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인턴' 김응수가 줄 웃음, 분노, 짠함까지 기대되는 이유

 

갑질하던 꼰대가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면?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사실 그 제목만으로도 궁금해지고 기대하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해봄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상상만으로 벌이는 일종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그건 과연 복수로만 끝이 날까.

 

라면업계 1위 기업인 옹골에서 갖가지 갑질을 해가며 승승장구한 이만식(김응수). 그는 꼰대 중의 상꼰대다. 마침 인턴으로 들어온 가열찬(박해진)은 이만식에게 딱 걸린 고문관으로 끝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옹골에 레시피를 빼앗긴 한 국밥집 사장님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는 걸 목격하고, 의도적인 이만식의 갑질에 휘둘리던 가열찬은 사직서를 낸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역전된다. 가열찬은 준수식품에 들어가 핫닭면을 성공시키며 잘나가는 마케팅영업팀 팀장으로 이만식 같은 꼰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팀원들을 대한다. 워라밸을 추구해 회식도 업무시간에 하고, 팀원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출산을 위해 휴직하는 팀원을 응원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반면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이만식은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정리해고 당하고는 가열찬이 일하는 부서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다.

 

<꼰대인턴>은 '역할 바꾸기'라는 전형적인 코미디 코드를 가져오지만, 여기에 우리네 취업이나 회사생활의 현실을 더해 좀 더 화력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인턴이라는 비정규직이 겪는 현실과 동시에 갑질하는 상사들의 모습까지 극화해 과장되지만 짠한 코미디 상황으로 엮어낸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꼰대 이만식을 팀원으로 두게 된 가열찬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는 그토록 꼰대가 되지 않겠다 선을 그으며 자신은 다른 상사가 되겠다 했던 그 결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만식에 대한 복수 같은 욕망이 그의 소신을 꺾어 버리는 건 아닐까. 만일 사적인 감정으로 인해 그 위치에서 갑질을 시작한다면 그 역시 이만식과 다를 게 없는 꼰대가 되는 건 아닐까.

 

<꼰대인턴>은 뒤집어 놓은 역할 때문에 만들어지는 웃음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이른바 꼰대의 탄생이 개별적 인간됨의 문제인지, 아니면 상하 지위가 나뉘는 조직 체계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김응수와 박해진은 이 작품에서 간만에 제대로 된 옷을 입었다. 꼰대 역할을 이렇게 코믹하고 과장되면서도 동시에 진지하게 연기해낼 연기자로 김응수만한 배우가 있을까. 또 박해진은 늘 아쉽게 느껴졌던 인간미가 이 가열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는 제대로 담겨지고 있다. 짠내 나는 인턴에서 잘 나가는 부장의 변신도 자연스럽고, 그 위치에서 이만식을 인턴으로 받게 되어 갖게 되는 황당함 역시 잘 소화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응수는 <꼰대인턴>이라는 드라마의 전체 색깔을 잡아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페르소나가 아닐 수 없다. 갑의 위치에서 꼰대 짓을 해왔던 그는 인턴으로서 을이 겪는 상황들을 어떻게 느낄까. '늙은 장그래'라는 인물 설명에 들어간 표현대로, 김응수가 이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짠하면서도 뒷목 잡는 뻔뻔함과 코믹함까지 곁들여 풀어낼지 실로 기대된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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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우리가 강형욱의 솔루션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관리하기 귀찮아서 안한 거잖아요.”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은 작은 소리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며 짖고 때론 돌변해 물기도 하는 포메라니안 망고를 교육하다 견주에게 그렇게 쏘아붙였다. 너무 짖어서 이웃의 민원이 들어왔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대제거수술을 받게 한 후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는 견주였다. 남편은 아내가 너무 울어서 실신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강형욱이 그렇게 쏘아붙인 건, 망고를 교육하기 위해 몸으로 살짝 밀치며 마음대로 하려는 개를 통제하는 걸 본 남편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한 대목 때문이었다. 강형욱은 ‘무력’이라는 표현이 잘못 됐다는 걸 먼저 인지시켰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몸을 부딪치는 건 무력이지만, 망고처럼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히는 반려견을 막는 건 무력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거였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없는 산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강형욱은 사실 속으로 눌러 두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망고가 그렇게 불안해하고 누군가를 물고 짖는 것이 사실은 관리하지 않고 그만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한 견주에게 있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그 날 성대제거수술을 한 망고를 보며 그 수술에 대한 찬반이야기를 이경규, 이유비와 나눴던 강형욱이었다.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강형욱은 관리를 조건으로 수술을 하라고 했던 견주가 수술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자 수술을 하라는 이야기를 이제 함부로 안한다고 했다.

