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의 성장기를 보면 군 입대 의지가 읽힌다

유아인은 현역을 고집한다. 벌써 세 차례에 걸친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병역기피’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박사모 카페에서는 그가 촛불을 들었던 사실을 적시하며 그런 그가 ‘병역기피’를 하기 위해 수를 쓰고 있다는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과 사실은 정반대다. 유아인이 세 차례나 계속 재검을 받았던 건 기피가 아니라 현역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유아인(사진출처:UAA)'

유아인이 재심을 받게 된 건 지난 2013년 <깡철이> 촬영 중 오른쪽 어깨 근육이 파열되면서 갖게 된 골종양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2015년 12월 1차 신체검사에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고, 2016년 5월에 2차 보류, 지난해 12월에 3차 보류 판정을 받았다. 유아인은 오는 3월 4차 판정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유아인은 현역 복무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낭종이 양성이기 때문에 그리 심각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유아인은 의지가 확고하지만 병무청은 정상적으로 엄밀하게 검사와 판정을 해야 한다. 만일 그의 의지에만 기대 이를 허용했다가 입대 후 문제라도 생기면 그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배우이고 특히나 지금은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병무청의 등급 판정은 공평해야 한다. 

사실 어찌 보면 유아인의 현역 입대 고집은 일반인들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일이다. 만일 일반인이 이런 몸의 이상을 분명히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의 경우는 진단서를 첨부해 거기에 합당한 판정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몸을 위해서도 상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연예인들의 군 입대는 어느새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다. 군대를 갔다 왔는가 아닌가가 중요했던 차원을 넘어서 이제는 군대를 다녀와도 현역을 다녀왔는가 아닌가가 중요해졌다. 겉으로 보기에(연예인들은 직업상 여러 이미지를 실체처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굉장히 건강해 보이는데 현역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그것이 영원히 그 연예인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러니 유아인이 아니라 어떤 전도 창창한 배우들이라고 해도 현역을 다녀오려 안간힘을 쓴다. 현빈부터 송중기, 유승호처럼 현역 복무가 더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결국 이렇게 재검에 재검을 거치는 시간은 유아인에게는 그 자체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언제 판정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덜컥 작품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로서는 많은 기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로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는 시간인데, 그래서 빨리 결정이 나서 군 복무를 마치고 싶은 마음인데, 이것이 오히려 와전되어 엉뚱한 악플이 달리는 건 더더욱 힘겨운 일일 게다. 

유아인은 지금껏 매번 작품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온 배우다. 물론 대부분의 배우들도 그럴 것이다. 작품 경험이란 그 성공도 실패도 모두 배우를 성숙시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유아인이 해왔던 일련의 선택들을 보면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인 자세를 유지해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건 그와 함께 대결하듯 연기한 상대역들을 열거해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영화 <완득이>의 김윤석, <베테랑>의 황정민, <사도>의 송강호, 드라마 <밀회>의 김희애,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 기라성 같은 대선배 연기자들과 연기하며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왔다는 것. 

아마도 유아인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을 만들어낸 가장 큰 동인은 바로 이 상처를 입더라도, 또 깨지더라도 부딪쳐 자신을 성장시키겠다는 배우로서의 의지가 느껴졌던 점이 아닐까. 유아인에게 있어서 군 복무 역시 그 연장선일 것이다. 피하기보다는 부딪쳐서 자신을 또 한 차례 성장시키고픈.

마동석 전성시대의 비밀

 

영화 <부산행>이 칸느에서 상영됐을 때, 마동석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고 한다. 그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이 빵빵 터졌다는 것. 이런 사정은 국내 팬들도 마찬가지다. <부산행>이라는 영화에서 마동석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 그는 주인공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부산행>을 압도했다.

 

사진출처:영화<부산행>

그가 <부산행>에서 주목될 수 있었던 건 그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덕분이다. 좀비들이 쏟아져 나오는 열차 속에서 그 두려움을 한 순간에 일소해 버리고 때로는 피식 웃음이 나오게도 만드는 그런 존재. 그래서 <부산행>의 상화라는 캐릭터는 마동석이라는 배우에 의해 압도된다. 영화가 캐릭터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저 마동석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어떤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이른바 마동석 전성시대다.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존의 연기자들이 전성시대를 맞이하는 그런 방식과 마동석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즉 연기자들은 어떤 역할을 맡느냐가 자신들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그래서 작품이 잘 되고 그 작품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연기자는 상당부분 그 캐릭터의 이미지를 가져가 인기를 누리는 그 흐름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 송중기가 전성기를 맞이한 건 물론 전작들부터 보여온 일관된 매력이 쌓인 결과이긴 하지만, 결정적인 건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나면서다. 현빈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건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다. 마찬가지로 유아인이 대세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베테랑>의 조태오라는 캐릭터와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 같은 캐릭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동석은 다르다. 마동석은 그가 갖고 있는 터질 듯한 근육과 어딘지 살벌한 인상 그러면서도 귀여운 면면이 묻어나는 연기자 자신의 이미지를 거꾸로 작품 속으로 갖고 들어온다. 예를 들어 <나쁜 녀석들>이란 작품에서 우리는 박철웅이라는 캐릭터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그 캐릭터를 연기한 마동석을 기억할 뿐이다. 이것은 <38사기동대>의 백성일이라는 캐릭터에서도 동일하다. 이 작품에서 마동석은 이중적인 면을 보여주는데 마치 헐크처럼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시청자들이 그에게 원하는 모습, 즉 폭발적인 액션 히어로의 모습을 드러내준다.

