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시청률 급상승, 이기광이 만들어낸 기대감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에서 이기광은 단 2회만 출연했다. 그리고 그의 성인역할로서 강지환이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단 2회 출연이고 이미 성인 역할로 교체되었다고 해도 이기광이 이 드라마에 만들어낸 기대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3회에 <몬스터>가 시청률 9.5%(닐슨 코리아)로 급상승하며 SBS <대박>(11.6%)KBS <동네변호사 조들호>(10.9%)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던 건 이기광의 공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듯싶다.

 


'몬스터(사진출처:MBC)'

장영철 작가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몬스터> 역시 사극 같은 스토리 구조들을 그 바탕으로 깔고 있다. 현대극이지만 어찌 보면 사극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듯한 설정들이 눈에 띈다. 도도그룹이 일종의 궁궐이라면 그 총수인 도충(박영규)은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의 역할이고 그의 아들인 안하무인 도광우(진태현)와 첩실 소생인 도건우(박기웅)가 권력을 두고 대립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사극 속 궁중 권력투쟁의 구도다. 여기에 가신들로 들어가 있는 야심가 변일재(정보석)나 문태광(정웅인) 같은 인물들의 대결구도도 사극의 그것처럼 흥미롭다.

 

여기에 화평단이라는 비밀조직을 통해 무협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MK2 변종바이러스라는 요소는 무협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리지만 그로 인해 힘을 얻게 되는 기보 같은 역할을 갖고 있다. 국철(이기광)이 변종바이러스의 유일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바닥에 떨어져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후에도 다시 부활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다. 화평단의 옥채령(이엘)이 그의 면역혈청을 사는 대가로 그를 부활시키는 것. 물론 사고로 시력을 잃으면서 청력이 좋아지는 이야기 역시 무협적인 요소다.

 

<몬스터>는 현대극이지만 조금은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 요소들을 갖고 있다. 시력을 잃은 채 청력만으로 교도소에서 자신을 바닥으로 추락시킨 인물에게 복수하고 탈출하는 이야기나,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면서도 복수를 꿈꾸며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 전형적인 무협지 이야기다. 3회에 강기탄(강지환)으로 이름을 바꿔 돌아온 국철이 도도그룹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연수를 받는 모습 또한 그렇다. 그것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비현실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만화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야기인데다가 그 결말도 대체로 정해져 있는 뻔한 복수극.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만들어낸 건 바로 이제 몇 차례 연기 도전을 하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는 이기광의 연기 몰입이 좋았기 때문이다. 번듯이 잘 살아가던 그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 과정을 이기광은 절절하게 연기해냈다.

 

특히 결코 쉽지 않은 시력을 잃은 국철이라는 캐릭터를 이기광은 잘 소화해냈다. 시력을 잃고 절망하면서도 차정은(이열음)에게 살짝 마음을 여는 모습에서는 그 연기에 섬세함마저 느껴졌다. 이기광이 만들어낸 이런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강지환으로 그 힘이 이어질 수 있었다. 물론 이 힘을 강지환이 얼마나 더 살려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건 이기광이 그 밑바탕이 되는 판만은 확실하게 깔아줬다는 점이다

<무도> 못친소, 외모 아닌 연기력으로 웃긴 우현

 

MBC <무한도전>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최고 매력남으로 뽑힌 우현은 과연 외모로 웃겼을까? 물론 그 시작은 외모였다. 하지만 그 끝은 외모와는 상관없는 우현의 대체불가 매력이었다. 노안 종결자라고 불리는 외모였지만 차츰 그 얼굴은 그토록 귀여울 수가 없는 얼굴로 바뀌어갔다.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아이처럼 천진난만해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에서 역시 외모는 보여지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우현은 알려주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연예인 되기 전에 외모를 비관한 적이 있었다. 거울을 보면서 절망하고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외모 아닌 무기가 내게 있더라. 그걸 갈고 닦았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못난 것도 없는 우리니까 못친들이 주는 상을 기쁜 마음으로 받겠다.” 그가 F1 수상소감으로 밝힌 이 말은 외모보다 훨씬 중요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그가 말한 외모 아닌 무기는 도대체 뭘까?

 

적어도 이번 <무한도전> ‘못친소를 통해 느껴진 그만의 무기는 남다른 노력이고, 허물없는 모습이며, 그것을 통해 무엇보다 그가 더 갈고 닦았을 연기력이었다. 사실 연기란 가면을 쓰고 본 모습을 가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 속에 있는 많은 가면들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러니 적지 않은 나이에 이토록 허물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보여줄 수 있다는 건 그가 얼마나 연기자로서 준비되어 있는 사람인가를 잘 말해준다.