 

그건 당장 수술을 통해 짖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견주가 더 이상 관리는 하지 않게 된 데서 강형욱이 느낀 자괴감이었다. 반려견들이 짖거나 물거나 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때 어떤 견주들은 그 행동의 원인이 찾아 제대로 관리해주고 책임지려고 하기보다,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려 하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거기에 일침을 날린 것이었다.

 

망고를 물고 괴롭히는 링고의 문제 역시 견주가 하지 못한 통제와 관리 때문이라는 걸 강형욱은 설명해줬다. 견주가 하지 못하자 링고가 나서서 망고보고 왜 그러냐고 하는 거라는 것. 여기서 강형욱은 망고와 링고의 입장이 되어 연기로 그 상황을 보여줬다. 망고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불안한 행동을 보일 때 링고가 “너 엄마한테 왜 그래?” 하며 제지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그런 링고를 견주가 오히려 질책했다는 이야기는 견주는 물론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강형욱의 소통법에 우리가 주목하는 건 그가 반려견과 견주 사이 놓인 소통의 벽을 다양한 방법으로 깨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견주의 아픈 마음과 상처에 공감하며 다독이다가도 때론 그 잘못에 일침을 가해 그 행동을 고쳐주려 한다. 또 반려견이 왜 그런 이상행동을 하는 지를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아예 그 입장에 되어 그 행동들을 말과 연기로 표현해준다. 어느 한쪽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모두 교정해나가는 게 강형욱의 소통방식이다.

 

사실 소통의 문제는 반려견과 견주 사이가 아니라도 어느 한쪽이 아닌 양자 모두의 잘못인 경우가 많다. 강형욱은 반려동물전문가지만 문제 있는 반려견의 행동만을 교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국 견주와 소통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견주에게는 반려견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반려견들에게는 견주가 못해줬던 관리를 통해 편안함을 주려 한다.

 

<개는 훌륭하다>가 때론 무섭고 때론 신기하며 때론 어떤 뭉클한 감동을 주는 건 강형욱의 이런 소통법이 엇나가 있던 반려견과 견주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고 그것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줘서다. 그래서일까. 보면 볼수록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소통의 문제는 타인을 탓하기보다는 나의 자세를 통해서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걸. 반려견의 차원을 넘어서서 강형욱의 소통법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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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과 전석호, '킹덤'을 보면 '하이에나'가 달리 보이는 두 배우

 

주지훈과 전석호는 언제부터 이런 찰진 콤비가 됐을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두 사람은 법무법인 송&김에서 각각 윤희재(주지훈)와 가기혁(전석호)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즌2로 돌아온 <킹덤>에서도 두 사람은 이창(주지훈)과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로 콤비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서로가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이에나>에서는 극을 이끌어가는 건 윤희재지만, 그의 친구이지만 어딘지 그가 잘 되는 것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가기혁의 역할도 눈에 띈다. 윤희재가 정금자(김혜수)와 일과 사랑 모두에 있어서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관계의 진전을 통해 드라마의 힘을 만들어내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 속에 가기혁과 심유미(황보라) 같은 감초들의 웃음과 두 사람 사이에도 벌어지는 엉뚱한 멜로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런 사정은 <킹덤>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에 창궐한 좀비떼들과 대결하며 숨 쉴 틈 없는 긴장을 유발하는 이창의 액션이 전면에 펼쳐진다면 그 속에서 숨 쉴 틈을 열어주며 웃음을 유발하는 조범팔의 활약은 이 드라마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주지훈과 전석호는 각각의 필모그라피만 봐도 이제 연기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지훈의 경우 영화 <신과 함께>나 <암수살인>으로 그 연기 스펙트럼을 활짝 열어놓은 후 <킹덤>에 이은 <하이에나>로도 배우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물론 주지훈은 과거 KBS드라마 <마왕>에서부터 잠재력을 보였지만, 최근의 연기를 보면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적당히 유연해진 연기와 독한 악역까지 다채로워진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전석호도 2014년 <미생>의 하대리 역할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이후 <굿와이프>,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라이프 온 마스> 등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왔다. 전석호의 연기 스펙트럼 역시 까칠한 악역에서부터 허술한 감초 역할까지 그 폭이 넓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자기만의 독보적 영역을 세울 수 있었다는 건 이 배우가 꽤 준비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결국 드라마든 영화든 주조연의 균형 잡힌 캐릭터가 보다 대중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극의 힘을 부여한다면, 이를 적절히 누그러뜨리는 조역이 있어야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숨 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지훈과 전석호의 <킹덤>과 <하이에나>에서의 콤비는 주목되는 면이 있다.

