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식당2’에 대한 반응 갈리는 까닭

 

돌아온 tvN 예능 프로그램 <강식당2>의 첫 번째 에피소드 제목은 ‘아... 또 시작’이다. 이 제목에는 이 멘붕 식당을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출연자, 제작진의 고민, 걱정 같은 것들이 담겨있다. 실제로 <강식당2>는 첫 회에 메뉴 선정에서부터 백종원을 찾아가 요리를 배우고 경주로 내려가 요리를 시연해보고 준비한 후 우여곡절 끝에 가게를 오픈하는 그 과정들을 보여줬다.

 

그 과정들은 익숙했다. 이미 <강식당> 시즌1에서 보여줬던 일련의 코드들이 거의 그대로 반복됐다. 식당 오픈이 어디 쉬운 일인가. 메뉴조차 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메뉴를 정해도 요리를 거의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데, 이 식당의 사장은 ‘최고의 정성이 담긴 요리’까지 고집한다. 당장 가게 오픈하고 주문 음식 내놓는 일 자체가 커다란 미션처럼 보이는데, 거기에 최고의 정성이라니. 사장의 걱정은 깊어지고, 직원들은 힘들어지며 예민해진다. 그래서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언성이 높아진다.

 

오죽하면 민호와 피오가 아예 시즌2를 위해 주제곡을 만들어왔을까. ‘쓰담쓰담’이란 제목에 담긴 것처럼 이들은 멘붕 상황에 예민해져 언성이 높아지지만, “우린 원망하지 않아요”라고 노래할 거라는 의지를 담았다. 참다 참다 못한 강호동이 화를 내고, 금세 스스로 “화내지 말아요”라고 누그러뜨리는 그 모습은 <강식당2>의 중요한 웃음 포인트다.

 

이처럼 <강식당2>의 재미는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에서 피어나는 화와 언성에도 자신들은 “서로 배려하는” 사람들이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임을 말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실제로 오픈 당일 개수대가 누군가에 의해 흘러들어간 비트 껍질로 막혀 이수근이 ‘위기’임을 드러내고, 누가 범인인가를 찾다 그 앞에서 비트를 깎았던 강호동을 의심하는 장면에서 서서히 화의 비등점이 올라가는 강호동과 이수근의 케미가 웃음을 만든다. 결국 개수대의 망을 민호가 제거한 것 같다고 스스로 자백하는 순간,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주제가 ‘We all lie’가 흘러나오는 대목은 <강식당2>의 재미가 세세한 편집에 의해 더 강력하게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또 <강식당> 시즌1에서 메인요리인 돈가스를 준비하기 위해 밤새도록 고기를 두드렸던 상황이 웃음을 줬던 것처럼 이번 시즌2에서는 굳이 면을 직접 뽑아 만들겠다며 밤마다 강호동과 이수근이 마치 사교댄스를 추듯 손을 잡고 반죽을 밟는 장면으로 웃음을 준다. 다음날 장사할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잠 못 자고, 예고편에서 나온 것처럼 강호동이 심지어 코피를 흘리는 장면은 <강식당2>의 스트레스와 노동강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걸 말해준다. 첫 날에만 무려 만 명이 줄을 섰다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처럼 돌아온 <강식당2>는 지난 시즌에서 보여줬던 웃음의 코드들이 여전히 비슷한 상황 속에서 빵빵 터지는 그 포인트들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캐릭터들은 이제 자신의 역할 또한 정확히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신서유기>와 <강식당> 시즌1으로 오래도록 함께 해왔으니 이제는 뭘 해도 척척 어떤 게 웃음의 포인트가 되는 지 아는 눈치다.

 

이건 마치 강호동과 이수근의 관계를 확장한 듯 보이기도 한다. 즉 늘 깐족대며 강호동에게 은근히 부아를 돋우는 이수근과, 그걸 참는 듯 보이다 결국은 폭발하는 강호동의 케미는 이미 <1박2일> 시절부터 ‘톰과 제리’로 정평이 나있던 관계의 재미다. 식당을 오픈한다는 ‘위기상황’은 그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감정들 때문에 이들의 치고받는 상황을 증폭시켜줬고, 그래도 결국은 ‘서로를 위하며’ 해내는 과정의 묘미까지 선사했다.

