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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생존보다 중요한 생존의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12. 29. 11:58
'스위트홈', 좀비와는 다른 선택권이 있는 괴물이라는 건 세상이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는 아포칼립스 장르는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계가 됐다. 영화 에서부터 에 이르기까지, 좀비들이 창궐해 온통 세상을 핏빛으로 뒤바꾸는 광경이 여러 콘텐츠들 속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역시 그 연장선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좀비와는 다른, 색다른 괴물(뭐라 부르기가 애매한)이 등장한다. 아포칼립스 장르들이 그러하듯이 왜 갑자기 그런 괴물들이 나타났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린홈'이라는 사뭇 역설적인 이름의 거의 폐건물에 가까운 아파트에 생존한 사람들 역시 그 원인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것이 '욕망' 때문이라는 다소 막연해 보이는 원인이 등장할 뿐이다. 막연해 보이지만, 등장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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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발군의 몰입 서예지, 이 독보적 캐릭터를 소화하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6. 29. 11:30
'사이코지만 괜찮아', 서예지는 김수현을 놀게 할 수 있을까 "나 그냥 너랑 놀까?" tvN 토일드라마 에서 강태(김수현)가 문영(서예지)에게 툭 던지는 그 말 한 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건 강태가 처한 입장이 담겨 있는데다, 문영이라는 이 드라마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어째서 필요했는가가 함축되어 있다. 강태는 놀지 못한다. 여기서 놀지 못한다는 의미는 마음껏 자기 하고픈 것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는 자폐를 갖고 있는 형 상태(오정세)에 묶여 있다. 1년마다 때가 되면 나타나는 나비 때문에 발작을 하고 그래서 수시로 이사를 해야 하는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은 돌보려 하지 않는다. 그건 상태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동생 강태에게 자신이 짐이라는 사실을 힘겨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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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보는 찐 멜로 '날씨가', 이렇게 슬플 수가 있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4. 27. 15:15
‘날씨가’, 박민영과 문정희의 흐린 삶 좋아지기를 바란 건 “넌 따뜻한 게 뭔 줄 아니? 그녀가 물었고 난 대답했다. 내 차가운 손이 너의 차가운 손에 닿아 우리 둘 다 뜨거워지는 것이라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만나 아늑함이 되고 슬픔이 슬픔을 만나 기쁨이 되고 서늘한 바람이 서늘한 바람과 부딪쳐 포근한 눈이 되는 것이 바로 따뜻한 것이라고.” JTBC 월화드라마 에서 심명여(문정희)는 차윤택(황건)의 책에 써진 글귀를 읽는다. 그 글귀는 이 드라마가 그리려한 슬픔과 따뜻함의 정체를 잘 드러낸다. 아버지는 상습적인 폭력을 엄마에게 휘둘렀고, 그걸 목격한 이모 심명여는 두려움 끝에 엑셀을 밟아 그 아버지를 죽게 했다. 엄마는 대신 감옥에 갔고 이모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벌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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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캐스팅', 어째서 이 멋진 출연자들을 살리지 못할까옛글들/명랑TV 2020. 3. 26. 11:30
‘더블캐스팅’, 취지와 출연자 모두 좋은데 연출이 이래서야 ‘앙상블이여, 주인공이 되어라!’ 아마도 이 문구를 본 앙상블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설레지 않았을까. tvN 은 그 취지가 너무 좋다.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주인공에 가려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앙상블을 위한 오디션. 수 년 간을 앙상블로 활동해온 출연자들은 기회가 없었을 뿐, 충분한 실력을 갖춘 인물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의 무대에 오른 몇몇 출연자들은 이미 ‘준비된’ 주인공들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어 뮤지컬 의 타이틀곡을 불러 호평을 받은 나현우는 의 ‘Wanted Dead or Alive’로 무대를 연출하는 모습까지 보여준 바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 오디션에서 산울림의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를 ..