 

주인공 역할로 서온 주지훈의 배우로서의 성장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특히 주목되는 건 전석호의 미친 존재감이다. 그는 적당히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때론 그걸 뒤집어 소름 돋는 반전까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주조해 보여주곤 하기 때문이다. 충무로와 드라마판에 정평이 나 있는 미친 존재감 연기자들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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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남궁민이어서 더 특별했던 이유

 

남궁민의 연기 스펙트럼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성공은 물론 완성도 높은 대본과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연기해낸 연기자들의 합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백승수 단장 역할의 남궁민이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게다. 심지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백승수 리더십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했으니 말이다.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의 면면을 보면, 그가 이 캐릭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백승수는 ‘시스템 개혁자’로서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고 대부분의 상황들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차가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고 실제로는 동생에 대한 죄책감은 물론이고 늘 맡았던 팀이 우승을 했지만 바로 해체되는 경험을 통해 갖게 된 허탈함 같은 것들이 내면 깊숙이 응축되어 있다.

 

백승수를 표현하면서 남궁민이 취한 건 거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이었다. 그는 어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갑자기 터진 상황들 속에서도 거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건 이 작품이 가진 ‘단짠’ 혹은 ‘고구마-사이다’의 이야기 구조와 맞물려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스카우트 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백승수에게 반발하는 스타우트 팀장의 갖가지 만행들이 벌어지지만, 백승수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표정이나 동요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전혀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꾹꾹 눌러내는 고구마 전개는 한 에피소드의 절정에 이르러 드디어 백승수의 복안이 드러나면서 터져 나오는 사이다 폭발력을 갖게 만든다.

 

또한 숨긴 감정들은 어느 순간 진짜 드러날 때 백승수라는 인물이 겪는 감정의 파고를 더 격동적으로 만들어내는 효과도 준다. 즉 노골적으로 도발해오는 권경민(오정세)에게 지속적으로 존칭으로 대하다 어느 순간 반말로 슥 넘어갈 때가 그렇고, 팀의 에이스로 어렵게 데려온 강두기(하도권) 선수를 트레이드한다는 결정에는 대놓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그렇다. 늘 감정을 드러내던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백승수처럼 무감해 보였던 이가 드러내는 감정이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

 

아마도 남궁민은 <스토브리그>의 이야기 전개 구조에 백승수라는 인물이 어떤 톤을 유지하고 어떤 상황에서 그걸 깨고 하는 것이 만들어낼 효과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연기를 했다고 보인다. 그는 과거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기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빠져서 연기하는 메소드 연기”만이 연기가 아니고 “자신이 하는 연기를 인지하고 그것이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컨트롤하는 연기”도 연기라고 말할 바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남궁민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연기 컨트롤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스토브리그>를 통해서도 확인한 것처럼 남궁민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은 캐릭터 분석과 거기에 맞는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데서 나온다. 지난해 KBS에서 방영됐던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라. 남궁민은 그 인물을 그 드라마가 가진 팽팽한 대결구도와 반전의 반전이라는 이야기 구조에 걸맞게 연기해낸 바 있다. 감정을 끊임없이 끄집어내 보여주던 그 연기를 떠올려보면 <스토브리그>의 그 무표정 연기가 놀라울 정도다.

 

멜로, 스릴러, 악역, 코믹 캐릭터, 리더 등등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지금껏 표현해온 연기의 스펙트럼은 그래서 되돌아보면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 하나하나를 표현하기 위해 이 놀라운 배우는 그 상황에 걸맞는 옷을 찾아내 입어 왔으니 말이다. 앞으로 그가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을지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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