당부하고, “엄마 걱정 끼치게 하지 말라”고 하는 임송 매니저는 지금껏 방송을 통해 보이던 앳된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다 잘되라 하는 소리”지만 그 이야기가 동생에게 “잔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임송 매니저 자신도 인정했다.

하지만 엄하면서도 동시에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애정 또한 느껴졌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카페라 아이돌 굿즈에 정신이 팔린 동생에게 맛있는 케이크를 사주고, 맛있다며 먹어보라는 동생의 말에 “난 단거 싫어한다”고 말하는 임송 매니저에게서는 어딘지 자식 먼저 챙기려는 엄마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동생을 챙기면서도 자신의 본분인 매니저의 역할을 잊지 않는 임송 매니저의 모습은 더더욱 인상적이었다. 피자 뷔페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상사에게 전화해 허락을 받는 과정에서 차도 같이 이용할 수 있느냐고 묻는 대목이 그랬다. 그냥 사용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 차량이 자기 소유가 아니라 회사차량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임송 매니저의 행동에 출연자들은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뷔페로 가는 길 먼저 그날 행사에서 박성광이 입을 옷부터 챙기고, 갑자기 박성광에게 와달라는 전화가 오자 집으로 먼저 달려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굳이 주차장으로 내려오겠다는 박성광의 말에 차 안에서 숨도 쉬지 말고 숨어있으라고 동생에게 당부하는 그 모습에서는 혹여나 박성광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특유의 배려 깊은 마음이 묻어났다. 

결국 동생이 함께 왔고 점심을 먹기 위해 피자 뷔페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걸 알게 된 박성광은 자신이 점심을 사겠다고 나서 동생에게 톡톡한 ‘팬서비스’를 해주었다. 복스럽게도 먹는 자매들 앞에서 입이 짧은 박성광은 흐뭇해했고, 조심스레 꺼내놓은 사인지에 친구들 것까지 정성껏 사인을 해주었다. 물론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것 같아 그만 하라며 자꾸만 임송 매니저는 동생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언니가 잘 해주냐”는 박성광의 질문에 동생은 서슴없이 “잘 해준다”며 마치 “엄마 같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아래서 임송 매니저는 동생의 엄마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도 매일 밥을 차려주고 돈이 있으면 동생 옷부터 먼저 사주었다는 것. 

사람의 가치는 어쩌면 그런 삶에서 묻어나는 인성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 때론 엄하게 때론 자애롭게 동생을 챙기는 임송 매니저와, 그런 언니의 말이면 뭐든 따르는 착한 동생의 관계를 보면 한 사람의 바른 행동들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큰 좋은 영향을 주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가 임송 매니저를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바로 거기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임송 매니저는 각박한 세상이지만 바르게 사는 모습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사진:MBC)

‘아는 와이프’, 이정은이 전한 진짜 사랑의 의미

“누구나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어. 가고자 하는 데로 간다는 보장도 없고 원하는 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래도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야.”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우진 엄마(이정은)가 서우진(한지민)에게 한 그 말은 아마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시간을 되돌려 다른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판타지가 아니라, 꼬이고 꼬여 풀기 어려운 실타래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는 와이프>는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변해버린 아내 대신 첫 사랑을 선택해 다른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한 드라마다. 차주혁(지성)은 그렇게 시간을 되돌려 서우진 대신 이혜원(강한나)과 결혼해 살아가지만 그 삶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자꾸만 서우진에게 눈이 가고, 과거 그에게 못해줬던 일들이 눈에 밟힌다. 그래서 그는 결국 이혜원에게도 또 서우진에게도 좋은 남편이 되지 못한다. 

<아는 와이프>의 이런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요소가 되었다. 주인공인 차주혁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모든 주변 사람들을 힘겹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친구 윤종후(장승조)는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던 서우진이 차주혁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고는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이혜원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차주혁에게 이혼서류를 보낸다. 서우진은 차주혁에게 마음이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는 와이프>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불편함을 풀어낼 수 있는 길은 바로 그 문제를 만들어낸 차주혁이 철저히 부서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주혁은 모든 걸 잃게 된다. 이혼을 하게 되고 이혼 전 재벌 회장인 장인만 믿고 했던 대출이 사기로 드러나 직장도 잃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잃는 그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간을 되돌린다. 