 

그래서 이런 검증된 웃음의 코드들이 첫 회부터 줄줄이 등장하는 <강식당2>는 분명 성공할 수밖에 없다 여겨진다. 실제로 첫 회 시청률이 7.8%(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런 호평만 이어질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아쉬운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최근 들어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또 음식 프로그램이냐”는 지적이 들려오고, 늘 비슷한 출연자들이 같은 조합으로 나오고 그 웃음의 포인트나 재미요소 혹은 스토리 또한 반복적이라는 데서 나오는 아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실제로 시즌2 첫 방으로만 보면 그 여러 재미요소들이 시즌1과 거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이런 아쉬운 목소리들을 또 하나의 관점으로 두고 보면 ‘아... 또 시작’이라는 첫 에피소드의 제목은 달리 들린다. 그리고 이것은 나영석 사단이 만들어내고 있는 일련의 여행 프로그램과 음식 프로그램에 대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대중들의 또 다른 목소리처럼 들린다. 물론 나영석 사단의 여행, 음식 프로그램에 대해 대중들이 이제는 좀 물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건 이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이런 소재의 프로그램들을 따라하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전체적으로 여행, 음식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가 쌓인 것이고, 그것이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나영석 사단을 보는 다른 시선을 만든 것일 게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적어도 나영석 사단이라면 이제 또 다른 새로운 소재발굴이나 시도들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대중들의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뜻은 아닐까. 강호동이 만든 ‘니가 가락국수’는 분명 맛있을 게다. 하지만 더 시키면 이수근이 농담조로 “많이 뭇다 아이가”라고 말했던 것처럼, 맛있는 것도 너무 많이 먹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음식과 여행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획을 그은 나영석 사단은 이제 대중들이 원하는 또 다른 메뉴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사진:tvN)

‘알함브라’, 송재정 작가의 세심한 노력에 폐인들이 늘고 있다

게임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를 하는 데는 1차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그건 게임을 잘 아는 이들과 잘 모르는 이들 사이의 확연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세계에 있어서 너무 초보적인 이야기를 다루면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지만 게임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시시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너무 복잡하거나 어려우면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마니아들은 열광해도 보통사람들은 감흥을 느낄 수 없는.

그런 점에서 보면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신기한 드라마다. 증강현실이라는 낯설 수 있는 게임의 세계 깊숙이 들어가지만 어찌된 일인지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도 어느새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든 자신을 발견한다.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싶지만, 그간의 전개 과정을 보면 이 작품이 그 게임이라는 낯선 세계에 조금씩 우리를 빠져들게 하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활용한 방법은 충분한 튜토리얼과 여행, 멜로 같은 당의정을 더해 최대한 친숙한 느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전혀 게임과는 무관한 듯한 느낌을 준다. 현빈과 박신혜가 주인공들이니 누가 봐도 달달한 멜로가 떠오른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풍광까지 더해지면 이보다 좋은 그림이 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편안하게(?) 시청자들을 유입시켰다. 유진우(현빈)와 정희주(박신혜)가 그라나다의 보니따 호스텔에서 만나 툭탁거리며 조금씩 케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실제로 이 멜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유진우는 IT투자회사인 제이원 홀딩스 대표가 아닌가. 누가 봐도 이 구도는 우리가 그토록 많이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렇게 편안하게 접근시켜놓고 갑자기 유진우는 그라나다의 한 광장을 나가 증강현실 게임을 시작한다. 나사르 전사의 석상이 살아 움직이고 어느 카페에서 얻을 수 있는 녹슨 철검으로 밤새도록 그 전사와 싸움을 반복하는 장면이 다소 코믹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이 코믹한 시퀀스는 사실상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게임의 세계로 들어가는 튜토리얼의 역할을 해준다. 증강현실의 게임 세계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거기서는 레벨을 높여나가야 하며, 그래서 더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다는 룰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츰 이 세계가 익숙해질 즈음 게임 안에 만들어진 디지털 이미지들과의 대결만이 아니라 다른 유저와의 대결 또한 가능하다는 걸 유진우의 라이벌 차형석(박훈)의 등장을 통해 보여준다. 이처럼 게임의 세계에 발을 조금씩 깊게 들어가면서도 동시에 시청자들이 본래 기대했던 유진우와 정희주 사이의 케미 역시 이어간다. 보니따 호스텔을 100억에 팔라는 유진우의 제안과 조금씩 호감을 갖기 시작하는 정희주 그리고 두 사람 사이를 사랑의 메신저처럼 이어주는 귀여운 여동생 정민주(이레)가 낯설 수 있는 이 게임 속 모험 속에서도 편안한 느낌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갑자기 게임 속에서 유진우의 칼에 맞아 죽은 차형석이 진짜 죽은 사체로 발견되고, 그가 그 후에도 유진우에게 계속 게임 속 캐릭터로 나타나는 상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준다. 놀랍고 믿기 힘든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미 이 단계가 되면 시청자들은 그 세계 깊숙이 자신이 들어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유진우에 몰입하게 된 시청자들은 사이버 좀비가 되어 그를 공격해오는 차형석에게 죽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을 대변하듯 정희주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차형석을 가로막아 유진우를 구한다. 증강현실의 게임 이야기와 멜로가 절묘하게 이어지는 순간이다. 