 

어찌 보면 살벌하게 보이는 마동석이라는 연기자의 존재감이 이토록 빛나게 된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 비밀은 그가 맡아온 캐릭터들에서 발견된다. 그는 굉장한 완력의 소유자이고, 결코 작품 속에서 선한 인물이라고만 말하긴 어렵지만 더 나쁜 놈들 앞에서 그들을 제압함으로써 어떤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이웃사람>에서 사채업자지만 연쇄살인마를 두들겨패는 장면이 주는 통쾌함과 유머, <나쁜 녀석들>에서 말 그대로 나쁜 놈이지만 더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 시원함, 그리고 <부산행>에서도 어딘지 껄렁대지만 좀비들을 때려눕힐 때 느껴지는 매력은 마동석이 아니면 도무지 기대하기 어려운 면면이 아닐까.

 

마동석은 그렇게 연기자가 고유의 캐릭터가 되어버린 전례 없는 사례다. 이제는 귀여움까지 덧붙여져 심지어 마블리라고도 불리는 마동석. 우리네 영화, 드라마 같은 작품들은 이제 마동석이라는 연기자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그려낼 지도 모를 일이다. 대체불가 한 그만의 매력이 콘텐츠에서 그만큼 힘을 발휘하고 있으니.

<굿와이프> 유지태,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

 

참회하고 아내를 돕는 남편인가, 아니면 아내를 이용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권력자인가. tvN <굿와이프>의 이태준(유지태)은 그 정체가 애매모호하다. 스캔들에 휘말린 대쪽 검사지만, 그는 그것이 누군가에 의도된 함정이라고 말한다. 배신감을 느끼는 아내 김혜경(전도연)에게 잘못을 빌며 그녀를 위해서는 뭐든 다 하겠다고 말하는 그다.

 

'굿와이프(사진출처:tvN)'

실제로 이태준은 감옥에 있으면서도 아내가 원하는 걸 뒤에서 돕는 인물처럼 보인다. 재벌3세의 성폭행 사건이 그냥 덮어져버리자 김혜경은 남편을 찾아와 윗선에 닿는 사람을 통해 재수사를 요구한다. 그러자 실제로 사건은 재수사를 받게 되고 재벌3세는 성폭행 혐의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태준이라는 인물이 흥미로운 건 그가 단순히 업소녀와의 스캔들로 억울함을 토로하는 남편의 면면만을 보여주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감옥에 있어도 그 넓은 인맥으로 바깥의 정황을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 그에게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인물도 있고 그의 말 한 마디에 따라주는 네트워크도 있다.

 

그러니 이태준의 또 다른 모습이 슬쩍 비춰진다. 그저 억울한 남편이 아니라 자신을 그런 함정에 몰아넣은 배후들을 캐서 복수하고 복권하려는 만만찮은 속내를 숨긴 권력자의 모습이 그것이다. 알고 보면 아내 김혜경이 맡은 사건들이 이태준의 주선에 의해 의뢰된 것들이고, 그것이 그의 스캔들과 연관이 있다는 건 그가 아내를 통해 무언가 자신의 또 다른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마치 감옥에 있으면서도 아내를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내도 모르게 그녀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이재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높여 놓는다. 사실 <굿와이프>는 제목에 들어 있는 것처럼 김혜경이라는 좋은 아내가 변호사로서 홀로 서는 그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그러니 오롯이 카메라는 김혜경을 따라다니며 그녀가 사건들의 변호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는가를 담는다.

 

하지만 김혜경 뒤에 분량을 짧지만 이태준이 갖고 있는 존재감은 어떤 면에서는 더 크게 다가온다. 김혜경이 맡는 사건들 하나하나가 어쩌면 이태준과 연관되어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은 <굿와이프>라는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가 그저 단순한 한 여성의 성장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거기에는 이야기의 겉면에 싸여진 무언가 숨겨진 내막이 저 밑바닥에서부터 움직인다.