 

로데오를 타고 도넛 먹기를 할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려는 모습에서 그걸 보는 모든 출연자들이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지만, 정작 그걸 하는 우현은 내내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도넛을 먹으려 안간힘을 썼고 그러자 그 욕망까지 담겨진 리얼한 표정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코미디의 본질이 아니던가. 타인을 웃기지만 본인은 절대 우습지 않은.

 

얼굴로 말해요퀴즈 게임에서는 놀라운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치즈 같은 음식을 얼굴 표정 하나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그의 표정 연기의 공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로 길게 늘어진 치즈를 쭉 빼 먹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보여준 것. 맥주와 콜라 같은 비슷한 문제에서도 그는 작은 차이를 통해 정준하가 그 얼굴을 읽어내게 만들었다.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지만 여기서도 우현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그 게임을 대했다.

 

마지막 매력발산에서 우현은 비슷하다고 늘 지목되는 통아저씨의 춤을 췄다. 똑같은 동작을 선보였다기보다는 그 비슷한 포인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절묘한 표정은 마치 통아저씨가 스튜디오로 나온 듯한 착각마저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서 부른 박진영의 허니역시 한 치의 어색함이 없는 멋진 무대였다. 춤 동작 하나하나에 절도가 있었다. 반응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반전이 있었으니 말이다.

 

우현의 이 모든 매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그의 연기력이 아니었을까. ‘못친소에서 연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의 진솔함이 거기에 있었고,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자유로움이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그간 갈고 닦은 무수한 표정들이 있었다. 가만히 노려보듯 있으면 어딘지 무섭게까지 느껴지는 그 얼굴이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면 아이처럼 바뀔 수 있는 공력. 연기력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타고난 것이 외모라면 노력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것이 연기력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 ‘못친소가 우현을 F1으로 뽑은 것은 그 진짜 의도를 정확히 보여준 것일 게다. 못생겼다는 외모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차츰 그들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그들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던 건 다름 아닌 외모보다 더 중요한 그들만의 매력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현이 보여준 것처럼 그 매력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충분히 얻어질 수 있다는 것. <무한도전> 못친소가 하려던 진짜 이야기는 그것이었다.

<로봇소리>, 이성민의 연기 속에 담긴 희생자들의 절절한 판타지

 

영화 <로봇소리>는 우리네 영화사에서는 독특하게도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다. 위성에서 뚝 떨어져 나온 로봇. 스스로 움직이기도 하고 소리를 내기도 한다. 영화 속 설정으로는 갈수록 인지기능이 높아지고 어떤 인간적인 감정까지도 슬쩍 내보이는 그런 로봇이다.

 


사진출처: 영화 <로봇소리>

하지만 이것은 영화 속 캐릭터로서의 로봇 설정이지 실제 과학적으로 엄밀히 따져보면 허술한 면이 꽤 많은 로봇이다. 기판을 다 드러낸 채 바닷물에 빠져도 고장이 나지 않는 것도 그렇고, 거의 모든 전화 기록들을 감청하고 저장한다는 설정도 과학적으로 따지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할리우드에서 만일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로봇에 현실감을 주려 노력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실제 과학적으로 구현될 법한 개연성을 로봇의 캐릭터에 넣으려 했을 것이다. <터미네이터>처럼 가능하면 감정까지 보여주는 그런 캐릭터. 하지만 <로봇소리>는 애초에 이러한 과학적 개연성을 추구하는 SF 영화를 지향하지 않았다. 대신 이런 능력을 가진 로봇이 있다면 하는 가정 하에 한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를 그리려 했다.

 

그러니 과학적인 허술함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살짝 살짝 들어가 있는 유머코드는 이 과학적 허술함을 웃음으로 극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것보다는 다른 것에 더 집중하라고 영화는 말한다. 그 다른 것은 다름 아닌 실종된 딸을 10년 간 찾아다닌 해관(이성민)이라는 아빠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해관과 로봇이 그럴 듯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극의 설정 상 로봇은 갈수록 해관과 마치 친한 동료처럼 가까워지고 교감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토록 찾으려 애쓴 실종된 딸의 모습과 겹쳐지는 단계로까지 가야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로봇은 연기를 할 수가 없다. 그 몫은 오로지 해관을 연기하는 이성민에게 돌아간다.