송재정 작가의 작품이 가진 특징인 것처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어느 가상(판타지)의 세계 속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를 과감하게 전개하고 있지만 여타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조심스럽고 세심한 전개 과정을 보여준다. 게임 자체를 잘 모르는 이들도 빠져들 수 있게 적절한 멜로 코드와 캐릭터들의 매력을 당의정처럼 끼워 넣고 그 힘이 증강현실 게임이라는 세계의 낯설음조차 익숙해지게 만들어낸다. 

굳이 스페인 그라나다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점과, 거기서 주인공 남녀가 만나 관계를 시작하는 건, 그래서 게임이라는 마법 같은 공간을 좀더 친숙하게 이해시키기 위한 중요한 장치로까지 여겨진다. 여행이든 연애든 빠져들수록 비현실도 현실처럼 여겨지게 되는 건 게임의 세계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처럼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충분한 튜토리얼을 마친 드라마는 이제 서울로 돌아와 그 환상적인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나간다. 아들인 차형석이 제이원 홀딩스를 나갈 때도 또 그라나다에서 사체로 그가 발견됐을 때도 냉철한 모습을 보인 차병준(김의성)은 마치 유진우를 아들처럼 여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낸다. 

제이원 홀딩스의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이사로 있는 그는 알고 보면 자식을 내치거나 그 죽음도 선선히 받아들일 정도로 무서운 사업가다. 유진우를 아들처럼 대한 것도 그 사적인 관계 때문이 아니라 사업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다. 증강현실 게임에 엄청난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고 이를 파헤치며 해결하기 위해 게임 출시를 막고 있는 유진우를 이제 그는 대놓고 끌어내리려 한다. 이는 향후 유진우와 차병준의 회사경영을 놓고 벌어질 한 판 대결을 예감하게 만든다. 

한편 유진우가 더더욱 게임에 빠져 들어가는 과정은 게임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다. 보다 좋은 무기를 얻어야 계속 나타나는 차형석 좀비를 이겨낼 수 있다는 설정 속에서 유진우는 계속 업그레이드된다. 또한 비서인 서정훈(민진웅)이 그와 동맹을 맺게 되면서 차형석이 그에게도 보이고 그 또한 공격받게 된다는 새로운 룰이 등장하는 점도 그렇고, 레벨 90에 도달하면서 나타난 시타델의 매가 마스터인 세주의 메시지를 갖고 오는 장면도 게임 마니아들을 열광시킬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레벨을 높이려는 그 의도가 사라진 정희주의 동생 정세주(찬열)를 찾기 위함이라는 설정은 게임을 모르는 이들까지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다. 동생이 실종된 걸 알고 무슨 일이든 하려는 정희주와 유진우가 함께 동생을 찾아가는 긴장감 넘치면서도 로맨틱한 모험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 마니아들은 물론이고,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까지 빠져들게 만드는 치밀하고 세심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송재정 작가의 파격적인 세계가 보편적인 열광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이유다. 한 주를 기다리기가 힘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폐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사진:tvN)

하현우의 ‘이타카’, 그저 그런 음악예능 이상일 수 있었던 건

tvN 예능 프로그램 <이타카로 가는 길>이 종영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이들이 여정을 통해 남긴 추억들과 음악과 더불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하현우가 그토록 가고파했던 이타카. 그래서 그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윤도현. 록브로스가 터키에서부터 그리스 이타카까지 가며 중간 중간 함께 해주었던 이홍기, 김준현 그리고 소유. 그들의 웃음소리와 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모니를 이뤄 부르던 노래들이 귓가에 잔상으로 남아 지금도 들여오는 것만 같다. 

도착한 이타카는 애초에 예상했던 것처럼 굉장히 특별한 곳은 아니었다. 사실 그들이 지나왔던 터키의 파묵칼레나 카파도키아, 그리스의 메테오라 같은 곳을 생각해보면 이타카는 조용하고 자그마한 섬마을이었다.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점이 남다른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20일 간이나 비행기와 배와 차를 타고 찾아가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그런 곳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이 여행의 촉발점이 된 하현우가 생각했던 바 그대로였다. 그는 마지막 이타카로 들어가기 직전 “평범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것이 그들이 여기까지 온 여정을 더욱 아름답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목표인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향해 가는 과정과 그 일상들의 소중함을 보여주겠다는 것. 그것이 하현우가 굳이 이타카로 가는 그 여정을 통해 온몸으로 하려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현우가 자신의 가슴 한 켠에 문신으로 새겨놓은 ‘가슴에 이타카를 품어라’는 문구는 그가 이 여행을 얼마나 꿈꾸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 진정성이 녹아 있어 이 프로그램은 그저 여행하며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 예능의 차원을 넘어설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이들과 즉석으로 함께 노래하고 여행 중간 중간에 맞닥뜨리는 절경 속에서 노래하는 모습은 음악적으로도 또 영상적으로도 우리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여행의 마무리에서 뒤돌아보면 그 이상의 추억들로 남았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아니냐고 <이타카로 가는 길>은 말해주고 있었고, 또한 결과가 비록 별 것 아니라고 해도 그 과정은 실로 찬란했으며 그러니 우리의 꿈은 우리를 속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나의 음악과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껏 그것을 통해 이토록 묵직한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다소 투박한 면은 있었지만, 음악과 여행 예능에서 분명 한 걸음을 더 나간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지만, 한 사람의 진정성이 담겨있어 그 발걸음 하나하나, 노래 하나하나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해준 그런 프로그램. 관찰카메라에서 거기 출연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왜 중요한가를 이 프로그램만큼 잘 보여준 사례가 있을까.