만일 차주혁의 선택으로 시간이 되돌려졌다면 그건 또 다른 불편한 요소를 만들었을 게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시간을 되돌린다는 건, 그의 이런 판타지 시간여행이 주변인들의 삶이 꼬이는 건 생각도 하지 않고 ‘한 번 해보는’ 이기적인 선택처럼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두 번째 시간을 되돌리는 선택은 차주혁이 아니라 서우진이 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시청자들이 바라는 점이기도 하고 또 작가가 바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개 과정은 너무 급하게 진행된 느낌이다. 갑자기 차주혁이 서우진에게 우리가 부부였다는 걸 고백하고, 그걸 서우진이 믿게 된다는 설정은 사실 너무 빠르게 전개되어 개연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인물로 우진 엄마가 있었다는 점이다. 치매가 아니라 시간여행자였던 그가 서우진에게 과거로 갈 수 있는 동전을 주고 시간을 되돌리게 해주는 장면은 엄마로서의 마음과 아내로서의 마음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그 역시 시간을 되돌려 죽은 남편을 살리려 했던 것이지만, 딸의 행복을 위해 그걸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또한 반드시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같이 살아야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나 잘했지 여보?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빨랐어도 당신을 구할 수 있었는데.” 우진 엄마가 남편의 사진을 보며 하는 이 말에는 회한과 가정이 담겨있지만, 또한 남편에 대한 그의 깊은 사랑 또한 담겨있다. 개연성 부족한 급전개였지만 그나마 우진 엄마의 이 한 대목이 있어 꼬이고 꼬였던 실타래가 풀리게 된 느낌이다.(사진:tvN)

‘수미네 반찬’이 주부들의 시선 사로잡은 비결

도대체 이 묘한 카타르시스는 어디서 오는 걸까. tvN <수미네 반찬>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는 주부들이 있다. 엄마가 했던 그 추억의 레시피를 떠올리며 거침없이 만들어내는 김수미의 요리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하는 요리의 방식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이 구도로 잡아놓은 셰프들과의 역전된 관계가 그간 일상에서 짓눌려온 주부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것이다. 

<수미네 반찬>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김수미라는 인물의 캐릭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에게는 일용이 엄마로 더 알려져 있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욕 잘하는 센 캐릭터로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물론 그 센 캐릭터와 엄마의 이미지가 더해지면 그 어렵던 시절에 쉽지 않은 살림으로도 자식들 건사한 억척 엄마의 면모가 그려진다. 억척스럽고 세지만 자애로움을 동시에 가진 그런 엄마가 김수미에게서 떠오른다는 것.

요리하는 방식도 딱 그런 억척 엄마의 그것이다. 밥 달라 아우성치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먹이려는 마음과 그러면서도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음식을 해주려는 그 마음이 더해져 김수미의 요리법은 독특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손이 너무나 빨라서 셰프들조차 그걸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진땀을 흘리게 만들고, 하나하나 계량을 해서 정량의 레시피를 추구하기보다는 손에 익은 감각으로 척척 양을 맞춘다. 보기에는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스트로 나온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말한 것처럼 ‘세월의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김수미가 ‘요만치’ 식의 ‘계량법’을 시전하면서도 딱딱 맞춰내는 간은 그래서 신기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렇게 정량을 맞추진 않아도 넣어가며 맛을 봐가며 부족하면 채우고 넘치면 재료를 더 넣어 간을 맞추는 방식이 어쩌면 ‘가족의 입맛’에는 최적화될 수 있어서다. 가족은 저마다 입맛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정량의 레시피는 가족마다 또 누가 먹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최적화된다. <식객>의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세상의 엄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그 명대사가 그저 멋있는 표현이 아니라 실제인 이유다. 