 

물론 <굿와이프>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은 김혜경을 연기하는 전도연의 몫인 게 분명하지만, 그래서 그녀의 뒤에 있는 이태준 역할의 유지태 역시 만만찮게 여겨진다. 전도연이 평범한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 그리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변호사 같은 여러 모습을 연기해낸다면, 유지태 역시 평범한 남편처럼 보이다가도 금세 권력자의 면면이 드러나고 때로는 무언가를 뒤에서 꾸미고 있는 모습까지 겹쳐진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 아내를 돕는 남편일 뿐인가 아니면 그녀를 이용하는 권력자인가 하는 점은 <굿와이프>라는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향후 김혜경의 갈등은 바로 이 알 수 없는 이태준의 정체와 속내로부터 비롯될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분량에도 이토록 강렬한 존재감이라니. 이태준을 연기하는 유지태라는 연기자의 공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닥터스>, 이쯤 되면 믿고 보는 박신혜

 

이쯤 되면 믿고 보는 배우의 탄생이다. SBS 월화극 <닥터스>에서 박신혜는 지금껏 해왔던 이미지의 익숙함에 새로움을 더했다. 익숙함이라 하면 교복 입은 모습에 어딘지 동정이 가는 힘든 가정 형편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고, 새로움이라 하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는 조폭들을 일거에 진압(?)해버리는 조금은 반항기 있어 보이는 걸 크러시의 모습이다. 결국 연기자의 성장이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와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더해 가는가가 관건이라면 박신혜는 확실히 <닥터스>를 통해 그 성취를 보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닥터스(사진출처:SBS)'

<닥터스>의 혜정이라는 캐릭터는 아픔이 많은 과거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아버지는 새 엄마를 만나 새 가정을 꾸렸고, 그녀를 할머니 댁에 맡겼다. 하지만 그녀가 유일하게 기대며 살아왔던 할머니는 수술 도중 사망했다. 혈혈단신으로 세상과 마주하며 살아왔을 혜정. 의혹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할머니의 죽음은 그녀가 의사가 되는 이유가 된다. 의혹을 밝히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의사의 입장을 이해해보겠다는 의도로 시작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럴수록 의혹은 더 깊어진다.

 

즉 혜정이라는 인물은 바로 이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어두움이 그 밑에 깔려 있어 어떤 우울을 만들지만, 동시에 그녀 주변을 감싸고 있는 홍지홍(김래원)이나 절친 천순희(문지인)에 의해 조금씩 마음이 풀어져간다. 혜정 앞에 갑자기 나타난 새 엄마와 그녀의 딸 유나(한보배)는 그녀에게는 없는 가족에 대한 애증을 이끌어낸다. 결국 <닥터스>는 혜정이라는 리트머스지에 주변인물들이 서로 화학반응을 함으로서 그녀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가는가를 들여다보는 드라마다. 그리고 이러한 혜정의 성장과 치유는 <닥터스>의 의사들이 환자들을 고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다.

 

혜정의 성장은 박신혜라는 연기자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교복 입은 여고생으로 시작해 어엿한 의사로 성장하고 그러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은 박신혜가 지금껏 해왔던 연기 히스토리와 또 앞으로 성장해갈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박신혜라는 연기자의 이미지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청순함과 선함이다. 여고생 복장으로 나와도 여전히 풋풋함이 느껴지는 그 건강한 매력.

 

<미남이시네요>가 해외에서 반응을 보이며 한류스타로서 주목받게 된 박신혜는 <상속자들><피노키오>를 통해 이 본연의 매력 위에 절절한 눈물 연기를 더하면서 더 깊어진 연기를 보여줬다. <미남이시네요>부터 보여줬던 달달하면서도 풋풋한 멜로연기와 <상속자들><피노키오>를 통해 보여준 공감 가는 눈물 연기. 여기에 <닥터스>에서 박신혜는 액션 연기까지 소화 가능한 연기자라는 걸 증명해내고 있다.

 

젊은 여성 연기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즉 믿고 보는 여배우들을 이야기하면 김희애나 김혜수 같은 중견 연기자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연상연하 커플이 많이 등장한 것도 어찌 보면 주목할 만한 젊은 신인들이 많이 배출되지 않아 믿고 보는 여배우들의 연령대가 높아져서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박신혜라는 연기자는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네 드라마가 가진 젊은 여배우에 대한 갈증을 확실히 풀어주는 면이 있다. 처음에는 여전한 여고생 같은 그런 풋풋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녀는 훌쩍 성장해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연기자로 우리 앞에 서 있다. <닥터스>는 그런 그녀의 면면을 혜정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벌써부터 심상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 드라마로 우리는 확실히 믿고 보는 로코 퀸의 탄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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