이타카라는 특정한 곳을 향해 가는 여정을 담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건 실로 소중한 경험이다. 저들의 유쾌한 여행을 통해 우리도 누구나 자신만의 이타카가 있고, 그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으며, 그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됐으니.(사진:tvN)

‘이타카’의 놀라운 유연함, 어째서 편성은 유연하지 못했을까

터키의 파묵칼레 앞에서 문득 록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처럼 던져진다. SNS 클릭수에 따라 용돈을 받아가며 하는 음악여행. tvN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래서 지금껏 생수 한 병을 사는 데도 눈치를 볼 정도로 빈티가 나는 여행을 해왔지만, 이홍기를 필두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클릭수가 급증하자 매점에서 간만에 꿀맛 같은 점심의 호사를 부린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나온 이야기가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하는 방송 아니냐는 농담이고, 거기서 음악의 ‘상업주의’에 대한 화두가 던져진다. 

윤도현은 록밴드에게 ‘상업주의’는 치명적이라고 말하고, 김준현은 과거 자신이 밴드를 했을 때의 경험을 말하며 당시 록이라고 하면 시끄러운 메탈만을 진짜라 여기던 분위기가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은 본 조비, 미스터 빅 같은 소프트한 록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하현우는 상업적 음악의 정의를 묻는 김준현에게 “누구에게나 익숙한 느낌의 음악”이라고 말했고, “그런 거 하면 안돼”냐는 김준현의 질문에 하현우는 상업적인 게 나쁜 건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가로 이어진다. 커트 코베인 때문에 록이 망했다는 항간의 이야기에 대해 윤도현은 테크니컬한 걸 추구하던 당시에 독창성을 들고 나왔던 커트 코베인을 많은 밴드들이 싫어했다고 말했다. 하현우는 커트 코베인은 록음악이 테크닉이나 메커니즘에 갇혀있을 때 그걸 깼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독특한 음악의 길을 갔다는 것. 하지만 윤도현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음악인도 위대해보이지만 더 위대해 보이는 사람은 모든 고난과 논란을 넘어 음악으로 진화해가면서 끝끝내 그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간만에 록 브로스들이 진지하게 음악 이야기를 꺼내놓는 이 대목은 <이타카로 가는 길>이 가진 여행에서도 또 음악에 있어서도 보여주는 유연함을 잘 드러낸다. 여행의 시작은 윤도현과 하현우라는 어찌 보면 음악적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이었지만 거기에 이홍기라는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면서 오히려 더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이 프로그램을 그려낸다. 한때는 아이돌이라 오해되기도 했던 이홍기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들 전문적인 음악인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김준현의 합류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합이 그렇다. 물론 과거 밴드를 했던 경험이 김준현의 합류를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기는 했지만, 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 속에서도 김준현은 자기만의 ‘지분’을 확실히 보여줬다. 카혼을 두드리며 함께 한 ‘에너제틱’이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도 그렇지만,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에서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모두가 집중해서 듣게 만든 노래였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다양한 음악들이 다양한 색깔을 가진 뮤지션은 물론이고, 개그맨까지도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그 유연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여행도 그렇다. 갑자기 윤도현이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귀국해야 된다는 이야기에 하현우가 짐짓 비장한 목소리로 ‘우리의 소원을 통일’을 부르며, “나라가 부르는데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대목은 어찌 보면 프로그램의 위기상황을 웃음으로 넘기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앞으로 윤도현 없이 하현우는 어떻게 이 음악여행을 해나가게 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토록 음악적으로 여행에 있어서도 유연한 <이타카로 가는 길>이 편성에 있어서는 유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주말 저녁 지상파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예능 시간대가 아닌 주중 밤 시간대에 편성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낮은 시청률이 의아하게 여겨질 만큼 충분히 재미있는 이 프로그램의 유연하지 못했던 편성이 아쉽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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