물론 요즘은 가사노동 역시 부부가 분담하고, 요리를 하는 일에 남성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엄마들의 몫이 더 큰 게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그 엄마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미네 반찬>의 김수미가 하는 시원시원한 요리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물론 정성이 담긴 요리지만, 척척 해내면서 “그냥 먹어”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입에 넣어주는 그 모습은, 그 힘든 살림도 모르고 밥 투정 반찬 투정하기도 하는 가족들 앞에서 서운함 같은 걸 느꼈을 주부들에게는 기분 좋은 ‘한 방’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게다가 <수미네 반찬>은 일련의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내고 있는 권력구도(?)를 김수미라는 엄마를 통해 모두 뒤집어놓았다. 이 프로그램 안에서는 그래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도가,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역전되어 있다. 김수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쩔쩔 매는 셰프들의 모습은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러면서 이혜정과는 같은 엄마로서, 여성으로서의 공감대를 이어가는 대화를 나눈다.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기 이를 데 없는 레시피지만 이상하게도 <수미네 반찬>이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김수미라는 엄마가 하는 요리 속에 그 정서적 공감대가 들어 있어서다. 가끔 재료를 넣으며 너무 많이 넣으면 “죽는다”는 식의 얘기 속에 담겨진 두 가지 정서. 가사노동의 힘겨움이 살짝 감정적으로 얹어진 정서와, 그러면서도 가족들 건사하려는 그 따뜻한 정서가 김수미를 통해 드러날 때 주부들은 그것이 제 마음 같아 속이 다 시원해진다.(사진:tvN)

‘수미네 반찬’, 강한 엄마 김수미에 자식 같은 제자들의 케미

tvN 예능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김수미라는 인물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요리야 전문적인 셰프들이 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김수미가 보여주는 강하면서도 거칠고 그러면서도 자식 챙기는 엄마처럼 부드러워지기도 하는 그런 캐릭터는 대체 불가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는 음식도 남다르게 만든다. 음식은 그걸 만든 사람을 고스란히 닮는다고 하지 않던가.

초복 보양식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김수미표 아귀찜을 보면 김수미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아귀를 칼로 툭툭 쳐서 잘라내는 모습에서 김수미의 거침없는 성격이 드러나고, 셰프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손놀림에서 그 일이 얼마나 이력이 나 있는가가 드러난다. 살짝 말린 아귀를 써야 찜을 했을 때도 탱탱한 살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나, 야채들도 너무 푹 익히면 아삭한 맛이 없다고 하는 말 속에는 그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과감하게 고춧가루를 투하하는 모습이나 요리 하나를 해도 푸짐하게 만들어내는 그 모습에서는 ‘손 큰 엄마들’의 마음이 담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해주려는 마음.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고 말씀하시곤 하는 엄마들의 그 마음이 느껴진다. 전복을 손질하고 내장을 잘 다져 가마솥으로 만드는 전복내장 영양밥은 복날 더위에 기력 없을까봐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이고픈 그 정성이 느껴진다.

사실 <수미네 반찬>에서 김수미가 하는 요리는 쉽게 보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건 김수미가 하는 레시피를 열심히 따라 해도 그 맛의 차이가 나는 셰프들의 요리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손에 익어서 그런지 김수미가 하는 요리는 너무나 쉬워 보인다. 그리고 그건 김수미 특유의 ‘계량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만치”, “요만큼”이라 표현되는 양은 셰프들을 당혹스럽게 하지만 김수미에게는 손으로 쥐어만 봐도 알 수 있는 양이다. 

그래서 <수미네 반찬>을 보다보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귀찜처럼 사먹는 게 더 익숙한 요리도 김수미가 하니 너무 간단해 보인다. 사실상 양념장만 잘 만들면 맛이 난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라 여겨진다. 뭐든 쉽게 쉽게 해내는 엄마들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김수미가 보여주고 있어서 생기는 효과다. 쉽(게 보이)지만 맛도 영양도 제대로인.

김수미가 우리네 강하고 때론 거칠지만 손 크고 정 많고 인심도 좋은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제자들로 서 있는 셰프들도 저마다 캐릭터가 세워진다. 최현석 셰프는 사랑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제자의 모습으로 예능적인 웃음을 만들어낸다. 미카엘은 외국인 셰프라 김수미표 요리방식에 당황해하지만 그래서 김수미가 더 챙겨주는 모습을 통해 프로그램을 유쾌하게 만든다. 여경래 셰프는 묵묵하지만 어딘지 든든하게 잘 따라주는 맏이의 모습이다. 

<수미네 반찬>은 그래서 김수미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낸 그만의 요리 색깔에, 예능 프로그램의 색깔이 생겨난다. 때론 엄하게 다그치기도 하지만, 제자들 하는 모습에 자지러지듯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경험 많고 정 많은 스승. 그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음식처럼 이 예능 프로그램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케미가 그래서 잘 어우러진다. 미각보다 마음이 먼저 푸근해지는 <수미네 반찬>만의 독특한 세계가 가능한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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