 

이성민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것은 바로 이 로봇과의 관계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심도를 만들어가는 그 지점이다. 이성민은 처음에는 그 로봇의 낯설음에 놀랐다가 차츰 어쩌면 이 로봇이 자신의 딸을 찾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 속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로봇과 툭탁대기도 하고, 투덜거리며 핀잔을 주기도 하는 그 자연스러운 이성민의 모습은 그래서 이 어찌 보면 차가운 쇳덩어리에 불과한 로봇이 점점 따뜻함을 가진 존재로까지 느껴지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이성민은 이 차갑기만 한 로봇에 소리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마치 10년 전 실종되어 버린 딸에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을 소리를 통해 풀어내보려 한다. 그가 딸이 사라진 지하철 철로에 내려가 그 차가운 철로를 매만지며 흘리는 통한의 눈물이 말해주듯, 해관의 절절한 딸에 대한 마음은 그래서 그가 소리라는 로봇을 마치 딸이나 되는 듯 보호해주고 말을 건네는 장면에 아무런 이물감을 느끼게 만들지 않는다.

 

다시금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감정도 없는 무생물인 로봇이 그 함께 있는 연기자의 연기를 통해 하나의 생명력을 부여받게 된 것은.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로봇 소리에게 감동을 느끼게 되는 건 사실 알고 보면 이성민이라는 든든한 연기자 덕분이다. 그의 연기는 차가운 로봇마저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이성민의 연기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건 사건 사고가 유달리 많은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그 많은 사건 사고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이 사라져갔던가. 그 부채의식은 이성민의 절절함 속에서도 또 심지어 로봇이라는 조금은 과한 설정 속에서도 그 판타지를 긍정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저렇게라도 해서라도 희생자들의 아픔과 고통이 위로받을 수 있다면 판타지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테니.

<한번 더 해피엔딩>, 빠른 전개에도 감정몰입 괜찮은 까닭

 

거칠 것이 없다. MBC 수목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의 전개 속도는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보다 빠르다. 첫 회에 만난 한미모(장나라)와 송수혁(정경호)은 낯 술 한 잔으로 결혼 직전까지 달려간다. 결혼서약서에 친구인 구해준(권율)까지 동석시켜 사인까지 한다. 물론 서약서는 다행히(?) 접수되지 않았지만 만남에서 결혼까지 조금씩 진행해가는(심지어 어떤 로맨틱 코미디는 이 과정이 전부인 경우도 많다) 드라마와는 너무 다른 빠른 전개다.

 


'한번 더 해피엔딩(사진출처:MBC)'

2회에서는 술이 깬 한미모와 송수혁이 모든 게 술 때문이었다며 전 날 벌어진 일들을 그냥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한 밤 중에 어지럼증을 느껴 응급실로 실려온 한미모가 송수혁의 친구인 구해준을 만나 첫 눈에 빠져버리는 이야기까지 흘러간다. 한미모는 구해준을 보고는 대놓고 재혼할 결심을 갖는다. 2회만에 결혼 직전까지 간 남자와 재혼 결심을 하게 만드는 남자, 그렇게 삼각관계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한번 더 해피엔딩>의 이런 빠른 전개와 속도감은 이 로맨틱 코미디가 다루고 있는 것이 한번 갔다 온(?) 재혼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알 것 다 아는 남녀들이어서인지 숨기고 내숭 떨고 하는 것이 이 드라마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또 좋으면 뭐가 좋다는 식으로 직설적으로 드라마가 흘러간다. 그 호불호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심지어 성적인 면도 숨기지 않는다.

 

장나라라는 배우가 가진 로맨틱 코미디의 연장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른바 장나라표 로코는 귀엽고 솔직한 캐릭터로 여성들의 공감대가 크다. 그 솔직하게 망가지는 모습에 한껏 웃음을 주면서도 순간 짠해지는 공감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장나라는 원숙함을 덧붙였다. 이미 한 번 결혼하고 돌아와 재혼을 꿈꾸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거칠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간 지상파드라마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정경호는 JTBC <무정도시><순정에 반하다>에서 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정경호는 훨씬 더 일상으로 내려온 듯한 편안한 얼굴이다. 의외로 웃음을 주는 과장 연기에도 능하고 동시에 아들을 가진 아빠로서의 진중한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이렇게 단 2회 만에 굉장히 많은 감정적 굴곡을 보여주는 빠른 전개의 드라마가 가능하려면 그것을 소화해내는 연기자가 그만큼 감정연기에 능수능란함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장나라는 물론 이런 역할에 베테랑이지만 정경호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도 만만찮게 자연스럽다. 한껏 웃음을 주다가 갑자기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며 눈물을 터트리는 장나라나, 사별한 아내의 이야기 앞에 짐짓 아련해지는 정경호의 감정 연기는 빠른 전개 속에서도 드라마가 단단해보이게 만드는 이유다.

 

결혼만큼 이혼도 늘고 있는 현실이다. 당연히 결혼이나 재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업다. 남녀 사이의 때론 달달하고 아프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만큼 이 달라진 세태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그 중심을 잡아주는 장나라와 정경호의 연기력과 매력이 재혼이라는 소재와 잘 맞아 떨어지며 돋보이는 드라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