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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안시성', 호불호 갈리는 압도적 볼거리와 약한 스토리 사이영화 은 지축을 뒤흔드는 말발굽 소리로부터 시작한다. 달리는 말과 창과 칼을 들고 맞붙는 당 태종의 군대와 고구려군의 치열한 전장. 살점이 잘려져 나가고 피가 튀는 그 현장이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을 고스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연된다. 그 영화의 도입 부분을 채운 전투 장면은 앞으로 이 영화가 어떤 걸 보여줄 건가를 말해준다. 제목만 들어도 그 내용을 모를 우리네 관객은 없을 소재. 20만 당나라 최강의 대군을 맞아 고작 5천의 병사들로 이를 물리친 양만춘 성주가 이끈 안시성 전투가 그것이다. KBS 대하사극 에서도 다뤄졌고, SBS 드라마 에서는 제작비 400억 중 상당한 액수를 소진시켜 결국 전체 드라마를 휘청..
'선덕여왕'의 전쟁신이 MBC사극에 위치하는 곳 사극에서 전쟁이라는 스펙터클이 가지는 힘은 자못 크다. 다른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그 장면 자체가 대단한 볼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김명민)이 치르는 일련의 해전들은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방영됐다. 예고편에서도 마치 한일전이라도 치르듯 '이번엔 어디서 벌어진 무슨 해전이다'하고 자막이 붙었고, 실제로 사극을 시청하는 입장에서도 그 관점으로 스펙터클한 전쟁의 흥미진진함을 만끽했다. '태조 왕건', '대조영' 같은 일련의 KBS 대하사극이 주말의 권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능수능란한 전쟁과 전투신의 연출이었다. MBC와 SBS에서 아무리 따라하려 해도 그 노하우를 단번에 체득하기는 어려웠기에 사극 하면 KBS라는 이..
주말드라마를 보면 연기자가 보인다 최근 홀연히 나타나 주말 드라마의 판도를 바꿔놓은 연기자가 있다. 바로 사극의 제왕, 유동근. 그는 갖은 비판과 혹 허우적대던 ‘연개소문’을 단박에 기대감으로 채웠다. 그의 출연과 함께 ‘연개소문’이란 사극은 지금부터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지금까지의 ‘연개소문’이 걸어온 길은 그저 사족에 지나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렇게도 어려웠던 시청률 25%를 손쉽게 넘기면서 수위를 지켜오던 경쟁사극 ‘대조영’을 제쳐버렸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단지 유동근이라는 대배우만의 힘이었을까. 여기에는 물고 물리면서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연기자들의 부침이 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불리한 시간대를 지킨 ‘대조..
고구려 사극들이 동시에 각 방송사에서 터져 나오다보니 묘한 일들도 벌어진다. 세 편의 고구려 사극 중, MBC 드라마 ‘주몽’이야 그 역사적 시기가 동떨어진 데다 방영요일도 달라 그다지 큰 영향은 없다. 하지만, 주말 저녁 시간대의 KBS ‘대조영’과 SBS ‘연개소문’은 다르다. 이 두 드라마는 역사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는 데다 같은 요일,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되기 때문이다. 두 드라마가 영향을 주고받는 그 중심에는 바로 연개소문이란 인물이 있다. ‘연개소문’엔 없고, ‘대조영’엔 있는 것은?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 ‘연개소문’과 ‘대조영’은 초기 이야기 설정 부분에서 엉뚱한 인물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SBS 사극 ‘연개소문’은 청년기로 들어서면서 연개소문보다는 수양제쪽으로 무게중심이 ..
고구려 사극의 영웅 뒤에 등장하는 그 부모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사극 속에 등장하는 영웅의 뒤에는 영웅을 키워낸 부모가 있고, 그 부모의 희생이 있다. 최근 고구려 사극 트로이카 시대를 열고 있는 고구려 사극들,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는 ‘부모, 가족 코드’가 시청자들의 피를 끓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 상에 등장하는 이들 부모들은 모두 똑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모의 존재감은 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이들 사극들은 영웅의 부모들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사극 속에 등장하는 영웅의 가족들은 모두 해체되어 있다. 주몽과 해모수, 그리고 유화부인이 그랬고, 연개소문과 연태조가 그랬으며, 대조영과 대중상, 그리고 달기가 그랬다. 그들은..
연개소문 세트 논란, 극 집중도 저하가 원인 대하사극 연개소문의 세트 논란이 거세다. 이밀(최재성 분), 양현감(이진우 분), 이화(손태영 분) 등이 왕빈, 연개소문 일행과 함께 사냥을 떠나는 장면에 노출된 성문 배경이 조잡하게 만들어진 세트의 티가 너무 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이 나온 다음날 지적의 효과였는지 배경의 세트는 이화와 연개소문이 나란히 말을 타고 가는 장면에 너무도 명확하게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 세트의 문제가 논란으로까지 비화된 것은 단지 세트를 너무 조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일까. “400억 짜리 드라마에 합판 배경이냐”는 질책 속에는 400억이나 들여서 그것밖에 못 만드냐는 비아냥이 섞여있다. 세트 논란은 이 드라마의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져 이제는 서서히 그 증상이 나오고 있다는 걸..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의 재미가 서 있는 지점 고구려 사극이 지금까지의 사극과 다른 점은 그 시대상이 고구려라는 것이다. 명명백백한 역사적 사료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같은 소재의 드라마가 거의 동시대에 방영될 수 있었을까. 역사적 사료의 빈곤함으로 인해 생겨난 고구려라는 미지의 세계는 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매혹시키는 구석이 있다. 게다가 고구려는 우리 민족의 태생과 맞닿아 있다. 그러니 전 세계적인 경향으로 등장하고 있는 민족주의에 대한 유혹과 바람은 우리에게 있어 고구려 사극이라는 지점에서 맞닿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의 ‘고구려 사극 삼국지’라 일컬어지는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은 고구려라는 ‘역사’와 그 역사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상상력’이라는 양날의 칼을 쥐고 탄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